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개발한 '추간공성형술 키트'로 수술 하지 않고 직경 2㎜ 기구 삽입 두꺼워진 황색인대 제거… 신경 통로 넓혀 증상이 심한 척추관협착증 환자도 전신마취 없이 치료할 수 있어
이석구(85)씨는 3년 전부터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오른쪽 엉덩이에 심한 통증이 생겼다. 최근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 200m 이상 걷기가 어려워졌다. 이씨는 인근 병원에서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고 신경주사 치료와 신경성형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몇달 지나자 다리 통증이 더 심해졌다. 그러나 큰 수술이 두려워 차일피일 병원 방문을 미루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노화에 의한 퇴행 등으로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뿌리가 압박되고 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된다. 어느 시점까지는 자각 증상이 없다. 그러나 허리 통증이 생기면 약물치료·물리치료·운동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상태가 악화하면 허리 통증이 엉덩이·다리까지 내려가 저리거나 시린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엔 꼬리뼈에 카테터(관)를 넣어 유착 부위를 분리하는 신경성형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허리의 과도한 움직임을 막아주는 황색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져 척추관이 좁아지거나 추간공(척추 사이 구멍)이 막혀버린 중증도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신경성형술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추간공이나 척추관이 너무 좁아져 신경성형술용 카테터를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땐 뼈를 자르거나 나사못을 박아 척추관을 넓히는 수술을 해야 한다. 이때 당뇨나 심장병 등 여러 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환자는 전신마취나 출혈이 두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이 같은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비(非)수술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문동언통증의학과의원의 문동언 대표원장(전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은 특별히 고안한 키트를 활용해 척추관협착증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경피적 추간공성형술'이라는 치료를 시행한다.
◇유착된 신경, 수술 없이 직경 2㎜ 기구 넣어 푼다
경피적 추간공성형술은 문 원장이 개발해 특허받은 추간공성형술 키트(FORAMOON™)를 사용하는 시술이다. 옆구리 피부를 통해 키트를 추간공까지 밀어 넣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진 황색인대를 제거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힌 뒤 달라붙은 신경을 제거한다. 이렇게 염증을 치료함으로써 척추관협착증의 근본적인 원인을 없앤다. 치료가 끝나면 신경뿌리에 혈액 공급이 증가하고 산소와 영양 공급이 원활해져 염증이 줄고 다리 통증과 저림, 시림이 개선된다.
삽입하는 기구는 직경이 2㎜로 가늘어 신경성형술처럼 피부를 절개할 필요가 없으며 부분마취로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 중 출혈과 통증도 적고 시술 다음 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회복도 빠르다. 앞쪽 척수신경이나 중요한 신경구조물을 건드리지 않고 뒤쪽의 두꺼워진 황색인대만 선택해 절제하므로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중증도 척추관협착증·수술 후 통증 재발한 환자 등에도 시술 가능
문 원장에 따르면 경피적 추간공성형술은 마비 등 기능장애를 동반하는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 중증도 척추관협착증 환자에게 활용 가능하다. 특히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심하게 막혀 신경성형술만으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중증도 척추관협착증 환자 ▲신경성형술을 시행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 ▲척추 수술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환자와 수술 후 통증이 재발한 환자 ▲고령 환자나 지병으로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등도 시술을 받을 수 있다.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의 척추관협착증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 이 같은 환자를 치료하려면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 추간공으로 기구를 삽입해야 하는데, 골반 뼈의 상단 장골능의 높이가 높은 환자는 이쪽으로 기구를 넣을 수 없어 기존 시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추간공성형술 키트는 휘어진 바늘을 사용하므로 이런 환자도 치료할 수 있다. 문 원장은 "신경 유착이 심하거나 인대가 두꺼워져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심하게 여러 군데가 막힌 환자의 경우 처음부터 신경성형술과 추간공성형술을 동시에 시행하면 더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주의할 점은 진단명은 똑같은 '척추관협착증'이라도 저마다 발병 원인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 치료를 진행할 필요가 있 다. 예컨대 탈출된 디스크가 척추관협착증의 근본 원인이면 고주파수핵감압술이나 추간공내시경레이저술 같은 비수술 치료도 추가로 시행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문 원장은 "치료에 앞서 통증 원인을 면밀히 파악해야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비수술 치료를 선택할 수 있다"며 "다리 저림 현상이 지속되면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찾아 정밀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