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공지능(AI)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영국에서는 이를 규제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했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저도 이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류의 장래를 파괴할 것 같은 걱정으로 이를 빨리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오늘 4월 총선을 앞두고 차라리 인공지능에 투표하고 싶다는 견해를 보고는 저도 그러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비관적 반응들이 먼저 제기될 수 있다. 인공지능 (AI)은 언젠가 인간 자율성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 아닌가? AI가 정치에 도입되면, 민주정치보다는 감시와 통제에 쓰이지 않을까? 다른 한편으로는 갑갑한 정치 현실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헛헛한 공상으로 읽힐 수도 있겠다.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4월 총선을 앞두고 AI 정치인의 가능성을 논해보려는 데에는 절박한 이유가 있다.
첫째, 선거철 한국의 정당은 까마득한 절벽으로 추락하고 있다. 권력 다툼을 위해서라면 온갖 반칙, 위법, 떼법을 총동원하는 아수라장이 매일 매일 펼쳐지고 있다. 무언가 파괴적 혁신 없이는 정치의 타락은 스스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둘째, 챗GPT4, 소라, 코파일럿 등이 보여주듯 AI의 발전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최대의 삶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돌봄, 여가, 전쟁 등 모든 분야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중이다.
이미 숱하게 지적되었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우리 정당들의 자멸적 행태부터 간단히 돌아보자. 다양한 비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필자는 우리 정당정치의 타락을 주도하는 것은 정당을 장악한 포퓰리스트들과 이들을 열성적으로 뒷받침하는 정치 훌리건들이라고 본다.
포퓰리스트들은 여러 얼굴을 갖고 있지만, 공통적인 특성은 민주정치의 제도와 절차, 법치를 한없이 가볍게 여긴다는 점이다. 사례는 차고 넘친다. 2024년 총선 지역구 획정의 법정 기한은 2023년 3월이었다.
다수당인 민주당은 2024년에 들어서야 마침내 준연동형 선거구제를 유지하기로 결정하였고 여야 정당들은 그제야 지역구 획정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누더기가 된 공천 과정, 여야 정당들의 위성정당 급조, 선거 이후 이들의 예정된 원대복귀 등은 제도와 절차가 이미 파산 지경임을 보여준다.>중앙일보. 장훈 중앙대 명예교수·본사 칼럼니스트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차라리 AI 후보에게 투표하고 싶다'에서
솔직히 여당이고 야당이고를 떠나서 정말 정치판에 인공지능 후보를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거라는 생각을 저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저도 그 후보에게 투표하겠습니다.
<공식적인 집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로마의 키케로는 역사상 가장 말을 많이 한 말의 전문가였다.
원로원과 법정에서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유와 정의를 위해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을 뱉었다. 로마의 미래를 걱정하며 공화정·법률·철학·연설·도덕에 관한 저술에도 투혼을 불살랐다. 그는 황제가 되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힌 독재자 안토니우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다가 독재자가 보낸 부하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예견된 비명횡사였다. 기원전 43년 12월 7일, 그의 나이는 64세. 잘린 목과 양손은 로마로 옮겨졌고, 안토니우스는 “이제야 숙청이 완성되었구나”라고 소리쳤다.(『수사학』, 안재원)
키케로의 경우와는 다르지만, 22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할 거대 야당의 후보자를 결정짓는 공천을 두고 언론 보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말은 ‘비명횡사’이다. 이재명 당 대표의 편에 속하지 않는 ‘비명’ 후보자들이 공천에서 탈락했다는 의미이다. 이 대표는 ‘공정한 시스템’에 의한 당원과 국민의 뜻이 반영된 변화와 혁신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비판하는 이들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를 통해 방탄 정당으로 확실하게 바뀌었다”(홍영표 의원)고 한다. 김대중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이 실종되고, 다양성을 대변하는 비주류의 존재가 사라진 정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공정한 시스템이라는 것도 공천 탈락 대상자를 의미하는 주홍글씨 낙인인 ‘현역 평가 하위 10~20%’라는 ‘비명 살생부’를 집행한 불공정 시스템일 뿐이라는 거다. 막바지에 이른 공천 결과가 ‘비명 탈락’과 ‘친명 당선’이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다.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는 그럴싸한 궤변을 펼친 그리스의 유명한 소피스트였던 프로타고라스 식으로 얘기하면 ‘친명이 공천의 척도’가 된 셈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에 대해 도를 넘는 아부형 칭송 용비어천가를 부른 이들의 승승장구도 꼴불견이다.
어느 의원(비례 이수진)은 오랫동안 공들인 서대문갑 선거구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다음 날 비명 의원(윤영찬)의 지역구인 성남시 중원구 출마를 선언하면서 ‘성남은 이재명 대표의 심장’으로 ‘당과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했다. 갑작스러운 변신에 대해서는 “특별한 연고는 없고” “최고위 할 때 성남시 중원구 지역본부 활동에 참석한 바 있다”고 해 실소를 자아냈다.
이 대표를 ‘위대한 영혼’(마하트마)의 반열로 추앙한 경우도 있다. 추미애 전 장관은 KBS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으로 그냥 막 색칠되었고” “문화적인 폭력을 당하고 있는 피해자” “민주당 안에서도 저격당하고 있다”면서 무소유의 절제와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인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에 비유했다. 칭송하는 스피치를 수사행위의 한 유형으로 분류한 천재 학자 아리스토텔레스라도 난감할 일이었다.
아부형 칭송의 또 다른 유형은 같은 당의 공천 경쟁자를 이 대표와 민주당에 ‘유해한 분자’로 몰아붙이는 막말 공격이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펼칠 정책 아이디어보다 ‘배신자 프레임’을 작동하는 것은 ‘친명’ 후보자들이 애용하는 수단이었다.
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 힘이라는 ‘수박론’으로 얻은 재미를 ‘편 가르기의 편 가르기’로 공천 ‘횡재’를 탐한 것이다. 참 묘한 것은 이들이 공천권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의롭지 못한 공천은 헌법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 대한 충성심으로 맹종하는 ‘집사 의원’을 낳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목격했듯이 국민을 위한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입법 폭주와 갈등이 난무하는 ‘정치적 부족주의’(『Political tribes』, Chu)가 기승을 부리고, 신뢰도 평가에서 최하위 꼴찌가 국회라는 참담한 기록을 이어갈 뿐이다.
이번 22대 국회는 1심이나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범법 혐의자들이 만든 정당에서 공천받은 이들이 법과 양식의 희롱에 가세할 듯하여 더욱 걱정스럽다.
표적 공천, 표적 배제, 범법자 공천, 내로남불 공천, 방탄 공천, 자기편 공천, 반헌법적 공천은 정략적 갈등과 선동을 심화하고 국민의 고통을 예고한다. 이번 선거는 공천이 국회로 가는 무임승차장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저해하는 정치꾼 대신 통합과 전진에 헌신하는 실력과 용기를 갖춘 정치가를 선출하는 과정이어야 한다.>중앙일보. 김정기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커뮤니케이션학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김정기의 소통카페, 요지경 같은 공천
송영길 더민당 전 대표는 그가 대표로 있을 당시 당원들에게 이 대표의 일대기를 다룬 ‘인간 이재명’을 읽고 세 명씩 릴레이로 추천하자고도 제안했다면서, 자신도 “기차 안에서 이재명 공부를 계속합니다”라고 달리는 KTX 안에서 이재명 관련 책들을 쌓아둔 채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고, 그 뒤로 실제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던 적이 있습니다.
정청래 의원은 이 책을 흐느끼며 읽었다고 합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인간 이재명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이토록 처절한 서사가 있을까? 이토록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가 또 있을까? 유능한 소설가라도 이 같은 삶을 엮어낼 수 있을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서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고 했습니다.
정 의원은 그 다음 전당대회에서 수석 최고위원이 됐고, 이번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에 단수 공천을 받았습니다. 이해식 의원도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다’고 썼는데 그도 이번에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동을에 단수 공천을 받았습니다.
이러니 차라리 인공지능(AI)에게 공천권을 주는 것이 낫겠고, 의원도 인공지능(AI)으로 선출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