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12. 4.) 오후 집사람한테 광주 백화점에 가서 결혼 20
주년 기념으로 옷 한벌 사주겠다고 하자 집사람은 옆 통로에 사는
막내 처제도 집에서 쉬고 있으니 같이 데리고 가자고 하여 오후 3
시쯤 남원에서 출발했다. 아들하나 낳으려다 세번째 공주가 된 돌
을 한달 앞둔 귀여운 조카도 동행 했었다.
곡성과의 경계지점에 가니 싸라기눈이 폴폴 날리기 시작하기에
눈이 그리 많이 내리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호남고속도로
를 한참 달리다 보니 광주가 가까울수록 눈이 많이 내렸고 이미
내린 눈이 제법 쌓여 있었다.
가면 갈수록 차량은 막혀 서행이고 눈은 폭설로 이어지고 있었다.
88고속도로 분기점까지 가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모 되었고, 눈길
에 미끄러져 빠져있는 차량도 몇대 보았고 광주에 가는 것은 포기
해야만 했다.
방향을 바꾸어 88고속도로로 접어들어 남원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광
주 방면으로 향하는 차량들이 모두 꼼짝도 않고 도로위에 서있었다.
누구를 탓 할 수도 없었다. 뉴스에서 담양, 순창지역에도 대설경보가
내려졌다는 것을 집에서 보긴 했었지만 밤부터나 그렇게 많이 올 것
으로 판단하고 출발한 내가 잘못이지.ㅎㅎ
집사람과 처제는 첫눈이 이렇게 많이 오는 것은 처음 봤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고, 나는 시속 20KM 정도의 속도로만 달려야 했지만 그
래도 눈에 덮인 자연은 너무 아름다웠다. 알프스에 온 느낌처럼 즐
거웠다.
10cm 이상의 눈이 쌓였는데도 계속 폭설이 내려 막힌 차량들로 인하
여 도로에 갇혀버릴까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10여년 전 연초에 속초에 놀러갔다가 일요일 아침 10시경에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6시에 남원에 도착한 20시간 동안 눈길운전을 했던 추억
이 떠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휠씬 가까운 거리 이기에 마음의 여유는
있었다. 4시간 동안 첫눈구경 참 실컷 하고 돌아왔다.
남원에 돌아와 우리집과 처제네 식구들 모두 남원시내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소나무 숲 속에 있는 "끌레" 레스토랑에 가서 그칠 줄 모르고
내리는 눈을 바라보면서 저녁식사를 하였는데 와인 맛이 어느 때 보다
도 더 좋았다. 행복이란 것이 뭐 별것인가? 그렇게 즐겁게 살면 행복한
것이지.. 오늘 오후에는 주말 나들이를 또 어디로 나가볼까 생각 중이다.
첫댓글 또 하나의 '첫 눈 오는 날' 이쁜 추억을 만드셨군요^^* 정말 남부지방의 첫 눈은 대단했었죠? 오늘도 창 밖에 눈이 펄펄 내리고 있네요. 아이들이 '퍼~얼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옵니다'하고 오르간 반주에 맞춰 노래부르면 정말 귀엽답니다 ㅎㅎ
그보다 더한 행복이 어디 있겠어요
빈지게님 글 읽으면 부부금실에 부러움이 ... 쪼까 자제해주삼 ㅋㅋ
선묘님! 우리일님! 앞으로도 그냥 그렇게 살께요.ㅎㅎ 초등학교때 음악시간 돌아오면 쉬는시간에 학교에 하나밖에 없는 풍금 옮기느라 참 힘들었지요. 그때가 그립습니다. 자제 해주라구요? 아라씀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