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남편이 뜬금없이 한 말에 feel이 꽂혔습니다.
"양재역 10번 출구 근처에 단팥빵집이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야 살 수 있다는군."
단팥빵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내가 그 말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10번 출구에서 어느 정도 거리며 상호는 뭐래요?"
"몰라, 단팥빵집이겠지, 신문에서 읽었는데 그 이상은 모르겠어."
참 애매모호한 답변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직접 현장답사에 나섰습니다.
'근처에 가서 물어보면 알겠지, 그렇게나 유명한 빵집이라면...'
양재역 10번 출구로 나오니 생각한 그런 빵집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박스형 노점상을 하고 있는 할머님께 정중하게 여쭤보았습니다.
"일루 쭈~욱 내려가면 나온대유."
할머님은 자기네 손님인 줄 반색을 했다가 길을 묻는 나에게 적잖이 실망한 기색을 보이셨습니다.
일루 쭈~욱이란 표현과 함께 얼굴을 돌리신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서초구청, 양재고등학고, 국립외교원, 외교센터...
할머님이 가리켜 주신 방향엔 관청만 줄지어 있고 빵 가게 같은 곳은 있을 수가 없는 길이었습니다.
매스컴을 탔으니 10번 출구 바로 앞에 계신 할머님께서 단팥빵집을 묻는 사람이 나 말고도 얼마나 더 많았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모르신다고 하실 일이지 잘 못 가르쳐 주어서 헛걸음을 시키다니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외교센터에서 대로를 건너 햇쌀마루 빵집에서 앙금빵을 6개 샀습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통단팥빵은 이미 다 팔렸다며 없었습니다.
다시 길을 건너 10번 출구 앞 카페 문을 열고 주인 아주머님께 유명 단팥빵집이 어디냐고 정중하게 물었습니다.
"지하에 단팥빵집이 하나 있어요."
다시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양재역 지하는 신분당선이 개통되면서 역사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넓고 가게도 많습니다.
계속 앞으로 걸어가다 드디어 발견했습니다.
기차역이나 공항에서 줄을 서는 사람들을 정리하기 위해 'ㄹ' 자로 해놓은 줄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로 넘쳤습니다.


쌀로 만든 빵을 싼 봉지를 들고 나도 제일 뒤에 가서 줄을 섰습니다.


웰빙빵이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쌀로 만든 햇쌀마루 앙금빵

서울연인 단팥빵, 호두통단팥빵, 고구마앙금빵 두 가지밖에 없다기에 우선 두 개씩 4개를 샀습니다.
다른 빵들은 1 시간 이상 기다려야 나온다고 했습니다.

왼쪽 작은 것이 서울연인 단팥빵 90g이고, 오른쪽 큰 것이 햇쌀마루 앙금빵 140g입니다.
작은 빵 4개와 큰 빵 6개 값이 7200원으로 같습니다.
두 가지 다 많이 달지 않아 맛있습니다.
앞으로 어느 것을 사 먹을 건지는 좀 더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두 가지가 각각 개성이 다르니까요.
매스컴의 힘이 위대합니다.
첫댓글 옥덕씨 줄 뒤에 서서 얼마나 기다려서 빵 샀어요
나도 한번 가서 사고 싶은데 인내력이 없어서 너무 기다리면 금방 포기하는 성격이라


한 시간쯤 기다렸을 겁니다.
나중엔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오기로 버텼습니다.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빵을 굽는 시간이 더디고...
계산 먼저 하고 또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사고싶은 빵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더 기다리지 않고 나와 있는 빵 두 가지만 사왔는데, 가장 맛이 없는 거라 남았던 모양입니다.
값도 만만치 않은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 양재역 가면 한번 사 먹어봐야겠네요.
사진 까지 올려주어 잘 봤어요.
크기는 작은데 비해 값이 엄청 비싸더군요.
매스컴을 타서 군중심리가 작용한 듯, 모두 호기심에 기다리고 섰더라군요.
먹어본 사람이 다시 사러온 사람은 없는 듯 했어요.
원래 매스컴 타면 음식점이나 빵집이나 줄을 섭니다. 그런데 음식점에 줄서본 일은
있는데 먹어보고 실망한 적이 있었어요. 빵은 어떤지 모르지만....
매스컴 타는 음식점엔 절대로 안 간다는 음식 전문가의 말씀이,
라지니까요."
"손님이 많이 몰려오면 초심을 잃고 맛이
맞는 말이지요.
빵도 잠시 반짝 호기심으로 저런 현상 아닐까요
본래 줄 선다고 하면 호기심이 발동하여 머리속에 인증샷이 찍힙니다

소문 난 집도 한두번이지 또 사람 미각은 가지 가지라 그 나름대로 맛은 다 있는것 같에요.
요즘은 그런 소문에 무심해젔습니다.
단팥빵을 좋아하다보니, 어쩌다 호기심에서 줄까지 섰는데,
너무 비싸고 맛은 그저 그렇고... 두 번 다시 줄 설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