시간의 집
김성신
이보다 정교한 건축이 있을까, 시간은
골목과 골목은 신호등 없는 일방통행 천천히 함께 걸을 뿐 밀려가지 않는다
입김을 후, 불면 태지를 뒤집어 쓴 속도는 웅크리고 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아 대칭으로 맞닿는 자리
가랑잎 밟히는 소리는 거스러미 날아가고 골목은 쓰러지고 잘못 찾아든 말벌이 윙윙거리는데 손가락 안쪽에 그믐달 같은 주름살이 박히고 있다
손을 뻗어 철봉에 매달리는 것은 햇빛을 보며 눈물을 말리는 것이죠
또각또각 하이힐을 신고 들어오는 여자 색종이로 접은 발자국 소리를 등 뒤에 넣었다 등은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숨은 얼굴을 반으로 접는다
밤이면 귀뚜라미 소리가 달빛을 목 놓아 부르고 박쥐는 각자의 동굴 속에서 언제까지 매달리고 있을지,
결국, 지난밤에 지나간 밤이 죽었다 씨 많은 슬픔에 불을 붙이면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좋아
젖은 셔츠를 눈 밑까지 끌어올리는 여자 나는 그녀가 사는 지붕에 닿질 못해 걸을 뿐, 오늘은 웅덩이도 좀처럼 고이지 않고 사다리가 없어진 갈피를 수평으로 올린다
겨울의 푸른 숨소리가 봄의 달력을 찢는다
―계간《포지션》2022년 여름호 ------------------- 김성신 /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시 등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