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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⑰] 성호 이익(上) 허약 체질 성호 이익, 이걸로 83세까지 장수 <조선일보> 2014년 7월 9일
정지천은 1985년에 동국대학교 한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부속한방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한방내과 전문의가 되었다.1991년 동 대학원에서 한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1991년부터 동국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서울 동국한방병원 병원장과 강남한방병원 병원장, 동국대 서울캠퍼스 보건소장, 대한한방내과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였다. 현재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 ‘二精丸이 노화과정에 미치는 영향’, ‘고지방 식이 흰쥐의 비만에 미치는 三精丸의 영향’, ‘二至丸의 고혈당 조절 작용 및 기전에 관한 연구’ 등 당뇨병, 노인병, 남성병, 항노화 등에 관한 150여편을 국내 외에 발표하였다. 저서로는 ‘명의가 가르쳐주는 약이 되는 생명의 음식(2013, 중앙생활사)’, ‘명문가의 장수비결(2011, 토트)’, ‘식의들이 알려주는 생명의 음식 120 (2008, 중앙생활사), ‘마늘 하루 다섯 톨의 자신감 (2007, 웅진윙스)’, ‘조선시대 왕들은 어떻게 병을 고쳤을까 (2007, 중앙생활사)’, ‘어혈과 사혈요법 (2002, 가림출판사)’, ‘우리집 음식 동의보감 (2001, 중앙생활사)’, ‘신장이 강해야 성인병을 예방한다 (2000, 도서출판 청송)’ 등이 있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로서 <성호사설(星湖僿說)>을 지은 성호 이익(星湖 李瀷·1681-1763) 선생을 아십니까? 성리학에서 출발하였으나 천문, 지리, 율학, 산학, 의학 분야까지 능통한 그야말로 박학다식한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친이 평안북도 운산에 귀양을 가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늦은 나이인 54세에 낳은 막내아들이었습니다. 늙은 부친에게서 태어난 데다 부친이 이듬해에 유배지에서 세상을 떠난 탓인지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해서 10세까지 글을 배울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무려 83세까지 장수했던 비결이 뭘까요?
▲성호 이익
허약하게 태어났지만 장수할 수 있었던 주된 비결은? 남인에 속했던 형이 서인에게 몰려 장살되자 과거를 포기하고 낙향하였기에 벼슬살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도 장수 요인 중의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의학에도 능통하였기에 체질에 맞는 음식을 먹으며 건강관리를 잘 했던 것도 비결이 됩니다. 그러나 가장 큰 비결은 절식(節食), 소식(小食)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살림이 어려워서 농사짓기에 전력을 기울여 그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잡곡밥에 된장, 고추장, 김치, 나물 등으로 이루어진 소박한 식단으로 적게 먹었던 것이죠.
성호 선생에게 절식이 필요했던 이유는? <성호사설>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는 천성이 책을 좋아해 날마다 끙끙대며 읽느라고 베 한 올, 쌀 한 톨 내 힘으로 장만하지 않는다. 천지간의 좀벌레 한 마리란 말이 어찌 나같은 존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랴? 요행이 선대가 남기신 전답이 있어서 몇 섬 몇 말을 거둔다. 게서 나오는 식량을 절약하여 많이 먹지 않는 것으로 첫째가는 경륜이자, 양책을 삼는다. 무릇 한 그릇에서 한 홉의 쌀을 덜어낸다. 하루에 두 그릇 먹으면 두 홉이고, 한 집이 열 식구라면 두 되가 될 것이다. 일만 가구가 사는 군이라면 이천 말이나 되는 많은 식량이 쌓인다.” 이익 선생이 이런 말을 한데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동양에서는 가장 많이 먹는 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성호사설
성호사설(星湖僿說)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李瀷:1681~1763)이 쓴 30권 30책의 실학서이다. '사설(僿說)'이란 일종의 잡저를 의미하는 것이며, 사(僿)라는 것은 세쇄(細瑣)하다는 뜻으로 성호 자신이 겸사(謙辭)로 붙인 서명이다. 이 책은 저자가 학문을 하면서 생각나고 의심나는 것을 적어두었던 것과 제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을 기록해둔 것들을 집안 조카들이 정리한 것이다. 원래 성호 문하생들이 한 곳에 모여 의논·검토한 후에 정본(定本)으로 만들 계획이었으나 모이기가 힘들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따라서 원본은 정고본(定稿本)으로 된 것이 없다. 〈성호사설〉은 천지문(天地門)·만물문(萬物門)·인사문(人事門)·경사문(經史門)·시문문(詩文門)의 5가지 문으로 크게 분류되어 총 3,007항목의 글이 실려 있다. 그러나 부문(部門)이 세분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내용이 한 부문에 섞여 있는 것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제자인 안정복(安鼎福)이 분야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 부분만을 추리고 새롭게 정리하여 〈성호사설유선 星湖僿說類選〉을 편찬하기도 했다.
◀성호 이익이 열심히 관찰했던 쇠똥구리 그 내용을 보면, 먼저 천지문 223항목은 천문과 지리에 관한 서술로, 천문에 대해서는 〈천문지 天文志〉·〈율력지 律曆志〉·〈칠정서 七政書〉 등과 중국의 고전, 그리고 중국을 통해 들어온 서양의 천문지식을 바탕으로 해와 달·별·바람·비·조수·역법 등에 대해서 논술하고 있다. 지리편은 그가 가장 많은 관심을 두었던 것으로 우리나라 역사지리의 고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여기에는 단군조선·기자조선을 비롯하여 삼한·한사군·예맥·옥저·읍루 등 우리나라 강역과 관련되는 지리고증에 관한 많은 기술이 실려 있는데, 이를 통해 성호의 국가강역에 대한 강한 의식을 살펴볼 수 있다.
만물문 368항목에는 그가 사물에 대한 해박한 관심과 지식을 가지고, 생활에 직접·간접으로 관련이 있는 여러 가지 사물을 대하면서 평소에 생각했던 것들을 분류하지 않은 채로 수록했다. 주로 복식(服飾)·음식·농상·가축 등에 관한 것들이며, 이외에도 충류·화조(花鳥)·전화(錢貨)·악률(樂律)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인사문 990항목에는 정치와 제도, 사회와 경제, 학문과 사상 그리고 혼인관계와 제례에 관련된 것들이 수록되어 있고, 그밖에도 인물이나 사건 등에 따르는 고사가 거론되고 있다. 성호는 당시 조선의 정치·경제·사회 구조가 전면적으로 변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관련제도의 개편, 과거제도의 문제점, 서얼차별의 폐지, 노비신분 세습제의 폐지를 주장했고 경제적으로는 토지소유의 제한, 양전(量田) 및 호구조사의 실시, 화폐사용의 억제, 고리대화한 환곡의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불교·도교 등 이단과 민간신앙, 그리고 혼인·상제에 대한 습속의 비판 등이 실려 있다.
경사문 1,048 항목은 육경(六經)·사서(四書)를 비롯한 여러 고전과, 중국 및 우리나라의 역대 사서(史書)나 사실(事實)·인물·제도 등에 관하여 주석·논평한 것이다. 그가 이처럼 경서연구에 몰두한 것은 성현의 글을 읽고 의리를 추구하여 이로써 장차 치용(致用)의 실효를 거두기 위함이었는데, 여기서는 이러한 성호의 경학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 역사서술에 관한 부문에서는 역사에서 정치적 사건에 도덕적 평가를 앞세우는 것을 비판하고 당시의 시세 파악이 중요함을 주장했다. 시문문 378 항목은 중국 문인과 우리나라 문인의 시와 문장에 대한 평이 실려 있는데, 대부분이 시문의 교감과 시어(詩語)나 시구(詩句)의 고증 내지 변증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은 다른 성호의 저술과 더불어 궁경(窮經)·치용(致用)의 학으로서 성호의 학문과 사상을 연구하는 기본적인 자료임과 동시에 고대에서 조선 후기까지 중국과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문화·지리·풍속·사상·역사 및 당시 전래된 서학과 풍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망라하여 기록하고 있어서 하나의 백과사전적 전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규장각 등에 소장되어 있다. - 출처: 브리태니커
조선 사람들의 대식(大食) 정도는? 성호사설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먹으려고 드는 습성은 천하에서 제일간다. 근래에 유구(琉球·오키나와)에 표류해 간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너희 나라 사람은 항상 큰 사발에다 쇠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마구 퍼먹어대는데, 그렇게 먹고서야 어찌 가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 표류해 온 자가 있어 우리 풍속을 잘 알고 하는 말이다. ... 어려서 배불리 먹는 습관이 들면 위장이 차츰 커져서 채워지지 않으면 굶주림을 느낀다. 차츰차츰 습관이 들어 차츰차츰 굶주림을 느끼면 굶어죽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습관이 들어 위장이 커지는 사람이 있다면 습관이 들어 위장이 작아지는 사람도 반드시 있을 것이다. ... 비록 늘 굶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너무 과하게 먹는 음식을 덜어내는 것이야 불가능하겠는가?”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이런 말을 했겠는지 짐작이 갑니다. 그런데 당시 밥을 많이 먹은 것은 반찬을 적게 먹었던 탓이 있기도 했습니다.
일본, 중국과 비교되는 조선 사람들의 식사량 임진왜란 때 왜군은 바다 건너 원정을 나온 터라 군량미 보급이 부족했지만 조선군에 비해 훨씬 적게 먹었기에 오래 버틸 수 있었습니다. 한 끼 식사에 조선군은 쌀 7홉(당시 한 홉은 60cc 정도)이었는데 일본군은 고작 2홉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실제로 조선은 동북아 3국 중에서 가장 밥을 많이 먹은 나라였기에 대식국(大食國)으로 불리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하루 먹을 양식을 한 끼에 다 먹었다는 것이죠. 일본에 다녀온 김세렴이란 사람이 보고하기를 “왜인들은 한 끼에 쌀밥 두어 줌밖에 먹지 않더이다”고 했고, 청나라에 다녀온 실학자 홍대용은 “그들의 밥그릇이 꼭 찻잔만 하더이다”고 했습니다.
소식해서 장수한 옛사람 조선의 임금 중에서 가장 장수한 영조대왕(83세)이 소식가였죠. 영조는 가뭄이 들면 하루 다섯 번 먹던 수라를 세 번으로 줄이고 반찬 수도 반으로 줄였으며 심지어 간장만으로 수라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정 대신들 중에도 청빈하고 검소하게 살았던 분들 중에 장수한 분들이 많습니다. 청백리에 선정된 분들 중에 상당수가 장수했는데, 황희(90세), 맹사성(79세), 이원익(88세), 김상헌(83세) 등입니다. 그리고 우암 송시열,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같은 분들도 소식했고 장수했던 분들이죠.
▲왼쪽부터 영조, 우암 송시열, 퇴계 이황
1,400여년 전에 무려 102세까지 장수했던 당나라 명의 손사막(581-682) 선생은 식사는 자주 하되 70-80% 정도로 적게 먹으라고 하였습니다. 밥은 적게 먹되 반찬은 많이 먹으라고 하였고, 특히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라고 하였습니다. 당송팔대가의 한 분인 소동파는 ‘절음식설(節飮食說)’이라는 글에서 하루 동안 술 한 잔, 고기 한 조각만 먹겠다고 하면서 음식을 절제하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익 선생은 가난한 살림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절식한 것은 아니고, 의학에도 능통했던 그의 학문으로 보면 소식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좋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절식을 실천한 구체적인 방법 순조 임금 때 ‘이양연(1771-1853)’이라는 문신은 ‘절식패명(節食牌銘)’이란 문구를 지었습니다. ‘적당히 먹으면 편안하고 지나치게 먹으면 편치 않다. 의젓한 너 천군이여 입의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適喫則安 過喫則否 儼爾天君 無爲口誘)’고 씌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을 때마다 한 사람이 이 팻말을 두드리고 거기 적힌 글을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좌중의 사람들에게 과식하지 말 것을 경계했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밥 먹기 직전에 밥맛 떨어지는 얘기를 한 셈이죠. 여기서 천군은 몸의 주재자인 마음을 비유한 것입니다. 이런 패를 지었던 그는 당연히 83세까지 장수하였습니다.
▲4성호 이익의 친필 편지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⑱] 성호 이익(中) 이익의 장수비결인 小食, 몇 %나 적게 먹어야 할까?
<조선일보> 2014년 7월 15일
성호 이익 선생은 소식(小食)을 실천하여 장수하였는데, 실은 ‘음식 양생법’의 기본이 소식입니다. 소식은 비만해지지 않아 성인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상의 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죠. 소식하는 경우에 암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된다고 보고되어 있고, 신종 플루에도 비만한 분들이 잘 걸리는 편이라고 하지요.
▲이익은 세상이 변하는 만큼 지식도, 경전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조적으로 유교 경전을 해석하는 분위기가 사회를 망친다고 본 것이다. <한겨레신문>
실험으로 입증된 소식의 노화 억제 소식은 지금까지 밝혀진 노화 조절법 가운데 가장 효율적이면서 세계의 노화 학자들이 입을 모아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소식은 저산소증을 개선하여 ATP(아데노신 삼인산: 생체 내에서 직접적인 에너지원으로 이용되는 물질) 생성을 유지시키고 세포 손상과 세포 사망을 억제합니다. 그렇게 되면 몸 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 억제되고 활성산소와 활성질소가 덜 만들어지게 돼서 노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적인 노화학자인 텍사스주립대 유병팔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흰쥐에게 먹이를 15%, 20%, 40%씩 줄여서 먹이고 수명 연장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더니 40% 줄여 먹인 쥐가 수명 연장 효과가 가장 좋았으며, 평균 수명이 40% 정도 늘어났다고 합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의 라쓰 박사팀도 원숭이에게 먹이를 10%, 20%, 30%씩 줄여 먹인 실험을 한 결과 30% 줄여 먹인 집단의 효과가 가장 좋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두 가지 실험 결과만 보더라도, 성호 선생은 이미 300여 년 전에 소식을 실천하여 장수한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노화학 권위자 유병팔 박사
세계 장수촌 사람들의 장수비결은 소식 세계적인 장수촌에 사는 장수 노인들은 소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히말라야의 훈자 사람들은 하루에 단백질 50g, 지방 30g, 탄수화물 350g 정도로 약 1,900 칼로리를 섭취한다고 합니다. 서양인들이 먹는 단백질의 절반 정도, 지방의 1/3 정도밖에 안 되는 양이죠. 남미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사람들은 하루에 1,800칼로리 정도로 적게 먹습니다. 캅카스 지역의 그루지야 사람들은 도정하지 않은 곡물로 만든 빵이나 옥수수죽, 그리고 채소 등의 저칼로리 음식을 푸짐하게 먹고 포도, 자두 등의 과일도 먹지만 2,200칼로리를 넘지 않습니다. 그래서 노인들 중에는 살찐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오키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100세 이상 장수노인들의 하루 평균 섭취량이 남자 1400칼로리, 여자 1100 칼로리 정도라고 합니다. 노인이 되면 활동량이 적어지니 젊은 사람에 비해 먹는 양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래도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키나와 전통식의 열량은 하루 평균 1,000칼로리 정도랍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1976년부터 일본 오키나와의 장수 노인을 연구한 결과 80% 만큼 소식하여 노인성 질환이 적다고 보고한 바 있지요. 칼로리 섭취는 적고 활동량은 많기에 살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장수촌에서 단명촌으로 바뀐 오키나와
오키나와는 일본의 43개 현 중에서 1985년까지는 최장수 현이었지만 1990년 조사에서는 2위로 내려앉더니 1995년에는 4위, 2000년 조사에서는 26위로 추락했습니다. 2005년 조사에서도 평균 78.64세로 전국 25위랍니다. 지금도 남녀 모두 85세 이상은 건강하고 사망률도 전국에서 가장 낮지만, 60세 이하가 문제입니다. 특히 40대 후반의 사망률은 여성 1위, 남성 2위라니 심각하지요.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2006년 조사에서 비만자 비율이 남성은 47.5%, 여성은 43.1%로 전국 평균 27.4%보다 훨씬 높게 나왔습니다. 당뇨병과 간질환 사망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죠.
오키나와 장수촌세계적인 장수촌인 오키나와가 밑바닥으로 떨어진 이유는 뭘까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난 60세 이하의 전후 세대가 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이 많고 단명하게 된 첫째 이유는 식생활 면에서 전통 음식 대신 미군과 함께 들어온 햄버거, 콜라 그리고 스테이크 등 패스트푸드의 맛에 빠진 탓입니다.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햄버거 가게가 가장 먼저 생긴 곳이기에 다른 지역보다 먼저 그 맛에 빠져들었고,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생활도 먼저 보급되었죠. 둘째는 운동 면에서 자동차가 일반화되므로 인해 활동량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슬로푸드가 좋다 패스트푸드가 한꺼번에 많은 것을 빨리 먹는데 좋은 것이라면 슬로푸드는 천천히 여유롭게 먹는 음식이죠. 그래서 슬로푸드는 패스트푸드보다 성인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장수하게 하는 건강식입니다. 요즘 아이들이 입맛이 너무 서구화되어 햄버거, 피자, 치킨, 콜라 등을 선호하는데, 문제가 큽니다. 사실 우리 전통 음식이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음식을 만드는 재료에 기본적으로 전통 간장과 된장, 고추장이 들어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콩을 삶아서 메주를 만들어 발효시키고 된장을 담그는데 적어도 5-6개월 이상이 걸립니다. 이처럼 조리하거나 먹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음식을 슬로푸드(slow food)라고 하는데, 짧은 시간 안에 대량 생산하는 패스트푸드에 대비되는 개념이죠.
슬로푸드에는 전통 간장 외에 어떤 것들이 있나? ‘친구와 장맛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우리 속담처럼 전통 된장과 간장은 천천히 묵혀서 먹는 것이 좋기에 대표적인 슬로푸드에 속합니다. 그리고 고추장, 김치, 장아찌, 젓갈, 묵, 곰탕, 전통주와, 서양의 야쿠르트, 와인도 슬로푸드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요. 가공하는데 오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음식들입니다.
궁중 음식이나 명문가에 전해 내려오는 음식들은 대부분 슬로푸드입니다. 조헌 선생 집안에 400년 내려오는 ‘양탕’은 먼저 암소의 사골을 구해서 잘 씻어낸 다음 24시간 동안 기름을 걷어내면서 푹 고아 육수를 냅니다. 우유처럼 뽀얗게 우러난 육수에 ‘양’과 함께 인삼, 대추, 밤을 넣고 6시간 푹 끓인 것이죠. 퇴계 선생의 활인심방에 나오는 보양 음식 8가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측백나무탕, 마로 술을 담근 서여주, 한약재 지황으로 담근 지황주, 찹쌀과 개고기로 담근 무술주, 우유를 넣고 끓인 유죽, 녹각을 넣고 끓인 녹각죽, 마로 끓인 산서죽, 마로 만든 산서면 등입니다. 조선 후기에 나온 <제중신편>이란 한의서에 노인 보양음식 22가지가 나오는데, 멥쌀을 넣고 끓인 죽 11가지, 음료처럼 마시는 것 4가지, 환으로 된 것 2가지, 고약처럼 된 것 4가지, 차로 달여 마시는 것 1가지입니다.
전통 간장의 효능 한국 음식 중에 간장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거의 없을 정도인데, 음식의 맛을 좋게 할 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재래 간장은 재료가 된장과 같기에 성질과 효능도 서로 같습니다. 차가운 성질로서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한 것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 갈증이 심할 때는 냉수에 간장을 타서 마셔서 갈증을 해소했지요. 해독작용도 커서 일체의 어류, 육류, 채소, 버섯의 독을 풀어주므로 음식 요리에 빠지지 않고 사용되었습니다.
콩에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데, 콩을 발효시켜 만든 간장에는 더 큰 항암 효과가 있습니다. 혈관을 부드럽게 하여 혈액을 맑게 하고, 몸에 해로운 콜레스테롤을 제거시켜 혈관의 탄력성을 유지하게 하므로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노인성 치매를 예방하고 비만과 변비에 좋으며,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작용이 있어 노화 촉진물질의 활성화를 억제하므로 노화 방지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⑲] 성호 이익(下) 소식하고 육식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필수적인 음식 <조선일보> 2014년 7월 21일
이익 선생이 소식을 하고 육식을 하지 않는 가운데 반드시 먹었던 음식이 바로 ‘콩’입니다. 매일같이 콩 식품을 먹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친척들을 모아 ‘삼두회(三豆會)’를 조직했을 정도인데, 삼두회는 콩죽, 된장, 콩나물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절식 생활을 하자는 취지로 만든 모임이었죠.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육류가 아주 귀했고 또 이익 선생은 벼슬자리에 나서지 않아 살림이 넉넉지 못했기에 육식을 하기 어려웠는데, 그럴 경우에는 단백질이 부족해져 문제가 생길 수 있지요. 이익 선생은 매일 콩을 먹었기에 영양 부실을 막아서 건강을 유지하고 83세까지 장수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장수를 돕는 콩
콩은 장수식품입니다. 남미의 안데스산맥에 있는 에콰도르의 빌카밤바 마을은 세계 3대 장수촌의 하나인데, 빌카밤바 사람들의 장수비결에는 마그네슘, 칼륨, 철, 금, 은 등의 미네랄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빌카밤바 강물을 마시는 것과 함께 콩을 주식으로 하는 것이 들어갑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마늘과 콩 재배가 많은 지역이 장수촌으로 밝혀졌지요.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고 불릴 만큼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아실 겁니다. 특히 곡류에 부족한 라이신, 시스테인, 트립토판을 비롯하여 아르기닌, 글루타민산 등의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콩
콩에 함유된 영양 성분 칼륨, 칼슘, 인 등의 미네랄, 비타민 B1 및 B2 등이 들어 있고, 비타민 E가 상당량 들어 있어 미용과 노화 방지에 좋습니다. 또 불포화지방산이 들어 있어 콜레스테롤을 줄여서 동맥경화를 예방합니다. 혈당을 떨어뜨리므로 당뇨병에 좋고, 혈압 상승을 억제하므로 고혈압이 있는 분에게도 좋습니다. 심장병, 비만의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이 되지요.
콩에는 이소플라본이란 성분이 들어 있는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여 식물성 에스트로겐이라고 불립니다. 그래서 여성 갱년기장애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 중 제니스틴이란 물질은 뼈의 형성을 촉진하고 뼈의 재흡수를 막아서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악성종양의 증식을 억제하여 유방암, 직장암, 전립선암 등에 대한 항암 효과를 나타냅니다. 동맥경화, 심장병, 중풍의 예방과 치료에도 좋고 안면홍조, 과민반응, 수면장애 등의 갱년기장애 증상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요.
한약재로 활용되어온 콩 콩을 한약으로 쓰는 것은 해독 효과가 우수하기 때문입니다. 각종 약물에 중독되었을 때 한방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해독제가 바로 검은 콩과 감초를 함께 달인 감두탕(甘豆湯)입니다. 공해와 중금속 등의 유해물질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요즘 시대에 해독제가 되는 콩을 상용하는 것은 건강에 좋은 일이죠. 원래 콩이나 팥, 녹두 등 콩류 식품은 모두 해독효과가 뛰어납니다.
그렇다고 콩을 무조건 많이 먹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콩도 많이 먹으면 기를 막히게 하고 담을 생겨나게 하며 기침을 유발할 수 있고, 몸을 무겁게 합니다. 얼굴에 누런 부스럼을 생기게 할 수도 있지요. 그렇지만 콩으로 만든 된장, 청국장, 두부 등은 많이 먹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콩의 색에 따른 약효의 차이는? 한의학에서는 색에 따라 연계되는 장부가 다르기에 작용도 다르게 나타납니다. 검은 색은 신장과 연계되므로 검은 콩은 주로 신장에 작용하여 신장의 정기를 보강하고, 어지럽고 눈이 흐릿한 것을 밝게 해 줍니다. 그밖에도 검은 콩은 혈을 잘 통하게 하고 경맥을 통하게 하며 소변과 대변을 잘 나오게 합니다. 그래서 몸이 붓는 것을 치료하는 등 신장병에 쓰이고, 당뇨병에도 좋습니다. 또한 심장을 진정시키는 효능이 있으며 비장을 건전하게 하고 팔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떨리는데도 활용됩니다.
누런색은 비위장과 연계되므로 누런 콩은 비위장을 건전하게 하여 소화를 돕는 효력이 큽니다. 그래서 비위장이 허약하여 입맛이 없고 수척하며 기운이 없는 사람에 알맞은 음식이죠. 또한 대장을 이롭게 하여 대변을 잘 나오게 하는데, 섬유질이 대장암 예방에 좋습니다. 해독제로 검은 콩이 많이 쓰이지만 누런 콩과 흰 콩의 해독 효과도 뛰어납니다. 음식물에 중독되었을 때 누런 콩으로 즙을 내어 마시거나 혹은 갈아 마시고 토하면 낫게 됩니다.
흰 콩은 모든 종기와 창독에 붙이면 농과 독을 빨아내는데, 흰콩을 삶은 즙도 각종 독설 물질에 대한 해독 효과가 큽니다. 푸른색인 완두콩은 비위장의 기를 돕는 효능이 있어 뱃속을 편안하게 조화시켜주며 비위가 허약한 사람에게 구토, 구역이 있거나 산후에 젖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에 쓰입니다. 또한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창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곽란(癨亂 식중독)에 걸려 근육이 뒤틀리고 경련이 생기는 경우에도 쓰였는데, 푸른색은 간과 연관이 있고 간이 근육을 주관하기 때문이죠.
▲콩나물
콩나물의 성질과 약효
콩나물은 술 마신 뒤에 해장국으로 좋다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알코올 분해효소를 많이 만들게 하는 아스파라긴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의학에서는 콩나물이 열을 내리고 습기를 풀어주며 땀을 잘 나게 하는 탓으로 봅니다. 콩나물은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한약재로서 이름이 ‘대두황권(大豆黃卷)’인데, 습기와 열기, 특히 위장에 쌓인 열을 풀어주며 기운을 잘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몸속에 노폐물과 덩어리가 쌓여 오래된 것을 풀어 주고, 어혈도 없애 주고, 땀을 잘 나게 하므로 효능이 있습니다.
콩나물은 몸이 퉁퉁한 분이 운동부족으로 찌뿌듯하고 결리고 저리거나 근육이 뒤틀리고 무릎이 아픈 경우에 좋습니다. 단순한 감기몸살에는 콩나물국만 먹어도 쉽게 회복될 수 있습니다. 몸이 붓거나 가슴과 배에 물이 많아 배가 부르고 답답한 것을 치료하며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데도 좋지요. 그러나 콩나물은 약간 서늘한 성질이므로 속이 차서 설사하거나 손발이 찬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메주의 약효 메주는 한약재로 쓰여 왔는데, 이름을 ‘두시(豆豉)’라고 합니다. 몸살로 열이 많고 머리가 아픈 경우에 열을 내리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어 낫게 해 줍니다. 피부병, 감기, 위장 장애 등의 치료에도 쓰였습니다. 또한 가슴에 열이 있어 답답하고 잠이 오지 않는 경우에도 약이 됩니다. 히스테리가 있는 여성들의 가슴에 열이 쌓여 맺히고 답답한 것을 해결하는데도 효과가 있지요. 힘들고 괴로운 시집살이로 인해 한이 많은 한국 여성들에게 화병이 생기는 것을 막는데 도움이 된 음식 중에 하나가 된장찌개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노처녀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메주
실제 생활에서 된장의 활용법 된장은 식욕을 돋우는 음식인 동시에 소화력이 뛰어난 식품으로서 음식을 먹을 때 된장과 함께 먹으면 체할 염려가 없습니다. 민간요법에서는 체했을 때 된장을 묽게 풀어 끓인 국을 한 사발 먹으면 체한 기가 풀어진다고 하였죠. 그리고 콩이 해독제이므로 된장도 해독 작용이 큽니다. 물고기, 육류, 채소, 버섯의 독을 푸는데 효과가 있고 뱀, 벌레, 뱀독 등을 다스리는데 효험이 있지요. 그리고 야외에서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일 때 된장을 풀어 넣으면 해독도 되고 소화도 잘 되는 겁니다. 벌에 물렸을 때도 된장을 발랐죠. 된장에는 비린내를 없애는 효과도 있으므로 고등어나 게 등 비린내 나는 생선이나 육류 요리에 섞어 쓰면 냄새를 없애고 맛을 돋울 수 있습니다.
된장의 성인병 예방과 치료 효과 된장, 청국장이 면역기능을 증강시켜 암을 비롯한 성인병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죠. 항암 효과가 탁월하고, 간기능 회복과 간해독 작용이 있고, 항산화 효과가 있어 항노화작용을 나타냅니다. 고혈압 예방효과도 있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고, 노인성 치매를 예방합니다. 골다공증의 예방에도 좋습니다.
한편, 된장 속에도 지방이 들어 있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 불포화 지방산 형태로서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고, 동물성 지방과는 달리 동맥경화나 심장 질환 등을 유발할 염려가 없습니다.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체내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고 혈액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역할을 하므로 좋은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