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론을 좀 논해본다
사람들은 흔히,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형제이다.”(四海之內, 皆兄弟也)라든가,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死生有命, 富貴在天)는 말을 공자가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논어 제11편 안연에는 다음의 단락이 있습니다.
사마우가 근심하며 말했다. “남은 모두 형제가 있는데 나만 홀로 없구나.” 자하가 말하였다. “내가 듣건대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다.’ 하였네. 군자가 공경히 행동하여 실수가 없고 남에게 공손하고 예의가 있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형제인 것이네.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걱정하겠는가?”
司馬牛憂曰 : 人皆有兄弟, 我獨亡。子夏曰 : 商聞之矣 : 「死生有命, 富貴在天」。君子敬而無失, 與人恭而有禮, 四海之內, 皆兄弟也。君子何患乎無兄弟也?
이 단락은 사마우의 말에 공자가 대답한 것이 아니고 자하가 대답 한 것입니다.
최근 중국 사람들은 중국 문화가 수천 년 동안 이 두 마디 말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공격하면서, 중국인이 숙명론을 들먹이기 좋아하는 것은 이런 사상의 영향 때문이며, 그 결과 중국이 진보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중국 문화요 동양 문화로서, 인생철학 중 최고의 철학입니다.
‘명’(命)은 무엇이며, ‘천’(天)은 무엇인가 하는 것은 중국 철학에서 큰 문제입니다. 후세에는 ‘명’을 사주팔자나 관상을 보는 일, 숙명론 등으로 생각하였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유가에서 말하는 ‘명’이 아닙니다. 유가에서 말하는 ‘명’은 우주를 주재하는 그 무엇입니다. 종교인은 그것을 하느님, 신, 부처님이라고 불렀고, 철학자는 ‘제1원인’이라고 불렀고, 중국의 유가는 ‘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간단하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명’과 ‘천’ 두 가지는 일생 동안 토론할 수 있는 문제인데, 아마 평생 결론을 찾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명’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우주간의 생명에는 한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현대 과학에서는 기능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인간 생명의 기능은 매우 이상한데, 이 때문에 ‘숙명론’으로 발전했습니다.
저에겐 의사 친구가 많은데, 한의사도 있고 양의사도 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자주 “세상의 의사들은 병을 제대로 고친 적이 없다. 만약 의술과 약에 의해 병이 나았다면, 사람은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약은 생명의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뿐입니다. 한 의사 친구는 독일에서 서양의학을 배웠을 뿐만 아니라, 한의학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빈혈이 있는 친구를 보아 달라고 했더니, 그 친구는 아무런 약도 필요 없고 그저 고기와 밥을 많이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는 보혈하는 약은 세상에 없으며, 보혈하려면 피를 직접 수혈해야 하는데 1백㏄를 주사해서 몇십 ㏄만 흡수해도 충분하며, 그 나머지는 모두 찌꺼기로 낭비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의사는 보혈 주사를 맞으면 보혈할 수 있다고 하고, 한의사는 당귀를 먹으면 보혈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보혈하는 약은 피를 만드는 몸 자체의 기능을 자극해서 회복하게 할 뿐입니다. 보혈 주사를 맞느니 고기를 좀더 먹는 것이 나은데, 고기는 흡수되어 피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국에는, “약은 죽지 않을 병만 치료하고, 부처는 인연 있는 사람만 제도한다.”(藥醫不死病, 佛度有緣人)는 속담이 있습니다. 따라서 약으로 병을 고쳤다는 것은 죽지 않을 팔자이기 때문입니다. 치료되지 않는 병이 있다면 이것은 죽을 병이라 어떤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의사 친구들에게 작은 병은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지만, 큰 병은 의사들도 고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생명은 그 까닭을 알 수 없는 오묘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쟁터에서 가슴에 총알을 맞고 피를 흘리면서도 자신이 부상당한 것을 모를 때는 계속 돌격하여 달리지만, 일단 총 맞은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즉시 쓰러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할 때에도 바쁘고 긴장된 상태에서는 손을 베여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지만, 일단 베인 것을 알기만 하면 그 즉시 통증을 느낍니다. 이처럼 육체는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가슴에 총알을 맞아도 본인이 의식하기 전까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앞으로 달릴 수 있는데, 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명’命이며 ‘명’의 안배는 대단히 묘합니다.
남회근 선생 논어별재에서
첫댓글 군자가 공경히 행동하여 실수가 없고 남에게 공손하고 예의가 있다면,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형제인 것이네. 군자가 어찌 형제 없음을 걱정하겠는가?
고맙습니다 지심귀명 아미타불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