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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하봉 정상, 무불 님이 바라보는 맞은편 산은 갈미봉(1,273.0m)
산꼭대기로 눈 들어 아침의 탄생을 지켜보렴.
나뭇가지 사이로 지나는 바람의 노래를 들어보렴.
대지인 모노라에서 생명이 솟는 걸 느껴보렴.
그럼 제로키의 이치를 알게 될 거야.
―― 포리스트 카터,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The Education Of Little Tree)」에서
▶ 산행일시 : 2018년 3월 31일(토), 맑음, 미세먼지
▶ 산행인원 : 10명(영희언니, 모닥불, 악수, 수담, 사계, 신가이버, 해마, 오모, 무불, 메아리)
▶ 산행거리 : 도상 13.6km
▶ 산행시간 : 8시간 23분
▶ 교 통 편 : 두메 님 25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6 : 35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00 -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08 : 57 - 장전교, 장전계곡(長田溪谷) 입구, 산행시작
10 : 26 - 임도
11 : 25 - △1,138.9m봉
12 : 03 ~ 12 : 28 - 1,335.4m봉 아래, 점심
13 : 24 - 가리왕산(加里王山) 상봉(△1,561.8m)
13 : 57 - 1,447.9m봉
14 : 11 - 중봉(1,436.0m)
15 : 02 - 하봉(△1,381.7m)
15 : 30 - 1,227.5m봉
16 : 16 - 임도
16 : 47 - 731.1m봉
17 : 20 - 59번 도로, 농산물 간이집하장, 산행종료
18 : 05 ~ 19 : 55 - 진부, 목욕, 저녁
22 : 02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가리왕산
2. 가리왕산 정상에서
▶ △1,138.9m봉
진부에서 북평까지 약 31.4km에 이르는 오대천변의 59번 국도는 주변 경관이 뛰어나서 드
라이브코스로 이름이 높다. 그 59번 국도는 깊은 협곡 사이를 흐르는 오대천을 끼고 난 길이
다. 왼쪽에는 박지산, 갈미봉, 상원산, 옥갑산이 솟았고, 오른쪽으로는 백적산, 잠두산, 백석
산, 가리왕산이 솟았다. 모두 해발 1,000m를 훌쩍 넘는 준봉들이다.
그 산군의 맹주인 가리왕산이 오늘 우리의 산행지이다. 작금에 향유(?)하는 평화분위기를
조성한 전초기지여서일까 광주원주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와 진부는 곳곳에 평
창동계올림픽의 여운이 진하게 남아 있다. 우리 버스는 정전계곡 입구에서 멈춘다. 바로 왼
쪽 산등성이를 오를 요량이다. 우리 오지산행이 가리왕산을 어디 한두 번 올랐겠느냐마는 이
코스는 2009년 5월 16일에 올랐다. 그날을 특히 기억하는 건 봄날답지 않게 돌풍이 불어대
고 종일 찬비가 내려 엄청 떨었던 산행이어서다.
촘촘한 등고선 그대로 첫 걸음부터 되게 가파르다. 경사가 풀리는 임도까지 고도 520m를 직
선거리 0.92km로 올라야 하니 평균 경사도는 약 34°나 된다. 더구나 잡석과 잔너덜이 연속
인 돌길이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은 주로 돌 틈 사이를 가린 허방이라 헛걸음하기 일쑤다. 인
적은 예전에 우리가 남긴 그것인지 혹은 수적인지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암릉이라도 나오면 멀찍이서 예의 관찰하여 양쪽 사면의 난이도를 비교 계량하고 번갈아서
돌아 넘곤 한다. 대체 얼마나 올랐을까? 가다말고 뒤돌아서 건너편 검은 장벽인 갈미봉(葛味
峰, 1,273.0m)의 눈높이로 어림짐작한다. 이곳의 봄소식은 올괴불나무와 생강나무다. 저만
치 떨어져 있어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하고 다만 눈인사한다.
적막강산이다. 들리는 건 내 거친 숨소리와 잦은 기침, 간혹 죽은 나뭇가지 잘못 붙들어 뚝
부러지는 소리, 낙엽과 잡석 뒤적이는 발걸음, 그에 차인 돌이 멀리 구르는 소리. 해마다 이
맘때쯤이면 대간거사 님이 만고의 절창이라며 (신가이버 님에게) 즐겨 불러주던 ‘봄날은 간
다’가 들리지 않고 또 들을 수가 없어 더욱 적막하다.
실로 오랜만에 향긋하고 짭짤한 손맛을 본다. 그 수훈 갑은 해마 님이다. 마수걸이 대물에 이
어 연속해서 뽑아낸다. 그 기조를 하봉을 내릴 때에도 그대로 유지했으니 해마 님은 오늘 되
는 날이다. 나 역시 일부러 잡목 숲을 골라 누비며 연장 들고 덤비지만 번번이 그 근원을 찾
지 못한 허탕이라 가리왕산을 온통 개간하고 다니는 셈이다.
발청향 손맛으로 발걸음이 한결 가뿐하여 임도에 올라선다. 따스한 봄볕 한가운데 빙 둘러앉
아 휴식한다. 오늘은 신가이버 님이 어묵을 꼬치에 꿴 넙죽이(산정무한 님 버전)로만 준비했
다. 삽상한 봄바람이 소리 없이 스치것다 입산주 탁주 안주로 아주 그만인데 내가 감기에 걸
려 절주하니 건배 구호 ‘빠세 빠세 쭉쭉 빠세!’(사계 님 버전)마저 시들하다.
임도는 고도 960m쯤 된다. 이 임도는 가리왕산 산허리 83.3㎞를 돈다. 이제부터 오르막 가
파름은 푹 수그러든다. 가도 가도 하늘 가린 밀림이다. 너덜지대 지나고 펑퍼짐한 사면을 이
리저리 누벼 도드라진 능선 마루금을 잡는다. 워낙 너른 능선이라 △1,138.6m봉의 삼각점은
찾지 못하였다. 저 앞 잡목 숲에서 킁킁하는 멧돼지 소리가 들리기에 나도 헛기침소리 크게
낸다.
3. 봄의 교향악을 연주하는 장전계곡 계류
4-1. 가리왕산 밀림
4-2. 2009년 5월 16일에 왔을 때의 가리왕산 오름길, 맨 왼쪽에 신가이버 님이 보인다
5. 북사면은 만년설 같은 설원이다
6. 눈이 깊다. 한 사람 발자국으로 여럿이 간다
7. 멀리 왼쪽은 육백마지기와 청옥산
8. 가리왕산 상봉 정상
9. 가리왕산 정상에서 바라본 하봉
▶ 가리왕산(加里王山) 상봉(△1,561.8m)
드디어 정면에 가리왕산 상봉이 둥두렷이 떠오르는 줄로 잘못 알았다. 1,201.7m봉 아니면
1,335.4m봉인 것을 거기 가서야 상봉은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1,335.4m봉-평평
하여 딱히 산봉우리라고 하기 멋쩍다-정상에 약간 못미처서 점심밥을 먹을 때 여기에 자리
를 잡은 선두의 혜안에 새삼 감탄했다. 상봉 정상은 벌판이라 춥도록 서늘하겠고, 다른 등산
객들도 올랐다면 우리의 식습관으로 굳어버린 신마담의 식후 커피를 불편하게 볼지 모를 일.
점심자리에서 가리왕산 상봉은 1,335.4m봉을 넘고 2.0km를 더 가야 한다. 그것도 잡목 숲
속 눈밭을 헤쳐야 한다. 처음에는 군데군데 남아 있는 눈을 피해 요리조리 게걸음하였다. 고
도를 높일수록 눈은 온 능선을 덮었다. 눈이 없는 사면은 너덜과 울창한 잡목지대다. 차라리
직등하여 만년설 눈을 헤치는 편이 낫다. 층층 쌓여 썩은 눈이 상당히 깊다. 류시화 시인은
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읊었다. 여기라고 다르랴.
순백의 눈도
하루 만에
세상의 때가 묻는구나
양손은 잡목을 살피랴 양발은 앞사람 발자국을 살피랴 바쁘다. 해마 님이나 메아리 대장님
뒤를 곧바로 뒤따르는 것은 위험하다. 그들의 동동 뜬 발자국을 그대로 믿고 쫓았다가는 뜻
밖에 푹푹 빠지고 만다. 체중이 더 나가는 나를 눈이 버텨내지 못해서다. 눈길을 잘 다지는
신가이버 님 뒤가 안전하다. 키 작은 그러나 억센 잡목 숲 위로 머리를 내밀게 되고 너른 벌
판의 가리왕산 상봉 정상이다.
사방에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으로 끼였다. 원경은 물론이고 근경조차 흐릿하다. 가리왕산은
옛날 맥국(貊國)의 갈왕(葛王 또는 加里王)이 이곳에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하여
‘갈왕산’이라고 부르다가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한편, 이 산의 모습이 큰 가리(벼나 나무를 쌓은 더미)와 같다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도 한다.
종종 가리왕산의 8경을 말하는데 그 선정경과를 전혀 모르겠고 하나하나가 다 낯설다.
그 8경은 동해가 보인다는 상봉인 망운대(望雲臺), 가리왕산 성터에 있는 동심(東深)과 서
심(西深)이라는 샘터, 중봉인 후룡봉(後龍峰)의 시녀암(侍女巖), 하봉의 백수암(白鬚巖),
가리왕산 북쪽 기슭의 계곡 여울인 장자탄(長者灘), 장자탄 위에 있는 용굴계곡 · 회동리계
곡 · 비룡종유굴 등이라고 한다.
키 작은 잡목 숲 위로 머리 내밀어 흐릿한 주변 풍광 살피며 중봉을 향한다. 길 좋다. 한 피치
완만하게 내리면 장구목이 갈림길인 ┫자 갈림길이다. 그쪽 눈길도 등산객들이 오고간 흔적
없이 조용하다. 우리는 직진하여 줄달음한다. 무불 님이 오늘 나를 살린다. 나 역시 정상 컨
디션이 아니지만 무불 님은 감기가 더 심하여 후미로 한참 뒤쳐져 오고 점심을 겨우 돈가스
서너 조작으로 때우더니만 배탈까지 났다고 한다.
10. 멀리 가운데 흐릿한 산은 남병산
11. 왼쪽이 중왕산(1,381.4m)
12. 가리왕산 상봉 정상에서
13. 중봉에서
14. 중봉 헬기장에서 바라본 하봉
15. 하봉 알파인 스키장 슬로프
16. 멀리 왼쪽이 육백마지기와 청옥산
17. 멀리 왼쪽이 육백마지기와 청옥산
▶ 중봉(1,436.0m), 하봉(△1,381.7m)
고원이다 보니 1,447.9m봉이 한낱 둔덕이다. 대깍 넘고 길게 내렸다가 뒷짐 지고 느긋하게
오르면 중봉 정상이다. 긴 휴식한다. 역시 어느 모임을 막론하고 물주가 대접받기 마련이다.
오늘은 산행인원이 단출하거니와 평소 산행 후에 먹던 그 고장의 특산물(삼겹살)에 질렸으
니 이구동성으로 메뉴의 부디 상향조정을 간청하였고 여차하면 요즘 사회적 이슈에 앞장서
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넣겠다고 윽박질렀다.
아울러 우리의 물주이신 신가이버 님이 목이 마르지나 않은지 물병 들고 물어보기도 하고,
파브리카는 제일 크고 제일 좋은 것으로 맨 먼저 권하고, 사과도 그러한다. 그리고 무불 님은
오늘만은 메뉴의 상향조정을 일심으로 믿어 죽을힘을 다하여 뒤따랐다며 최근의 돈육업계의
상황을 과학적으로 브리핑하였다. 돼지 목살 부분은 항생제 투여로 인해 목불인견인 지경에
이르렀다고 하며, 삼겹살이라고 그 영향이 없겠느냐는 의문이 들뿐더러 지난달 27일에는 김
포의 돼지농가에서 구제역 A형 확진판정이 난 사실도 언급하였다.
정 어렵다면 오지산행 단톡방에 올릴 사진용만이라도 배려해달라고 사정하였고, 나아가 나
는 모처럼의 대물 산더덕주에 대한 예의와 궁합을 십분 고려하여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하고
조심스럽게 거들었다. (그러나 공사분별이 중한 것. 혓바닥에 물집 잡히게 갖은 말로 소원하
였으나 말짱 도루묵이었다. 목살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의 삼겹살을 먹었다.)
하봉을 향한다. 중봉을 동진하여 약간 벗어나면 너른 헬기장과 만나고 조망이 트인다. 설원
으로 변한 하봉의 알파인 스키장 슬로프가 한층 가까이 보인다. 다시 수림에 잠기고 1,338.5
m봉을 넘자 동행하던 인적이 사라졌다. 바위지대를 오른쪽 사면으로 돌아내리고 슬로프에
다가간다. 능선 마루금에 슬로프를 내었다. 눈은 잘 다져졌지만 녹아서 발이 약간씩 빠진다.
나무 베어내고 스키장을 만들어 사방 조망은 훤히 트였다. 미세먼지로 흐린 것이 흠이다. 평
화는 그냥 오지 않는다. 가리왕산 하봉도 생살을 깎아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있다. 하봉. 설원
을 지나 나무그늘 아래로 들어 휴식한다. 당초에는 하봉 북릉인 숙암휴게소 쪽으로 하산하려
고 했으나 거기는 슬로프를 내어 그 눈길을 걷기가 오히려 거북하다. 오른쪽 농산물 간이집
하장 쪽으로 뻗은 능선을 잡는다.
길 없는 우리의 길을 간다. 잡목 숲속 잔너덜 길이 여간 사납지 않다. 앞뒤 일행 간 안전거리
를 유지하며 머리 혹은 발목 조심을 복창하고 지난다. 가파른 내리막이다. 낙엽 밑 얼음은 다
녹았다. 진창도 아니다. 너덜만 아니면 걷기에 딱 알맞다. 가파름이 수그러든 사면은 참나무
숲 아래 분위기가 썩 좋다. 더덕대형을 펼쳐 내린다. 나는 또 개간한다.
임도. 지도 확인에 소홀했다. 능선 마루금인 산모퉁이 임도로 내렸기에 능선은 당연히 그 연
장으로 곧바로 이어지리라 생각하여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어쩐지 잡목의 극성이 심해지고
오른쪽 능선이 점점 더 실해 보인다. 지도를 확인하자 임도에서부터 우리는 엉뚱한 사면을
치고 골로 가고 있는 중이다. 오른쪽 사면을 대트래버스 한다. 게을렀던 탓에 진땀 뺀다.
그다지 도드라지지 않은 731.1m봉을 지나고 펑퍼짐한 사면의 소나무 숲을 내린다. 하늘을
찌를 듯이 쭉쭉 뻗어 오른 소나무 숲이 볼만하다. 이런 데는 전후좌우 우러르며 아껴 걷는다.
59번 국도와 가까워지고 인적과 만난다. 임도는 사면 돌아 다래골 마을로 향하고 우리는 생
사면을 뚫고 농산물 간이집하장으로 내린다. 산기슭 앳된 진달래가 반긴다.
그리고 백석폭포. 실폭으로 흐른다. 오대천 물을 길이 600m, 지름 40cm의 관을 통해 끌어올
려 높이 116m의 폭포를 만들었다고 한다. 백석폭포 표지석 뒷면에 구성달 시인의 「하늘의
큰 음성 - 백석폭포」라는 시조를 새겼다. 그중 제3수다.
아래로 내리시며 끝없이 이른 말씀
물처럼 살아가라 그것이 상선약수
물같이 흘러가거라 법의 진리 예 있다
18. 멀리 가운데가 가리왕산 상봉, 그 앞이 중봉
19. 하봉 정상
20. 건너편 산은 갈미봉
21. 분위기가 썩 좋은 등로
22. 올괴불나무
23. 소나무 숲길
24. 백석폭포
첫댓글 독한 가이버님...맛난것 좀 사드리지....ㅜ.ㅜ 스키장 복구가 언제나 될른지
ㅋㅋ 똑똑한 가이버. 소기름은 고지혈증, 동맥경화, 고혈압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고 대원들의 건강을 고려했구만. 지역 가서는 지역특산물.
짧은 산악용 스키를 준비했어야 했네요
임들 떠난 빈 들에서 뒤늦게라도 힘껏 그 기분 만끽할 기회였을텐데요^^
남쪽의 따스함과 비교되는 겨울산을 아직도 느낍니다
추억가득한 산행이었지요
때가되면 얘기할수있는
악수형님 !! 조금이라도 아프시면 안됩니다 ~~
가리왕산도 지금 많~이 아픈 듯 합니다.
예전 가리왕산으로 살릴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