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고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 바다와 같이 티브이 앞에 앉았다.
바다는 <무한도전>, <1박2일>에 이어 최근에 또 뜨고 있는 <패밀리가 떴다> 프로그램의 왕팬이다.
바다는 일찍부터 인기가 있던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에 푹 빠져서는 혼자 티브이를 보며 배꼽을 잡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면 우리 부부는 쟤가 왜 저렇게 배가 터지도록 웃을까하고 티브이 앞으로 가서 확인해 보면 우리가 보기엔 별것 아니었다.
인기 연예들이 나와서 저들끼리 시시덕거리며 장난치고 말장난하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 방송이 왜 인기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오늘은 바다와 같이 앉아서 왜 재미있는지를 직접 밝혀 봐야지 하고 결심을 굳게 하고는 티브이 앞에 앉았다.
아니나 다를까 여느 때처럼 저들끼리 잠자리 순서 정한다면서 가장 순진한 남자를 선발한다느니, 가장 애교 있는 여자를 선발한다느니 하기도 하고, 또 새벽에 일어나서 확성기를 돌리며 사람들 깨우는 장면을 보여 주기도 하는 등 게임을 곁들인 장난을 치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별 재미는 없었다.
물론 바다는 이런 순간에도 재미있어 죽겠다고 하하하, 허허허, 혹은 깔깔깔, 낄낄낄 거리며 정신을 놓고 있었다.
한참 프로그램 진도가 나가고 나서 이젠 밭으로 나가 양배추를 뽑는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이 항상 그렇듯이 본격적인 양배추 수확 장면은 보여주지 않고 저 멀리 봉화 청량산을 배경으로 들판에서 한판 럭비 게임을 하는 것을 또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오늘 어차피 바다와 같이 이 프로그램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은 상태라 웃을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두 편으로 나누어진 게임에서 밀고 밀리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나도 서서히 빨려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자 노익장을 과시하는 김수로, 여자 노익장을 과시하는 이효리, 그리고 설정이겠지만 공을 아무리 패스해 달라고 외쳐도 절대로 받지 못 하는 유재석 등, 이들이 노는 장면을 보니 정말 재미있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들 출연진들이 너무나 열심히 럭비 게임을 하다가 보니 그만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이천희라는 탤런트가 공을 잡고 수비선수들을 피해 요리조리 달려가다가 엄청 많은 가속도가 붙는 바람에 갑자기 밭둑 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바다와 나는 조마조마하게 진행되는 게임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언덕 밑으로 사라지는 -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났다 - 한 선수를 보고는 깜짝 놀람과 동시에 너무나 우스워서 그만 앉은 자리에서 데굴데굴 구르고 말았다.
이런 경우를 가지고 포복절도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정말 어울릴 것 같았다.
바다와 나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목청이 터져라 웃어재끼며 배를 잡고는 소파로 넘어지다가 혹은 바닥에 나뒹굴다가 하며 야단법석을 떨고 있었다.
티브이 화면에도 ‘앗, 갑자기 사람이 사라졌다’라는 커다란 자막까지 넣어 주며 반복해서 그 장면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카메라에 잡힌 이천희 탤런트를 보니 본인도 어이가 없었는지 망연자실한 상태로 언덕 덤불에 푹 빠져서는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었다.
바다와 나는 그 장면을 보고 또 한참 동안이나 죽으라고 웃고 있었다.
우리가 너무나 큰소리로, 그것도 온갖 동작을 다 해가면서 마음껏 웃고 있으니, 옆방에서 컴퓨터를 즐기고 있던 벗씨가 무슨 일인가 싶어 급히 달려와서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또 같이 깔깔대고 있었다.
‘아, 이래서 바다가 재미있어 하는 프로그램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고 말았다.
처음에는 미심쩍어 하면서 보기 시작한 <패밀리가 떴다> 프로그램에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깊숙이 빠져서는 폐인(?)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바다야, 앞으로는 꼭 이 프로그램 내하고 같이 보도록 하자.”
하하하.
2008년 9월 23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나도 때때로 보는 프로그램인데, 천데렐라가 김계모에게 엄청 시달리거든요. 각 연예인들마다 캐릭터를 설정해서 역할분담을 제대로 시키더라구요. 지금까지는 별로 싫증이 안나네요. 같은 공간에서 보지는 못하지만 웃으면서 즐겨 봅시다요
이 프로보면서 아들넘 얼굴 훔쳐보는기 제 취미입니다. 녀석이 바보같이 씩 웃는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