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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16
#1. 기루의 방
최영이 칼을 뿌려 덕흥의 목을 겨눈다.
최영 : 너 대체 뭐냐.
덕흥 : 날이 밝으려면 아직 멀었으니 천천히 얘기 나누면 되지 않겠나.
아니면 해독제를 포기하고 자네 주상께 달려갈 생각이신가.
#2. 궁의 일각
충석을 비롯한 우달치들이 공민을 감싸서 이동하고 있다. 그 공민의 얼굴.
#3. 주막의 방
최영이 만들어준 이불벽에 기대 앉아 있던 은수가 정신을 놓으며 옆으로 스르르 무너진다.
저쪽에서 해독향을 피우던 더기가 놀라 돌아본다.
옆으로 쓰러진 은수의 입가에 가느다랗게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4. 기루의 방
최영이 칼을 돌려 검집에 넣으며 큰소리로.
최영 : 대만아.
기다렸다는 듯 창문으로 튀어드는 대만.
최영 : (지시는 대만에게 하지만 시선은 똑바로 덕흥에게) 궁으로 가서 우달치들에게 전해.
전하와 왕비님을 모시고. 무조건 궁 밖으로 탈출한다.
대만 : 도망칩니까?
최영 : 버티고 반격이고 다 필요없고. 무조건 도망쳐. 궁은 잠시 내주라고 해.
대만 : 알겠습니다.
대만이 튀어나간다.
최영이 덕흥의 앞 탁자에 검을 찍어 짚고 앉아있는 덕흥을 내려다보며.
최영 : 이제 알았다. 니가 어떤 놈인지.
덕흥 : (미소) 세 번째 해독제를 줄 때에는 이 조건을 내걸어야겠군.
왕족을 대할 때는 그에 걸맞는 언행의 예를 갖추라.
최영 : 너, 가진 거라곤 세치 혀밖에 없지. 심지어 머리도 나빠.
덕흥 : (웃는)
최영 : 적어도 나하고 싸우려면 부원군에게는 충실하게 붙었어야지.
덕흥 : 걱정 말게. 신뢰같은 건 얼마든지 다시 만들 수 있으니까.
최영 : 이제부터 난 궁으로 간다.
덕흥 : 너의 그 여인은 어쩌고. 죽는다니까. 때를 놓치면.
최영 : 밖에 있냐.
문이 열리며 지호와 시울이 뛰어든다.
최영 : 이 자에게 해독제를 받아서 의선께 가. 지금 바로 줄 거니까.
덕흥 : 내가? 왜. (억지로 웃는데)
최영 : 의선께 무슨 일이 생기면 너한텐 아무 패도 남지 않으니까.
나를 상대하든. 부원군을 상대하든.
덕흥 : ..
최영 : 말했잖아. 이제 니가 어떤 놈인지 알았다고.
너한텐 목숨 내놓을 배짱 같은 거 없어. ... 지호야.
지호 : 어.
최영 : 해독제, 없다면 죽여.
지호 : 그래.
최영이 그대로 미련없이 나가버린다.
덕흥.. 난감한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다.
지호와 시울이 덕흥의 양쪽으로 밀착해 선다.
#5. 기루 대문 / 밤
최영이 나오다가 멈춰선다. 도박을 하고 나왔으나 불안하다. 기루 쪽을 돌아본다.
#6. 기루 방
덕흥이 웃더니 옆에 선 시울을 본다. 시울이 머.. 해서 마주 보는데.
덕흥이 손을 뻗어 시울이 안고 있는 활을 쓰다듬는다. 시울이 질색을 해서 뒤로 물러서는데.
덕흥이 손을 펴보인다. 그 손에 올려져 있는 해독제.
옆에서 보던 지호가 나꿔채 잡더니 손가락을 입에 대고 빼액 분다.
#7. 기루 대문 앞 / 밤
들리는 시울의 휘파람 소리.
최영이 그 소리를 듣고 안심하더니 달리기 시작한다.
#8. 궁 내부 일각 1 / 밤
회랑 하나를 막고 서있는 세명의 우달치. 그 중에는 주석. 각자 검을 빼들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앞을 보면서..
주석 : 엄청 많이두 몰려오네.
우달치1 : 오라 그래.
주석 : 지나가지만 못하게 하면 되는 거지?
그 앞으로 몰려드는 금군들. 세명이 막아 싸운다. 상대가 워낙 많지만 끝까지 버틴다.
우달치의 하나가 찔린다. 질려 쓰러지면서도 자기 옆을 지나가려는 금군을 악착같이 막아 벤다.
또 다른 금군이 그 우달치에게 검을 꽂아 넣는다.
#9. 궁 내부 일각 2 / 밤
우달치에게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는 공민. 환관은 도치만 따르고 있다.
우달치는 충석 덕만 등을 포함 여섯명 정도.
앞에서 퇴로를 확보한 돌배와 세명의 우달치가 달려온다. 잔뜩 전투를 치룬 헝크러진 모습.
돌배 : 곤성전까지는 막혔습니다. 도저히 갈 수가 없습니다.
공민이 돌배가 들고 있는 검을 보았다. 그 검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공민이 멈추더니.
공민 : 왕비는 어찌하고 계신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충석 : 전하. 금군 중에 몇이나 반역에 가담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우달치는 칠십명도 안됩니다.
그러니 일단은 피하는 것이...
하는데 뒤에서 달려오는 금군들.
덕만이 칼을 빼어 금군을 향하며.
덕만 : 먼저 가십쇼.
두명의 우달치가 덕만의 양쪽으로 붙는다.
충석 : 집현당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공민을 밀다시피 달린다. 돌배가 앞을 맡아 달린다.
공민이 밀려가며 뒤를 돌아본다. 몰려들어오는 금군을 맞아서 싸우는 덕만과 우달치들.
덕만이 창을 가로로 세워 세명의 금군을 한꺼번에 밀어내고 있다.
우달치 하나가 금군을 벤다. 그 튀는 피.
#10. 성벽 위
우달치 두명이 금군들에게 밀리고 있다.
이미 두어명의 금군이 죽어있지만. 공격해오는 금군이 숫자가 더 많다.
그 때 뒤에서 또 몇 명의 금군이 달려든다.
앞뒤로 공격을 받는 순간. 들어선 대만이 뒤를 맡는다. 둘을 쓰러뜨리며 소리지른다.
대만 : 대장이 말씀했어. 도망쳐.
#11. 성벽 다른 곳
대만이 달리며 호각을 불어대고 있다. 길게 짧게 길게 짧게.
#12. 궁 내부 일각 1
주석과 다른 우달치가 아직 버티고 있다. 그 앞으로 그들이 벤 금군이 몇이나 쓰러져 있다.
지친 주석이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다가 옆구리를 베인다. 비틀하는데.
들리는 대만의 호각소리. 비익 빅 비익 빅.
주석 : 들었냐.
우달치 : 들었지.
주석 : 그럼 여기까지.
주석과 우달치가 일제히 공격해서 앞의 금군들을 두어걸음 뒷걸음질치게 하더니 일제히 돌아서 달린다.
#13. 궁내부 일각 2
덕만과 다른 우달치들이 싸우며 듣는다. 호각소리.
덕만 : (검을 휘두르며) 좋았어. 튀랜다.
뒷걸음질치며 도망치려는데. 옆의 우달치가 찔리며 비틀한다.
덕만이 그를 채어잡고 달리려는데. 순간 날아온 화살 하나가 그 우달치의 등에 박힌다.
덕만이 돌아본다. 저쪽에서 활을 재어 쏘는 궁수 몇 명.
덕만. 젠장하여 달린다. 달리는 어깨에 와서 박히는 화살. 비틀하지만 움켜쥐고 그대로 달린다.
#14. 궁 외부 일각
돌배와 충석이 달리며 앞에 걸리는 금군을 벤다.
돌배와 다른 우달치들은 계속 앞으로 가며 길을 열고 충석이 뒤의 공민에게 달려와.
충석 : 서후문 쪽으로 가겠습니다.
공민 : 궁을 버리잔 얘긴가. 왕비를 버리고 나만 나가잔 얘기야.
충석 : 전하. 대장의 신호입니다. 도망쳐라. 살아있어야 반격할 수 있다.
도치 : 왕비마마껜 무각시들이 있습니다. 최상궁이라면 벌써 안전한 곳을 찾았을 것입니다.
공민이 다시 한번 궁 쪽을 돌아본다.
앞에서 돌배가 또 한명의 금군을 찌르고 발로 차서 칼을 빼며.
돌배 : 전하 이쪽입니다.
#15. 궁 후문 쪽 / 밤
앞장 선 무각시 둘이 막으러 달려오던 금군을 베어낸다.
그 뒤에 노국을 모시고 오는 최상궁과 무각시 몇명 더. 그러나 그들이 멈춘다.
앞에서 길을 열던 무각시 둘도 멈추고 뒷걸음질을 친다.
금군들이 우루루 달려오고 있다. 너무 많다.
최상궁이 노국의 앞을 막으며 칼을 빼들다가. 어. 막으며 달려오던 금군들 뒤에서부터 움직임이 이상하다.
금군들이 죄다 뒤돌아서 싸우기 시작한다.
그 뒤에서부터 금군을 하나씩 해치우며 다가오는 최영.
노국의 얼굴이 활짝 핀다.
싸우며 오다가 한쪽을 보는 최영. 옆의 금군의 칼을 빼앗더니 던진다.
저만치 위에서 활을 쏘려던 자가 칼에 맞는다.
최영 : 길을 열겠습니다.
노국을 호위하며 다시 오던 길을 간다. 무각시들이 그와 함께 싸우며 길을 연다.
노국 : 전하께서는.
최영 : 궁 내에선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나가신 듯 합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노국의 옷깃을 잡아당겨 자기 뒤로 숨게 하면서 앞의 적을 공격한다.
옆에서 최상궁이 또 하나의 적을 베었다.
#16. 궁의 회랑
일신이 초조해서 미칠 듯이 돼서 옆에 늘어선 금군 장교들 중의 하나를 잡아 흔들며.
일신 : 도망가시다니. 어떻게! 내가 오백이나 되는 금군을 따로 떼어 주었는데.
주상을 지키라고 주었는데. 어디 가지만 못하시게! 그냥 계시게만 하라고!
# 17. 편전
익재를 비롯한 중신들이 더러 이야기하고 있거나, 몇은 지쳐서 기대앉아 자고 있다.
익재가 돌아보면 들어서고 있는 일신.
익재 : 이보시오 찬성사.
그 말에 모두, 자던 이도 깨어 일신을 본다.
익재 : 조정의 중신들을 모두 편전에 몰아놓고 밤새 잡아두고 있다니 대체 이게 뭐하자는 짓이오.
일신 : 그게 말씀입니다.
목은 : 전하께선 어디 계십니까. 전하께서 급히 우리를 부르신다 하지 않았습니까.
일신 : (빳빳이 고개를 세우더니) 간밤.. 우리 금군 일천오백명은 덕성부원군 기철의 집을 습격하였습니다.
다들 놀라서.. 뭐요? 우리도 모르게 어찌.. 이게 무슨 얘기야. 웅성웅성.
일신 : 에..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바..
하는데 입구에서 뛰어드는 금군.
금군 : 큰일났습니다. 지금 부원군네 사병이 궁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일신 : .. 뭐?
익재 : 우리 금군은 어디 있고.
금군 : 부원군 집에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일신 : 그럴 리가 없다. 부원군의 사병이 궁으로 올 리가 없어.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고 했다. 덕흥군 마마의 말씀이..
덕흥소리 : 전하께서는 어디 계신가.
들어서는 덕흥. 익재 등이 돌아본다.
일신 : (반가워서) 덕흥군 마마.
덕흥 : (일신 쪽으로 가며) 전하께서는?
일신 : 궁에 안계십니다.
덕흥 : (보는)
일신 : (남들 눈치보며 고개 젓는다. 놓쳤다고)
덕흥소리 : 어찌 그리했는가. 대체 어쩌자고.
일신 : .. 예?
덕흥 : (익재 등에게) 찬성사께서 나를 찾아와 그리 말을 합디다.
이번 옥새 사건에서 드러난 바. 우리 주상의 정신이 온전치가 않으시다.
(일신에게) 그러셨지요?
일신 : .. 제가....
덕흥 : (한편이라는 미소)
일신 : 예. 그리 말씀 올렸지요. 그게..
덕흥 : 원에서 준 옥새를 버리고 새 옥새를 쓰겠다하니. 이것은 원으로 하여금 침공의 빌미를 주는 것이다.
이러다 곧 가엾은 백성들이 전쟁의 도탄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일신 : 그렇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덕흥 : 그러니 나라가 더 위급해지기 전에 친원파인 기철을 치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주상은 바꾸자.
일신 : .. 예.. 예?
익재 : (놀라서) 왕을 바꿔요?
덕흥 : (일신에게) 나를 왕으로 옹립하겠다 하셨지?
일신 : 그것은.. (어찌 대답해야할지 몰라 주위의 눈치를 보는)
덕흥 : 대고려의 안녕을 위해서라고.
일신 : 물론 신이 말하고 행하는 모든 것은 고려를 위해섭니다.
덕흥 : 잘못 생각했네. 개경 안에서 적도 아니고 아군끼리 전투를 벌이고 생명을 잃게 하는 게
고려를 위해서인가.
일신 : (뭔가 이상하다) 덕흥군 마마.
덕흥 : 그래서 내가 대답했습니다. 제아무리 모자란 왕이라도 그에 대한 반역의 값은 목숨.
내 조카. 우리의 주상을 능멸한 죄.
(옆의 금군이 차고 있던 검을 두손으로 스윽 빼더니 그대로 일신의 가슴에 찔러 넣는다)
일신이 믿지 못하여 본다. 익재 등이 놀라서 본다.
일신이 뭔가 말을 하려고 손을 뻗지만. 울컥 피를 토한다.
덕흥은 찔러놓고 진저리를 치며 뒤로 물러서서 자기의 손이나 옷에 피가 튀지 않았는지 살핀다.
소매자락에서 비단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으며 익재네로 다가선다.
저도 모르게 움찔..물러서는 중신들.
덕흥 : 덕성부원군이 분노하여 사병을 이끌고 궁을 포위했다는데.. 별 묘책들 없으시지요?
그럼 내가 저 시신을 내어주고 분을 가라앉혀 보겠습니다.
(이젠 뒤쪽에 있던 환관에게) 주상께서 궁에 없으신 게 확실한가.
환관 : 아니 계십니다.
덕흥 : 아무리 두려우시다하나.. 주상께서 제일 먼저 궁을 버리고 도주를 하시면 어쩌자는 것인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젓는다.
익재와 목은 등이 서로 시선을 교환한다. 심히 수상하나 뭐라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다.
그들 앞에 일신의 시신이 엎어져 있어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18. 주막 방 / 낮
잠들어 있는 은수. 그 옆에는 덕흥에게서 받은 해독제 병과 향들. 약사발 등이 놓여져 있다.
은수가 잠에서 깨어난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몸을 일으켜 앉는다. 두 손을 움직여 본다. 잘 움직인다.
(외과의사로서의 자신의 손을 점검해보는 느낌) 좀 안심이 되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남자들의 대답소리. 그리 크지는 않게. 예 알겠습니다.
은수가 의아해서 침상에서 내려온다.
#19. 주막 방문 앞 복도
은수가 문을 열고 나선다. 천천히 복도를 걸어간다.
#20. 주막 홀 앞 복도
다가선 은수가 멈춰서 엿본다. 열려진 문, 혹은 창문 안으로 보이는 홀 내부.
덕만 대만 포함. 노국의 쪽에 있던 우달치들과 수리방 아이들이 둘러서거나 앉아있는데.
그 중앙에서 최영이 말하고 있다.
최영 : 아마 개경에서 나가진 못하셨을 거야. 전하께서도 우릴 찾고 있을 것이니
새김신호를 골목마다 넣고. 혹시 그쪽에서 남긴 거 찾고.
우달치들 : 예.
최영 : 점식.
점식 : 예.
최영 : 궁에서 나온 우달치들 규합하는 거 니가 맡고.
점식 : 예.
최영 : 덕만이.
덕만 : 예.
최영 : 움직일 수 있겠냐.
덕만 : 좀 아픕니다. (하다가 최영에게 얻어맞고)
최영 : 그르게 화살은 왜 맞구 다녀.
은수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최영을 엿보며 좀 웃기도 하면서.
그러다 잘 보니 옆에 있는 덕만이 상의를 반만 걸치고 있다. 어깨에 부상을 입은 듯. 대충 처맨 천.
#21. 주막 홀
최영 : 수리방은 중신들이 궁에서 나오는대로 좀 붙어주라. 그자들 반응을 알아야겠어.
하며 지호 시울네를 보는데. 그들은 입구 쪽을 보고 있다.
최영이 돌아보면 은수가 들어오고 있다.
그 새 머리를 묶어 올리고. 약이나 붕대 등을 넣었던 보따리를 안고.
은수 : 아 죄송. 계속하세요.
최영 : (놀라서 다가서며) 뭐합니까. 누워있지 않고.
은수 : 허리가 아파서. 내가 누구하고 달라서 오래 자는 거 잘 못해요.
(자리 잡고 앉으며 보따리를 풀어 제쳐놓으며) 부상 당하신 분. 하나씩 앞에 와 앉아봐요.
거기 덕만씨부터.
최영 : 이봐요.
은수 : 회의하던 거 계속하시라구요. 방해 안할게.
덕만이 최영의 눈치를 보며 은수의 앞에 앉는다.
은수 : 어디 봐요.
덕만 : (최영의 눈치를 보며 걸쳤던 상의를 벗어 내린다)
은수 : (덮어놓은 천을 거둬내 보며) 뭐에 찔린 거에요?
덕만 : 화살입니다.
은수 : 그걸 그냥 뺐어요?
덕만 : 예.
은수가 못마땅해하며 덕만의 상처에 장빈표소독약을 뿌려주며.
은수 : 이거 주변 살 찢긴 거 봐. 이러다 신경다치면 어쩌려구. 먼저 살펴보고 봉합 좀 해줄게요.
은수가 벗은 덕만의 어깨를 만지며 닦아주는 동안. 모두 조용히 은수와 최영을 구경하고 있다.
도대체 맘에 안들어서 보던 최영이 으이그. 해서 그냥 나간다.
그제서야 여기저기서 자기의 상처를 드러내며 덕만의 앞쪽으로 줄줄이 자리를 잡는 이들.
#22. 홀 앞 복도
나온 최영이 아까 은수가 섰던 자리에서 잠깐 멈춰 안을 본다.
은수에게 치료를 받겠다고 자리 싸움을 하고 있는 우달치들.
그 가운데 은수가 상처 치료에 집중을 하고 있다.
최영이 고개를 돌린다. 만보가 다가서며.
만보 : 기철이네 사병들이 궁을 포위하고 계속 위세중이라는데.
최영 : 덕흥군이 분명히 궁으로 들어갔다 했지요?
만보 : 새벽 일찍.
최영 : 그 자가 금군을 움직이고 있는 거 맞고?
만보 : 기철네 집으로 간 금군을 불러들인 게 덕흥이라니까.
최영 : 둘이.. 거래를 시작했겠네.
#23. 궁 내부 공민 집무실
덕흥이 공민의 집무실을 이리저리 구경해본다. 탁자 위에 펼쳐져있는 종이를 뒤적거리기도 하고.
그러다 공민이 그린 그림을 발견하고는 호오.. 해서 들어 보기도 한다.
환관 : 덕성부원군이십니다.
덕흥이 고개 들어보는데. 기철이 들어서고 있다.
기철이 둘러보니 사방에는 금군들이 지키고 있다.
기철 : 밤새 바쁘셨겠습니다.
덕흥 : 내가 뭐 한 게 있다고.
기철 : 그래서 금군을 이끌고 저의 집을 습격한 게 찬성사 조일신이었다.
덕흥 : 자백을 했네.
#24. 기철의 부유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철과 양사.
거기 미리 와있던 천음자와 화수인이 돌아본다. 그들이 살피고 있던 기원의 시신.
기철이 떨리는 발걸음으로 들어서 기원을 내려다 본다.
그러다 후딱 고개를 돌려 보는 곳. 상자의 자리가 비어있다.
기철소리 : 내 아우가 죽었습니다.
#25. 공민 집무실
덕흥 : 저런.. 몰랐네. (안타깝다는)
기철 : 내 물건도 없어졌고.
덕흥 : 아.. 금군들이 작전을 수행하는 중에 압수한 물건들이 있다 하더군. 파악이 되는대로 알려주지.
기철 : (조용히) 저와 적이 되는 거. 두렵지 않으십니까.
덕흥 : 적이라니.. 이게 다 우리가 원래 얘기한 것들 아닌가. 나는 왕이 되고. 자네는 의선을 갖고.
기철 : 의선을 가져오셨습니까.
덕흥 : 사흘 내로 갖다 드리지. 나의 언약을 가지게.
기철 : 사흘..
덕흥 : 대신 궁 밖으로 도주한 주상. 다신 돌아오지 못하게 해주게. 그게 조건이야.
#26. 주막 방
침상에 걸터앉은 은수가 자신의 팔목을 짚어 맥을 보고 있다.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목의 경정맥을 짚어서 맥을 본다. 문득 멈춰진다.
스치는 플래쉬 영상.
#27. 15부 # 53
빈공간 가운데 누워있던 최영.
은수가 울며 달려가 최영의 상체를 안아 올린다. 최영은 죽어있는 듯 하다.
#28. 주막 방
은수가 진저리를 치며 생각에서 깨어난다. 심호흡을 하며 덜컹했던 마음을 가라앉히다가 멈칫.
돌아보면 최영이 열린 문에 기대 서서 보고 있다가.
최영 : 왕비마마께선 먼저 이동하셨고. 우리도 곧 따라갈 겁니다.
좀 오래 걸어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은수 : 얼마나 오래.
최영 : 숨어서 이동해야 하니까 아마도 하루 낮. 하루 밤.
은수 : (자기 옆을 톡톡 쳐주며) 일루 와 앉아봐요.
최영 : (머뭇)
은수 : 또 기대게 해달라고 안할 거니까 좀 와봐요.
최영 : (옆으로 가 앉아준다)
은수 : 그거 물어봤어요?
최영 : 뭐요.
은수 : 내 수첩.. 뒷부분이 있는지.
최영. 아.. 잊었었다. 벌떡 일어나더니 문쪽으로 가려한다.
은수가 놀라서 그 소매를 잡으며.
은수 : 어디 가요.
최영 : 잊었습니다. 가서 물어보고..
은수 : 아이구. (억지로 당겨 다시 앉게 하고는) 저기요. 이거 화내지 말고 들어요.
최영 : (불길해서 보는)
은수 : 나 아무래도 부원군 그 사람. 만나야 될 거 같아요.
최영 : 뭐요?
은수 : 아니면 우리 임금님 숙부라는 그 사람이나.
최영 : 지정신입니까. 그 자. 임자에게 독을 먹인 놈입니다.
은수 : 그 수첩 뒷부분이 있는지 알아야겠어요.
그게 만약에 실재한다면 그거.. 내가 나한테 쓴 편지 같아요.
최영 : 뭐래는 겁니까?
은수 : 나두 뭐래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마음이 미치겠어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개꿈이라고 알기 전에는 견딜 수가 없어서..
최영 : 더 말해줄 거 없습니까? 나한테?
은수 : ...
최영 : 잠만 들면 악몽을 꾸고. 악몽을 꾸면 꼭 울면서 깨나잖아요.
요 며칠 계속 그러던데. 무슨 꿈인지.. 말해봐요.
은수 : (말 못하고 보다가) 싫어요.
최영 : (한숨.. 일어나 문쪽으로 가며) 점심 먹고 출발할겁니다. 그러니..
(하다가 다시 돌아와 은수를 들여다보며) 내가 허락안하면 몰래 가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까?
은수 : (움찔)
최영 : 내 허락없이 한발자욱도 안됩니다.
은수 : 부원군 그 사람은 나 해치지 않으니까..
최영 : 안됩니다.
은수 : 그럼 덕흥군을 만나서 내 해독제 내가 받고.
최영 : 절대.
은수 : 안된다고?
최영 : 안됩니다.
은수 : 하늘나라에는 영화라는 게 있는데요. 거기 보면 온갖 술수가 다 나와요. 그 중에 하나 써먹을 게 있는데.
최영 : (못 미더워서 보는)
은수 : 해봐요. 우리. 응?
최영 : ...
은수 : (최영의 옷깃을 잡아 흔들며) 응?
최영 : 순서가 이렇게 됩니다. 일단 우리 남은 병력을 한곳에 모을 겁니다.
그러는 와중에 전하를 찾아 뫼시고. 그 중간에 저는 남은 해독제 구할 거고.
우선 덕흥 그자가 갖고 있는 게 뭔지 정보를 모으고. 그에 따라 하나씩 뺏을 생각입니다.
우선 빼앗아야 되는 게 부원군이라는 배후인데.
은수가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만든다.
그리고 앞에서 열심히 말하는 최영을 사각형의 프레임 안에 넣어 본다.
은수는 지금 사진을 찍고 있다.
최영이 말하다 보면 은수가 자기 앞에서 손가락으로 사각형을 만들어 그 사이로 자기를 보고 있다.
최영 : 뭐합니까.
은수 한번 더 최영의 얼굴을 손가락 프레임 안에 넣고. 입으로 소리내어.
은수 : 찰칵. (웃을 생각이었는데 잘 웃어지지가 않는다)
#29. 마을 거리
우달치복이 아니라 평민복을 입은 주석이 어슬렁거리듯 걸어온다.
주위를 살피더니 슬쩍 코너의 벽에 붙어서 숯?으로 낙서를 한다.
특정한 모양의 기호다. 그려놓고 이동한다.
벽에 남아있는 기호.
(기호는 간단한 모양이되 화살표 기능을 하는 모양이 한군데 있을 것.
우달치 사이에 서로 위치를 알려주는 기호라 설정)
#30. 마을 공민 숨은 집 안
도치가 공민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돕고 있다.
왕의 옷을 벗고 그냥 양반집 도령 정도의 옷으로 입히고 있다.
입구 쪽에는 충석과 다른 우달치 몇 명이 역시 평민복을 갈아입은 상태로 망을 보고 있고.
순간 다들 긴장했다가 문을 열어준다. 들어서는 돌배.
돌배 : 일단 남교마을까지 죽 기호 돌리고 왔습니다. 오늘 중으로는 서로 통하지 싶습니다.
공민 : 다른 소식은. 왕비는. 대장은.
돌배 : 아직은 없습니다. 전하. 송구스럽습니다.
충석 : 아무래도 해가 져야 움직일 겁니다. 길마다 부원군 집 사병들이 좍 깔려 있어서요.
공민 : 이상하다.
충석 : 예?
공민 : 참 이상해. 난 이 고려의 왕이지 않는가.
충석 : 전하.
공민 : 그런데 내가 저 거리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나는 왕이다. 이리 외쳐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고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거 아닌가. 그래서 부원군의 사병이 달려와
나를 포박하거나 죽이면서 이 자는 왕을 참칭하는 자니 죽여도 마땅하다.
이렇게 말한들 누가 알아주겠는가. 내가 진짜 왕이라는 것을.
충석 : (뭐라 대꾸해야 될지 모르겠고)
공민 : 도치야.
도치 : 예 전하.
공민 : 궁을 떠났더니 나를 증거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아마.. 내가 아니라 궁이 왕이었나보다.
도치가 안쓰러워서 공민을 본다.
공민은 오히려 웃고 있다. 마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다는 듯이.
#31. 공민의 집무실
덕흥이 혼자서 책상 앞에 앉아본다. 이렇게 저렇게 앉아보았다가 책을 하나 꺼내서 펼쳐 놓아본다.
흠.. 그러다 고개를 들면 환관 둘이 상자를 받쳐들고 들어온다.
환관 : 하명하신 것을 가져왔습니다.
덕흥 : (자기 탁자 위를 가리키며) 이쪽으로.
환관들이 상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물러간다.
덕흥이 상자의 뚜껑을 연다. 먼저 꺼내는 것은 수술도구가 든 대나무 상자.
열어본다. 메스 하나를 들어보고는 흥미없어서 옆에다 내놓고.
이번에는 수첩을 꺼내본다. 휘릭 들춰본다. 이미 본 것. 옆에 내놓고.
그러다 멈칫. 상자 아래에 따로 놓여져 있는 다이어리 뒷부분. 꺼내본다.
마지막 한 장이 아직 바닥에 남아있는데. 덕흥이 모른다.
(이 마지막 한 장은 나중에 나레이션으로 쓰일 것입니다)
덕흥이 꺼낸 뒷부분 종이 뭉치를 본다.
맨 앞에 쓰여져 있는 글자. 낡은 종이에 오래되어 흐려진 글씨. [은수에게]
물론 덕흥은 모르는 글자이다.
덕흥이 탁자에 내려놓고. 한장을 들춰서 넘긴다. 모르는 글자. 흥미를 잃고 다시 상자 안을 들여다본다.
상자의 한쪽에 낡은 비단 보자기로 싸인 물건이 하나 놓여있다.
가로 30 세로 30 높이 20 정도의 크기. 무엇인가 하여 막 손을 뻗는데.
환관 : 중신들이 마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뵈옵고 답변을 듣기 전에는 퇴궐하지 않겠다하십니다.
덕흥이 할 수 없이 일어선다. 수술도구 상자를 들어 상자에 넣는다.
그 바람에 마지막 한 장이 깔려서 보이지 않는다.
수첩을 들어 넣고. 속지도 들려다가 망설이고는 그냥 놔둔다. 이따 읽어볼 생각.
상자의 뚜껑을 닫고 자리를 뜬다.
이제 보이는 탁자 위 다이어리 속지. 두 번째 페이지. 은수의 글씨로 이렇게만 써있다.
천천히 돌며 들어가는 카메라.
[제발 이것이 너에게 이르기를..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은수소리 : 제발 이것이 너에게 이르기를..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 은수야.
#32. 편전
덕흥이 들어선다. 여기저기 앉지도 않고 서서 기다리던 중신들. 모두 고개만 숙이는 정도의 예를 보낸다.
덕흥이 무심한 듯 옥좌 쪽으로 간다. 옥좌를 내려다본다.
익재와 목은이 그런 덕흥을 불안해서 보고 있다.
덕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래쪽으로 내려오며
덕흥 : 기다리셨다 들었습니다만.
익재 : 우리가 기다린 것은 주상전하입니다.
덕흥 : 아..
목은 : 이제 난도 정리되고 부원군댁 사병들도 철수를 했고. 궁은 안정을 되찾았는데.
주상께선 어찌 안 돌아오시는지요.
덕흥 : 글쎄요. 어리신 주상께서 아마 이번에 충격이 크셨나봅니다.
십년을 한결같이 옆에서 지키던 신하가 난을 일으켰고.
바로 면전에서 주상을 향하는 칼날을 보아야했지요. 그러니 궁이 두려워지는 것은 당연할 터..
기철 : 여기.. 주상의 교지를 전하겠습니다.
목은 : (분개하며) 주상이 계시는 궁을 포위했던 부원군이. 무슨 낯으로 편전에 들어오시오.
기철이 들어오고 있다. 옆에 따르는 양사가 비단 받침에 교지를 받쳐들고 따른다.
양사가 덕흥에게 교지를 올린다.
기철과 덕흥의 시선이 마주치면서 덕흥이 교지를 받는다.
기철 : 모처에 계시는 주상전하를 뵙고 오는 길입니다. 신의 집에 기습한 금군에 대해 유감이라 하시면서
그 교지를 덕흥군 마마께 전하라 하였습니다.
덕흥 : (대충 교지 내용을 읽더니 다시 기철을 보는)
기철 : (미소로)
덕흥 : 주상께서는 당분간 숙부인 저에게 국정을 맡긴다 하시는군요.
덕흥이 교지를 내민다. 양사가 얼른 받는다.
덕흥 : 중신들께서 확인할 수 있게 해드리게.
양사가 교지를 익재에게 전한다. 익재가 펼쳐보고 목은 등의 중신들이 옆으로 모이며 본다.
기철 : 보시면 알겠지만 (시선은 덕흥에게) 주상전하의 옥새가 찍힌 교지올습니다.
익재 : (교지를 보며 근처의 중신들과 수런거리더니) 부원군께 한가지 여쭙지요.
기철 : (그제야 돌아보는)
익재 : 주상께서는 지난번에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원에서 내린 이 부마지인은 사용치 않으시겠다.
그리하셨는데 이 교지에는 바로 그 옥새가 찍혀져 있습니다만.
기철 : 난을 겪으시면서 마음이 바뀌신 게지요. 중요한 것은. 그 옥새.
주상이 아니시면 누가 가질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하며 덕흥을 보는)
덕흥 : (미소 지으며) 그럼 주상의 뜻을 받들어 잠시 내가 편전을 지키도록 하지요.
(하더니 성큼성큼 옥좌로 올라가더니 편히 앉는다. 그러더니 아..)
헌데 이 옥좌. 대리자가 앉아도 되는 것인지요.
익재 : 왕실 법규에 따르면..
덕흥 : (손을 들어 막더니) 첫 번째. 덕성부원군이 이번 난을 겪으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으셨다 합니다.
그에 걸맞는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인데.. (기철을 향해 미소짓는) 무얼 원하십니까.
덕흥과 기철이 시선이 나누는 것을 익재가 보고 있다.
익재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 덕흥의 손.
덕흥은 옥좌의 손잡이를 이리저리 쓸어보고 있다. 애틋하게.
#33. 마을 공민 숨은 집. 내부 / 낮
입구에서 밖을 지키던 돌배가 긴장하며 검을 잡는다. 슬쩍 창문 살 너머로 밖을 엿본다.
#34. 공민이 숨은 집 앞 골목
천음자와 화수인이 걸어오고 있다. 이쪽 저쪽을 살피며.
그러다 천음자가 공민이 숨어있는 집을 돌아본다. 한낮에 꼭꼭 닫혀있는 창문들.
천음자가 귀를 기울인다.
#35. 다른 골목
대만이 팔짝팔짝 오다가 멈춘다. 다시 돌아가서 지나친 담벼락을 본다. 거기 우달치의 기호가 있다.
기호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손가락질을 해보고는 졸졸 나간다.
#36. 공민이 숨은 집 앞 골목
천음자가 공민이 숨은 집 쪽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여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37. 공민 숨은 집 안
돌배가 뒤를 향해 쉿. 손모양을 해보인다. 내부에 있던 모두가 긴장한다.
도치의 옆에 있던 공민도 숨죽이고 있다.
#38. 공민이 숨은 집 앞 골목
귀기울이고 있는 천음자. 소리 조금씩 커져가는 사람들의 숨소리.
순간 따앙 소리.
천음자가 깜짝 놀라 돌아보면 대만이 자기를 바라보며 좋다고 웃는다. 들고 있던 쇠그릇을 또 따앙 친다.
천음자 완전 열받아서 쫓기 시작한다.
대만이 전력으로 도망친다. 도망치며 쇠그릇을 천음자에게 던진다.
피리로 쳐내며 더 열받아 쫓아가는 천음자.
화수인이 말리려다가 에휴. 포기한다.
공민의 집을 한번 돌아보고는 귀찮아서 그냥 천음자가 간 쪽으로 따라간다.
#39. 공민 집 내부 / 낮
돌배 : (밖의 상황을 보더니) 대만입니다. 대만이가 놈들을 끌어 갔는데..
하다가 후딱 돌아본다. 문을 두들기는 소리.
충석이 긴장하며 문 앞으로 다가선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들어서는 최영.
놀라서 대장 대장 부르는데 안을 주욱 둘러보던 최영의 시선이 공민에게 멈춘다.
공민 반가워 부르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누르며 최영을 본다.
최영이 공민의 앞으로 가서 절을 한다.
최영 : 모시러 왔습니다.
공민 : (그저 끄덕이는)
최영 : 현고촌에 임시 거처를 마련해놓았습니다. 왕비마마께서는 먼저 가 계십니다.
공민 : 왕비께서는 괜찮으신가요.
최영 : 오히려 즐거워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무거운 머리를 안하셔도 된다고.
공민 : (마음이 다 놓이면서 웃는다)
최영 : 가시는 길에는 우달치 아이들과 수리방 사람들이 가까이서 멀리서 호위할 것입니다.
공민 : 그대는.
최영 : 개경에서 몇가지 일을 처리하고 뒤따라 가겠습니다.
그리 오래 궁 밖에 계시게 하지 않겠습니다. 잠시만 버텨 주십시오.
공민 : 진심으로 말하는데 궁으로 돌아가는 거. 전혀 급할 게 없어요.
이렇게 밖이 아니라면 죄인인 그대와 이리 이야기도 나누지 못할 거 아니오.
최영 : (이마를 긁더니) 옥새 때문에 곤란해지신 거 들었습니다.
공민 : 곤란해진 정도가 아니지. 이렇게 쫓겨나기까지 했는데.
최영 : 뭐.. 죄송합니다.
공민 : (웃고는.. 조심스레) 의선은.. 무탈하시오?
최영 : (따뜻한 미소) 괜찮으실 겁니다.
공민 : (더 말을 잇지 않고 그저 끄덕인다)
그것으로 둘 사이의 미안함들이 다 끝났다.
#40. 전의시
장빈과 더기가 몇 개의 화로에 물을 끓이고 있다.
둘 다 입을 막는 수건을 걸치고 있다. 독가스를 예방하기 위해.
화로 중의 하나에는 은수가 베껴 적었던 종이를 넣어 끓이는 중인데 퍼런 물이 배어나오고 있다.
또 하나는 무엇을 넣었는지 시커먼 물이 꿀렁이며 끓여지고 있고.
다른 하나는 그냥 말간 물.
더기가 말간 물에 또 하나의 베낀 종이를 집게로 집어서 넣는다.
장빈이 뒤를 돌아본다. 거기 최영이 들어서고 있다.
// 동장소
장빈 : 무슨 독인지는 알아냈습니다. (작은 약병을 가리키며) 이게 의선이 당한 무오독입니다.
먹이는 양에 따라 발작 속도가 빨라지구요.
최영 : 해독제는.
장빈 :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몇가지 희귀한 재료들도 구해야 되고.
그게 정확히 해독능력이 있는지 검증해볼 시간도 필요하고.
최영 : (짜증나다가 보면)
아까 장빈이 가리킨 작은 약병 하나.
최영 : (병을 집어 들어본다)
장빈 : 조심.. 무색무취한 것이라 위험합니다.
최영 : 숨쉬는 걸로도 중독됩니까.
장빈 : 마셔야만 됩니다. 위장에 들어가서 비위의 액과 혼합되었을 때 독이 발동하는 거 같습니다.
#41. 길 / 밤
덕만 대만이 평복을 입고. 보부상처럼 짐도 지고 하여 이동 중.
그들이 힐끔거리고 보는 곳.
은수와 최영이 걸으며 계속 다투는 중. 최영이 은수의 보따리를 메고 있고.
은수 : 일단 나를 한번 믿어봐요. 내가 할 수 있다니깐.
최영 : 조금만 더 가면 전하의 대열하고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거기 끼어서 함께 이동하시면 됩니다.
은수 : 당신은.
최영 : 해독제도 구하고 할 게 많습니다.
은수 : 그거 성격이죠? 아무도 못 믿고. 다 내가 해야 되고.
최영 : 몸도 성치 않으면서 대체 뭘 하겠다는 겁니까.
은수 : 그니까 그 성치 않은 것도 내 몸이고. 내가 필요한 내 해독제인데.
왜 매번 당신이 구해줘야 되냐고.
최영 : 그야 나 때문에 그렇게 됐으니까..
은수 : 그것도 좀 아니지. 그 인간들이 원하는 건 나지 당신이 아니잖아요.
근데 왜 맨날 당신 때문이래.
최영 : (은근히 성질이 나서 보는) 그래서 어쩌겠다는 겁니까.
은수 : 내가 뭔가 좀 하겠다구요. 무조건 막고 말리고 그러지 말고. 내 얘기도 쫌.
최영 : (우달치들에게) 먼저들 가라.
덕만 : 먼저 어디까지요.
최영 : (버럭) 그냥 가.
덕만과 대만이 얼른 가버린다.
최영이 갑갑해서 은수를 보는데.
은수 : 그러니까 내 말은.. (하더니 가만 서있다)
최영 : 왜요.
은수 : (어지럼증을 느끼며 비틀)
최영이 놀라서 받아서 근처의 나무에 기대 앉게 도우며.
최영 : (마주 쭈그려 앉아 살피며) 어때요. 어디가 안 좋은데.
은수 : (두 손을 들어 손가락을 움직여보더니) 아직 괜찮아요.
최영 : (울컥 화가 나는)
은수 : 해독제 먹고 첫날은 멀쩡하고. 두 번째 날은 이래요. 좀 어질어질..
최영 : 내일이면.
은수 : 좀 더 많이 어질어질. (하며 웃는)
최영 : 웃음이 나옵니까. 이런 때도 웃어요? 죽을지도 모르는데?
은수 : ... 그만해요.
최영 : 뭘 그만해요.
은수 : 맨날 나 구박하고 화내는 거. 그러다 나 가버리면 화낼 사람이 없어서 어쩔라구.
그런 거 습관되면 아주 허전할 건데.
최영이 보다가 일어나더니 둘러쓰고 있던 망토를 벗어 나무 옆에 깔아준다.
먼저 그 위. 나무에 기대앉고.
최영 : 올라 앉아요. 좀 쉬었다 갑시다.
은수가 웃더니 망토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냉큼 최영에게 기대 앉는다.
은수 : 쌀쌀하네.
최영 : (한팔을 들어 감싸준다)
은수 : (더 편히 기대며) 하여간 어쩔 수 없는 마초.
최영 : 뭐요?
은수 : 그 성격 가지구 하늘나라 가봐. 바로 독거노인 되는 거지.
최영 : 안 갑니다.
은수 : 그럼 하늘나라 말구 부원군네 같이 가요.
최영 : 시끄럽습니다.
말은 티격태격하는데. 서로 보이지 않는 얼굴들은 쓸쓸하다.
은수 : 당신 그거 알아요?
최영 : 알고 싶지 않은데요.
은수 : 이젠 내가 묻는 거 모두 대답해 주는 거. 전에는 내 말의 반은 무시했는데.
최영 : .. 워낙 말이 많은 분이고, 알 수 없는 말도 많이 하고.
은수 : 몇 번이나 해봤다고.
최영 : 뭐가요.
은수 : 이렇게 기대는 거. 습관이 되었나. 익숙해서.
(하며 최영의 품에 얼굴을 좀 묻는다. 눈을 감는) 나 여기서 잠들면.. 업고 가줘요?
최영 : 누굴 업으면.. 검을 쓸 수가 없어서 .. 안되겠습니다. (하며 은수를 더 바싹)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말을 하면서 서로의 내음을 기억에 담는 시간.
#42. 강안전 공민 집무실
덕흥이 유물이 든 상자를 들고 방을 나서려다가 멈추고
방의 어딘가에 놓을까 해서 이리저리 헤메어 본다.
집무실은 금군들이 촘촘이 지키고 있는 중.
덕흥이 옆의 금군에게.
덕흥 : 한순간이라도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될 것이야.
놈은 궁의 구석구석, 다 자기 손바닥같이 여기는 놈이다. 결코 틈을 주어서는 안돼.
금군 : 예.
덕흥.. 다시 상자를 들고 헤멘다. 어디에 숨길까.
#43. 기철의 집 정원 / 낮
기철이 부지런히 나오고 있다. 아주 마음이 급하다.
#44. 기철 집 누각
들어서던 기철이 감격하여 선다.
거기 탁자 앞에 앉아있는 은수. 그 뒤에 지키고 선 최영.
기철 : 의선.
은수 : 오랜만이에요. (그렇게 밝게 웃어지지는 않는)
최영이 은수의 한쪽 어깨를 짚어준다.
기철 :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아십니까.
은수 : 알아요.
기철 : 나라 전체를 뒤집어엎으며 찾았는데.. 이렇게 내 눈앞에.. 제 발로 오신 겁니까.
은수 : 딜.. 하려구요.
기철 : 딜..
은수 : 하늘문 언제 열리는지 알았어요.
기철 : (얼른 앞에 앉으며) 아셨습니까.
은수 : 같이 가실래요? 하늘나라.
기철 : (잠시 숨이 정지했다가) 제가 뭘 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은수 : 우선 질문.
기철 : 하십시오.
은수 : 내 수첩이요. 그거.. 저번에 보여준 건 앞부분이었거든요.
그게.. (숨이 멈췄다가) 뒷부분이 있어요?
기철 : .. 있습니다.
은수 : (저도 모르게 어깨에 놓여져 있는 최영의 손을 잡는다) 볼 수 있어요?
기철 : 빼앗겼습니다.
은수 : 없다구요?
기철 : 지금 궁에 계신 덕흥군 마마께서 가져간 듯 싶습니다. 그게 필요합니까?
은수 : (끄덕이는)
기철 : 그게 없으면 하늘나라 갈 수가 없습니까.
은수 : 앞에 부분이 언제 가는지를 적어놓은 거면.
뒤에 부분은 어떻게 가는지를 적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기철 : 알겠습니다. 찾아오지요.
은수 : 세 번째 유물은 뭐에요?
기철 : 그게.. 도저히 제가 말로 설명드릴 수가 없는 겁니다.
은수 : 그것도 빼앗겼구요?
기철 : 찾아오겠습니다. 헌데.. 왜.
은수 : ?
기철 : 왜 저에게 이렇게 해주는 겁니까.
은수 : .. (최영을 돌아보는)
최영 : 의선의 목숨이 위험합니다.
기철 : 어째.
최영 : 나도 이분 살려야 돼서요. 오죽하면 여길 왔겠습니까.
하다가 최영이 아래를 내려다본다.
최영의 손을 잡았던 은수의 손이 스르르 풀리더니 떨어진다.
은수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최영이 그 손을 잡아 보며.
최영 : 다시 마비가 오는 겁니까.
은수는 끄덕이고 기철은 이게 뭐냐 놀라서.
#45. 현고촌
충석 등의 호위를 받으며 들어오는 공민. 안에서부터 달려 나오며 절을 하는 우달치들.
최상궁이 빠른 걸음으로 나오며 공민에게 절을 한다.
최상궁 : 전하 오시었습니까.
공민 : 수고들 많았네. .. 어디 계신가.
최상궁 : (한 쪽을 가리키며) 저 안에..
공민 : (손을 들어 멈추게 한다) 내가 가겠다.
먼저 그쪽으로 걸어간다.
// 중앙홀 옆 공민이 엿보는 곳.
원탁의 공간에 노국이 있다. 나인 둘과 뭔가 얘기를 하고 있는데.
노국이 웃는다. 가채를 올리지 않은 머리. 왕비복보다는 간편한 옷.
탁자 위에는 들꽃이 가득 올려져 있고. 그들은 꽃화환을 만드는 중이었다.
최상궁이 조용히 공민의 옆으로 다가선다.
최상궁 : 왕비마마께서는 밝게 지내고 계십니다.
의식이 다 궁에 비할 바 없이 거칠고 초라하지만 그래도..
공민 : 이런 것이구나.
최상궁 : 예?
공민 : 지아비 된 자가 바라보는 세상 전부.
머리에 꽃화환을 쓰고 있는 노국. 웃으며 시선을 돌리다가 공민을 발견했다. 놀라서 일어선다.
공민이 그쪽으로 다가간다. 나인들은 얼른 물러서고.
노국 : 전하.
공민 : 무얼 하고 계십니까.
노국 :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민 : (머리의 화환을 보며) 자주 기다리시게 해야겠습니다.
노국 : (아 해서 화환을 내리며 수줍은)
공민 : (뒤를 향해) 부장 있는가. 도치야.
충석과 안도치가 대답을 하며 나선다.
공민 : 이곳에 모인 우달치의 수가 얼마나 되지?
충석 : 방금 파악한 것으로는 오십명 정도가 모여있습니다.
공민 : 우달치 오십이면 관군 오백이라던데. 맞는가.
충석 : (허리를 펴며) 점잖게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공민 : 도치야.
도치 : 예 전하.
공민 : 이제부터 나는 여기서 국사를 볼 것이야.
도치 : 예에?
공민 : 왕이 당분간 이곳에 머무른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행여 상소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이리 찾아오라 해.
도치 : (충석의 눈치를 보며) 아직 전하를 노리는 무리가 많을 것인데.
공민 : 아직 모르겠는가. 내가 숨어야 저들은 나를 공격할 수 있어.
만천하에 나를 드러내면 저들이 감히 공격하지 못해. 그래도 명색이 왕이 아닌가.
도치 : 받들겠습니다.
공민 : (노국에게) 이 곳을 안내해주겠습니까.
노국 : 우리의 거처는 저 뒤쪽에 있습니다. 보시겠습니까.
하며 안내해간다.
최상궁 : 대장은 만나셨소.
충석 : 만났지요.
최상궁 : 어떠시든가. 의선은.
충석 : 애들 말로는 의선하고 두분이 개경에 남으셨다 하는데 뭐.. 잘 계시겠지요.
두분이 남으셨다는데.. (흐믓)
#46. 궁 전경
#47. 공민 집무실
덕흥이 고개를 든다.
덕흥 : 누가 온다고? 누구하고?
#48. 궁의 회랑
기철이 최영, 은수와 함께 걸어오고 있다.
회랑에는 곳곳에 금군들이 무기를 들고 서서 그들을 보고 있다.
최영은 옆에서 걷는 은수를 살피고 있다. 은수는 파리해져 있고.
#49. 집무실
금군들이 우루루 들어와서 벽으로 둘러 선다.
한무리는 가운데로 들어와 덕흥이 있는 책상 쪽과 홀 쪽을 가르고 선다.
책상 쪽에 자리한 덕흥이 보고 있다.
입구에서 들어서는 기철과 최영 은수.
덕흥 : (하나하나 보며) 덕성부원군. 수배 중인 죄인. 그리고 의선.
은수 : (덕흥을 보자마자 그쪽으로 가려고 하는) 이봐요. 댁이 나한테 독을 썼대매. (하다가 금군에게 막히는)
최영 : (은수를 뒤로 잡아 끌어 옆의 의자에 앉힌다)
은수 : 저 인간, 웃고 있는 거 봐요. 살인미수범이.
최영 : (일어나려는 은수의 어깨를 눌러 짚고 기철에게) 부원군께서 해결하시겠습니까?
기철 : (덕흥에게) 확인하겠습니다. 나의 의선께 독을 쓰셨습니까.
덕흥 : 내 뭐라 했는가. 보시게. 딱 사흘 안에 제 발로 찾아왔지 않은가.
그런데 왜 나한테 원망스럽게 말하지?
기철 : 마마. (하며 다가서려는데)
금군들이 앞을 막는다.
기철 : 좋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의선의 해독제. 그리고 나에게서 가져간 유물상자. 내주십시오.
덕흥 : (웃더니) 이거야 원. 내가 가진 패를 다 내주고 나면
(최영을 가리키며) 저 자는 이 자리에서 나를 죽일지도 몰라.
기철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한나라의 왕족. 왕의 대리인을 어찌 감히.
최영, 둘의 대화를 짜증나서 듣다가 은수에게.
최영 : 잠깐 계십시오.
하더니 그대로 뚜벅뚜벅 덕흥 쪽으로 간다.
금군들이 달려드는데 우루루 밀어제쳐 버리고 패서 넘기면서 계속 덕흥 쪽으로 간다.
덕흥 :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는 걸 알지 않는가.
그러나 최영은 마지막 금군을 밀어버리더니 그대로 도망치려는 덕흥을 잡아챈다.
한바퀴 돌려 뒤로부터 잡는다.
금군들이 우루루 최영을 향해 창이며 검을 들이대는데.
기철이 버럭 소리지른다.
기철 : 물러서. 느이들땜에 정신없어 안 보이잖아.
하더니 앞에 걸리는 금군의 무기를 잡아채더니 두어명의 금군을 그대로 베어버린다.
은수가 기겁을 해서 자기 앞으로 넘어지는 금군들을 본다.
기철 : 니들은 좀 비켜.
금군들이 서로 눈치를 보더니 슬금슬금 뒤로 빠진다.
기철 : (최영에게) 계속하게.
최영 : (덕흥에게) 니놈이 의선에게 사용한 거. 무오독 맞지?
덕흥 : 여기는 왕궁이야. 니가 아무리 미친 놈이라도..
최영은 아랑곳없이 덕흥을 뒤로 제끼더니 그냥 독약병을 그 입에 털어넣는다.
덕흥이 미친 듯이 뱉으려 하지만, 머리와 턱을 제껴 잡아 꼼짝 못하게.
최영 : 해독제는 못 구했는데. 똑같은 독은 구했다.
은수가 놀라서 본다. 덕흥이 몸부림치다 꿀꺽 마셔버린다.
최영이 밀어 던지며.
최영 : 이제 그놈의 해독제 꺼내지.
최영이 아주 진절머리가 나서 들고 있던 약병을 패대기친다. 장빈이 주었던 그 독약병이다.
덕흥이 두어번 토해내려고 애쓰다가 멈춘다. 그러더니 천천히 일어선다.
최영을 보고 기철을 보고. 웃는다. 그러다 울컥 피한모금을 뱉어낸다.
기철 : 너무 많이 먹인 거 아닌가?
최영 : 모릅니다. 독 같은 건 써본 적이 없어서.
덕흥 : (입가에 피를 닦아내더니) 기철 자네가 저놈과 손을 잡으면 안되지.
기철 : 워낙 급해서요. 그만 해독제 꺼내서 드시고. 의선 것도 주시고. 마무리 짓지요.
덕흥 : (은수에게 손을 뻗는) 의선. 같이 갑시다.
최영 : 뭐야?
덕흥 : 해독제가 있는 곳으로 내가 모시고 가서.. 치료하겠다. 우리 둘이만.
최영 : (어이가 없는)
덕흥 : 부원군은 저 자를 막아주게.
은수가 일어선다. 덕흥 쪽으로 간다. 최영이 놀라보는데.
덕흥이 울컥 거품 섞인 피를 토한다. 은수가 덕흥을 부축한다. (마치 환자를 본 의사처럼)
은수 : (최영에게) 다녀올게요.
최영 : 이봐.
기철 : (그 앞을 막으며) 저 놈이 죽으면. 우리의 의선도 끝이야.
은수가 덕흥을 부축해서 나간다.
최영이 도저히 안되겠어서 따라 나서려는데. 그 앞을 막아 서는 기철.
기철 : 자네가 가면 그 자는 절대 내놓지 않을 거네.
#50. 강안전 침실
은수가 덕흥을 부축해서 들어온다.
기대어 앉히게 하는데 스르르 눈이 감기며 옆으로 기울어지는 덕흥.
은수가 반사적으로 덕흥을 받쳐주고 맥을 짚어 상태를 살피는데.
덕흥이 다시 눈을 뜬다. 은수를 보더니 웃는다.
은수 : 해독제 줘요.
덕흥 : 하늘의 의선이라면서 그 정도 중독도 해결 못했나.
은수 : 달라구. 있다면서.
덕흥 : 의선이면 살아날 줄 알았네. 그러니 자넬 죽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는 거지. 내가.
은수 : 없어? 해독제란 거?
덕흥 : 너의 정인이 새파래져서 달려왔길래 알았다. 의선은 무슨. 너는 가짜.
은수 : 그러구 떠들다 죽을 거야?
덕흥 : 너도 나와 같은 종자인가? 가진 거 하나 없이 사람들을 홀려서 살아남는 종자.
덕흥이 울컥 거품이 섞인 피를 토한다.
은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물병을 발견하여 가져오면서 속에서부터 부들부들.. 솟구치는 마음.
은수 : 당장 죽어간대믄서. 해독제가 있음 먹음 되지. 뭘 그렇게 할 말이 많어.
이 그지같은 세상은 이놈이구 저놈이구 다 사람목숨이 장난이야?
(덕흥의 옆에 나란히 앉아 물을 마시게 하며) 좀 마셔요. 희석을 시켜서 토해보게.
덕흥 : (은수의 팔을 밀어내며) 뭐하는 거냐.
은수 : 뭐하긴. 의사가 환자 앞에서 뭘 하겠어.
(말하면서 점점 열받아) 해독제 내놓기 싫대매. 같이 죽재매.
그러니 물이라도 마시라구 좀. 마시구 토하면 그만큼 오래 살 거 아냐. 자아.
다시 물병을 들이미는데 물병이 떨어져 구른다. 은수의 손이 굳어져 있다.
자기 손을 내려다보는 은수. 그냥 울고 싶다.
그런 은수를 보다가 덕흥이 손을 뻗어 은수의 머리칼을 쓰다듬어 내린다.
은수가 놀라서 손을 쳐내는데.
그 손을 내밀어 펼치는 덕흥. 그 위에 작은 환약 하나가 놓여져 있다.
덕흥 : 여기 해독제.
은수 : (의심스러워 보는) 내가 먹던 거하구 다른데.
덕흥 : 그동안 받아 먹던 건 가짜.
은수 : 그치만 사흘마다..
덕흥 : 그 독이 원래 그래. 사흘마다 발작을 하지. 이게 진짜 해독제.
은수가 반사적으로 그 해독약을 잡아채는데.
덕흥이 그 팔목을 잡더니.
덕흥 : 부원군은 너의 하늘문을 믿고 있어.
은수 : (멈추는)
덕흥 : 너와 내가 손을 잡으면. 우린 부원군과 이 고려를 갖고 놀 수 있는 거야.
이봐. 의선이라 불리는 자네. 한편이 되지 않겠어?
은수 : (보는)
덕흥 : 어떤가.
은수 : .. 서책의 나머지 부분. 갖고 있지?
덕흥 : 있네.
은수 : 나한테 줘. 그게 먼저야.
덕흥 : 좋아.
은수 : 하나 더. 최영. 그 사람 건들기만 해. 다 끝이야.
덕흥이 보다가 웃더니 팔목을 놓아준다.
#51. 궁 내부 회랑
걸어나오는 최영과 기철. 그들을 에워싸고 나오는 금군들.
최영이 한곳을 보더니 걸음이 빨라진다.
저 앞에서 나오고 있는 은수.
최영이 저도 모르게 은수의 팔을 잡아 얼굴을 들여다보며.
최영 : 약은.
은수 : (끄덕이는)
최영 : 그럼 이제.
은수 : (저도 모르게 최영의 앞섭을 잡아 흔들며) 다 나았어요.
최영이 너무 안심이 돼서 한숨을 쉬며 웃는다. 은수도 마주 보며 웃는다.
본인들이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연출하고 있는 장면을
// 이쪽에서 기철이 보고 있다.
그 옆으로 다가서는 덕흥. 아직 힘이 없는 듯 벽에 기대며 은수 쪽을 본다.
덕흥 : 의선을 갖고 싶다 했는가. 그렇다면...
기철 : 저 자가 있는 한 어렵겠지요.
하며 기철이 보고 있다.
#52. 현고촌 입구
목은이 나름 변복을 하여 삿갓을 쓰고 오고 있다.
문득 발걸음이 느려지면서 보면.
현고촌의 대문을 들고 나는 동네 사람들. 지게를 진 사내 둘이 이야기를 하며 걸어나온다.
목은이 그들 앞을 막아서.
목은 : 저 집에 뭔 일 있습니까?
사내 : 임금님 소문 못 들으셨나부네.
목은 : 임금님이요?
사내 : 저 안에 얘기 들어주는 임금님이 계슈. 별 얘기를 다 들어줘. 심지어 임금 욕을 해도 다 들어준다니까.
목은 : 설마 주상께서..
사내 : 설마 진짜 임금이겄소. 그냥 가서 속이나 풀고 오는 것이지.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아주 재미나서 죽는구먼.
사내들이 웃으며 간다.
목은이 멍하니 있는데 그 옆으로 붙는 사내. 돌배다.
돌배 : 우리 피차 아는 사이 아닙니까?
#53. 현고촌 내부
목은이 걸어가는데 마당 이곳저곳에 늘어앉은 동네 사람들이 국밥을 한그릇씩 먹고 있다.
마당 한쪽에선 마마가 아예 큰 솥을 걸어놓고 장사 중이다.
만보가 사람들 사이를 걸어다니면서.
만보 : 고려 제일 국밥. 단돈 두푼.
#54. 현고촌 원탁 홀
목은이 들어서며 보는 것.
원탁에 앉은 공민과 노국. 간편한 옷차림. 옆에는 도치가 앉아서 글을 적고 있고.
최상궁은 노국의 옆에 붙어서 사람들을 살피고 있다.
지금 한참 어느 중년여인이 공민에게 큰소리로 말을 하는 중이다.
그 옆에는 열두세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아이.
주위에는 대충 편하게 기대고 늘어져 앉은 동네 사람들.
여인 : 이 아이가 내년이면 열세살이 되는데.
사람들 어이고.. 큰일이네.. 웅성웅성.
여인 : 보다시피 아이가 이쁘장하잖습니까.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예?
공민 : 이쁜 것이.. 어쩌면 좋으냐.
사내 : 어이고 임금이 아는 것이 없네.
사람들 와 웃고.
사내 : 열세살에 얼굴 이쁘장해. 그럼 공녀로 끌려가는 거지요.
공민 : (굳어서)
여인 : 그래서 말인데. 임금님. 이 아이를 일찍이 시집을 보낼 것인지
머리를 깍아서 스님을 만들 것인지. 어느 쪽이 낫겄습니까. 임금님 점을 한번 쳐주십사고 왔습니다.
노국 : 공녀로 가면.. 어찌 되는지 아느냐.
사내 : 저어기 높은 집 딸들이야 원나라 귀족집에 첩이 돼서 먹는 건 안 굶는다고 합디다만.
우리 백성의 딸들이야 끌려가게 되면 참말 불쌍하지요. 노역장에 가거나 병사들에 억지 처가 되거나..
여인 : 공짜로 점을 쳐주시는 김에 부적 같은 것도 하나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딸내미들. 어디 가도 눈에 띄지 않게. 눈코입이 비뚜러지게 뵈게 하는 부적이 있다든데.
공민이 앞의 붓을 들어 먹을 찍는다.
공민 : 아이야. 고개를 들어보거라.
소녀 : (고개를 들면)
공민 : 지금 너의 어여쁜 얼굴을 그려 줄 것이다.
나중에 누가 널보고 눈코입이 비뚜러졌다 하거든. 이걸 보여주면 된다.
사내 : 아따. 무슨 임금님이 그림을 그린대요. 남사스럽게..
사람들이 웃는데.
공민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노국이 옆에서 얼른 먹을 갈아준다.
이만치에서 보고 있는 목은.
#55. 길 / 밤
최영이 걸어가고 있다. 그 옆을 따르는 대만.
대만 : 의선께서두 우리 전하하고 왕비님하고 같이 계시면 좋은데. 혹시 두분 싸우셨어요?
최영 : 입.
대만 : 네에.
대만이 조용해진다. 최영 생각.
최영소리 : 남겠다구요?
#56. 궁의 일각 (51씬 연결)
최영이 은수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최영 : 전의시에 다시 들어간다고.
은수 : 네.
최영 : 아니 기껏 데리구 도망쳤더니.
은수 : 내가 말했잖아요. 이건 마타하리 작전이다.
최영 : 그 작전이란 게 도망친 데 다시 기어들어가는 겁니까?
은수 : 아니죠. 미인계를 써서 적의 정보를 다 알아내는 마타 하리.
#57. 길
대만이 힐끔거리지만 말은 못하고. 최영이 멈춰선다.
최영 : 아무 생각이 없으시다.
대만 : ?
최영 : 그 분은 아무 마음도 없다.
최영 불끈해지는 마음으로 다시 걷는다.
#58. 주막 / 밤
앉아서 기다리던 최영이 고개를 든다. 뒤 쪽에서 기다리던 대만도 일어선다.
최영이 일어선다. 들어서고 있는 익재와 목은.
최영이 절을 하고 목은이 마주 절하고. 익재가 자리에 앉는다.
익재 : 앉으시게.
최영 : .. 괜찮으시겠습니까? 수배중인 죄인과 한자리에 앉으시는 거.
익재 : 앉아주시게.
최영 : (앉는)
익재 : 자네가 누명을 쓴 건 누구보다 우리가 아네.
최영 : (웃는)
익재 : 이번 난 중에. 주상전하와 왕비마마를 안전하게 모신 것. 우달치들의 공이라 들었네.
최영 : (따분한 얼굴로 보는)
익재 : 지금 전하께서 어디 계신지 알고 있고 무엇을 하시는지도 알고 있네.
최영 : 그러십니까.
익재 : 전하께서는 궁을 벗어나 궁을 만드셨더군. 해서.. 우리가 전하를 찾아갈까 하네.
최영 : 찾아가시면.
익재 : 고려국새를 만들었네. 원이 아닌 우리 백성들이 주는 우리의 옥새. 이것을 들고 갈 요량이야.
최영 : 기뻐하실 겁니다. 그럼.. (일어서는)
목은 : 말이 다 안 끝났는데요.
최영 : 아시다시피 저는 이제 우달치도 아니고, 관복을 입은 분들을 보면 피해야 되는 사람입니다.
저에게 그런 정사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은 옳지 않으십니다. 그러니 이만..
목은 : 우리가 따로이 옥새를 만드는 것. 이것을 주상께 전하려는 것. 말이 새나가면 몹시 위험합니다.
최영 : (한심해서 보는)
익재 : 옥새를 들고 주상께 가는 길. 그동안만 지켜주시게.
최영 : (얼굴을 부빈다. 괴롭다)
익재 : 자네가 스스로 택했다는 주상 아니신가. 그분이 가져야 할 옥새야.
최영이 그렇게 말하는 익재를 떫은 느낌으로 본다.
익재 : 내일 아침 일찍이 움직일 생각인데. 함께 해주겠나.
#59. 전의시 / 밤
장빈이 돌아보는데 은수가 오락가락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장빈 : 이리로 가져 온다 했습니까?
은수 : (끄덕이는)
장빈 : 그 덕흥이라는 자는 독을 쓰는 사람입니다. 겉과 속이 같은 자는 독을 쓰지 않지요.
은수 : 알아요. 그 놈. 그 나쁜 놈. 망할 놈..
은수가 후딱 돌아본다.
거기 궁에서 나온 환관이 서함을 받쳐들고 들어온다. 은수에게 서함을 내민다.
은수가 조심스레 받아 뚜껑을 열어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다이어리 뒷부분. 그 중의 반. (열장 정도의 분량으로 하겠습니다)
환관 : 원래 있는 것의 반에 해당하는 분량이라 하셨습니다.
은수 : 반이요? 전부가 아니고?
환관이 고개 숙여 보이고 돌아간다.
은수가 떨리는 마음으로 반에 해당하는 종이뭉치를 손가락 끝으로 쓸어본다.
#60. 플래쉬 #11부 58씬
기철이 수첩을 들다가 수첩의 일부가 툭 떨어져 내리는 장면.
#61. #31 공민 집무실
덕흥이 꺼낸 뒷부분 종이 뭉치를 본다.
맨 앞에 쓰여져 있는 글자. 낡은 종이에 오래되어 흐려진 글씨. [은수에게]
#62. 전의시 내부홀
은수가 호롱불의 심지를 올린다. 더 밝아지는 방.
은수가 탁자 앞에 앉아 단정하게 수첩의 속지를 올려놓는다.
첫장/ 은수에게. 한 장을 넘긴다.
[제발 이것이 너에게 이르기를..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은수나레 : 제발 이것이 너에게 이르기를..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대.
은수가 고개를 든다. 믿을 수가 없다. 충격으로 속삭이듯.
은수 : 이거.. 내 글씨하구 비슷해요. 아니 모르겠어요. 그럴 리가 없잖아.
좀 떨어진 곳에서 침구를 닦아 정리하고 있는 장빈.
장빈 : 전혀 기억은 안난다구요.
은수 : (고개를 젓는다) 이런 수첩, 이런 내용은 본 적이 없어요.
(또 한 장을 넘긴다) 글자들이 다 너무 번지구 바래서 잘 못 읽겠는데....
(불빛에 의지해 더듬더듬 읽는) 부디 이 글을.. 음.. 그 사람과 함께..
은수나레 : 그 사람과 함께 있는 네가 읽을 수 있기를.. 부디 너무 늦지 않았기를...
#63. 거리 / 밤
최영이 수리방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최영 : 네명을 이동시켜야 돼. 시각은 내일 동 틀 무렵.
마차를 이용해서 움직일 거니까 준비해주고. 대만아.
대만 : 예 대장.
최영 : 넌 밤새 현고촌으로 달려가. 부장한테 우달치 애들 열두명 정도 더진다리 앞까지 마중 보내라 하고.
대만 : 예 지금 갑니다. (달려간다)
최영 : 호위하는 사람 수는 적은 게 좋을 거야. 눈에 띄지 않게..
처음 학사에서 모시고 나오는 건.. (생각해보다가) 나 혼자 하겠다.
#64. 전의시 내부홀
은수가 머리칼을 헝클이며.
은수 : 모르겠어요. 이게 다 무슨 말인지. 도대체 누가 이런 걸 썼는지.
내가 썼으면 내가 왜 몰라. 그리고 이게 왜 이렇게 낡아서 다 떨어져가는 거구..
그러니까 누가 왜 은수야 이렇게 부르냐구. 이게 진짜 나 부르는 거 맞나?
대체 왜 한글로 된 수첩이 여기 고려땅에 있는 건데.. 그리고..
장빈 : (불안해서 보는)
은수 : (흑.. 자기도 모르게 흐느낌이 솟구치려 해서 애써 숨을 쉬다가) 도대체... 그 사람이 누구야.
다시 탁자 위의 종이를 내려다본다.
은수나레 : 내가 산 이유는 오직 하나. 그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서였어. 그걸 이제야 알았어.
#65. 거리 / 밤
최영이 혼자 걸어가다가 멈춘다. 망설이고 있다.
망설이다가 에이. 돌아서서 오던 길을 다시 간다.
#66. 전의시 내부홀
은수가 술을 따라서 주욱 마신다. 건너편에서 장빈이 난처해서 보고 있다.
은수 : 이런 말은 취하기 전에 해야 되니까 말하는 건데 (그 말투는 좀 취했고/너무 취하진 말 것)
나한텐 그 사람..이란 거 없었어요. 진짜. (또 새 술병을 들려는데)
장빈 : (대신 들어 따라주며) 천천히 드세요.
은수 : 남자들을 만나고. 좋아하려구 애써봐두.. (하다가 조금씩 가라앉는)
늘.. 마음이 열리질 않았어요. (웃어 보이는데 슬프다)
// 전의시 입구 쪽
최영이 들어서다가 멈춘다. 안에서 은수의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은수소리 : 마음이 다가가다가 멈추고. 멈추고. 그러다 또 식어버리고.
아 귀찮아. 그러면서 다시 문 닫고 숨어요.
최영이 조용히 다가가 틈 사이로 본다. 은수가 말하고 있다.
은수 : 언제나 그런 마음이 먼저였어요. 이 사람이 아니야. 이게 아니야.
... 최영 이 사람을 만나서두 그랬어요.
최영 : (흠칫해서.. 자기 이름에 돌아서 갈까 하는데. 결국 멈추어 듣는다)
은수 : 언제나 선을 긋고.. 들어오지 마. 들어오지 마.
최영 : (어쩔 수 없이 상처)
은수 : 그게 언젠가는 떠날 거라서 그런 게 아니구요. 장선생.
장빈 : 예.
최영 : (은수를 돌아본다)
은수 : 그냥 마음이 그렇게 되지 않았어요. 함께 있으면 가끔.. 너무 익숙하고. 견딜 수 없게 그립고..
그런 느낌이 드는데 그런 사람이.. 이 사람일 수는 없잖아요.
최영, 말없이 자리를 뜬다. 나가버린다.
남은 은수는 계속 말하고 있다.
은수 : 그런데 언제나 돌아보면 거기 있고. 나를 봐주고. 보이지 않을 때도 거기 있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여기 있다고 대답해주고.. (눈물을 닦는다) 어라. 취하나부다. 자야겠다.
(일어서다가 옆에 놓여져 있는 수첩속지를 본다. 속지를 손가락질하며) 니가 누군지 모르겠고.
니가 왜 내 이름 불러가면서 글을 썼는지 모르겠고.
니가 말하는 그 사람이 누군지 나 진짜 모르겠고. ... (손가락질하다가) 자야지.
은수가 비칠비칠 나간다.
남은 장빈이 흩어져 있는 속지를 챙긴다.
#67. 약초원 가는 길 / 밤
은수가 걸어온다. 취하지도 않는다. 멈추고 기대어 밤하늘을 본다.
#68. 은수 방 / 아침
은수가 잠들어있다. 뒤척이며 돌아눕는데 비몽사몽.
은수나레 : 그날 너는 먼 길을 떠났을 거야.
#69. 전의시
책상 위에 장빈이 잘 챙겨서 놓아둔 속지.
은수나레 : 그날 밤 누군가 찾아올 거야. 그분이 너에게 부탁할거야.
#70. 은수방
잠들었던 은수가 눈을 번쩍 뜬다.
은수나레 : 그분의 부탁을 거절하지 마.
#71. 회상 플래쉬 11부 #62 길가 주막부터 (이하 빠른 플래쉬 연결)
최상궁이 은수를 이끌어 간다
// 최상궁이 말하고 있다.
// 은수가 말에 탄다.
// 달리는 말 //
은수나레 : 제발 부탁이야. 그날 너는 돌아가야 해.
#72. 은수방
은수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은수나레 : 그래야 그 사람이 살 수 있어.
#73. 회상 플래쉬 12부
// 자신의 목에 칼을 대던 은수. 짧은 플래쉬 컷트로.
#74. 전의시
은수가 미친 듯 달려 들어온다. 속지를 다시 찾아 마지막을 뒤져 읽는다.
은수나레 : 그리고 또 그날 아침, 그 아이는 약탕기를 깰 거야.
다음 순간 요란한 소리.
은수 소스라치게 놀라 돌아본다. 저쪽 방에서 더기가 약탕기를 놓쳐서 깼다.
바닥에 흩어진 약탕기와 흐르는 약.
은수나레 : 그리고 또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더라. 맞아. 창문 턱에 가득 피어있던 국화 꽃이 생각 나.
은수가 후딱 또 다른 곳을 본다. 거기 창문턱 오지항아리에 국화꽃이 가득 피어있다.
은수나레 : 그 날 그 사람을 보내면 안돼.
#75. 길 / 아침
최영이 혼자 걸어가고 있다. 검을 들고 언제나처럼 혼자서 걸어간다.
은수소리 : 그 날 그 사람을 기다리는 건 함정이었어. 그러니 은수야. 제발 그 사람을 잡아줘.
#76. 전의시
은수가 충격으로 들고 있던 속지를 떨어뜨린다. 한 장한장 날려 떨어지는 속지.
은수 : 이게.. 뭐야.
#77. 길
최영이 마치 누가 자기를 부르는 소리라도 들은 듯 돌아본다.
// 은수가 고개를 들어 멀리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