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의 바다
송 병 국
저녁 밥상에 올라온
고등어 구이 한 마리
노릇노릇 잘 익은 낸새에
허기를 느낀 젖가락들이
숨은 살기를 번뜩이며
관능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불맛으로 간이 밴 속살이
미가너머로 사라지자
하얗게 드러나는 뼈의 구조
빗살무늬가 빛으로 떠오른다
고등어는 제 몸속의 노를 저어
망망한 바다를 헤쳐 다니다
재수 없이 그물에 걸렸을 것이다
살아서는 볼 수 없었던 제 뼈를
대가리에 박힌 눈알이
그렁그렁 바라보고 있다.
오늘밤, 잠자리에 들면 내 뼈도
고등어의 바다를 찾아 헤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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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의 바다
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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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0:1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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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