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앞 온천천에는 '똥다리'라 불리는 곳이 있다. 이름이 우습지만, 그래피티 작가들에겐 성지로 주목받아온 공간이다. 똥다리 벽에 그래피티가 등장한 것은 2000년대 초반. 금정구청은 경관 저해 등을 이유로 그래피티를 페인트로 덮어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지난 10여년간 그리고 덮고를 반복해 지층처럼 켜켜이 쌓인 그림들은 그대로 똥다리의 수난사를 대변한다. 똥다리는 국내외 그래피티 작가들의 소통·교류공간이 되는 등 국제적 관심을 모은 적도 있다. 2011년 5월 온천천 정비사업 때 테마벽을 조성한답시고 대거 타일이 덮였을 때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잘 가라, 똥다리!"
그즈음 온천천에서 활약한 그래피티 작가가 구헌주다. 뚝심과 열정으로 그래피티의 역사를 이끌었던 구헌주는 올 초 광주 대인시장에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을 그렸다. 부산 작가의 광주 나들이다.
동·서독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은 전 세계 작가들의 그래피티 경연장으로 알려진 곳. 벽화 중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호네커 동독 서기장이 진하게 키스하는 모습을 그린 '형제의 키스'는 볼수록 진득하다.
그래피티가 미술관에서 대접을 받으면서 미국의 키스헤링이나 영국의 뱅크시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은 억대를 호가한다. 평소 예술의 상업화를 반대해온 뱅크시는 얼마 전 자신의 억대 작품을 한 노인에게 단돈 60달러에 팔아 화제를 뿌렸다. 또 몇 년 전 호주 멜버른에서는 뱅크시의 억대 벽화 작품을 환경미화원이 잘 모르고 지웠다 하여 외신을 타기도 했다.
그래피티(graffiti), 일명 낙서화는 제도권 밖 저항의 상징이다. 뉴욕·런던·파리에서는 뒤늦게 그래피티를 금지하는 정책을 폈지만 그럴수록 그래피티는 생명력이 더욱 강해졌다.
도시에서 그래피티 기습사건이 종종 일어나는 건 그래피티 자체의 반예술·저항 정신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서면에서는 배전함 등 공공시설물과 상점 철문에 누군가 그래티피를 그려 당국이 골치를 앓았다. 엊그제 호주에서 온 그래피티 원정대 4명이 서울 도시철도를 그래피티로 '회칠' 했다 하여 시끄럽다. 이들은 절단기로 환풍구 덮개를 연 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목적을 달성했다. 전동차에 새긴 글은 'FED UP'. 우리말로 '지긋지긋한, 신물 난'이란 뜻이다. 이들에게 한국의 어떤 것이 지긋지긋했을까.
첫댓글 그사람들의 입장에선 무용담이나 예술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조선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