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오 시장에게 39만7000여표를 던졌던 서초·강남·송파 3구에선 이번에 이보다 6만명 이상 많은 45만7500명이 투표장에 나왔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곳은 강남 중에서도 부호들이 모여 산다는 타워팰리스. 이곳의 최종 투표율은 무려 59.6%였다.
선거관리위원회와 투표소 실무관리를 맡은 도곡2동 주민센터에 따르면, 이곳의 투표율은 도곡동 전체 평균인 48.3%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근처의 도곡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주민 등이 이용하는 숙명여고 투표소의 50.1%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토록 많은 사람이 투표를 한 것일까.
해당 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워팰리스 투표소의 높은 투표율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곳의 투표율이 항상 높은 이유는 교육수준이 높고,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많이 모여 살며 정치적인 관심이 많은 사람이 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같은 강남 지역이라도 유흥업소가 모여 있는 논현1동의 경우 투표율이 20.2%에 불과했다. 역시 강남인 역삼1동은 19.6%로 서울 시내 구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금천구(20.2%)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타워팰리스의 투표율은 평소보다 높은 수준이다. 60%에 가까운 무상급식 투표율은 오 시장이 당선되던 지난해 지방선거 수준이었다고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정당 관계자는 이번 무상급식 투표가 좌·우 대립으로 치닫자 대한민국 보수의 대표라고 생각하는 타워팰리스 주민들이 우파적인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라고 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강남의 몰표 현상에 대해 강남사람들이 괜히 잘 사는 거 아니라며 그게 바로 계급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이념적인 면과 상관없는 이슈라 할지라도 정치권에서 좌·우 대립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많았고, 이번 선거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솔직히 강남지역에서는 오 시장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좌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분위기가 컸다.
한편, 다른 집단에 대한 폐쇄성도 높은 투표율의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됐다. 한 지역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등에 사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의 사회지도층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만큼 자신들의 생각도 뚜렷하다.
이번에도 그것 때문에 여러 가지 잡음이 생기기도 했다. 24일 선거를 준비하던 선거관리위원회와 선거 실무 관계자 중 일부는 타워팰리스를 드나들면서 불편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간혹 출입증을 놓아두고 오는 경우가 있는데, 외부인의 출입제한이 엄격한 타워팰리스 측에서 공무원의 출입을 두고 절차적으로 까다롭게 굴었다는 것이다.
평소 타워팰리스는 입주민을 방문한다는 목적이 뚜렷하고, 또 그 사실이 입주민 당사자에게 확인돼야 외부인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선거관련 공무원들의 출입도 엄격히 통제됐다. 한 관련 공무원은 원래 이런 절차가 있는 곳인 것을 알고 있고, 항상 존중하지만 공무원 중에 가끔 짜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생길 때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