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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인터뷰] 베어벡② "안정환과 박주영을 뺀 이유"
-최근 대표팀에서 안정환 박주영을 과감히 뺐다.
2006년 09월 12일 15시 18분]
▲안정환과 박주영은 상황이 다르다. 안정환은 경험이 풍부한 선수지만 현 소속팀이 없어 플레이의 파워를 잃었다. 클럽이 없다면 미래가 없다. 하지만 박주영의 경우는 다르다. 박주영은 한국의 미래이며 우리 코칭스태프는 어린 선수들을 큰 선수로 만들어야한다. 박주영이 불과 19세일 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 간다는 말이 많지 않았나. 누구든 그렇게 성공적인 한해를 보낸 뒤 다음에는 더 어려워지게 마련이다.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바닥으로 떨어지기 쉽다는 뜻이다. 박주영은 지금 자신감도 없고 골도 못넣고 있다. 물론 앞으로 자신감을 찾으면 다음에 그를 대표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스포트라이트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프리미어리거도 못하면 대표팀에 뽑지 않겠다는 뜻인가.
▲원칙적으로는 물론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거들은 우리 대표팀의 주축멤버다.
그리고 만일 국내에서 이들보다 잘 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어야하지 않나. 어쨌든 그들은 기량과 경험으로 본다며 최고선수들이다. 나는 그들의 기량과 경험을 존중한다. 예를 들면 설기현이다. 설기현은 2006년 독일월드컵 이전 6개월 동안 울버햄프턴에서 많이 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프리미어리그급 능력이 있었다. 다만 팀에서 그를 쓰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코칭스태프는 그를 월드컵에서 충분히 쓸 수 있다고 여겼다. 당시 자신감을 많이 잃었고 골을 넣는 액션도 부족했지만 그가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지 않나. 얼마전 레딩의 스티브 코펠 감독과 이야기했는데 설기현에 대해서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그가 대표팀에서도 대만전, 이란전에서 보여준 것처럼 말이다. 설기현은 월드컵 이전에는 많이 뛰지 못했지만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그의 능력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박주영도 비슷하다. 그는 지금 자신감을 잃었다. 하지만 이를 극복
한다면 대표팀에서도 그를 또 보게 될 것이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이 최종목표일 텐데 마스터 플랜을 밝혀달라.
▲나는 2008년까지 계약돼 있다(웃음). 하지만 만일 4년을 내다본다면 아시안게임에 뛸 23세 선수들은 2010년이 되면 27세 정도가 된다. 일반적으로 축구선수들은 27,28,29세가 최고 전성기다. 올림픽도 마찬가지다. 2008년 올림픽에 뛸 선수들은 2010년이면 25세가 된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2010년 월드컵에 뛸 만한 선수로 성장해야한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 측면의 이야기다. 현재 2008년까지 계약돼 있는 나의 직무는 아니다(웃음). 하지만 나는 월드컵이 어느 정도 중요하며 전세계에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2002년 환상적인 일을 해냈고 2006년에도 잘 했다. 우리는 지금 2002년 영광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단기적 측면에서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이 중요하며 장기간으로는 물론 월드컵이다. 나는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다. 내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해서 성공했는지, 어떤 점이 부족해서 실패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나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선수들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개선돼야하는지 말해줬다. 이미 월드컵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만일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대표팀을 맡는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 2006년 월드컵 때보다 어떤 점을 개선하겠나.
▲무엇보다도 내가 보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일월드컵에 대비한 훈련시간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K리그가 있기 때문에 훈련시간 부족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평도 해서는 안된다. K리거와 유럽파 모두 3~4주 동안 훈련하며 월드컵을 준비했다. 유럽파는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대표팀의 절반은 사실 최고 리그에서 뛰지 못하고 있었다. 유럽리그와 K리그는 비교가 어려울 만큼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런 갭을 줄이려면 훈련 시간이 많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우리는 4주 동안 최선을 다했다. 운이 더 따랐다면 좋았겠지만 박지성, 이호, 이을용이 모두 부상이었고 설기현과 안정환은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그들은 우리 대표팀에서 아주 중요한 선수들이었고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 기대만큼 하지는 못했다. 1라운드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가 토고, 프랑스, 스위스전을 치르면서 점점 좋아졌다는 점은 위안이었다. 하지만 결국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있었던 부분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리의 실수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사실이다. 지난 이란전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이틀전 프로리그 경기를 치르고 대표팀에 들어왔다. 아시아 강호인 이란전은 무척 중요했지만 경기 이틀전 소집된 선수들은 너무 피곤했고 경기전에는 전술적인 훈련을 할 수 없었다. 다만 러닝, 가벼운 회복 훈련을 했을 뿐이다. 팀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동기부여를 했지만 전술적인 준비는 할 수 없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만전의 플레이와 대만전에 대비한 준비상황은 달랐다.
모든 기자들이 보았다시피 우리는 훈련에서 연습한 것을 경기에서 그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그리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바로 나의 일이다. 오는 10월까지 친선경기 등 모두 3경기 정도가 있는데 상황은 비슷하다. 좋은 팀이 되려면 선수들이 좋은 리그에서 뛰어야하며 만일 그렇지 못하면 훈련 시간이 많아야한다. 물론 시간이 부족하면 좋은 전력을 갖추기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10년 월드컵까지는 시간이 넉넉하다고 보는가.
▲축구 관계자들 모두 훈련시간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협회와 K리그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란전은 당초 예정과는 달리 그 날짜로 연기된 것이었고 K리그 일정은 이미 완전히 정해진 상태였다. 따라서 K리그 일정에 지장을 주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A대표팀이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시간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해야하는 일이다. K리그와 모든 사람들도 대표팀의 이런 상황을 잘 알고 가능한 우리에게 협조해주고 싶어하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나는 국가대표팀과 프로리그는 다른 게 결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표팀이 잘되면 프로도 좋고, 프로가 잘 되면 대표팀에게도 좋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부터 대표팀과 K리그가 같다는 생각으로 밸런스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때로는 이것이 불가능할 때도 있지만 나는 K리그를 비난할 의사는 정말 추호도 없다. 만일 박지성 박주영이 좀더 잘 하고 미드필더들이 월드컵에 대비할 만한 기량을 갖출 수 있었다면 실제 독일월드컵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나는 자꾸 `만약에'라고 가정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만약이라는 것은 현재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할 뿐, 당장 지금 뭔가를 바꿀 수 없다면 나중에는 결국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2010년은 아직 먼 이야기다. 2006,2007,2008년에 대해서도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
-이제 아시안게임 우승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해야하는데.
▲만일 아시안컵 출전권을 미리 따냈으면 아시안게임 준비가 무척 쉬웠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아직까지 승점 6점을 딸 기회가 남았다고 말하지만 역시 한국이 다음달 11일 시리아에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고 있다시피 축구는 어떤 상황이든지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시리아를 반드시 이겨 아시안컵 본선행을 확정지을 것이다. 만일 중요한 경기에 대비해 젊은 선수들이 많이 뽑힌다면 사람들은 경기전까지 좋아한다. 하지만 만일 경기에 진다면 `왜 그렇게 뽑았나' `박지성 이영표는 왜 부르지 않았나'라고 말한다. 만일 아시안컵 출전권을 이미 땄다면 시리아전에 대비해 내가 뽑는 선수들이 많이 달라지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시리아전에 포커스를 맞춰야한다. 물론 그동안에도 12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만한 선수를 계속 볼 것이다. 특히 엔트리가 겨우 20명뿐이기 때문에 선수들을 보고 또 봐야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아시안컵 본선 진출권을 따야한다. 최근 코칭스태프 미팅에서도 아시안컵 본선진출이100% 결정된 게 아니니까 빨리 해내자고 말했다.
-시리아전에 유럽파를 부르겠다는 뜻인가.
▲그들이 유럽에서 잘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대표팀에서 뛰고 싶다는 열정이 강하다면 당연히 부르겠다. 그리고 팬들도 최상의 플레이를 보고 싶어할 것이다. 물론 대표팀 발탁에 앞서 그들이 정말 대표팀에 오고 싶어하는가, 각국 리그에서 잘하고 있는가를 먼저 살펴볼 것이다. 앞으로 몇주는 재미있을 것 같다.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 카드를 쓸 생각인가
▲2가지가 가능하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2010년 월드컵 등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성적이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면 한국의 명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팬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나는 숨길 필요없이 최고 팀을 만들 생각이다. 와일드 카드가 누가 될 수 있으며 누가 필요한가 등을 알아볼 것이다. 와일드 카드는 23세 이하 선수들보다 나이가 아니라 기량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춰야만한다. 내가 지금 리스트는 갖고 있지만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대표팀이 구성된다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진 김두현 김남일 등 3명이 유력한 와일드 카드 후보가 아닌가.
▲당신이 원하다면 또 다른 5명의 이름도 말해 줄 수 있다(웃음). 우리 판단에 그들이 정말 필요하다면 뽑을 것이다. 물론 추가로 어린 선수들도 뽑겠다. 이 점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오범석, 최성국, 조성환 등 젊은 선수들이 최고의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아는가. 물론 이들이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할 수도 있지만 이들은 큰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무척 발전하고 있다. 내가 30명을 부르고 싶은 것도 좀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그런 경험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성국은 지난 대만원정 대비 훈련에서는 무척 소극적이었다. 울산에서 플레이할 때와는 전혀 다른 선수였다. 울산에서 그는 골넣는 등 여기 저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가 비록 대만원정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이번 이란·대만전에 대비한 훈련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두 번째에는 훨씬 쉬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내가 많은 어린 선수들을 함께 뽑는 이유다. 노장들이 아시안게임에 뛰게 되면 그것 자체로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동시에 젊은 선수들은 노장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여분의 선수들이 많은 것을 배우게 되면 정말 믿기 어려운 일들이 생긴다. 어쨌든 누구를 와일드 카드로 쓸지는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과 6년 동안 인연을 맺었지만 가족에 대해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가족은 모두 나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2010년 월드컵 이후 네덜란드로 돌아갈 가능성은 95% 이상이다. 가족도 내가 집으로 갈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나는 지난 98년 이미 네덜란드 떠나 벌써 8년간 외국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은 내가 한국, 한국 사람, 한국 선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안다.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물론 한국사람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이 문제를 가족과 깊게 논의했다. 가족은 한결같이 나보고 가서 도전하라고 했다. 그들은 내가 얼마나 축구를 좋아하는지, 내가 한국축구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와이프와 3명 딸 모두 나를 서포팅하고 있다.
-가족을 데려오고 싶은 생각은 없나.
▲2001, 2002년에는 대부분 원정을 다니거나 훈련캠프를 많이 했다. 그 때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데려오기 힘들었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왔을 때는 계약기간이 9개월 뿐이었다. 9개월을 위해 아이들을 학교에서 빼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2년 계약을 했고 나는 한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을 계속 다녀야한다. 그리고 지금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반이라 한국으로 데려오는 타이밍이 좋지 않다. 가족은 나와 떨어져 사는 게 차라리 낫지, 나와 함께 한국에서 머물면서 내가 여기저기 바쁘게 많이 돌아다니는 것은 싫어할 것 같다.
-만일 2010년까지 계약이 연장된다면 어떻게 하겠나.
▲인생에서 어려운 순간들은 항상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든다. 물론 모든 게 잘 되면 나도 여기에 좀더 머물 것이다. 만일 가족이 받아들인다면 10년 머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나는 한국에서 혼자 머무는 것을 단 1초도 후회한 적이 없다. 국제적인 감각이 있는 환상적인 코칭스태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명보와는 그의 미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없었지만 그는 한국축구의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코치보다는 마치 선수 같았지만 지금은 코치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9개월 동안 많이 배웠기 때문에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고트비 코치는 나보다 한국축구를 더 잘 알며 창조적인 훈련법을 만들어내는 능력도 출중하다. 그는 또 선수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좋다. 나는 항상 선수들과 거리를 두는 편이다. 코사 코치는 한국에서 6년 동안 있었기 때문에 한국선수들의 사고방식과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많이 알고 있다. 어쨌든 지난달은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선수들이 코칭스태프에게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
첫댓글 외로운 기러기중 한명;; 자식들을 위해 혼자서 생활하시는...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