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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살이 안성맞춤 원문보기 글쓴이: 웃는돌
점심을 먹고 호수를 따라 몽트뢰를 빠져나와 얼마를 달렸을까. 너른 주변이 좁아지고 산이 깊어진다. 점점 더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더니 길도 좁아지고 비가 눈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제 테쉬(Tasch)역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즈음 눈발이 굵어지더니 앞이 순간 어두워진다.
잠시 후 길은 눈으로 뒤덮여져 있고, 세상은 온통 하얀 눈 뿐이다. 9부 능선의 나무에만 살포시 내려 앉아있는 모습이고 보이는 것은 모두가 눈이다. 그 때까지도 나는 적어도 테쉬역까지는 15:00까지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마이가뜨...... 차가 휙 헛바퀴를 돌더니 살짝 돌아주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동차는 술에 취한 듯 좌우 비틀거리며 언덕길을 오르지 못하고 길길길 거린다.
오메 이를 어쩐다냐?? 겨우 겨우 언덕길을 힘겹게 올랐나 싶었는데, 이런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순간 온갖 수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친다. 그래, 내리막길에는 절대로 브레이크를 잡으면 끝장이다. 절대로 브레크를 잡아선 안된다고 주문을 해 보지만 순간 브레크에 발길이 옮겨진다. 그 순간 차는 기다렸다는 듯 또 다시 고개를 절래절래 좌우로 머릴 흔들어 주면서 날 혼내고 있다.
하나님, 부처님, 여보 .. 나 한번만 좀 살려줘요. 나 더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 더 잘 할게.^^,,, 그러다가 문득 여기서 나 이러면 안 되는데 싶었다.
정말 내 가슴은 완전 새가슴이 되었다. 무사고 10 수년, 영화 “타짜”에서 화투장을 쪼이듯 내 가슴이 이렇게 운전으로 쫄아 들기는 난생 처음이다. 완전 죽다가 살아난 느낌이다. 지금까지 그 일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심장 협심증세가 있어 내 몸이 정상이 아니다.
아직도 그 일을 생각을 하면 정말 끔찍하고 아찔하기만 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현지 사람으로 보이는 자동차는 열라 잘 달린다는 것이다.
우씨........... 나중에 확인 한 일인데, 죄다들 이곳 지리에 밝고 눈길에도 숙련이 되어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모두 스노우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름에도 폭설이 내려서 발길을 묶는다는 체르마트에 무슨 깡다구로 맨 발로 스텝을 밟았는지, 지금 생각을 하면 다만 무식이 용감할 따름이다.
구사일생 태쉬역에 주차를 하고 체르마트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는다. 체르마트에는 자동차가 갈 수 없다. 청정지역을 지키고 가꾸려는 스위스 정부의 방침이어서 전기로 가는 차들만 진입을 하고 운행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로 인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은근히 의심이 든다. 태쉬역에서 체르마트까지 기차로 10분 정도의 거리를 대략 5만원에서 6만원을 주어야 한다.
눈 천국이다. 지상에서 태어나 이렇게 맑고 흰 눈을 이토록 배터지게 보기는 처음이다. 그 풍치는 또 어떠한가? 그저 나는 황홀경에 빠져 금방 전 사색이 된 나는 없었다. 너무나 눈부신 광경에 내 혼을 빼고 있기를 잠시 체르마트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산통을 깬다. 좀 더 몸도 녹이고 분위기도 좀 살리고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
체르마트역을 빠져나와 몇 걸음을 옮겨 너덜너덜한 산악열차로 갈아탔다. 체르마트는 해발 1,620미터의 산악마을이다. 스위스에서 가장 청정한 지역의 작은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 현지 사람보다는 관광객이 머무는 사람이 더 많은 곳이다.
산악 열차에서 잠시 몸을 기대고 있으니 곧 출발을 할 모양이다. 덜컹 삐거덕 거리더니 굼뜨게 움직인다. 완전 느린보에 중고자동차를 탄 기분이다. 그런데 완전 슈퍼맨이다. 걸어서 옮기도 어렵게 급경사를 거침없이 똑 같은 보폭으로 잘도 올라간다.
잠시 후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체르마트 풍경이 눈 안에 가득해진다. 순간 내 입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에 놀라움의 탄성 우와... 입이 벌어지고 만다. 정말 대따 그 풍경은 죽음이다. 뭐라 표현 할 수 없는 풍경은 시간을 더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기차 길 양 옆에 우뚝 솟아 오른 침엽수림 사이로 스키어들이 스키를 타는 모습도 드문드문 보인다. 최고의 자연설과 최장의 슬로프를 즐기기 위한 발길은 겨울은 물론이고 여름 내내 이어진다고 한다.
16:05분, Riffeberg 역에서 내렸다. 이곳은 해발 2,582미터로 이글루(Iglu)체험을 위한 미팅 장소가 있는Riffeberg hotel이 있는 곳이다. 17:30분이 되니까 인명구조견 2마리를 앞세워 이글루 매너지가 나타나 설명을 듣고 그를 따라 17:45분 기차를 다시 타고 Rotenboden 역까지 한 정거장을 더 올라갔다. 해발 2,815미터다. 이글루 매니저는 잠시 역에서 내려 눈에 보이는 산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주의 사항을 전달한다.
우와.. 또 한 번의 탄성과 함께 셔터를 눌러 본다. 눈이 내리고 안개인지 구름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눈에 익은 마테호른(Matterhorn, 해발 4,478 m )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는 것이다. 감격과 감동의 그 기분은 그 누가 알리요. 잠시 그 시간만큼은 추위도 잊고, 두고 온 가족들 생각도 잠시 잊고, 자신이 누군지도 잊고 무아지경 그 자체다.
미국의 유명한 영화제작사인 파라마운트사 사장도 바로 저 마테호른에 푹 빠져서 회사 로고를 사용했다고 하지 않는가? 곁눈질로 마테호른을 잠시 잠깐 본 사람이라도 충분하게 동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글루 매니저를 따라 10여분을 걸으니까 눈 덮인 돔형의 이글루가 보인다. 마테호른을 본 흥분감을 이내 삭이지 못하고 있는 사이 나는 이글루 체험 장에 도착해있었다. 대략 15명 정도 함께 이글루 체험에 참가했다. 음, 이곳에서 오늘 내가 잠 잘 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순간 작은 걱정도 슬며시 생긴다. 그렇지만 또 하나의 생각 보따리에서는 작은 흥분과 새로움에 대한 흥미로움이 발동을 한다.
잠시 후 매니저는 얼음 테이블에 빙 둘러 앉아 있는 체험 일행에게 따뜻한 와인으로 손님 대접을 한 뒤 방을 배정하는 일과 하루 일정 등에 대한 소개를 한다. 그리고 퐁듀라는 것을 내온다. 전통 치즈를 불에 녹여 빵을 찍어먹는 것인데, 치즈 맛이 강하기도 하고 와인 맛이 나서 질펀하게 욕심내어 찍어 먹다가 낭패를 봤다. 나는 유럽 여행 중 가장 맛없는 저녁을 먹었다.
차가운 바람을 10여분 맞고 걸어서 들어온 얼음 동굴은 이제 살았다 라는 생각을 할 만큼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온기는 오간데 없고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기고 살아난 나에게 대하는 최소한의 예의가 이건 아니었다. 오늘 같은 날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도록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부어놓고 향기로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면 참 좋으련만, 처음의 흥미는 시간이 지날수록 후회로 뒤바뀌고 있었다.
길 잃은 사람이 추위에 떨며 잠을 자면 안돼! 이럼 죽는 거야 자지 마! 어느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는 대화, 그러나 나는 곧 잠에 푹 빠져들었다. 추위를 잊자고 마신 따뜻한 와인 한 잔과 생사를 넘나든 죽음을 건 운전으로 긴장은 날 깊은 잠의 세계로 던져 넣은 것이다. 저녁 7시 25분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노스페이스 침낭이 스트리포옴 매트리스 같은 곳 위에 펼쳐져 있다. 이글루 체험을 하면 발은커녕 양치질도 할 수 없어서 나는 그냥 그렇게 침낭에 몸을 쳐 박아 넣었다.
다음 날 아침 7시 40분, 12시간 동안 나는 없었다.
테쉬역에서 체르마트까지 운행되는 기차....
아주 깔끔하고 실내 분위기가 아주 아늑했다.
서로 마주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가 하면 이렇게 가족단위 혹은 단체 손님을 위한 공간도 설비되어 있다.
창가에는 체르마트 지도가 있는 간이 책상도 설치 되어 있다. 여행자를 위한 작은 배려가 엿 보인다.
창가에 스쳐 지나는 풍경은 그야말로 환상적인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은 죽을 고비를 넘긴 내 벌렁이는 심장을 충분히 다독이고 나는 풍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넘 아름다운 풍경들은 계속이어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셔터를 누르고 또 누르고, 손가락의 지문이 달아질 지경이었다.
기차에서 손을 내밀면 금방 닿을 것 같은 아름다운 설경들은 계속 이어진다.
일반 기차 철로와 다른 산악열차가 다니는 철로에는 가운데 하나의 톱니처럼 홈이 페인 체인 같은 철로가 더 있다.
이글루체험을 안내할 구조견과 매니저와 체험자들... 사진에 나오는 미국인 여자분은 울면서 이글루에 들어왔다. 기차에서 내려 15분 정도를 더 가야 이글루가 나오는, 힘이 들었나보다.
인명구조견에게 잠시 마테호른을 뒤로 사진을 찍자 하니 가만히 포즈를 취해 준다. 참 멋진 친구다...^^ 그 추위에도 얼마나 좋아라 눈밭을 헤집고 뛰어 다니는지....
날이 어두워지고 눈발이 날려 제대로 볼 수 없어 다음 날 이쁘게 한 장 찍어야지 하는 마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쏟아지는 눈 땜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아 그 흔적도 찾을 길이 없었다.
대 자연 앞에 한 없이 나약해 보이는 나...
이글루로 가는 길, 이미 날은 어두워지고 있다.
드뎌 이글루다. 여행 가이드북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다. 이글루 밖이 워낙 추워서 그런지 아주 아늑하고 훈훈했다. 그러나 잠시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도 역시나 호텔이 좋아 하는 생각이 절로 난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2-3도에서 영상의 기온 정도가 된다고 한다.
내가 묵은 1번 객실....
얼음 침대위에는 5센티 정도의 메트리스가 깔려 있고 그 위에 침낭이 놓여져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볼 일을 보기 위해서는 늘어져 있는 끈을 걸면 된다. 그러면 안에 손님이 있는 것으로 표시를 하게 된다.
눈 얼음으로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용변기가 설치되어 있다. 너무 차가워서 도저히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 엉덩이를 들어야만 한다. 오른 쪽에는 소변을 보는 구멍이 뚤어져 있다. 자연 방뇨가 되는 것이다.
아침이 되니 이렇게 눈이 내린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그렇게 눈이 쏟아지는데도 기차는 올라왔다. 기차 머리에는 대형 환풍기 같은 프로펠라와 브러쉬가 장착되었다.
그림 같은 스위스 체르마트,
언제 다시 꼭 만나길 소망해 보지만 절대로 여름에 만났으면 좋겠다.
또 한번 나는 죽음의 국경을 넘어야 했습니다.
다음은 밀라노와 피랜체 여행기를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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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다고 말로만 듣던 스위스...언젠간 가볼날이 있겠지요...다음 후기도 기대됩니다..
네.....지금 집에 오자마자 또 책상에 앉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터키 여행 전 여행기를 올리기가 영 쉽지 않네요. ^^ ,,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유럽은.언제쯤가면저렴하게갈수있은지요?좀알려주십시요.어느여행사를통하는것이가장좋은것인지요.가르켜주시면감사......
4월, 5월이 가장 저렴하게 여행 할 수 있을 겁니다. 유럽 여행에 있어 가장 비수기라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만 언제가 가장 저렴한지 보다는 어떻게 가는가?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떤 여행을 가는가, 그리고 어딜 가서 무얼 보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 여행사는 좀 답변이 그렇네요. 도움이 될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연락주세요. 메일이든 전화(011-9223-0443)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살아 왔으니 이 사진두 보지....
요거 참 재밌었겠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