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덕석에 앉아서
글 / 김인수
학교에서 십릿길을 걸어 고단한 몸으로 집에 오면
어머니는 생선 행상을 나갔고
아버지는 정샌떡 술집에서 골패를 본다
정지 가마솥에 갈비불을 때고 물이 끓으면
밀가루를 한사발 넣고
조갈치로 휘휘 젓어 덩어리를 으낀다
해가 어둑해지면 어머니가 녹초가 되어
다라이에 서대 댓마리 남겨 오시고
아버지는 걸죽한 육자배기를
땅바닥에 질질 끌고 오신다
오늘도 돈을 잃고 쓰름쓰름 하나보다
집 뒤편 공동묘지 근처에서 귀신머리 같은
쑥대를 한모슴 잘라다
모깃불을 피워놓고 덕석을 편디
양푼속에 풀대죽을 가득 가득 담아
우리가족 여섯명이 둘어 앉는다
한사발의 밀가루가 기적을 만들었다
한양푼의 풀대죽은 목구멍 저편에서 누군가 당그래질을 하는지
금새 양푼 긁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버지는 막걸리에 긁힌 목소리로
함안전투 이야기를 할때는 목에 핏대가 선다
열 번도 더들은 스토리에 귀에 딱지가 앉아
정지쪽으로 가서 귀를 파내야했다
하늘에 손만 내저어도 별들이 잡힐 것 같은
저녁 열 시쯤이면
배가 다 꺼젔는지 사그락거리면
담장가에 단쑤시대를 잘라다
가난한 하루를 지웠지
첫댓글
쓰린 기억 너머 애잔한 시절이 보입니다
지금은 먹는 것은 곳곳마다 넘쳐 나고
상당한 복지국가로 성장한 나라에 사는
요즘 아이들에겐
아마 상상도 못할 실상이었지요
그날들의 가난함이
어쩌면 아름다움으로 남습니다
추억이기도 하고
잊을 수 없는 날들이기도합니다
제가 보았고 경험했던 일이 어제 처럼 떠오르네요 감사합니다.
전 덕석을 만들어 보겠다고 20대 중반에 시작하여 절반을 완성했는데
다 완성하지 못하고 송정리 한 통신소에 취직되어 갔던 일이 생각납니다.
그 이전에는 망태만들기는 성공했고 도리방석도 성공하여 나름 재미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