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대의 건축공간산책-7>
도서관, 미래를 위한 컨텐츠 문화공간. -용학도서관-
시애틀에 있는 빌게이츠의 집은 대문에서 현관까지 무려 40분을 걸어야 할 정도의 대저택이다. 그 큰 집에는 없는 것이 없겠지만 정작 부러운 것은, 읽고 싶은 책을 다 갖추어 놓고 아무 때나 책을 읽을 수 있는 크고 작은 도서실이 있다는 것과 마음대로 감상할 수 있는 영화관도 있다는 점이다.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어머니도 아니요 학교와 선생님도 아니었다. 어릴 적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고 말했다고 한다. 명문 대학까지도 스스로 포기한 그의 학교는 곧 도서관이요 책이 스승이었던 셈이다.
수년전 ‘느낌표,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었다. 좋은 책을 선정하여 국민들이 읽게 하고 책 판매 수익으로 지방의 도시에 작은 도서관을 건립하는, 책과 도서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방송이었다. 지금 그 프로그램은 사라졌지만 ‘기적의 도서관’은 지방 도시에 9개가 세워져서 운영되고 있다. 그 프로그램이 오래 지속이 되었다면 전국 방방곡곡에 작은 도서관들이 계속 세워졌을 것이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도서관을 보유하는 ‘기적의 나라’가 되였을 것이다. 꿈나무들이 그 도서관에서 미래 제2, 제3의 빌게이츠 꿈을 키우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적의 도서관’은 탄생에서부터 기존 관념의 틀을 깨트린 건축이었다. 상상력을 유발하는 건축 조형성, 새로움의 공간, 실내 개울을 만들어서 발을 담그고, 편히 누워서 뒹굴며 책을 읽을 수도 읽게 설계하였다. 정형화된 도서관의 형태를 벗어나 책을 편하게 가까이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9월 수성구립 용학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범물동의 끝자락, 관제 삼거리에서 지산삼거리로 차를 지나다보면 완충녹지와 아파트단지 사이에 그다지 크지 않은 5층 건물이 나타난다.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새로 지은 사무실 건물로 보여 진다. 일률적 형태, 아파트 단지의 주변 환경에서는 새롭고도 경쾌하게 등장한 현대 조형적 건축이다. 밝은 색상의 일미늄패널 외부재료, 불규칙적 패턴의 입면성은 주변의 우중충함에서 새로움과 신선함을 제공한다. 주변 아파트 지역의 인구밀도, 인근학교(범일중 범물초교). 그리고 숲이 울창한 있는 작은 공원(용지 어린이공원) 과 함께하고 있어 동네 작은 도서관으로서의 바람직한 환경이라 생각된다. 앞으로의 도서관은 지역 단위에 까지 작은 도서관들을 만들어져서 쉽게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의 근린 편의시설쯤으로 여겨져야 할 것이다.
도서관이 들어선 근린공원 부지형태는 기하학적 삼각형으로 2면의 도로와 근린공원에 면하고 있다. 남쪽 마당을 남겨두고 북측 모서리 에 맞추어 건물을 배치하고 보니 가오리형 삼각배치 평면이다. 도서관의 무거운 정형을 벗어나기 위한 가벼운 해학처럼 보인다. 입면 디자인은 수직적 요소를 강조하며 상부 날카로운 삼각 지붕이 디자인 포인트이다. 건물의 랜드마크화, 인지성 개성을 강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 지붕아래는 작은 휴게 정원이 있다. 학교 측 도로 쪽으로는 게이트형 벽을 내세우며 도서관마당의 영역성, 건축의 수평적 확장을 표현하고 학교건물과는 친화적인 조형으로 나타난다.
공원을 향한 남측 마당에서 주출입구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안내 데스크, 왼편으로 전시홀, 중앙 내부에 계단 엘리베이터가 위치하고 있다. 주요 공간, 복도, 계단, 화장실까지 현대적 재료와 감각으로 인테리어 디자인이 되어서 밝고 경쾌한 도서관 이미지를 주고 있다,
층별 기능으로는-
지하1층 (882.80㎡) 시청각실, 보존서고,
1층 (709.56㎡) 로비, 안내데스크, 전시실, 사무실
2층 (822.30㎡) 어린이자료실, 어린이영어자료실, 유아자료실, 어린이디지털자료실
3층 (838.05㎡) 종합자료실, 디지털자료실
4층 (809.87㎡) 디지털 강의실, 문화강의실, 멀티플렉스관, 노트북실
5층 (453.32㎡) 일반열람실, 책마루
지난해 문을 열며 안도현 김용택 시인 등 작가와의 만남, 매주2회 영화 상영, 인문학강의, 그림책원화전시, 연극공연 등 다양한 문화적 행사로 새로움을 실천하고 있다. 다소 좁게 느껴지는 공간들, 그리 크지 않는 열람실 공간이 모자라서 부속실 휴게실 이곳저곳에서 학생들은 수험 공부에 열중이다. 도서관이 오로지 학생들의 수험준비 공부방으로만 전용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학생들의 공부방은 별도 동선으로 기능구분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본 센다이 시립도서관 이름은 ‘센다이 미디어텍sendai mediatheque’이다. 도서관, 미술관, 영상관, 북센터, 아트샆, 카페까지 한 건물에 담겨있어 늦은 밤까지도 불을 밝힌다. 이 시대의 도서관에는 책만 있어서는 아니 되며 디지털, 정보, 미디어, 컨텐츠, 미래지향의 문화적공간이 담겨야할 것이다.
(최상대, 전 대구건축가협회 회장, 대구예총부회장, 한터겐건축 )
첫댓글 한 여름 잘 보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