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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필요한 사람 "이렇게?" 하고 원형 탁자를 들자 "아니. 좀 더 높이 들어." 한다. '자식이 아 주 사람을 제집 종 부리듯이 하네.' 아니꼬운 마음이 들었다. 나이가 드니 둘이 서 탁자 하나 트럭에 싣는 것도 힘들다. 그렇지만 어떡하겠는가? 백수로 집에서 놀고만 있자니 답답한데. 나는 초등학교 친구 종호네서 가끔 바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 종호는 번개시장에서 작은 가구점을 한다. 이날은 탁자를 트럭에 싣고 장애 인 복지관, 체육관 휴게실에 납품을 하는데 도와 달라기에 따라왔다. 복지관은 1차로 아스팔트 도로 건너편 영동선 철길이 지나가는 삼각지 저지 대에 있었다. 트럭을 타고 내려가자 본관과 체육관 건물이 지붕을 씌운 통로로 연결돼 있었다. 체육관에 들어서자 바로 휴게실이 있어 낑낑거리며 탁자를 내려놓았다. 휴게 실 안쪽에 안전봉이 설치된 화장실 표지판이 눈에 띄었다. 오른편 벽의 투명 유리문을 밀자 넓은 체육관 전면의 행사용 무대가 보였다. 무대 아래 마룻바닥 에는 탁구대 여덟 개가 있었다. 척추를 다쳐 휠체어에 앉은 젊은 장애인들이 시끌벅적하게 탁구를 쳤고, 나 이가 든 사람들은 그들끼리 웃으며 게임을 했다. 명랑하고 활기찬 모습이 보기 좋았다. '가만, 저 사람은 누구지?' 아주 점잖아 보이는 흰머리 노인이 한창 게임 중인 탁구대 사이를 요리조리 다니고 있었다. 그는 손잡이가 1미터 정도 되는 잠자리채로 바닥에 떨어진 탁구공을 주워 탁구대 옆에 놓인 사각의 빨간 바구니에 넣었다. 마룻바닥에는 하얀 탁구공들 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휠체어를 타거나 다리를 다쳐 보행이 불편한 이들은 멀리 날아간 탁구공을 주울 수가 없었다. 거동이 불편한 몸으로 탁구공을 줍는 것은 그 자체로 힘들 고 위험했다. 노인은 계속해서 바닥에 떨어진 공을 잠자리채에 담아 바구니에 채웠다. 중 키에 바짝 마른 그 역시 오른쪽 다리를 절었다. 그가 손에 쥔 잠자리채는 바닥에 닿는 부분이 일자라 떨어진 탁구공을 뜨면 채 안으로 쏙 들어갔다. 노인은 그물 안에 탁구공이 가득차면 한번 쓰윽 둘러보고 공이 빈 탁구대 바 구니에 채웠다. 그의 행동은 아주 민첩하고 재빨랐으며 군더더기가 없었다. 궁금한 마음에 옆에 앉은 이에게 노인에 대해 물었다. 그에 따르면 노인은 귀촌한 전직 공직자로, 여기선 그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다만 누구에 게도 자신의 신상을 말하지 않아 자세한 것은 알 수가 없다며, 단지 언제부턴 가 이곳 사람들 사이에서 그렇게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재작년 초가을부터 매일매일 복지관에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리 채를 들고 와서 저렇게 탁구공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지난겨울, 그가 독감으로 하루 쉬자 탁구장은 난리가 났다. 다들 저 멀리 날 아간 탁구공을 줍느라 게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장애인들의 건의로 복지관은 월 20만 원의 교통비를 그에게 지급했다. 노인 은 그마저도 점심 식자재 구입에 보태라며 기부를 했다. 복지관은 점심시간에 밥을 무료로 나눠 준다. 노인이 다리를 절며 탁구공을 줍기 위해 내 쪽으로 다가왔다. "고생하십니다." 저절로 인사가 나왔다. 그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많은 일을 했지만 지금처럼 중요한 일은 한 적이 없었 다오. 여기선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거든요." 그는 다시 떨어진 공을 줍기 위해,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향해 가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리 주변 어딘가에도 저 노인과 같은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스쳤다. 김범선 | 소설가 김범선 님은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후 염주여자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했다. 이후 1991년 등단하면서 한국문인협회 문학사 편찬 위원, 한국소설가협 회 중앙 위원 등을 지냈다. 장편 소설 《비창》 《눈꽃열차 》 《황금 지붕》, 에세 이 《니가 있어 행복하다 》 등을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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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고운 댓글 남겨주신
동트는아침 님 !
감사합니다~
오늘도 현실감 있는 좋은 글을 접했습니다.
감사합니다...망실봉님!
좋은 저녁시간이 되시구요...^^*
귀한 방문주심
감사합니다~
바다고동 님 !
편안한 밤 되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꼭 필요한 사람
좋은 글 고맙습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따뜻한 밤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핑크하트 님 !
오늘도 안개 짙은
새아침을 맞이합니다,,
보람찬 일들로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