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134일째. 혜정과 준호의 아주 소심한 연애일기.
혜정의 일기
며칠째 서로 얼굴도 못 봤는데 오늘도 우린 각자의 일터에서 야근중이다.
밤늦게라도 잠깐 보자고 할까..? 며칠 못 보니까 보고 싶은데..
아 맞다! 준호도 스마트폰 생겼으니까 영상통화를 걸어볼까??
갑자기 얼굴뜨면 놀랄라나?
(통화음)
준호- 여보세요? 이게 뭐야??
혜정- 이준호~ 나 보여?
준호- 어~..사무실인데 갑자기 영상통화를 걸면 어떡해~후다닥 달려나왔잖아~
혜정- 거기 뒤 좀 한번 비춰봐 회사 맞나??
준호- 왜이래~ 자 봐~ 여긴 우리 복도. 여긴 우리 사무실 입구. 봤냐??
혜정- 농담한거야~ 그냥 얼굴 좀 볼라고 영상통화로 해봤어~ 잘보인다~
준호- 그러게~ 어우~ 다크써클까지 다 보이네~
혜정- 히히 재밌다. 요거 자주해야겠다~ 그럼 들어가서 또 열심히 일해~
준호- 알았어~(화면에 뽀뽀 시늉) 뽀~~
오~ 이거 괜찮은데? 감시할라고 그런건 아니지만..종종 감시하는데도 괜찮을거 같고.
화면에 대고 뽀뽀받는 기분도 나쁘지 않고~. 진작 해볼걸 그랬네~
넥타이를 풀어헤친 준호의 얼굴이 뿌연 휴대폰 화면속에서도 피곤해 보인다.
따뜻한 봄이 오면 둘 다 휴가를 내고 짧은 여행이라도 떠나버리고 싶은데..
아직 신입사원한텐 택도 없는 소리겠지? 자~ 일이나 하자~ 하루가 왜이리 기냐~~
준호의 일기
(통화음.)
혜정- (놀래서)여보세요? 깜짝이야~ 나 씻을라 그러는데 왜 갑자기 영상통화로 걸어~
준호- 올~~통화하면서 씻지 왜~
혜정- 됐네요~ 왜? 내가 쫌이따 걸게
준호- 어디. 집에 들어갔나 비춰바! 뻥치는거 아닌가
혜정- 뻥은 무슨 뻥을 쳐~ 자 봐라 봐. 욕실. 여기 변기! 다 보이냐?
준호- 음~익숙한 변기가 아닌거 같은데~?
혜정- 얘 왜이래~ 나 씻게 얼릉 끊어~
준호- 자기두 아까 막 의심했으면서~ 욕실 청소 좀 해라! 휴지랑 다 늘어놓지좀 말고~ 끊어~ 뿅~
ㅋㅋ깜짝 놀라는 거 봐라~ 지두 당해봐야 안다니깐.
아깐 정말 사무실에서 갑자기 영상이 뜨는데..죄지은 것도 없구만 어찌나 당황 스럽던지.
여자친구가 감시하냐고 다들 놀려대고 말이야~
걸려오는건 당황스러운데.. 내가 걸어봤더니 쪼꼼 재밌구만~ 놀려먹기 딱 좋은데?
(통화음)
준호- 어? 벌써 다 씻었어?
혜정- 어. 너야말로 집 맞나 확인해볼라고. 자 비춰바
준호- 아~진짜 왜이래~ 뻗어서 잘라 그러는구만~ 자! 침대. 저기 TV 보이지?
혜정- 내가 니 방을 안들어가봤으니..니방인지 알게 뭐야~ 확실하지?
준호- 아~ 야야 인제 영상통화 하지마. 절대금지! 나도안할게!
혜정- 왜? 난 찔리는거 없어 가끔 할거야~ 메롱~ 뿅~
(한숨)하~..........지금이야 장난이지만. 이거 생각할수록 깝깝하구만
나중에 혹시라도! 만~에하나. 살짝 거짓말하고 뭐좀 해볼라 그럴때도...
이거 들고 있다간 백프로 걸려들기 십상일거 같다.
음....다시 옛날 핸드폰으로 바꿀까??
영상통화 이거 진짜~ 아..별로다. 이런걸 누가 만들었지??
문명이 발달한다고 다 좋은게 아냐~ 이런걸 왜 만드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