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생수 배달 첫날 수입 마이너스 60만 원 - 29살 택배 기사입니다 택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생수 배달 일을 먼저 경험했다. 막상 택배를 하려고 보니 빈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기도 했고 인터넷에 퍼져 있는 생수 배달 소개 글을 읽어보니 택배보다 더 좋아 보였다.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생수는 배달 건 하나마다 900원을 받는데 택배는 평균 750원을 받았다. 무엇보다 분실이나 파손 같은 사고가 일어났을 때 위험부담이 적었다. 택배는 안에 들어있는 물건에 따라 배상해야 하는 물건의 값이 천차만별이다. 손바닥만 한 상자 안에 들어있는 게 금반지일 수도 있고, 요즘에는 온라인 쇼 핑으로 수백만 원대의 명품을 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니, 잘못 걸렸다간 일은 일대로 하고 수개월치의 월급을 날릴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생수는 비싸봤자 한계가 있었다. 일반 택배 일과는 달리 소장에게 가는 대리점 수수료를 지급할 필요도 없었다. 이런 여러 가지를 고려해 봤을 때 생수 전담 팀 일이 일반 택배보다 더 합리 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무거운 게 문제이긴 했지만 그거야 택배도 물건에 따라 생수보다 무거운 게 있을 수도 있었고 아직 젊으니 그쯤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패기도 있었다. 일을 시작한 첫날, 새벽같이 출근한 70대 어르신이 계셨다. 나는 첫날이라 그렇다 치고, 경력자도 저렇게 일찍 출근해야 하는 일인가? 느낌이 쎄해서 왜 이렇게 일찍 나오셨냐고 여쭤보았다. "이따 손주 돌잔치에 가야 해서, 300개 후딱 마치고 가려고." 시원시원한 대답이 일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선 참 반가웠다. 일을 하고도 돌잔치에 갈만한 힘과 시간이 남는다니, 누구라도 혹할만한 이 야기였다. "70대 어르신도 하는데 나라고 못하겠어? 열심히 해봐야겠다."라며 조용히 의지를 다지고 생수 배달 첫날을 시작했다. 하지만 첫 시작인 상차부터 만만치 않았다. 상차란 배달할 물건을 차에 싣는 과정인데 물이 무겁다 보니 200개를 싣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지게차로 생수를 차 안에 넣고 나면 그 생수를 차곡차곡 정리하는 작업은 사 람이 직접 해야 했다. 첫날이라 지게차로 생수를 넣는 것 까지는 같이 일하는 분들이 해줬는데도 워낙 무거운 물품이다 보니 쌓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그렇게 두 시간 반의 중노동 끝에 드디어 본격적인 배달이 시작되었다. 막상 배달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높은 화물차가 익숙하지 않고 무거운 다량의 생수를 적재해 넓은 도로에서 도 긴장이 되는데, 배달지들은 좁은 골목 구석에 위치한 경우가 많았다. 시장 같은 경우 가게 천막이 차의 지붕 높이보다 낮아 조심히 운전을 해야 했는데 한 번은 천막을 건드리는 바람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내려서 생수가 무거운 거야 당연한 거고, 힘들 거라고 예상은 했었지만 이건 힘듦을 한참 넘어 고통스러운 수준이었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는 카트에 생수를 싣고 옮길 수 있어 그나마 나았 지만 생수를 들고 계단을 올라야 하는 다세대 주택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무거운 것도 괴롭지만 윗부분의 비닐 끈을 잡고 옮기다 보니, 손바닥이 화상 을 입은 것처럼 아팠다. 안타깝게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배달지보다 없는 배달지가 훨씬 많아, 100개 도 하기 전에 손바닥은 다 부르트고 온몸의 근육이 쑤시듯 아팠다. '어떻게 첫날부터 이런 구역을 초보한테 맡기는 거지?' 처음에는 원망 섞인 생각도 했다. 하지만 배달을 하다 보니 대부분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집이라는 걸 알게 되 고 체념 반 긍정 반 생각을 바꾸었다. '나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물을 배달하는 사람이다.'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집에 살면서 생수를 배달시키는 건 그들이 맑은 물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꼴을 갖춘 서울 아파트가 10억을 호가하는 이 시대, 영혼을 끌어당겨서라도 아파트를 사거나 빌릴 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벌이가 좋거 나 그에 비등하는 담보가 있다는 거다. 그렇기에 서울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얼음과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 물을 먹지, 생수를 시켜 먹을 필요가 없었다. 생수를 배달시켜 먹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정수기를 설치하고 관리할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되지 않아서였다. 게다가 차까지 없으면 장 볼 때 무거운 생수를 묶음으로 사서 집까지 가지고 오는 것도 불가능하니,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배달을 시켜 먹는 것이다. 다니는 학교나 직장 근처에서 월세 살이를 하고 있는 내 친구들이 그랬고 경 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의 우리 집도 그랬다. 그렇게 멀리 갈 것도 없이, 부모님 집에 돌아오기 전 자취하던 시절의 나 역 시 마찬가지였다. 힘들게 무거운 생수를 이고 지고 걸어오지 않아도 마법처럼 현관문 밖에 도 착해 있는 맑은 물이 얼마나 반갑고 편했던가. 물론 이런 생각을 해도 찢어질 듯 아픈 근육이 덜 아프거나 곧 터질 것처럼 새빨갛게 부어오른 손바닥이 도로 하얘지는 건 아니었다. 150개 쯤 배달하고 나니 눈앞이 흐려졌고, 200개 쯤 배달했을 땐 너무 지친 나머지 말도 안 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후진하다가 뒤차의 헤드라이트를 깨부순 것이다. 안 그래도 곧 쓰러질 듯 피곤한 상태에서 화물차 운전이 익숙하지 않다 보니 P(파킹) 되어 있는 기어를 D(드라이브)모드가 아닌 R(리버스)로 두고 악셀을 밟은 것이었다. 귀를 찢는 깨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 흔들리는 그 순간, 뒤차의 헤드라이트와 함께 내 심장도 터졌다. 놀라서가 아니라 좌절감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상황 파악이 되기도 전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망했다.' 일단 차에서 나가 손전등을 켜고 충돌한 차를 꼼꼼히 살폈다. 겉보기에 아무런 이상은 없어 보였지만 분명히 무언가 터지는 소리를 들었 기 때문에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주차 번호판의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차주에게 상황을 알리고 다음 배달지로 향했다. 무언가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계속 꼬이는 법. 배달을 하고 돌아오니 주자 위반 딱지가 붙어있었다. 충돌사고에 이어 주차 위반이라니, 눈앞이 캄캄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주차장에서 부딪힌 차의 주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헤드라이트 안쪽이 다 깨졌더라고요. 지금 견적을 받아 봤는 데 78만 원 정 도 나오네요." 보험으로 처리했다가는 할증이 더 붙게 되어 사비로 처리해야 할 상황. 나는 수리비를 듣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일을 시작한 첫날, 2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벌었지만 수리비로만 78만 원에 주차위반 과태료까지 물게 된 것이다. 과태료까지 합치면 80이 훌쩍 넘을 터. 온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고된 노동의 결과는 -60만 원이었다. "더 하다가는 정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연달아 나쁜 일이 벌어지니 겁이 더럭 났다. 남은 수량은 50개 남짓. 마저 일을 끝내기에는 멘탈이고, 몸이 성하지 않았다. 생수는 남은 수량을 차에 싣고 있다 다음날 센터에 보고하기로 하고 나는 그 대로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과태료는 카텍스 사이트의 '이의 제기'란을 통해 눈물겨운 호소를 한 끝에 면제받을 수 있었다. 내가 올렸던 글은 아래와 같다. 저는 생계형 생수 택배 기사입니다. 그날은 제가 처음 화물자동차로 일을 한 날이었습니다. 00 동은 도로가 복잡하고 골목길이 많아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 첫날이다 보니 모든 게 낯설어 주차할 곳을 계속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많이 헤맸습니다. 제가 불법주차를 했던 곳은 제 판단에 교통이 혼잡하지 않다 보니 제 차가 다른 차량에게 피해를 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화물차를 운전한 첫날인 탓에 밑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황색 점선으로 된 주차 금지 구간인지도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전 배달지 주차장에서 뒤차를 충돌하는 사고까지 낸 상황에 생수를 애 타게 기다리는 분들에게 배달은 계속 해드려야 했기에 생수는 무겁고 전화는 계 속 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 다음 배달 건의 주소지를 찾는 데 오래 걸려 불법 주정차 시간이 길어졌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여러 가지로 정신이 없다 보니 부주의했습니다. 과태료 면제가 되는지 모르겠으나 사정을 이야기하고자 의견을 제출합니다.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이의 제기 란에 글을 썼는데 실제로 과태료가 면제되어 놀랐다. 세상이 아직까지 그렇게 삭막하지는 않구나 싶었다. 담당자가 누군지는 모르 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by 김희우 |
ITALO DISCO - THE KOLORS ,💃 ELECTRIC VIOLIN COVER, by Agnieszka Flis
|
첫댓글 힘 내세요~ 화이팅!!
반갑습니다
초록 상록수 님 !
활기찬 응원글 주심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기쁨 가득한
좋은 하루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감동글이네요..
참으로 힘이 많이 들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생수 배달 첫날 수입 마이너스 60만 원
좋은 글 고맙습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핑크하트 님 !
오늘도 안개 짙은
새아침을 맞이합니다
보람찬 일들로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
늘 화이팅 하시고 따뜻한 하루하루 이어가길 바랍니다.
고운 방문글 남기신
정다운(원조) 님 !
감사합니다~
평안하고 여유로운
저녁시간 보내세요
~^^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동트는아침 님 !
남은 12월 보람찬
일들로 가득하시길
소망합니다 ~^^
세상에는 힘든 일이 참 많습니다.
호락호락한 삶은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이런 일도 해보고 많은 경험을 얻었겠습니다.
올려 주신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이제 곧 70세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정년 퇴직을 하고서 이런 일 저런 일도 해보고 많은 경험을 얻고 있으니깐요.
그래도 끝까지 도전하는 게 아주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다음 목표가 생기는 것이니까.
고맙게 잘 읽고 갑니다.
저녁식사 맛있게 드시구요.
그래야 내일이란 곳에 당도할 수 있으니깐요.
고맙습니다
바다고동 님 !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움직임'이
쉼일 수 있다고 합니다~
무언가 추구하고 도전하는
삶이 노후를 풍요롭게
한다고 믿고 싶습니다~
훌륭한 멘트글 남겨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