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친 새만금 잼버리
제1회 세계잼버리는 스카우트의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이 영국 런던 올림피아 스타디움에서 103년 전인 1920년 7월 30일 34개국 8천 명이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새만금 잼버리 직전의 24회 잼버리는 2019년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뉴리버고지 서밋 벡텔 보호지역에 152개국 4만 5천 명이 참여하여 열렸다. 이제 2027년에는 폴란드 포모르스키에주 그단스크에서 열린다.
대회는 대체로 7월 말에서 8월 초에 개최되는데 남반구나 적도에 있는 국가에서 개최할 때는 12월에 개최되기도 한다,
호주(16회), 칠레(19회), 태국(20회) 등이 12월에 열린 나라이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World Scout Jamboree)는 세계스카우트연맹(WOSM)에서 주최하고 4년마다 열리는 세계보이스카우트 회원들의 합동 야영대회이자 각국의 문화 교류를 위한 청소년 축제이다.
스카우트 대원들의 참가 나이는 14~17세여야 하므로 평생 단 한 번만 참가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제17회 세계 잼버리대회가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된 바 있다.
‘너의 꿈을 펼쳐라(Draw Your Dream).’라는 슬로건으로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에서 158개국 43,232명이 참여한 25회 잼버리는 한마디로 한국에 대한 꿈을 접게 하였다.
전북, 부안군, 세계스카우트연맹, 한국스카우트연맹,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주관하고 김현숙(여가부 장관), 이상민(행안부장관), 박보균(문체부장관), 강태선(한국스카우트총재), 김윤덕(국회의원) 등이 조직위원장을 집행위원장으로 김관영 전북지사, 사무총장에 최창행이 맡았다.
야영장의 위생 상태는 최악인데다가 온열 질환 및 코로나19 환자 발생, 태풍 카눈의 상륙 등으로 세계 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 Ahmad Alhendawi도 "스카우트 잼버리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라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권 카르텔로 인한 잼버리대회의 초기 파행, 전북도의 총체적 무능과 지역 이권 카르텔, 영세업체에 수의계약을 통해 잼버리 관련 일감 몰아주기, 수도나 배수·전기 등 기반 시설 일부는 잼버리대회 중이거나 폐막일 이후에나 완공되는 미진한 공사 진행, 지역업체 선정 업무를 전북 공무원이 주관한 것 등을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잼버리 파행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잼버리 관련 법령을 만들 때도 대규모 SOC 사업을 배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것도 거론되고 있다.
2018년 잼버리 특별법 제정 당시 법안 원문에 잼버리 여건 조성시설에 철도, 공항, 항만 등 SOC 사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관영 집행위원장은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송구스럽다’라고 말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하면서도 전북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감염병 대응 대비 종합계획에서도 예측은 실패했고 잼버리 행사장 기반 공사는 행사개최 시까지도 미완성이고 상하수도, 주차장 건설도 12월에나 준공되어야 하는 잼버리 행사의 진행 과정은 누구에게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발생하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트위터에서 ‘세계 잼버리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 전북도민들의 기대는 허사가 되고 불명예만 안게 되었다. 이번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아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158개국 4만 3천여 명의 청소년을 새만금 뻘밭에 초대한 잼버리대회는 왜 실패했을까.
잼버리 참가자들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시작된 행사 설계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14세에서 17세의 미래로 확산하여가는 중요한 손님이었으나 그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로 정부나 정치권, 관계자들이 미래를 귀하게 여기지 않고 당면한 지금의 편협된 시각으로만 대했다.
스포츠 등 특정 분야의 국제행사는 한 분야에 국한되지만, 잼버리에 참여한 손님들은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학자나 과학자등 한국에게 도움이 되어주는 미래의 친한국적 인사들을 탄생시킬 수 있는 소중한 손님임을 망각함으로써 이미 잔칫집은 초상집이 되고 말았다.
무더위와 폭우 등 기상이변에 대해서도 알 만큼 알고 있으며 이미 전국적으로 침수 피해를 모질게 받은 대한민국이다.
보건 분야도 코로나19로 의료시스템의 적응훈련도 해 보았고 이태원 참사로 인파 관리를, 도시침수와 수해를 통한 물관리의 중요성도 체감한 대한민국이다.
갯벌 위에 긴급히 메운 행사장의 배수로 설계는 조금만 비가 와도 침투되지 않아 질퍽해질 수밖에 없게 공사를 했다. 생활용수 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재래식 화장실로 배치해야 했고 공용 음수대는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위생적인 음수대는 없고 호수가 덜렁거리는 60년대 식수대만 포로수용소처럼 설치되어야 했다. 8월 행사임에도 해를 가리거나 쉼터조차 빈약했던 시설설치는 이곳이 자랑스러운 한국 땅인지 저개발국의 빈민타운의 한 현장인지 구별할 수 없게 하였다.
쓰레기 처리에서도 정부와 국민이 함께 노력한 분리수거의 체감형 쓰레기 처리 시스템 설정도 없었다.
잼버리대회는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얼마든지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검이불루 화이불치 儉而不陋 華而不侈].
뜨거운 여름, 무더위에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과 햇살을 피할 수 있게 우리나라의 조랑 박이며 넝쿨식물 등으로 그늘을 만들지도 못했다.
토목, 건설, 디자인, 교육, 문화, 환경, 의료, 생태 등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는 사라지고 날파리들만 휘돌다 간 새만금 현장이었다.
그 결과는 미래세대의 우리 친구를 한 곳에서 잃어버리게 했다.
누가 누구를 탓하기도 어렵고 원망을 할 수도 없다.
25회 잼버리는 우리 기성세대 어른들이 또 한 번 저지른 볼썽사나운 행태를 전 세계에 소란스럽게 보여준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환경경영신문www.ionestop.kr김동환 환경국제전략연구소 소장,환경경영학박사,시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