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폭포와 제이드 가든 수목원을 거치면서 우리 가족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땡볕이며 숨 막히게 했던 폭염이었다. 형님은 카누도 타보고 싶어 하셨지만 폭염에 시달린 다른 식구들은 그늘이라고는 전혀 없는 강위에서 카누를 힘들여 저으면서 고생할 모습을 떠올리며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단 한가지의 작은 소망은, 한 시라도 빨리 호텔에 도착하여 찬 물로 샤워하고, 에어콘 아래에서 시원하게 쉬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춘천 베어스 호텔.
이곳을 찾은 연유는 조카 부부가 얼마전 이 곳에서 휴가를 보낸 후 아빠. 엄마도 이 곳에서 쉬시게 했으면 좋겠다는 갸륵한 효심에서 의암호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방으로 미리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집사람과 형수님이 통화중에 얘기가 되었고, 함께 가자는 형수님 말씀에 집사람이 결심을 하고 서둘러 방을 예약했다. 이미 의암호방향 방들은 모두 예약이 끝났고, 맞은편 논밭이 내려다 보이는 쪽으로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었다.
6시경 다시 만나기로 하고 형님내외와 헤어져 각자의 방에서 여장을 풀었다.
저녁은 호텔앞에 있는 춘천 닭갈비로 정했다.
주차장을 건너서 저 앞에 보이는 곳이 춘천 닭갈비 집이다.
춘천의 명물 춘천 닭갈비를 눈앞에 두고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막내가 몇년전 이곳 보충대에 입대할 때 그 때도 춘천 닭갈비를 먹었지만, 입대를 앞둔 막내의 어두운 표정에 닭갈비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닭갈비가 무르익을 무렵, 여고생 정도로 보이는 일련의 핫팬티 타입의 숏팬트 운동복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들어와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전체적인 키나 균형, 탄탄한 모매, 특히 꿀벅지라고 해야 할 정도로 굵으면서도 잘 단련된 허벅지가 예사로운 아이들로 보이지 않았다. 나름, 신체 각부위의 운동효과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필경 하체와 연관된 운동종목의 선수들임을 확신 할 수 있었다.
나중에 호텔에 돌아와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곳에는 전국 쇼트트랙 꿈나무들의 숙소이기도 했다.
바로 쇼트트랙 선수들임이 틀림 없었다.
춘천 닭갈비의 총평은 만장일치로 지금껏 먹어본 닭갈비중 최악이라는 평가였다.
그래도 지역이 춘천인만큼 지방의 전통맛 정도는 최소한 지켜야 하지 않겠나 했으나, 오히려 우리동네 닭갈비 보다도 못했다.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내친김에 의암호 수변을 따라 산책을 하기로 했다.
한창을 걸으니 커다란 라이브 카페 정원에는 라이브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참가자 대부분이 지역의 무명가수, 연주자로 보였다.
이곳은 의암호를 낀 중도 유원지가 개발계획을 진행중에 4대강 개발과 얽히어 개발이 중단되어 있다고 한다. 곳곳에 공사의 흔적과 인적이 없는 곳에 비해 엄청나게 넓은 주차장의 의아해했던 의문이 그 이유가 있었다.
별로 들러볼 것도 없는 썰렁한 주변 분위기에 낙담하여 호텔로 철수했다.
내일의 일정은 내일 정하기로 하고 숙소로 향했다.
호텔방 미니바의 술과 안주는 너무 비싸서 마트에서 소주 몇 병과 마른 안주를 사들고 형님방으로 가서 다시 소주 2병을 더 마셨다. 물론, 2병은 모두 내가 다 마실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아침시간, 의암호가 내려다 보이는 형님방에서 내려다 본 의암호.
썰렁한 주차장의 을씨년 스러웠다.
수상스키를 즐기며 휴가를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 메뉴.
부페이긴 했지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단촐한 메뉴였다.
아침시간의 호텔 전경
호텔의 측면 정원
퇴실시간이 12시 였지만, 퍼붓는 비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각자의 방에서 12시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상경길에 다음 목적지는 바로 산토리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