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 경주를 빠져나온 부산행 막차는 어둠 속을 질주하고 있었다. 상갓집에서 시간 모르게 친구와 대작하다가 차시간에 쫓겨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간신히 버스에 올랐는데 얼마가지 못하고 오줌통을 비워라는 긴급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휴게소는 어딘지 알 길도 막막하고 안절부절 못하기 시작했다 똥 마른 강아지꼴이 바로 그 꼴이었다.
꼬시다는 표정을 짓던 마눌이 빈병에다 오줌을 누라고 종용하였지만 꼴난 자존심 땜에 단연코 거절하고 버티었는데, 응급상황에 능한 마눌이 운전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기사양반 이런 꼴을 자주 당하는지 고속도로 갓길에 세워줬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내리면서 기사에게 나는 알아서 갈 테니까 버스는 가라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오줌통을 비우고 급한 상황은 해결했지만, 다른 버스승객에게 미안하다는 일말의 죄책감 때문에 나는 택시 타고 갈 테니 버스는 가라며 말도 안 되는 호기를 부리고 있었다.
마눌은 빨리 타라하고 반 미친갱이가 된 나는 헤롱거리니 기사양반 가관인 이 모습을 백미러로 보면서,
부부싸움은 집에 가서 하라고 일갈하는 바람에 슬그머니 버스에 다시 탔다는 거 아닌가.
그 사건을 생각하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지만, 오늘 대전 친구혼사에 갔다가 야밤에 밀양언저리 산비탈 갓길에서 쉬 잘하고 택시 타고 갈 거라며 야반도주 탈주극을 벌린 동기생 백번 그 심정 이해하며 미친갱이 짓을 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그 때 경주에서 부산 가는 막차를 타신 분들에게 백배사죄드립니다.
남자는 술 취하면 다 똑같아요.
고속도로상에서 생쇼를 했던 그 친구는 올라갈 때부터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고 누차 강조하더니 내일 정신이 들면 쥐구멍 찾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된다.
첫댓글
ㅎㅎ 마~ 남자분들의 그런
호기쯤은 불편하지 않습니다.
그 기사 아저씨는 남자 기사분이시죠.
남자들은 그런 호기땜에
친구들에게 돈도 잘 빌려주고...
남의 꼬임에 퇴직금도 날리고...
수필방에 오시는 남성들은
참, 건실한 남성들이지요.
모두 존경스럽습니다.^^
술이 웬수지 사람이 원수겠습니까
저는 그 후로는 리바이벌이 전혀 없습니다
믿어도 됩니다
ㅎㅎ술이 죄군요.
적당히 마시세요.
명심하겠습니다
계속 술 취한 척 하시는게 낫겠습니다. ㅎ
호기는 부리시지 마시고.
친구분도 괜찮아야 할 터인데... ㅎㅎ
고통중에 왕 고통이랍니다
안 당해보면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