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연인인 말처럼 달리고 싶었던 언니 까미노에서 만난 언니는 시린 양말을 신고 어기적거리며 웃는 캄캄한 바다 자신을 쿡쿡 눌러 보며 지나가는 다정한 고래의 지느러미가 움직이는 속도를 진부하게 설명하는 절름발이 최후의 지느러미를 스테이플러로 봉합한 방언 삼십칠 점 오 도 언니 이마 위에 뜨는 달은 그리움의 기술을 훈육하는 왼쪽 호주머니 호주머니 속 찻잔에 숨겨 놓은 마지막 파도는 눈물의 단맛을 더욱 부풀려 언니의 노을빛 심장을 말캉하게 만든 우연 진부한 심장으로는 어떻게도 걸을 수 없어 부활절의 기적을 소환해 보려 두 손 치켜들고 할렐루야를 지폐처럼 신중하게 어루만지는 날갯짓 스스로 외쳐야만 하는 목소리로 구름마저 가여워하는 오후 여섯 시 반의 바람을 가느다랗게 진저리치며 구토하는 복도 낭떠러지에 겨우 걸쳐진 공 같은 자세를 유지하며 구름 대신 떠다니는 사진들을 향해 내지르는 고함 결국 타인의 손바닥 위에서만 발견되곤 했던 언니는 적극적으로 녹지 못했던 달달한 소금 알갱이 천둥이 칠 때마다 번개의 무늬를 따라 비행하는 새 메시아의 날개 위에 올라타고 싶었던 언니를 구원할 사람은 결국 언니 자신이라는 정답을 외면한 채 지하무덤에 미끼를 던지는 귀신 카타콤 내부에서 천당을 약속했던 손가락들을 겨우 들어 올리며, 영부터 백까지 세고 나면 얼마나 더 가난해질 수 있을지 힐끗거리며 가늠해 보는 낡은 기도 자신이 굴려온 지구를 밀어내며 천천히 떨어지고 있는 자신을 속도를 위해 눈물겨운 성호를 긋고 있는 물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