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 4~5시에 자다가 어제는 오랜만에 밤 10시에 취침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날씨도 보고 하다보니 오늘 밤부터 집중호우가 쏟아진다는 무시무시한 예보가 있더군요. 거기에 탐어기를 읽어보니 안빠져 죽으면서 고기를 잡을 수는 있는 정도의 수량이다 싶어 충동적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수술부위에 물이 묻으면 안되기도 하지만 걸어다닐 때마다 아파서 제대로 된 탐어를 할 생각은 못하고 물가에서 족대질만 찌그려보고(?) 오기로 하고 출발했습니다. 탐어라고 하기는 좀 그렇고 답사 정도로 보면 적당할 것 같네요. 가서 7종만 겨우 보고 사진 찍은건 5종이 다네요.
이번에 제가 정한 장소는 제가 가장 많이 탐어를 다녔던 장소이고 10년만에 처음 가는 왕숙천 중류입니다. 바로 근처에 밭이 있어서 주말마다 고구마, 고추, 옥수수 등도 따던 추억과 함께 아련히 남아있는 곳인데요. 사진의 보 위에서는 정말 다양한 어종을 잡은 기억이 있습니다. 떡납줄갱이,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피라미, 참마자, 돌고기, 끄리, 붕어, 잉어, 메기, 동자개, 중고기, 얼룩동사리, 모래무지 등등...
오늘은 그런 녀석들까지 잡으러 장마철 보 위를 다니는 위험한 짓은 자제하기로 했구요. 카메라들고 저 보를 건너기도 찜찜하고 해서... 고요한 곳에서 치어들이나 떠보고 줄새우나 납씨 어종이 있으면 좀 데려오려는 요량으로 가보았습니다.
10년 전과 보 자체는 변한게 없지만 주변 풍광은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나무도 엄청 자라고 풀과 뻘 때문에 접근이 더욱 힘들어져 있었지요. 물도 탁하고 주변에 축사가 많아서 분변 냄새도 꽤나 나는 곳입니다. 처음에는 옛날에 내가 어떻게 여기서 고기잡이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주위에 있는 왕숙천에 합수되는 지류. 버들치, 피라미, 미꾸리, 참종개가 관찰되던 곳입니다. 오늘은 피라미와 참종개만 관찰했습니다. 참종개는 3~4cm가량의 치어가 꽤 많았는데 족대로 채집이 불가능하더군요. 족대와 새우망, 다리를 씻기 위해 미리 점지해둔 곳입니다.
보 아래 여울 가장자리의 유속이 약한 곳을 탐색해 보았습니다. 물살이 무섭기도 하거니와 수심이 깊은 곳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가장자리에서 소심하게... 수초 지대에서는 갈색 덩어리와 물컹미끈거리는 괴물체들이 많았습니다. 다른 곳의 갈색 물체에서는 이끼 냄새만 나는데 이곳에서는 배설물의 냄새가... 찜찜함의 극치를 달리더군요. 본류 자체는 맑아보입니다만, 장마철의 일시적인 현상인 것 같습니다.
유제품은 어쩔 수 없이 보존성 때문에 수도권 근처에서 생산할 수 밖에 없지요. 하지만 그 때문에 남양주시 왕숙천 유역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축사들에 의한 오염은 개선될 여지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얼룩동사리입니다.
무시무시...하지는 않고 앙증맞은 이빨이...
배가 빵빵합니다. 주위에 아주 많은 수의 마자, 몰개류 치어가 서식해서 포식을 하는 것 같습니다.
돌을 들추면 어김없이 나오는 돌고기.
한강에서도 그랬지만 더러운 곳에 사는 돌고기를 보면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구들은 아주 청정구역에 살고 있는데...
몰개류 치어. 사진으로 옆줄 위 비늘 수를 세보니 긴몰개로 동정됩니다.
이 녀석도 동정 결과 긴몰개로... 옛날에는 분명히 보지 못했던 녀석들인데, 채집 방법의 문제였는지, 동정 능력의 문제였는지, 환경 변화로 인한 건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확인 방법이 없네요.
참붕어 치어. 은은하게 노란 빛을 띄고 있습니다. 물가의 얕은 곳의 바닥 근처를 유영하고 있습니다.
10년 전에는 이곳에서는 기를 쓰고 찾아도 못보던 녀석들이 쉽게 잡히네요.
참마자 치어. 아주 다수가 나왔습니다.
예상 밖으로 매우 흔한 일반종인 참마자... 성어는 족대로 잡기가 쉽지 않네요.
대충 바닥 흝고 들면 이 녀석들이 10마리 이상씩은 나옵니다. 현장에서 동정하기 힘들고 누치가 있을지 모른다 싶어 무작위로 몇 마리 찍어 왔는데 전부 참마자네요.
아주 어린 얼룩동사리 치어. 얼룩동사리를 잡을 때마다 단 한 녀석도 배가 빵빵하지 않은 녀석을 못봤습니다.
왜매치 치어도 아주 흔했지만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비가 온다 그래서 굉장히 서둘렀는데 계속 흐리기만하고 비는 오지 않더군요. 여울 가장자리에서 잡은 줄새우 한 마리를 놓쳐서 보 위도 가봤다가 다시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보 위에서 수초 지대를 몇 분 쯤 뒤적거렸습니다. 주변이 깊어서 기대하던 각시붕어, 흰줄납줄개, 떡납줄갱이 채집은 포기하고 줄새우 한 마리가 나와줘서 얼른 철수하면서 검정말, 붕어마름 몇 촉 채집해왔습니다.
하도 지저분해서 그 근처에서 카메라 만질 엄두는 도저히 안나서 사진은 못찍었고 입수 후에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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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천에는 쉬리가 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어딘가 꼭꼭 숨어서 살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탐어기 잘봤습니다. 왕숙천에서도 새로운 생명들이 많이 나와 있군요~.
열악하게 느껴지는 곳이지만 이곳에 잘 적응하여 아주 번성하는 녀석들이 많아서 종은 부족한 듯 하지만 개체 수는 많은 것 같아요. 비교적 잘 보존된 조종천이 부러울 뿐이지요 ^^;
음.. 몇일전 다녀온 왕숙천.. 정말 수질... 오우... 즈질이었습니다.. 악취도 상당히 많이 나고 수면에 거품도 상당히 많이 발생되더군요.. 그래도 참... 신기한점은... 어종은 정말 다양하다는거..^^;; 예전처럼 깨끗한 자연환경으로 하루빨리 복원되었음 하는 바램이 생깁니다..
하천이 커서인지, 중하류 환경이 오염이 심해서 인간들에게 아직 미개척 분야이어서인지 다양한 종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20여년전에는 왕숙천에 피래미와 붕어 정말 많이 살았습니다. 투망치는 사람도 흔하게 봤었는데... 안가본지 20년이 넘었네요 빙그레공장이 있었고했는데 ...
빙그레 공장은 아마 지금도 있을꺼예요. 아직까진 왕숙천엔 피래미와 붕어, 투망치는 사람은 흔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왕숙천 님의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새우가 참 귀엽네요.
흐흐흐(?) 감사합니다 ^^
왕숙천, 아무 것도 없을 것 같던데...서울 주변의 냇물들이 들어가보고 싶을 만큼 맑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바지장화가 있으시다면 도전해보세요. 생각보다 굉장히 다양한 녀석들을 만나실 수 있답니다.
긴몰개... 한때 귀중함을 모르고 그냥 집에 가져오지 않았던 그 물고기... 지금 보니 너무 귀엽네요.
소형종이고, 피라미처럼 유영이 활발하지도 않고, 적응 능력도 강하고, 난이도도 쉬워서 어항에서 기르기에는 아주 적합한 녀석인 것 같습니다.
참마자 치어가 아주 예쁩니다. 왕숙천님의 왕숙천 탐어기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
안녕하세요.왕숙천님!!! 탐어기 잘보았습니다...^^ 15년전 진접읍 진벌리에서 군대생활을 해서 왕숙천을보니 옛날생각이많이나네요... 그당시 진벌리에는 반딧불이가 많았는데.....다시한번 가보고싶습니다.................^^
진벌리에 있는 부대에 계셨나보네요~ 요즘에도 진접읍 쪽에 반딧불이가 많이 보인답니다^^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인가 보네요. 광릉이나 장현 근처도 조만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
옛날모습은 사라지고 없을줄 알았는데 아직 반딧불이가 있다니 정말반가운소식입니다. 그때 보초서다가 난생처음 반딧불이를보고 깜짝놀랬던기억이납니다...^^ 장현 위쪽은 물이맑다고하니 꼭다시한번 가겠습니다.. 좋은소식 감사드립니다....^^
장현,광릉내,내촌탐어기도 기대하고있겠습니다........^^
닉네임 답게 왕숙천의 멋을 잘 보여주시네요 ㅎㅎ
제게만 멋있게 보이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군요 ㅎㅎ;
왕숙천에서 쉬리는 살기 힘들듯싶네요..ㅎ 좋은탐어기 잘봤답니다..다만 지금 비가 이상하게 와서 겁이나서 탐어를 못떠나겠어요.ㅎ
쉬리도 참갈겨니도 보기가 쉽지 않네요. 상류 어딘가에는 살고 있을까요? 비가 많이 오니 당분간은 무리겠지요 ㅠㅠ 시간은 많은데 날씨가 안따라주네요.
몇몇 분들의 탐어기는 베스트셀러 다음편 기다리듯이 정말 재미있고 즐겁게 읽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왕숙천님께서 올리시는 탐어기의 휀입니다. 언제나 훈훈함이 느껴지는 탐어기인것 같습니다. 이번엔 혼자 가셨나 보네요? (^ ^ )a
여친님을 데려가기에는 리스크가 큰 곳이라서 ㅋㅋ;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으시긴 하지만 센스 넘치는 물고기선생님의 글이 요새는 뜸해져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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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에 묻고나니 버스 안에서도 냄새가 나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요 ㅠㅠ
탐어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글입니다. 분뇨 증거를 확보할 수 있나요?
특별한 증거를 찾지는 않았지만 모두 정화조 처리하지는 않는다면 모든 땅을 적시고 내려오는 비를 피하기는 힘들겠지요. 야채가 썩는 곳도 많고... 환경이 안좋더라구요.
여친님을 데려가기에는 리스크가 큰 곳이라는 말이 재밌네요. 아줌마가 되면 더 데려가기 힘들겁니다. 애들을 데려가면 그래도 막지는 않으니 그것도 고마워요.
전 지금은 믿기지 않지만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도 유빈아빠님과 부인분께서는 정말 좋은 마음씨를 가지고 계신다는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