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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08월27일(화요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탐방일정
탐방지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탐방코스: [하계역 1번 출구~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1&1층 프로젝트갤러리1&2층 전시실2&2층 프로젝트갤러리2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1&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2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로비 [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하계역 1번 출구]
탐방일 : 2024년08월27일(화요일)
날씨 : 구름이 낀 날씨 [노원구 하계동 최저기온 26도C, 최고기온 32도C]
탐방코스 및 탐방 구간별 탐방 소요시간 (총 탐방시간 1시간51분 소요)
09:04~10:09 구산역에서 6호선을 타고 태릉입구역으로 가서 7호선으로 환승하여 하계역으로 이동 [1시간5분 소요]
10:09~10:14 하계역 1번 출구로 나옴
10:14~10:20 서울 노원구 하계동 284 번지에 있는 하계역 1번 출구에서 탐방 출발하여 서울 노원구 동일로 1238 번지에 있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으로 이동
10:20~11:2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를 관람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전시기간 : 2024.08.22~2024.11.03
전시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전시실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1층 프로젝트갤러리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전시실2,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프로젝트갤러리2
관람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일·공휴일 :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 문화의 밤》 운영 : 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 1월1일 ,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관람료 : 무료
도슨트 안내 : 8월 23일(금)부터 매일 11:00, 15:00
※ 수어 도슨트 프로그램은 10월 10일(목)―10월 31일(목) 매주 목요일 15:00, 홈페이지 사전 신청을 통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전시 부문 :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전시 장르 : 기획
참여작가 : 구나, 김경두, 김동현, 김수자, 김옥선, 노예주, 몸동회, 민영순, 박영숙, 새훈, 송상희, 신미정, 오인환, 윤석남, 이우성, 이원호, 이은희, 이제, 이지양, 이지양×유화수, 임선희, 장파, 전나환, 정강자, 정은영, 주황, 최병소, 최태윤, 홍순명, 자크 블라스, 요하나 헤드바, 라이드 이브라힘, 진 마이어슨
작품수 : 72점
주최 및 후원
후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삼화페인트공업(주), 협찬: LG 프로빔, 협력: 마티, 잔도
전시 문의 : 유은순 02-2124-5268
관람 문의 : 안내 데스크 02-2124-5248, 5249
전시 안내
SeMA 옴니버스는 2024년 서울시립미술관 기관의제 ‘연결’을 주제로 하여 본관과 분관 등 4곳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소장품 기획전이다.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는 집단화된 이야기로 환원되지 않는 사회적 소수자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서로 다른 개인들로 연결되는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전시는 인종, 국적, 성별, 나이, 신체적 조건, 성적 지향, 사회문화적 환경, 경제적 상황 등 다양한 이유로 억압과 차별을 받는 사회적 소수자들에 주목한다. 경쟁이 과열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소수자가 가진 문제는 부차적으로 다루어지거나 문제 자체로 인식되지 않으며, 집단화하려는 시도는 빈번하게 와해된다. 다른 한편으로 사회 복지 정책의 차원에서 혹은 소수자가 사회에서 제 몫을 주장하기 위해 집단화되더라도 개별적인 삶은 무시되고 집단화된 정체성에서 사회가 기대하는 부분만 축소되어 “단일한 이야기”로 전달된다. 소수자는 억압과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집단화를 필요로 하지만, 소수자 집단 내부의 결집 과정에서 소수자 개별의 다양성이 삭제되는 역설을 겪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수자를 집단화하지 않고 개별의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자 한다. 예술을 통해, 취약한 개인이 자신을 긍정하고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을 가진 개인으로 구성된 ‘우리’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전시는 작업을 특정 정체성으로 범주화하여 보여주기보다 소수자들이 공유하는 공통적인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개인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는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눠 전시를 구성한다. 1층은 개인에게 강제되는 규범으로 인해 자신의 소수자성을 인식하는 작업과 주류 서사에서 밀려나 소외되고 삭제된 대안 서사에 관한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2층은 정상성에 포섭되지 않는 방식으로 서로 다른 개별성과 차이를 인정하면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실제로 긴밀하게 얽혀 있으며, 복잡한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전시 제목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는 한국계 미국인 시인이자 작가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에서 차용하였다. 전시는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라는 말을, 실천을 통해 도래할 현재로서 다시 해석하기를 제안한다. 타자를 나와 다른 대상으로 규정하고 객체화하지 않으면서, 삶의 구체성을 가진 곁에 있는 존재로서 ‘우리’가 불가분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과 실천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서로 다른 몸과 마음을 가진 개인의 개별성을 인정하면서 형성되는 새로운 공동체를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본 전시 제목은 『마이너 필링스』(2021)에 나오는 문구를 차용하였으며, 캐시 박 홍과 제프 창에게 사용 허락을 받았다.
[대표 이미지 안내]
김옥선, No Direction Home_Serah's Family, 2010,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옅은 갈색의 목재로 장식된 가정집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네 명이 가족의 각종 기념사진들과 기념품이 놓인 목재 장식장을 가운데 두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백발의 머리가 조금 벗겨진 중년 남성은 화면 좌측 안쪽에 위치한 부엌에 측면으로 서 있고 중년, 어린이, 장년의 여성 세 명은 장식장 앞에 놓인 각자의 나무 의자에 앉아 정면으로 화면을 향하고 있다. 짙은 갈색의 단발머리를 한 동양계 여자아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인물들은 이국적인 이목구비를 보인다. 펌을 한 갈색 머리의 중년 여성, 펌을 한 백발 장년 여성의 은은한 미소를 띤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경계하는 듯 카메라를 옆으로 돌아보는 중년 남성의 눈빛과 어린 소녀의 무덤덤한 표정이 이질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전시 기본 정보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이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라는 이름으로 소장품 주제 기획전을 선보입니다.
이 전시회는 8월 22일 목요일부터 11월 3일 일요일까지 열리며,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3월부터 10월은 토요일 · 일요일 · 공휴일은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11월부터 2월은 토요일 · 일요일 · 공휴일은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니 이 점 기억해 주세요.
도슨트 투어는 8월 23일부터 11월 3일까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2회 제공됩니다. 전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전시실 1, 2와 프로젝트 갤러리 1, 2에서 진행되며, 관람은 무료입니다. 전시에 대해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02-2124-5201로 문의해 주세요.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품 72점이 전시됩니다. 구나, 김경두, 김동현, 김수자, 김옥선, 노예주, 몸동회, 민영순, 박영숙, 새훈, 송상희, 신미정, 오인환, 윤석남, 이우성, 이원호, 이은희, 이제, 이지양, 이지양×유화수, 임선희, 장파, 전나환, 정강자, 정은영, 주황, 최병소, 최태윤, 홍순명, 자크 블라스, 요하나 헤드바, 라이드 이브라힘, 진 마이어슨 작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특별한 기회입니다.
관람 시간은 최소 30분에서 적정 관람 시간 2시간입니다. 일부 영상 작품에는 음성해설과 한글 자막해설, 영어 자막이 제공되며, 음성해설은 작품 옆에 부착된 헤드폰으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일부 전시 작품은 작품 앞에 제공되는 QR코드를 이용해 음성해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리플릿 뒷면에도 “전시 음성해설 QR코드”가 제공됩니다. 또한, 일부 작품은 촉각 모형이 제공되어 관람객들이 작품의 형상을 손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전시 기간에는 전시 연계 참여작가 워크숍,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 촉각 전시 투어 등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으시거나 참여를 원하시면 02-2124-5201로 문의해 주세요.]
[전시 작품
정강자, 〈자화상〉
정강자 작가는 1942년에 태어나 2017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1967년에 미술계에 등단해 196-70년대 신전과 제4집단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발언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 개인전이 사회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강제 철거되면서 작품 활동을 중단한 뒤 이후 싱가포르로 이주했습니다. 1981년 귀국 후 회화 실험에 전념하면서 이국적인 풍경과 인물을 담은 구상 회화부터 우주와 한복의 형상을 재해석한 추상 회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습니다.
작가의 1992년 작품 〈자화상〉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세로 162, 가로 122cm의 크기입니다. 종이에 강렬한 색의 유화물감과 실제 청바지 소재를 사용한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작품 옆 회색 좌대에 촉각 모형을 배치하여, 작품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 작품은 정강자 작가가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중남미와 남태평양을 여행하며 본 이국적인 풍경과 원주민들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배경으로 한 자화상입니다.
작품 속 중심인물은 작가 자신이며, 전체적인 스타일은 평면적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인물은 적갈색 피부와 또렷한 이목구비, 두툼한 입술이 특징입니다. 편안한 청바지 차림에 맨발로 풀이 자란 언덕에 서서, 왼손에 붓을 들고 오른손은 골반에 대고 있습니다. 인물은 청바지와 같은 질감의 민소매 상의를 입고 있으며, 가슴 부분은 소용돌이치는 듯한 붓 터치로 강조되어 있습니다. 단호하고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은 머리에 푸른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들어간 두건을 착용하고, 왼쪽 귀에만 사람 모양의 토속적인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인물은 청바지 차림인데 콜라주 기법으로 실제 작가의 청바지를 붙인 것입니다. 촉각 모형 역시 작품처럼 청바지를 덧대어 제작했습니다.
근대 유럽의 남성 작가들은 고귀한 옷을 입고 붓과 팔레트를 든 자화상을 통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지만, 정강자의 〈자화상〉 속 작가는 편안한 복장과 짙게 그을린 피부로 묘사됩니다. 이는 서구 미술사에서 낭만화된 원주민 묘사를 지양하고, 피식민지 아시아 여성으로서 원주민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습니다.
그림에서 인물 왼쪽에는 나무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노란색, 초록색, 보라색, 흰색 등 다채로운 물감을 짜 놓은 팔레트가 놓여 있습니다. 테이블 다리는 앉아있는 사람 모양으로 상당히 토속적인 스타일입니다. 인물의 오른쪽으로 펼쳐진 언덕에는 예닐곱 명의 피부색이 적갈색인 원주민들이 서 있습니다. 원근감 때문에 그들은 인물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원주민들은 정면을 보고 있으며, 분홍색, 파란색 등 화려한 깃털로 장식된 가면을 쓰고, 목과 허리에도 화려한 장식을 두르고 있습니다. 인물의 오른쪽에는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나무 조각상이 있습니다. 이 조각상은 원주민들의 머리 위에 있으며, 서로 밀착해 서 있는 사람들을 단순하게 형상화한 모습으로, 나무 조각 작품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원본의 1/5 크기로 제작된 촉각 모형을 통해 팔레트, 나무 조각상, 원주민의 형상을 손으로 느끼며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림의 배경은 상단의 보라색과 중앙의 노란색, 하단의 초록색 언덕으로 구성되어 인물과 원주민들의 적갈색 피부와 대조를 이룹니다. 보라색과 노란색 배경에는 붓으로 거칠게 점을 찍은 듯한 흔적이 있는데, 이는 바람이 부는 모습을 연상시키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하는 사선 방향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또한, 청바지에도 같은 노란색 붓 터치가 더해져 배경과의 통일감을 줍니다.
민영순, 〈자기 만들기〉
민영순 작가는 로스앤젤레스 기반의 재미교포 작가이자 전시 기획자입니다. 1980년대 말부터 디아스포라 미술의 주요 인물로, 미술을 통해 사회적 변화를 추구하는 행동주의 미술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대 유색인 페미니즘과 다문화주의에 영향을 받은 민영순은 1986년 뉴욕의 ‘비나리’ 그룹과 ‘한국청년연합’에 가입하면서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 한국의 정치적 상황과 민중미술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1992년에는 LA 폭동을 목격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작가는 한국과 이민 사회, 미국과 아시아의 지정학적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성, 인종, 계급의 유기적 연결망 속에서 코리안-아메리칸의 정체성을 반영한 작품을 제작하게 됩니다. 2000년대 이후, 작가는 디아스포라 미술의 범주를 세계 속의 코리안과 아시안으로 확장하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영순 작가의 1989년 작품 〈자기 만들기〉는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세로 68.5, 가로 58.4cm의 사진 네 점으로 구성되었으며, 흑백 사진 인화 방식으로 작품 표면이 광택이 나도록 제작되었습니다.
〈자기 만들기〉는 작가가 다양한 손짓을 포함한 자신의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여러 장 촬영한 후, 서로 다른 왼쪽과 오른쪽 얼굴 사진을 이어붙여 네 가지의 자화상을 만든 작품입니다. 사진 속 작가는 앞머리를 내리고 있으며, 흑백 톤으로 인해 모공과 피부의 질감, 점들이 매우 선명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네 점의 사진은 왼쪽에서부터 차례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 작가 얼굴의 절반은 각각 두 개의 패널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오른쪽 얼굴은 눈꼬리를 손으로 끌어올려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행동인 ‘찢어진 눈’을 표현합니다. 왼쪽 얼굴은 눈을 감고 있으며, 입은 굳게 다물고 있습니다. 코를 중심으로 얼굴을 가로지르며 “OBJECTIFIED OTHER”이라는 영어 문구가 대문자로 적혀있습니다. ‘대상화된 타자’라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사진은 작가 얼굴의 절반이 각각 두 개의 패널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인물은 진지하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중립적인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눈은 정면을 향해 있으며, 입술은 굳게 닫혀 있습니다. 코를 중심으로 사진 중앙을 가로지르는 부분에는 “EXOTIC EMIGRANT”라는 영어 문구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국적인 이민자’라는 의미입니다.
세 번째 사진은 공간의 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얼굴의 절반이 있는 두 개의 패널이 양쪽 모퉁이에 각각 이어지도록 설치하여 평면적인 이미지를 입체적으로 표현합니다. 한쪽 패널 속 인물은 오른쪽 손으로 얼굴의 오른쪽 눈을 가리고, 다른 쪽 패널 속 인물은 오른쪽 손으로 얼굴의 입과 턱을 가리고 있습니다. 인물의 표정은 진지하며, 눈은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습니다. 사진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부분에는 ‘동화된 이방인’을 의미하는 “ASSIMILATED ALIEN”이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네 번째 사진이 담긴 패널은 독특한 사각형으로, 밑변이 넓고 윗부분이 좁아지는 형태입니다. 두 개의 패널을 붙이면 다이아몬드 모양에 가까워집니다. 작가의 얼굴은 두 패널로 나뉘어 있으며, 합장한 손을 각각의 뺨에 대고 있습니다. 패널을 합쳐 하나의 얼굴로 보이게 했을 때, 손이 네 개로 보이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인물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중앙 부분에 ‘모범적 소수’라는 의미의 “MODEL MINORITY”라는 문구가 영어로 적혀있습니다.
작품에서 작가는 눈꼬리를 끌어올리는 비하 동작이나, 눈과 코, 입을 가리는 제스처와 합장하는 손짓으로 아시아인에게 흔히 부여되는 꼬리표를 표현합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정면을 응시하며 서구 사회가 아시아 여성에게 부과한 규범과 편견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사회적 소수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확립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김옥선, 〈No Direction Home_Serah’s Family〉
김옥선은 20년 동안 여성, 국제결혼 커플, 동성애 커플, 그리고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외국인들을 사진에 담아 우리 사회 속 주변부의 존재와 풍경을 기록해온 사진작가입니다. 그의 사진은 정면을 응시하는 인물의 시선을 강조하며, 미묘한 상황 포착과 절제된 디테일을 특징으로 합니다. 제주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이주의 경험과 주변 이방인들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출발한 그의 작업은, 사회의 민감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작가 자신의 삶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된 질문들을 탐구합니다.
김옥선 작가의 〈No Direction Home_Serah's Family〉는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2010년 사진 작품이며 세로 150, 가로 120cm의 크기입니다. 이 작품은 제주도에 정착해 살아가는 외국인들의 삶을 담은 시리즈인 〈No Direction Home〉의 일부로, 이방인의 삶을 선택한 이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연작 속 인물들은 국내 일상 공간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의 단독 또는 단체 사진 형식으로 촬영되었습니다. 한 가족을 담은 사진에서는 가정집 거실에 앉아있는 세대가 다른 세 명의 여성이 중심인물로 등장하며, 사진에는 총 네 명의 인물이 나옵니다. 작품의 주인공 세라는 미국인 아버지 유진과 불가리아인 어머니 페트야가 입양한 한국인 딸로, 불가리아 출신 외할머니와 함께 3대가 한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진 중앙에는 분홍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어린 소녀 세라가 맨발로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세라는 검은색 단발머리를 하고 있으며, 분홍색 원피스 차림에 진주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세라는 정면을 응시하며 입을 가볍게 다물고 있고 왼쪽 팔에는 스티커 혹은 일시적인 장식용 문신이 있는데, 이 문신은 전통적인 태양이나 꽃문양을 연상시킵니다. 치마 아래로 드러난 왼쪽 무릎과 정강이에는 상처와 붉은색 멍이 있습니다.
세라의 왼쪽에는 불가리아인 중년 여성 페트야가 맨발로 의자에 앉아있습니다. 페트야는 목 주변이 화려한 비즈로 장식된 파란색 반팔 블라우스와 검은색 바지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귀밑까지 오는 짙은 갈색 머리는 풍성하게 곱슬거리고 있으며, 엄지 손마디만 한 크기의 귀걸이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눈매가 깊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페트야는 정면을 응시하며 희미하게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세라의 오른쪽에는 고령의 백발노인이 의자에 맨발로 앉아있습니다. 이 노인은 세라의 외할머니로, 주름진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있습니다. 노인은 검정 바탕에 빨간색과 초록색의 꽃무늬가 있는 블라우스와 검은색 긴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뒤편 왼쪽에는 주방 일부가 보입니다. 그곳에는 할아버지가 옆으로 서서 약간의 웃음기를 머금고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밝은색 바탕에 야자수 패턴이 있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있습니다.
세 여성의 뒤편에는 나무 책장이 있으며, 그 위에는 소녀의 유치원 졸업 사진과 가족사진이 담긴 액자들, 향초, 향로 등이 놓여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나무로 된 방문이 있는데, 이 문은 닫혀 있습니다.
이 작품의 세라의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과 달리, 할아버지는 카메라를 옆으로 돌아보며 다른 느낌의 눈빛을 보여줍니다. 세라의 무덤덤한 표정까지 더해져, 이들이 있는 공간과 구성은 독특하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윤석남, 〈어머니의 이야기〉
윤석남 작가의 〈어머니의 이야기〉는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으로 1993년에 만들어진 설치미술입니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선구자인 윤석남은 1939년생으로, 40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해, 초기에는 어머니에 대한 존경심을 담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기록되지 않은 여성의 역사, 평가 절하된 모성, 생태 등 다양한 주제로 회화와 설치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이 작품은 독특하게 변형된 의자와 한복을 입은 여성이 그려진 화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촉각 모형도 함께 제공됩니다.
의자는 로코코 풍의 나무 프레임으로, 섬세하고 화려한 꽃과 나뭇잎 세공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등받이와 좌판은 광택이 나는 분홍색 비단으로 덮여 있으며, 비단에는 은은한 꽃무늬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 의자는 독특하게 변형되어, 좌판 위에는 18개의 뾰족한 강철 스파이크가 박혀 있습니다. 이 스파이크들은 어른 손가락보다 굵고, 의자에 앉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들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파이크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길이와 각도가 다양해 더욱 불편한 느낌을 줍니다. 의자 다리 끝부분에도 동일한 강철 스파이크가 부착되어 있어, 다리가 땅에 단단히 박히도록 날카롭게 제작되었습니다. 좌대에 설치되어 제공되는 촉각 모형에서는 안전상의 이유로 스파이크가 뭉툭하게 제작되었습니다.
의자 오른쪽에는 세로로 세워진 직사각형 화판이 있습니다. 이 화판은 나무판자에 나무 조각을 덧붙여 한복을 입은 여성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나무판자가 여인의 몸통을 이루고 있으며, 얼굴과 상반신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짧은 나무판자가 추가로 덧대어져 있습니다. 또한, 손 모양의 나무 조각이 양옆에 붙어 있습니다. 나무판자에 검은색 물감을 연하게 칠해 나무의 결을 그대로 살림으로써, 마치 나이테 무늬의 한복을 입은 듯한 독특한 효과를 연출합니다. 여인의 얼굴은 쪽을 진 머리를 한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오른쪽 눈과 코, 머리 부분이 뭉개지듯 지워져 있어 얼굴의 윤곽만 희미하게 나타나 있습니다. 인물의 뒤편 오른쪽에는 색을 칠하지 않은 나무판자에 조각 몇 개를 붙여놓았으며, 전통 무늬 패턴이 도장처럼 찍혀 있어 늘어진 커튼이나 천을 연상시킵니다. 촉각 모형에도 어머니와 의자의 일부분이 세심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강철 스파이크가 박힌 로코코 풍의 아름다운 의자 옆에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부엌에서도 온전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불편함을 느끼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낸 여성의 강인함을 드러냅니다.
박영숙, 〈미친년 프로젝트 2004(B), 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들〉
박영숙 작가는 한국 현대 사진사와 페미니스트 운동에 주요한 역할을 해온 1세대 여성 사진작가입니다. 작가는 여성에게 부과된 사회적, 정치적 억압과 차별에 맞서며, 여성의 성 역할과 정체성을 재고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대표작인 〈미친년 프로젝트〉는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되었으며, 기성 사회가 저항적인 여성을 '미친년'으로 규정하는 것을 비판하고, 자신의 기준과 욕망을 따르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줍니다. 시리즈 후반부의 〈미친년 프로젝트 2004(B), 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들〉은 일본에서 여성들을 인터뷰해 그들의 내면적 트라우마를 드러낸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8점의 사진으로 구성된 하나의 작품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작품은 2004년도에 제작되었으며 각 사진은 세로 · 가로 49cm입니다. 8점의 사진은 네 점씩 두 줄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사진을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줄 왼쪽에 있는 1번 사진은 병원이나 연구소 같은 실내 공간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여성이 측면으로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은 목에 청진기를 걸고 있으며, 손에 레고 블록을 들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얼굴에는 피곤함이 어려 있습니다. 배경에는 파일 더미와 책, 자료들로 가득한 책상과 책장이 보이며, 이 공간은 매우 혼잡하고 바쁘게 보입니다.
2번 사진은 안경을 쓴 여성이 고양이를 안고 앉아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짧은 머리를 한 여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으며, 멍하게 생각하는 듯 입이 살짝 벌어져 있습니다. 여성은 검은색 긴팔 티셔츠 위에 흰색 반팔 티셔츠를 겹쳐 입고 있으며, 청바지 차림으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짙은 색 줄무늬가 있는 짧은 털의 집고양이는 여성의 품에 편안하게 안겨 있습니다. 배경의 피아노 위에는 여러 가지 인형들과 사진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3번 사진은 병원이나 의료 시설에서 촬영된 장면으로, 중심인물은 짧은 흰색 환자복을 입은 젊은 여성입니다. 여성은 무표정한 얼굴로 한 손에 백합꽃 한 송이를 들고 맨발로 서 있으며, 왼쪽 허벅지 뒷부분에서 흘러내린 피가 다리를 타고 바닥에 몇 방울 떨어져 있습니다.
4번 사진은 한 여성이 침대와 전신 거울 등이 있는 방 안에 혼자 앉아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여성은 점퍼스커트를 입고 있으며,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멜빵 부분을 한쪽으로 내려 왼쪽 가슴이 드러나 있습니다. 오른손에는 붉은색 염주를 들고 있으며,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인상을 줍니다. 방바닥은 전통적인 일본식 다다미로 덮여 있고, 주변에는 책과 잡지, 화장품 등 다양한 물건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둘째 줄 오른쪽에 있는 5번 사진은 가정의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듯한 인상을 주며, 중심인물은 한 여성과 남자아이입니다. 분홍색 홈드레스를 입은 단발머리 여성이 베란다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여성의 발밑에는 남자아이가 레고 상자를 앞에 두고 앉아 고개를 들어 여성과 같은 방향을 보고 있습니다. 방바닥에는 유아용 카펫이 깔려있고, 옷이 아무렇게나 담긴 빨래 바구니와 다양한 장난감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창밖으로 베란다에 있는 빨래 건조대가 희미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6번 사진은 한 여성이 실내에서 탁자 앞에 앉아있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탁자는 붉은색 천으로 덮여 있으며 그 위에는 성인용품이 놓여 있습니다. 벽면에는 도구들과 호피 무늬 등의 장식이 걸려있으며 사진은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감돕니다. 여성은 몸을 측면으로 돌리고 다리를 꼰 채 정면을 응시하며,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띠고 있습니다. 목과 팔에는 비즈 장식을 두르고 있으며, 비즈 장식은 여성의 치마 위에도 늘어져 있습니다.
7번 사진은 실내 공간에서 일상적인 순간을 포착한 장면으로, 짧은 머리를 한 여성이 테이블 옆에 앉아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여성은 흰색 민소매 셔츠와 체크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 있으며, 한 손은 테이블 위에, 다른 손은 허벅지에 두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생수병, 음료수 팩, 여러 종류의 알약 포장지, 리모컨들이 놓여 있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광이 실내를 밝게 비추며, 창문 옆에는 작은 화분이 놓여 있습니다.
8번 사진은 일본의 신사 앞에서 촬영된 여성의 모습입니다. 긴 흰색 드레스 차림에 검은색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성은 측면으로 서서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봅니다.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입술을 검게 칠한 모습이 특징적이며, 입꼬리를 아래로 내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홍순명, 〈몽펠리에 2013년 5월 29일〉
홍순명 작가는 동시대 사건과 그 주변 이야기에 대한 성찰을 작품에 담는 작가입니다. 작가는 다양한 매체와 장르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으며 세계를 둘러싼 정치, 경제, 문화 등의 요소를 부분과 전체라는 철학적 주제로 꾸준히 탐구하고 있습니다.
홍순명 작가의 〈몽펠리에 2013년 5월 29일〉은 2013년 작품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캔버스에 유채 물감으로 그렸으며 세로 182, 가로 250cm입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지 11일 만에 몽펠리에 시청사에서 열린 첫 동성결혼식의 보도 사진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선입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건의 맥락을 배제하고 장면 일부만 발췌하여, 단일 캔버스 속 그림만으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어렵게 만듭니다.
이 작품은 가로 5개, 세로 3개의 캔버스를 퍼즐처럼 맞춰 두 남성이 눈을 감고 키스하는 장면을 완성한 것입니다. 인물들은 측면에서 묘사되었으며, 서로의 얼굴이 가까이 맞닿아 입술이 완전히 포개져 있습니다. 얼굴은 화면을 꽉 채울 정도로 크게 그려져 있어, 세부적인 표정이나 정교함보다는 전체적인 윤곽과 키스하는 순간의 움직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인물들의 얼굴은 비교적 간결하게 묘사되고 피부는 연한 크림색과 베이지색, 머리카락은 연한 회색과 갈색으로 표현됩니다. 캔버스에 유채로 그려진 색감은 매우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섞여 은은한 느낌을 줍니다. 곳곳에 약간의 파란색과 녹색이 섞여 있습니다. 인물들의 목 아래로 살짝 드러난 흰색 와이셔츠의 깃과 어깨 부분의 검은색으로 보아, 두 사람 모두 단정한 정장 차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김동현, 〈식품광역시 지하철 노선도〉
김동현은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노선도와 도로 풍경을 그리는 드로잉 작가입니다. 그의 작업은 노트나 종이를 이어 붙여 공간을 확장하고,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식품광역시 지하철 노선도〉는 2014년 작품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종이에 연필과 마커로 그린 그림이며, 세로 38, 가로 52cm의 크기입니다. 이 작품은 구불구불 복잡하게 이어진 경로들과 그사이에 삽입된 텍스트가 주된 요소인 그림으로, 가상의 도시 ‘식품광역시’를 상상해 그린 지하철 노선도입니다. 대구의 '팔공산' 같은 실제 지명과 가상의 역명을 혼합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확립한 작품이죠. 이 노선도에는 작가의 추억이 담긴 실제 장소와 상상의 장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림의 왼쪽 상단에는 작가의 글씨체로 “광역시의 맛 / 식품 광역시 전철 노선도 / 식품 지하철”이라고 가상의 도시를 나타내며, 오른쪽 가장자리에는 “경상북도”와 “팔공산”이라는 글씨가 있어, 지리적 위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림의 왼쪽 하단에는 빨간색 1호선이 “별송”에서 “선산”으로, 초록색 2호선이 “행담”에서 “포촌”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노선도는 납작한 알파벳 S를 연상시키는 경로들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으며, 1호선과 2호선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빨간색 1호선은 그림의 오른쪽 하단과 왼쪽에, 초록색 2호선은 오른쪽 상단과 중앙에 위치하며 1호선과 2호선은 중앙에서 두 호선이 만나는 구조를 이룹니다. 이러한 경로는 흰색 바탕 위에 그려져 있어 선과 텍스트의 복잡함이 더욱 두드러지며 색감의 대비로 명확한 인상을 줍니다.
그림 속 경로를 따라 작은 사각형 상자 안에 텍스트가 삽입되어 있는데, 이는 각각의 정류장 이름을 나타냅니다. 1호선과 2호선에는 “신가람”, “능내”, “교정”, “식품은행” 등 100개가 넘는 정류장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지양×유화수, 〈따라서 어떤 것은 더 작고 어떤 것은 더 크다〉
이지양, 유화수 두 작가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장애인과 비장애 예술인 간의 협력을 도모하며 장애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뤘습니다. 이들은 정상성과 비정상성의 구분에 의문을 제기하며, 서로 다른 신체 상태를 인정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 제작된 〈따라서 어떤 것은 더 작고 어떤 것은 더 크다〉는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로부터 대여해 온 영상설치 작품입니다. 작품의 소리가 없는 정지된 듯한 영상이 벽면에 투사됩니다. 또한, 여섯 명의 뒷모습과 그들이 디디고 있는 받침대까지 정교하게 제작된 촉각 모형이 제공되어 관객이 새로운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상에는 여섯 명의 남녀가 벽을 향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등을 돌린 채 흰 벽을 바라보고 있으며 각기 다른 높이와 넓이의 받침대 위에 서 있습니다. 이 받침대는 회색의 콘크리트 재질로 제작되어 실제 영상 앞에 실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왼쪽에서 첫 번째 남성은 카키색 상의와 베이지색 바지를 입고 있으며, 비교적 낮은 받침대에 서 있습니다. 두 번째 남성은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으며 약간 낮은 받침대 위에 서 있습니다. 세 번째 여성은 검은색과 흰색 줄무늬 상의를 입고 있으며, 앞의 두 남성보다 더 높은 받침대에 서 있습니다. 여성은 다소 통통한 체형이며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네 번째 남성은 휠체어를 타고 있으며, 가장 넓고 높은 받침대에 있습니다. 이 남성은 화려한 색상의 후드티를 입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여성은 검은색 점퍼와 갈색 바지를 입고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으며 중간 높이의 받침대에 서 있습니다. 여섯 번째 인물은 치마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은 여성으로, 오른쪽 끝에 위치하며 폭이 좁은 중간 높이의 받침대에 서 있습니다.
이 여섯 명의 남녀는 각각 성별, 의상, 체형이 다르지만, 높이와 너비가 다양한 시멘트 받침대 덕분에 모두 같은 높이로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신체적 기능에 대한 고정된 규범을 비판하고, 각 신체 조건에 맞는 다양한 방식의 존재를 강조합니다.
전나환, 〈아네싸〉
전나환 작가는 단일한 정체성에 대한 고정된 생각에 의문을 제기하며, 퀴어 정체성 또한 고정되어 있지 않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회화, 드로잉, 영상 등을 만들어 온 예술가입니다. 작가는 2021년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2021년 그의 마지막 개인전인 《앵콜》에서 발표된 작품들이 다시 전시됩니다.
작은 공간에는 아네싸의 무대 밖 모습인 홍일표로서 무대의 삶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 작품인 〈아네싸의 방〉, 아네싸를 그린 회화 작품 〈아네싸〉, 그리고 클럽 팔목밴드를 액자에 담아 전시한 〈팔목밴드〉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넓은 메인 공간에서는 〈For a Flash〉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네싸〉는 2020년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유족으로부터 작품을 대여했습니다. 세로 194, 가로 130cm의 크기입니다. 이 그림은 인물의 머리에서 가슴까지 상반신을 측면에서 담고 있습니다.
인물은 금발의 앞머리가 있는 긴 단발 스타일을 하고 있으며, 짙은 눈화장과 붉게 칠한 입술이 특징적입니다. 앞머리 바로 아래 눈과 코, 입술이 측면에서 이어집니다. 인물의 어깨 쪽에는 심장 모양의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으며, 이 심장은 파란색과 붉은색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얼굴과 머리카락, 심장의 윤곽은 굵고 선명한 검은색 선으로 강조되어 있으며, 노란색,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등의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인물의 이미지가 더욱 선명하고 강렬하게 전달됩니다. 〈아네싸〉는 촉각 모형을 제공합니다. 원본의 약 1/6 크기로 제작되었습니다. 옆얼굴과 머리, 어깨의 윤곽선, 심장은 돌출된 형태로 제작된 촉각 모형을 통해 그림을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의 제목인 ‘아네싸’는 전나환 작가의 다른 영상 작품인 〈아네싸의 방〉에 등장하는 홍일표 드래그퀸과 관련이 있습니다. 드래그퀸은 일반적으로 남성이 화려한 의상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로 꾸며 흔히 범주 되는 여성성을 과장하여 표현하며 퍼포먼스를 합니다. 홍일표 씨는 아네싸라는 이름으로 드래그 쇼와 퍼포먼스를 하는데, 이 그림 속 인물은 홍일표 씨가 아네싸로 변신하여 금발 가발을 쓰고 진한 화장을 한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자크 블라스, 〈얼굴 무기화 세트〉
자크 블라스는 예술가이자 영화제작자, 작가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사람의 얼굴이나 지문을 인식하는 생체인식 기술, 성소수자, 공상과학 등을 주제로 합니다. 그는 소수자들이 어떻게 정치적, 사회적으로 차별받거나 통제되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인공지능, 보안 기술, 인터넷 같은 현대 기술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합니다.
자크 블라스 작가의 〈얼굴 무기화 세트〉는 2012년에서 2014년까지 제작된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입니다. 8분 10초 영상과 실물 플라스틱 마스크 4점, 디지털 사진 12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직각으로 이루어진 약 5m와 7m 길이의 벽에 설치된 작품으로 5m 벽면에는 플라스틱 가면을 착용한 상반신 사진 4점과 영상 작품이 설치되어 있으며, 7m 벽에는 실물 가면과 함께 사진 8점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현대 기술의 불평등과 통제에 맞서기 위해 안면인식 기술로 탐지할 수 없는 무정형의 플라스틱 가면 4점을 실물로 제작했으며, 이들은 각각 특정 사회적 이슈를 상징합니다. 분홍색 가면은 퀴어 남성의 얼굴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표현합니다. 검은색 가면은 안면인식 기술이 어두운 피부색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하며,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파란색 가면은 프랑스에서 무슬림 여성들이 부르카를 착용하지 못하게 하는 법을 비판하며,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저항을 상징합니다. 은색 가면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사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민족주의적 폭력을 촉진하는 문제를 고발합니다. 이 네 종의 가면은 색깔만 다를 뿐, 녹아내리거나 흐르는 듯한 유기적인 형태로 제작되었습니다. 주름지거나 뭉친 듯한, 복잡하고 불규칙한 형태는 고무나 걸쭉한 액체가 그대로 응고된 모양을 연상시키며, 매끄러운 질감과 광택이 특징입니다. 가면의 설치 순서는 분홍색, 검은색, 파란색, 흰색입니다.
사진 작품도 가면의 색깔 순서에 맞춰 설명하겠습니다. 1번 사진은 두 사람이 빨간색 조명이 비추는 전시 부스에서 분홍색 가면을 착용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있습니다. 2번 사진은 비슷한 전시 부스에서 분홍색 가면을 착용하거나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이 전시를 구경하는 모습입니다. 3번 사진은 11명의 사람이 검은색 가면을 쓴 채 산책길에 야외에 서 있는 모습입니다. 4번 사진은 검은색 가면을 쓴 사람들이 야외에 서 있거나 바닥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모습입니다. 5번 사진은 실내에서 여러 사람이 파란색 가면을 쓴 인물과 함께 웃으며 상호작용하는 장면입니다. 6번 사진은 실내에서 두 명의 여성이 파란색 가면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모습입니다. 7번 사진은 야외에서 흰색 가면을 쓴 사람들이 큰 콘크리트 구조물 위를 걷는 장면입니다. 8번 사진은 흰색 가면을 쓴 여러 사람이 숲에 흩어져 무언가를 관찰하거나 탐험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이제, 〈여기〉
이제 작가는 도시 일상과 주변 인물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입니다. 그는 재개발 중인 도시 풍경, 공사장, 퇴근길의 전봇대, 저녁 식탁에 모인 사람들처럼 곧 사라질 풍경이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들을 그립니다. 그의 작업은 비판보다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이러한 장면들을 담아내며, 회화를 통해 기억과 정서, 연대와 우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여기〉는 2010년에 제작된 유채 물감으로 그린 캔버스 작품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이 작품은 동일한 제목을 가진 두 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세로 72.5cm, 가로 90.8cm, 세로 99.8cm, 가로 72.7cm의 크기입니다.
전시장에 나란히 전시되는 두 작품 중 첫 번째 작품은 왼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다리와 손이 그림 중앙에 배치되어 있으며, 인물이 돌 투성이 바닥에 맨발로 무릎을 굽히고 서서
손을 허벅지에 대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그린 듯한 구도입니다. 이로 인해 인물의 하반신과 손이 작품의 주요 초점이 됩니다. 작품의 색감은 차분한 푸른색과 회색이 주를 이루며, 배경과 인물의 피부 색깔이 부드럽게 어우러집니다.
두 번째 작품의 들어 올린 팔과 손은 오른쪽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연한 색의 하늘과 갈색과 황토색으로 표현된 재개발 현장을 배경으로 인물은 두 팔을 위로 들어 올린 상태에서 오른쪽 손바닥이 보이게 펼치고 팔을 교차해 왼손을 오른손의 오른쪽 뒤로 보내 서로 손등을 맞대는데, 이때 두 선의 검지가 만납니다.
두 점의 작품 〈여기〉는 재개발로 삶의 터전에서 내쫓겨야 하는 상황과 주변화된 여성의 불안함을 교차시켜 표현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이질적이고 낯선 상황들을 연결해 회화를 통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노예주, 〈서로를 지키는 우리는〉
노예주는 주로 동물권 운동과 관련된 장면을 그리는 작가로, 최근에는 주제를 도시 운동, 여성, 이주민, 장애인 운동 등 다양한 소수자 운동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회화는 폭력을 직접 다루기보다는 우회적으로 접근하며, 고통을 대상화하지 않으려는 고민이 작업 전반에 걸쳐 나타납니다.
세로 100, 가로 80.3cm 크기의 2024년 작품 〈서로를 지키는 우리는〉은 작가가 활동가로서 현장에서 관찰한 모습을 담아낸 작업입니다. 푸른색의 거친 붓질이 드러난 배경 속에서, 한 여성이 한쪽 무릎을 꿇고 쪼그려 앉아 스니커즈 끈을 묶고 있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는 곧 다시 시작될 강제 철거 현장을 저지하기 위해 신발 끈을 동여매며 나갈 채비를 하는 모습입니다
인물은 분홍빛이 감도는 옅은 색의 머리카락을 올려 묶었으며, 안경을 쓰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허리 부분이 드러나는 반팔 크롭 스타일의 검은색 상의와 넉넉한 핏의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습니다. 발에는 스니커즈를 신고 있으며, 드러난 팔에는 푸른색 문신이 그려져 있습니다.
원본의 1/3 크기로 제작된 촉각 모형은 인물의 동작과 묶은 머리의 형태, 운동화 끈, 팔에 드러난 문신까지 세심하게 돌출되어 있어, 새로운 감각으로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오인환, 〈우정의 물건-MK/IO, 우정의 물건-DD/IO, 우정의 물건-KM/IO, 우정의 물건-ML/IO〉
오인환은 특정한 장소와 시간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를 만드는 작가입니다. 그는 정체성, 사회 규칙, 예술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부장제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작품에서는 차이, 다양성, 소통 같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주제를 다루며 일상과 연결된 예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정의 물건〉은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입니다. 2000년도와 2008년도에 촬영된 사진 2점씩 한 세트로 구성되며, 총 4세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작품 제목은 〈우정의 물건-DD/IO〉, 〈우정의 물건-MK/IO〉, 〈우정의 물건-KM/IO〉, 〈우정의 물건-ML/IO〉 로 알파벳은 작가의 친구 이름과 오인환 작가의 이니셜을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사진 1점의 크기는 세로 115.4, 가로 77.3cm입니다.
이 작품은 작가가 “DD”, “MK”, “KM”, “ML”이라는 친구들의 집을 방문해 자신의 집에 있는 같은 물건들을 찾아내어 각자의 공간에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이 되게 똑같이 쌓아 각각 사진을 찍은 후,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했습니다.
이 작품은 쌍을 이루는 한 세트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오른편은 오인환 작가의 집, 왼편은 친구의 집을 배경으로 합니다. 2000년도 작품은 미국에서 촬영되었으며 2008년도 〈우정의 물건-ML/IO〉의 오른쪽 사진은 작가의 한국 집을 배경으로 원목 마감과 나무 책장이 특징입니다.
그중 MK라는 친구와의 우정의 물건 중 일부를 소개하면 ‘이소라 · 김건모 · 봄여름가을겨울 CD, 이태리 목욕수건, 목장갑, 유성펜, 집게, 건전지, 손톱깎이, 플라스틱 물주전자, 책’ 등입니다.
작가는 전시를 열 때마다 친구들에게 물건을 받아 전시하고, 이후에는 그 물건들을 다시 돌려줍니다. 때로는 물건이 사라지거나 쓸모를 다해 버려지기도 하는데, 이 과정 자체가 작품에 변화하는 관계성을 반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4명의 친구 중 3명이 자신의 물건을 제공해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이우성, 〈해 질 녘, 산에 올라서서〉
이우성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주변 인물들을 관찰하며 한국 동시대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그는 일상 속에서 지나치는 장면들, 추억,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상상을 진지하지만 위트 있게 담아냅니다.
2024년 작품 〈해 질 녘, 산에 올라서서〉는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커미션 작품입니다. 세로 285, 가로 200cm의 캔버스 3개를 이어 붙인 대형 회화 작품입니다.
이 그림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모여 하나의 큰 군중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야구 모자를 쓴 젊은 남성, 안경을 낀 여성,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젊은 여성, 선글라스를 낀 남성, 동물 가면을 쓴 사람, 누군가를 업고 있는 사람, 꽃다발을 든 남성, 운동복 차림의 여성, 노인, 아이, 연인, 아이를 목말 태운 사람, 하트 모양 머리 장식을 쓴 사람들까지, 각기 다른 사람들이 층층이 서거나 앉아있습니다.
그림의 중앙에는 여섯 명의 인물이 호랑이 가면을 쓴 아이를 둘러싸고 서서, 서로 손을 맞대거나 펼쳐서 크고 작은 하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어깨를 맞대거나 손을 뻗어 다양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으며, 모두 다채로운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이 군중 속에는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 그리고 날아다니는 나비 떼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작품에 재현된 인물들은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용이나 학, 호랑이 가면 등의 모티프를 통해 이들 중 누군가는 나한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나한은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성자로, 전통적으로 호랑이와 용, 학 같은 동물들이 나한의 능력을 상징합니다. 작품은 모두가 소중한 존재임을 강조하며, 제비, 복숭아, 하얀 나비 등의 모티프는 모두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반영합니다.
작품은 하늘의 붉은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색조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희망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인간의 다양성과 연대감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11:20~11:5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1과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2에서 전시 중인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전시를 관람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전시기간 : 2024년06월04일-2025년05월05일
전시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 · 일 · 공휴일 :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 문화의 밤》 운영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 1월1일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전시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B1 어린이갤러리2
관람료 : 무료
도슨트안내
평일 (화~금요일) 10:30 *학급 단체 대상(신청: 홈페이지 '<이야기하는 미술관> 프로그램' 참고)
평일 (화~금요일) 14:30
* 구글 플레이 또는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다운 받으시면 무료 전시 해설 서비스를 상시 이용 가능합니다.
전시부문 : 조각, 드로잉
전시장르 : 어린이 전시
참여작가 : 신미경
작품수 : 100여점
주최 및 후원
주최: 서울시립미술관, 협찬: 캔손, 더웬트
전시문의 : 도수연 02-2124-5272
관람문의 : 안내 데스크 02-2124-5248,5249
전시 안내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은 비누를 조각의 재료로 사용하여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조각가 신미경이 선보이는 전시이다. 전시의 주제인 ‘천사’는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종교적 표상이자, 예술적, 문학적 상상을 통해 우리의 인식 속에 익숙하게 자리하게 된 상징적인 존재이다. 작가는 엔젤이라는 이름의 향을 우연히 접하면서 천사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부재하는 것 사이에 있는 대상’으로서 천사의 모습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신미경은 이번 전시에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본 사람은 없는 천사가 가진 의미에 주목한다. 그가 표현하는 천사는 천상과 지상, 삶과 죽음, 육체와 영혼 사이를 오가는 환상의 영역에 있는 존재로서 비누의 물질적 속성을 통해 은유적으로 제시된다. 작가가 30여 년 동안 조각의 재료로 사용한 ‘비누’는 투명함과 불투명함을 오가는 물성뿐 아니라 닳아 없어지는 성질, 그리고 향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비누의 특징은 천상과 지상을 잇는 중간적 존재인 천사의 상징성과 연결된다. 특히 비누의 ‘투명성’과 이를 극대화하는 ‘빛’, 그리고 ‘향기’를 매개로 하여 존재와 부재 사이를 오가는 천사를 공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관람객들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비누로 만든 조각을 감상하며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고,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익숙한 존재인 천사를 통해 잠재된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다. 세대를 초월하여 흥미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천사의 빛과 향기로 가득한 이번 전시가 그동안 친숙하게 느껴왔던 천사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작품
《투명하고 향기 나는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천사가 있다고 믿나요?
우리 모두가 천사를 알고 있지만, 천사를 정말로 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순수하거나, 착하거나, 아름다운 사람을 보았을 때 ‘천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나요? ‘아기 천사’라는 말이 떠오르는 것처럼요.
천사는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할까요? 아니면 우리가 있다고 믿는 것일까요?
여러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를 상상해 본 적 있나요?
전시장에 있는 모든 작품은 비누로 만들어졌어요.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비누가 조각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요?
보통의 조각은 튼튼한 재료로 만들어져 오랫동안 처음의 모습 그대로 남아있어요. 하지만 비누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녹아내리다 향기만 남긴 채 사라져요. 눈앞에 있었던 것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재료지요. 작가는 이러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비누를 사용해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천사를 표현하고 싶었던 거예요.
비누로 만든 천사의 모습을 보니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엔젤 시리즈
작가는 전형적인 천사의 모습을 한 조각들을 수집하여 <엔젤 시리즈>의 원본으로 삼았어요. 실체가 없는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주변에 너무나 흔하게 존재하는 천사상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마치 직접 본 것처럼, 있는 것처럼 만들어낸 과거의 천사 조각들을 가져와 비누라는 재료로 새롭게 시각화하여 보여주고 있어요.
<엔젤 시리즈>는 날개 달린 아기 천사의 순수함을 보여주는 조각을 비롯하여, 고대 신화와 기독교 미술의 여러 천사 도상을 표현한 듯한 부조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고전적인 형태의 조각상부터 상품으로 대량 생산된 기념품과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과거 누군가가 단단한 재료로 만들었던 조각들은 작가의 손끝에서 다양한 색깔과 재질의 비누로 캐스팅되어 새로운 천사상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어요.
투명한 비누로 만든 천사 조각은 세 가지 특징이 있어요.
먼저, 속이 비칠 듯이 유리처럼 맑고 투명해요. 그래서 비누가 녹으면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아요. 그리고 상상 속 천사에게서 날 것 같은 향기가 있답니다. 전시되는 모든 <엔젤 시리즈> 작품은 ‘엔젤향’을 비누에 함께 녹여 만든 것이에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조각들은 천사의 날개 빛깔처럼 신비롭고 영롱한 빛이 나요.
세 천사
세 천사를 표현한 두 점의 작품이에요. 먼저 투명한 색의 비누로 첫 번째 작품을 만들고, 불투명한 하얀색 비누로 한 번 더 만들었어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고대 그리스 조각은 원래 다양한 색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다 지워지고 하얀색으로 남게 되었대요. 작가는 이것에 대한 관심으로 비누에 색을 넣기도 하고, 하얗게 표현하기도 했어요.
<세 천사>는 작가가 비누로 조각하는 방식이 변화하게 된 시점에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이전까지는 비누 덩어리를 깎아서 ‘조각’하거나 비누 가루를 반죽하여 붙여나가는 ‘소조’ 방식으로 작업하던 작가는 2003년에 끓이면 액체로 변하는 비누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후 모든 작품을 ‘주조’ 기법으로 만들고 있어요.
라지 페인팅 시리즈, 페인팅 시리즈
<라지 페인팅 시리즈>와 <페인팅 시리즈>는 끓여서 녹인 비누를 틀에 부어 섞어 나가며 굳힌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프레임의 두께를 가득 채우는 많은 양의 물질을 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평면의 회화와 닮았기 때문에 직접 그 앞에 선 사람만이 작품의 향기와 물질성을 느낄 수 있답니다. 평면 조각의 형태를 한 페인팅 시리즈는 우연히 형성되는 이미지가 가진 향기와 여러 가지 색깔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의 인식 속에 존재하면서도 사실은 부재하는 천사의 신비로움을 은유하고 있어요.
조르조 바사리, <야곱의 꿈 >
천사는 영적이고 초월적인 속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미술사적으로 수많은 작품 속에 등장해 왔답니다. 어린이갤러리 1에는 천사들의 모습을 그린 15~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의 두 작품이 벽면에 시각화되어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천사들의 모습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비누의 향기를 머금은 신미경 작가의 천사상과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이 표현한 오랜 천사 도상은 시공을 초월하여 교차하며 어우러져요.
이탈리아의 화가이자 건축가, 최초의 미술사가인 조르조 바사리의 <야곱의 꿈>은 ‘야곱의 사다리(Jacob’s Ladder)’라는 구약 성경의 한 구절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성서의 내용을 묘사하는 작품에서 천사는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메신저로서 등장한답니다. 돌을 베개 삼아 잠든 야곱의 꿈속에 등장한 천사들은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하늘에서는 잠든 야곱에게 축복을 내리고 있어요. 천상과 지상을 나타낸 이 작품은 계단을 내려가며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깊이가 있는 어린이갤러리 1의 공간 구조와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를 전시장에서 마주한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답니다.
멜로초 다 포를리, <천사들 무리>
15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멜로초 다 포를리의 작품 <천사들 무리>는 로마의 산티 아포스톨리(Santi Apostoli) 성당의 벽화였으며, 현재는 바티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요. 구름으로 둘러싸인 아기 천사들이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경배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이 작품은 어린이갤러리 1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높은 창 아래 벽면에 시각화되어 있어 하늘에 있는 천사들의 모습을 올려다보며 미지의 천상 세계를 떠올리게 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작업실 영상
신미경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100여 점의 신작을 제작했어요. 새롭게 선보이는 <엔젤 시리즈>와 <페인팅 시리즈>, <세 천사: 향유 드로잉 시리즈>의 제작 과정과 작가 인터뷰를 담은 영상을 어린이갤러리 2에서 만나볼 수 있답니다. 이 영상을 통해 전시와 작품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와 함께 그의 에너지 넘치는 작업 현장을 들여다볼 수 있어요.
향유 드로잉 시리즈
<세 천사: 향유 드로잉 시리즈>는 향기를 통해 천사의 존재를 상상하며 표현한 작품이에요. 세 가지 종류의 엔젤 향유를 종이에 부어 흔적이 남으면, 향유가 스스로 만들어낸 모양을 따라 수채 색연필로 색칠했어요. 이후 향유는 계속해서 번져 나가 수채 색연필 너머의 공간을 만들어 냈어요. 마치 우리가 모르는 어떤 존재가 자신의 흔적을 남긴 것처럼요.
어린이갤러리 2에는 향기로 천사를 시각화해보는 그리기 활동이 마련되어 있어요. 드로잉의 재료인 세 가지 종류의 엔젤 향유는 이번 전시의 모든 신작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어요. 어린이들은 작가와 같은 재료를 사용하여 나만의 천사를 자유롭게 그려봄으로써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해 상상하고 표현해 볼 수 있답니다.
화장실 프로젝트
작가는 화장실에 작품을 놓아 사람들이 비누로 사용하게 한 후, 그것을 다시 모아 작품으로 전시하는 <화장실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어요. 예술작품과 일상품 사이를 오고 가는 특별한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여러분도 참여할 수 있답니다.
어린이갤러리 1 바깥으로 나오면 맞은편에 화장실이 보일 거예요. 평범한 화장실도 이번 전시에서는 특별한 공간으로 변신했답니다. 세면대 옆에 있는 천사 조각을 만나보세요. 이 작품은 마음껏 만져봐도 괜찮아요. 천사를 쓰다듬고 어루만진 후 손을 씻어 보세요. 작품을 비누로 사용해 보니 어떤 느낌이 드나요? 여러분의 손길이 닿고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이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정승조의 아트홀릭] Why? 사람들은 왜 화장실에서 '마리 앙투아네트'상을 만질까?
CJB(청주방송) 기사 작성일 : 2023-05-18
■ 글 : 정승조 아나운서
오늘은 비누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난 3년간 비누는?
위생 필수품이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유행에서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닦지 않으면 안심이 되지 않는 시대였다.
200여 년 전 유럽에서 비누는?
인류 구원의 발명품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럽인들은 목욕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인해 전염병과 피부병에 시달렸고, 평균 수명은 40세 미만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1790년, 프랑스 출신 화학자 니콜라스 르블랑(Nicolás Leblanc) 공법으로 비누 보급이 확대되고, 이는 인간의 평균 수명을 최소 20년 늘렸다. 우리나라에 본격 유입된 시기는 개화기 이후. 당시 비누의 순우리말인 '비노'가 있었기에, 유입될 때는 '양비누'라 불렸다.
조각가 신미경에게 비누는?
특별한 재료다. 충북 출신인 그는 지난 30년간, 런던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현대미술가다. 비누로 서양의 고전 조각상, 동양의 도자기 등 동서양의 문화유산을 조각해왔다. 어느 날, 작가는 우연히 학교 화장실에서 분홍색 비누를 봤고, 마치 그것이 핑크 대리석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1996년부터 시작된 그의 비누 작업은 올해로 26년 차. 작품들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리움미술관, 미국 휴스턴 미술관, 영국예술위원회, 영국 브리스톨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작가에게 비누는 우연에서 필연으로 이어진 재료다.
전시에는 총 120여 점에 가까운 작품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인 70점은 라지 페인팅 프로젝트(2023), 낭만주의 조각 시리즈(2023) 등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신작이다. 메인 전시인 라지 페인팅 프로젝트(2023)는 작가가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페인팅 시리즈>의 확장판이라고 한다. 회화처럼 보이지만 조각이다. 조각 비누의 향은 후각을 자극한다. 한마디로 '추상화가 담긴 대형 평면 비누 조각'이다.
이를 제작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캔버스 150호 정도 되는 대형 철제 틀을 만든다. 비누는 0.1톤이 넘는 양을 녹인다. 여기에 색, 향을 가미하고, 틀 안에 부어 굳힌다. 이후 표면을 다듬고 토치(불)로 색을 조정한다. 총 무게는 200kg 이상. 작품에는 작가의 땀과 노동, 시간이 담겨 있다.
그렇다면, 작가 신미경은 오랜 시간 비누의 어떤 점에 끌렸을까. 한 인터뷰를 통해 이유를 짐작해본다. 작가는 일상의 존재물이 실제로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건, 비누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속성, 향기 등 비누가 가진 물질성에 주목한 거다. 비누의 익숙함도 언급했다. 익숙한 비누가 주는 친근함이 관객들에게 작품의 첫 문턱을 낮춰준다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20년 이상의 세월을 견딘 자신의 조각에서 ‘시간성’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시각미술인 조각은 시간성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데, 비누는 응축된 시간성을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이런 대체 불가능성이 그 이유였다.
시간성 작업에 대한 이런 일화가 있다. 잠시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영국으로 가보자. 어느 평범한 날, 작가 신미경은 런던 캐번디시 광장의 빈 좌대를 보며, 좌대 위가 비어있는 이유가 궁금했다고 한다. 좌대는 조각상 같은 기물을 올려놓는 일종의 대다. 그러면서 자신이 사라진 조각상을 비누로 정교하게 만들어 그곳에 올리고 싶었다고 한다. 시민들이 마치 대리석으로 느끼도록 말이다. 그렇게 좌대에 오른 비누 조각상은 처음엔 새로운 조각이지만, 비누의 속성상 빨리 풍화가 될 것이다. 시간의 흐름이 마치 고속으로 돌아간 것처럼 볼 수 있게 되는 작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비누로 쓰다 : 좌대 프로젝트(2012)>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당시 작가는 오랜 시간 좌대에 있어야 했을 고전 기마상의 생김새, 의미를 추적했고, 비누로 복제했다고 한다. 런던과 시의 허락을 받는 것도 큰일이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작가는 오랜 집념으로 밀어붙인 끝에 4년 만에 비누로 재현한 기마상을 좌대에 세우게 되었다.
이런 작가의 작업 과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전시의 백미 아닐까. <화장실 프로젝트(2023)>는 화장실에 비치된 비누 조각상을 사용해 손을 씻으며 조각을 닳게 하는 체험이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상,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투아네트상 등이 전시관 지하 1층, 지상 5층의 남녀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다. 관객들의 참여로, 무언가 되어가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 되는 작업이다. <풍화 프로젝트(2023)>는 비누 조각상을 전시 건물의 중정(야외)에 설치했다. 지금도 마리 앙투아네트상은 비, 바람 등으로 인해 풍화가 진행 중이다.
그런가 하면, 박물관의 유물처럼 시간이 멈추면서 가치가 새로워진 조각들도 있다. <화장실 프로젝트(2022-2023)> 비누 조각 6점인데, 과거에는 정교하게 재현된 조각상이었다. 5개월간 국내 한 백화점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던 조각들은 이곳에서 사람들의 비누로 이용되며 변형되었다. 지금은 머리가 매끈한 타원형이다. 변형된 비누 조각상에 브론즈(청동)를 캐스팅한 신작<풍화프로젝트 : 브론즈(2023)>도 눈길을 끈다. 긴 여정을 끝내고, 진정한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다. 이렇듯 본래 쓰임이 멈춘 비누 조각들은 유리 진열장 속 유물처럼 전시되고 있었다.
"나에게 시간이란 ‘생물’이다.“
"나에게 시간이란 ‘기억’이다.“
”나에게 시간이란 ‘행복한 순간’이다.“
관객들이 조작가 신미경의 비누 조각을 감상한 뒤 남긴 기록이다.
전시를 본 당신은 시간 혹은 시간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전시(시간/물질 : 생동하는 뮤지엄 신미경)는 오는 6월 10일까지. 코리아나미술관│SPACE*C]
[박현주 아트클럽] 물먹는 하마같은 비너스..신미경 '비누 조각'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뉴시스 기사 등록 : 2018. 7. 6. 09:00
아르코미술관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대규모 개인전
12톤 비누로 '폐허 풍경' 재현 '건축 프로젝트' 첫선
국내 미발표 부식된 도자기·화장실 프로젝트 선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어머 웬일이야. 땀이 나나봐~"
30도를 웃도는 무더위 속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입구가 소란하다. 좌대에 올려진 비너스 조각 때문이다. 더위에 지친 듯 고개를 떨구고 있는 조각의 콧등과 가슴 쇄골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 있다.
"진짜 땀이 나는 거야?...이게 왜 이럴까. 대리석 조각 아닌가?"
삼삼오오 조각상을 둘러싼 사람들은 마치 신묘한 현상을 보기라도 한 듯 신기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다 민감해진 후각에 반응한다. "이 냄새는 뭐지?"라며 기다란 전시장 입구를 킁킁거리며 빨려 들어간다.
5일 아르코미술관 스페이스필룩스에서 개막한 신미경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개인전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다. 토끼를 따라 굴 속으로 뛰어든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 도착해 겪는 신기한 모험들에 관한 이야기처럼, 현실에서 만나는 과거와 시간의 틈을 경험하게 한다.
향내나는 굴속같은 입구를 따라 들어가면 폐허가 된 유적지 같은 공간이 나타난다. 폼페이의 오래된 신전이 허물어진 것 같은 분위기다. 벽돌처럼 쌓은 구조물들안에는 대리석 기둥과 대리석상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있다. 향기 때문일까. 유물이 늘어선 전시장은 무거움보다 풍선같은 진공상태에 가둔 것 같다.
"대리석처럼 보인다고요? 모두 비누로 만든 작품이에요. 러쉬(LUSH) 비누에요. 향이 진하죠?"
비너스 조각에서 땀이 나는 것은 '비누'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천연비누는 근본적으로 보습하고, 방부제가 없어요. 그래서 '물먹는 하마'처럼 촉촉해지죠. 화학비누는 땀이 안 나요. 그만큼 건조해진다는 거죠. 전시장이 제습이 안되니까 비누 조각품이 온 습기를 빨아들여 마치 땀방울이 나는 것처럼 보이는 거에요. 글리세린이니까요."
신미경(52) 작가는 '비누 조각가'로 유명하다. 유럽에선 흔한 대리석 조각상의 위협적인 존재로, 영국 런던에서 'K-아트 첨병'이다. 비누를 무기로 세계 미술계를 누빈지 벌써 20여년이 넘었다. 그리스와 로마의 조각상을 비롯해 아시아의 도자기 및 불상을 비누로 만들어냈다. 스타작가답게 비누는 후원 받는다. 영국 천연 핸디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러쉬'에서 대가 없이 제공한다. 러쉬는 마돈나가 가장 좋아한다는 비누로 유명하다.
'비누 조각'은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담배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1929·Ceci n'est pas une pipe)라고 한 르네 마그리트(1898~1967) 그림 같다.
오래된 대리석 조각처럼 견고하고 반들반들하다. 도자기도 마찬가지. 감쪽같은 모습에 깜박 속기 일쑤다.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 한국관에서 달항아리 특별전시 때 화제였다. 1999년 대영박물관이 구입한 한국의 달항아리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동안 유리 진열장에는 '비누 달항아리'를 전시했다. '현대미술 프로젝트'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유럽 관람객들은 백자가 아닌 비누로 만들어진 달항아리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8년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로 런던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신미경을 초청하면서 마련됐다. 작가가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에 선정된 후 5년만에 여는 전시로 국내 공공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전시다.
신미경의 대표 작업들 중에서 주로 국내 미발표작과 신규 프로젝트로 선보인다. ‘번역시리즈’로 명명되는 도자기와 조각과 건축의 경계에 대한 탐색을 이어왔던 작가의 ‘건축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더불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부식된 도자기를 포함한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가 새롭게 소개된다.
전시의 큰 틀은 ‘폐허 풍경’이다. 발굴 유적지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런던에서 오래전에 작업한 것들을 가져왔고, 현장에서 직접 제작한 신작이다.
"제가 비누로 20년간 작업해오면서 가장 근본적인 관심인 '시간성'입니다. 문화적인 맥락에서 시간성을 어떻게 가시화할 것인가가 화두였는데, 그런 관심에서 폐허를 재현하는 신작 프로젝트를 하게 됐어요"
망가진 신전 같아 보이는 '비누 건축물'은 공사판 같다. 작가는 "폐허란게 예전에 있었던 오리지널이 있고, 그런 것을 지탱해 주기 위한 다른 요소들이 있지 않나"라며 "어떤 신전을 재현한 건 아니다"고 했다.
영국에서 유적지를 많이 다니면서 관심을 둔 것은 "남아있는 것과 사라진 것들의 경계들"이었다.
"우리가 폐허를 보러 갔을 때를 생각해보세요. 남아있는 것을 보면서 사라지는 것을 상상하는 것. 그래서 시간여행을 하게 만들잖아요. 전 그 시간이 고체화 되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낯설은 표현이겠지만 '시간성을 가시화'하고 싶었어요. 시간이 액체처럼 흐르는 것이라면, 그것을 고체처럼 만들어서 그 지점을 보여주고자 하는 겁니다"
'폐허 풍경'은 어느 순간 초라하게 무너져버린 시간을 암시하지만, '유물이 되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문명에서 파생되어 나온 게 유물이잖아요. 유물은 처음부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경로에 의해서 유물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유물이 되어진 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건축구조물속에 나온 오브제들은 제가 그동안 했던 작업에서 발생한 오래된 작업들을 모은 겁니다. 유물이 되어진 제 작업들을 보여주는 셈이죠.".
고전미술을 차용해 복제와 모방을 넘나들지만 완벽을 추구하지 않는다. "유물이 되었기 때문에 힘이 있고 가치가 있잖아요. 그건 일부러 만들어진 게 아니라 역사를 빨아들여서 스펀지 같은 상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흘러서 되는 것인데, 흘러버린 시간을 가능하게 구현한 재료가 비누였어요."
'비누 조각'의 백미는 '화장실 프로젝트'다.(이번 전시에도 선보인다) 신미경 작가를 세계 미술계에 알린 작업으로 '기획반 풍화반'으로 이뤄진다. 작가가 만든게 50%라면 다른 상황이 더해져서 작품을 완성한다. 물론 '시간'이 최고의 재료다.
'화장실 프로젝트'는 실제로 비너스 조각을 화장실 세면대에 놓고 사용하게 하는 작업이다. 일반인이 비누처럼 쓰는 거다. 얼마만큼 사용하다 다시 미술관으로 보내지는 '비너스 조각'은 사람들이 쓴 만큼 마모되거나 닳아 있다. 그 자체가 작품으로 완성되어지는 식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게 흠이지만, 돌아온 '비누 조각'은 100개면 100개가 모두 다 다른 모습으로 모여 풍화된 시간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라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 또 완벽하게 존재하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부분의 접점이 생기는 간극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사라지고도 존재하는' 타이틀로 쓴 배경이다.
'비누 조각'은 의심과 비틀기로 나왔다.
서울대학에서 조소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석사까지 마친후 1997년 런던 대학 슬레이드 스쿨(Slade School)로 유학을 가면서다. 한국에서 작업할 때 쓰던 레진은 런던 대학에서는 사용금지였다.
무슨 재료를 써야하나 고민하다 대영박물관에서 본 서양조각상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양미술사책에서 보던 것들인데 한국 대리석과 달리 비누같은 조밀함과 색을 갖고 있더라." 알고 보니 손톱으로도 자국이 날만큼 부드러운 백묵같은 흙이었다. 이유는 또 있었다.
런던에 유학 와서야 깨달았다. 서양미술을 늘 공부했고 서양인만큼 안다고 생각했지만 동양인은 서양과는 다르다는 것을. "내가 동양사람인데 서양미술에 왜 이렇게 관심이 많고 그렇게까지 공부를 했어야 했나" 후회도 했다. 초기 상태로 돌려야 했다. 그럼에도 서양 조각을 똑같이 만드는 건 자신 있었다. 서울에선 그 능력에 따라 대학을 갔다 .고전 미술을 똑같이 만드는 건 작가의 오래된 과거가 아니었다. 복잡한 번뇌사이에서 그 손기술은 런던에서 에너지로 작용했다. 그렇게 비누로 고전 조각을 깎기 시작했다.
런던 대학의 교육방식 덕도 있다. 수업시간에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없다"고 했다. "알고 있는 모든 정보에 대해 의심하고 있어서 아무 얘기도 할 수 없다"고 말한 결과는 뜻밖이었다. 교수는 "너무 흥미롭다. 네가 뭘 의심하는지 너무 듣고 싶다"며 반색했다. 새로운 땅에 와서 의심하는 건 당연한 거고 흥미롭다며 생각을 부추겼다.
작가는 "한국에서는 그럴싸한 이야기를 했었어야 됐는데, 이런 것도 주제가 될 수 있구나를 새삼 깨달으며 작업을 과감하게 하고 싶은 포인트가 생겼다"고 회상했다. 당시 매일 매일 번역하면서, 서양 조각을 훈련시켰던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생각했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사상을 배우는게 아니라, 따라 해서 습득할 수 밖에 없다. 왜도 없고 질문이 있을 수 없다.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서양미술을 상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동양사람으로서 서양미술을 배워야 했던, 혼란스러운 상황들속에서 번역처럼 내뱉은 작업은 결국 '번역시리즈'로 탄생했다. "동양작가로서 서양미술이 그렇게 훌륭한 거냐며 비틀고 싶은 마음이었고, 비누로 똑같이 만들어 보여주면서 서양인들을 혼란시키고 싶었죠."
2006년 대학에서 벌인 '6개월간 퍼포먼스'는 동양 여학생에서 작가로 변신시켰다. 학교 건물에 있던 조각품 아프로디테를 복원하는 것을 보며 그 시대를 현대미술로 가져오고 싶었다. 조각 옆에서 그 조각 그대로를 비누로 조각했다. 그렇게 공개 작업이 된 퍼포먼스는 화제가 됐다. "동양 애가 서양 조각을 똑같이 만드니까 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어요." 수백 년의 세월을 담은 유물같은 조각이, 6개월만에 그대로 복제되어 나오자 대학은 물론 지역 미술관이 들썩였다. 졸업 전에는 영국 유명갤러리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참관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영국에서 제일 중요한 게 창의성입니다. 한번도 보지 않은걸 하는 거죠. 본 듯한 것은 아웃입니다"
작가는 "한국은 본 듯한데 세련된 걸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누구 걸 따라하는 것에 대해 관대한 것 같다"면서 "런던에서는 큰일날 일이다. 비슷하다 연상을 시켜도 안되는 구조"라고 짚었다.
조소과를 택한 건 제일 힘들어서였다. "예고 때 서양화 한국화 조각 등을 해보니 조소가 제일 힘들더라고요. 여자도 힘든 것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마음도 있었지요" 그래서 지금도 친구들은 "고생해도 싸다"고 말한다.
'비누 조각 작업'은 중노동이다.. 이번 전시에는 석수장이들이 한 것처럼 원시적인 방식을 써서 나온 건축물 오브제도 있다. 비누를 끓여서 돌덩이같은 거대한 비누를 만들었다. 기둥이나 대들보로 쓰기에는 아까워서 오브제를 드릴로 깎아냈다. 이전에 기마상 작품때는 비누 2톤을 끓일 수 있는 탱크를 만들기도 했다.
화석화된 시간 시리즈로 새롭게 선보인 부식된 도자들은 실패한 도자기들을 모아서 순은박이나 동박을 씌워 부식되는 과정을 거친 작업이다.. 캐스팅한 게 200점이 넘는다.
도자기는 몰드가 까다롭다. 끓인 우유처럼 된 비눗물을 쓴다. 묽은 재료로 캐스팅하는 조각은 없다. 식어야 경화가 되기때문에 시간도 오래 걸린다. 캐스팅은 물한방울 안 통하게 해야한다. 초기 5-6년은 비누로 고생했다. 끓여서 부을수 있는 비누를 몰랐기 때문이다. 보통 세수비누를 치즈 가는데다 갈아서 가루를 얻어 흙처럼 만들어서 붙였다. 그래서 초기에 만든 조각상은 금이 가 있다. 찰흙으로 만들면 쫙쫙 금이 가는 것처럼.
또한 당시에는 점토처럼 만들었기 때문에 똑같은 2개가 나오는 것도 불가능했다.
2003년부터 끓여 붓는 비누를 알게 되면서 작업이 변화됐다. '화장실 프로젝트'가 나온 이유다. 캐스팅을 10개를 똑같이 하면서 여러장소에 보낼수 있게 된 것. 작가는 "청동기에서 철기로 넘어가면서 변하는 것처럼 캐스팅 타입이 변했다"고 했다. 도자기에 칠한 채색은 동양물감으로 선들을 상감했다. 이전 서양물감을 쓸 때 애써도 안 나온 색이 동양물감에서는 한번에 나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갈색으로 변한 '청구병' 도자기는 비누 도자 초기 작품으로 12년 세월이 담겼다. "과거 장인들의 수공적인 노력을 현대미술 속에서 이루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철가루로 그린 도자기는 자연스럽게 부식이 돼 진짜 오래된 유물처럼 보인다.
도자를 만들면서 세번째 석사과정을 밟았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해방감에 덩달아 들어간 대학원에서 글라스앤 세라믹을 전공했다. 지난 2~3년간 한국에 못들어오기도 했고, 2년간 비누작업에 손을 대지 않게 했다. 비누 작업은 혼자 갖은 노력끝에 이뤄졌지만 다시 들어간 학교에서 기술적인 서포트가 응축된 공부를 하면서 세라믹과 비누가 연결된 작업을 점차적으로 시도해볼 예정이다.
고통과 희열을 넘나드는 작업을 하면서 작가 외에 다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100% 작업만 하고 그 소스를 통해서 살아가고 있어요. 작가로서 유지를 할 수 있으면 제일 베스트조. 한치 앞을 모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지만 계속 작업을 할 겁니다. 욕심이라면 좀 더 좋은 작업을 하고, 전시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것뿐입니다."
이번에 아르코미술관과 작업하면서 "자유로움을 느꼈다"는 작가는 "그동안 비누, 재료에만 집중됐던 시선을 이번 전시에서 비누 작품 의도와 컨셉이 심층적으로 드러나게 할 수 있었고 미발표작도 나올 수가 있었다. 특히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는 그림처럼 이것은 도자기가 아니고, 대리석 조각이 아닌 '비누 조각'의 위대함은 철학적이다.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왜 이것이 전시장에 놓여졌는지', '왜 나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지'를 생각하고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다. 유물로 재현 시간성을 담보했지만, 흔한 비누로 만든 반전의 재료로 다시, 자세하게 보게 만드는 것도 작품의 미덕이다.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감상자와 상호작용하는 '비누 조각'의 차별화는 또 있다.
바로 미술관을 호기롭게 물들인 비누향이다. "향도 의도한 겁니다. 와보지 않으면 못 느끼는 거죠. 해외 여행지를 사진으로만 보면서 이렇구나하고 생각했던 것과, 실제로 갔을 때의 그 냄새, 공기는 다르잖아요. 사진으로 보는 사람과 와서 보는 사람의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본 자와 안 본 자의 간극을 극명하게 가르는 땀나고 향기나는 전시는 9월9일까지 이어진다.
신미경 작가
서울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신미경은 중국 상하이 학고재갤러리, 영국 런던의 헌치오브베니슨갤러리(Haunch of Venison, London), 벨톤하우스(Belton House), 영국 국립공예디자인미술관(The National Centre for Craft & Design), 브리스톨시박물관(Bristol Museum)에서 개인전과 대영박물관에서 진행한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08 난징트리엔날레, 2011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등의 비엔날레를 비롯하여 2008 바젤아트페어 등 다수의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2013년 국립현대미술관 주최의 ‘올해의 작가상’ 4인에 선정됐고, 2015년 싱가포르 푸르덴셜아이어워즈(Prudential Eye Awards) ‘베스트 신진 조각가상’을 받았다.]
11:50~12:00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로비에서 전시 중인 [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을 관람
[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
전시기간 : 2023년10월31일~2024년08월30일
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
관람 시간 : 평일(화–금) 오전 10시–오후 8시
토 · 일 · 공휴일 하절기(3–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동절기(11–2월), 오전 10시–오후 6시
《서울 문화의 밤》 운영매월 첫째, 셋째 금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시간 : 관람 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
휴관일 1월1일 ,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 개관)
전시장소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 로비
관람료 : 무료
전시부문 : 뉴미디어, 설치
전시장르 : 기획,국내
참여작가 : 람한
작품수 : 2
전시문의 : 오연서 02-2124-5284
관람문의 : 안내 데스크 02-2124-5248,5249
전시 안내
○ 2023 유휴공간 프로젝트 《빛나는 방, 속삭이는 거울》(Glowing Chambers, Whispering Mirrors)
새롭게 조성되어 시민들의 활용도가 높은 북서울미술관 2층 ‘SeMA라운지’에 람한 작가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향유 기회를 확대합니다.
● 유휴공간 프로젝트
아파트 숲 사이 공원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의 다양한 진입로 및 관내외 유휴공간을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활성화 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미술관과 지역사회의 공간적 접점인 유휴공간에 다양한 작품을 설치하여 시민의 일상적 삶에 감각적, 물질적으로 개입하고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다변화한다.
주요 작품
Room type 1(외톨이_04, 05, 06), 람한, 2018, 디지털 페인팅, 300×300cm, 90×90cm(×3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Room type 2(외톨이_01, 02, 03), 람한, 2018, 디지털 페인팅, 300×300cm, 90×90cm(×3개),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12:00~12:05 서울 노원구 하계동 284 번지에 있는 하계역 1번 출구로 원점회귀하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탐방을 완료
12:05~12:15 하계역에서 태릉입구역으로 가서 7호선 전철 승차 대기
12:15~13:20 7호선을 타고 하계역에서 태릉입구역으로 가서 6호선으로 환승하여 역촌역으로 이동 [1시간5분 소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지하1층&1층] 안내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층&3층]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