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3-64)> 여성주의 미술가들
매월 둘째 그리고 넷째 화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강당에서 인문학 강좌(인물로 보는 한국미술 100년)를 아내와 함께 수강하고 있다. 대개 집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경에 출발하는데 오늘(9월 26일)은 국군의 날 행사로 인하여 도로가 통제된다고 하여 오전 11시경에 출발하여 박물관 인근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힘에 의한 평화’ 슬로건을 내걸고 오전 10시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는 세종대로(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탱크와 군 병력 등이 참가한 시가행진이 펼쳐졌다.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로 인하여 행사를 9월 26일에 거행했다.
점심 식사 후 박물관에 도착하니 강의 시간까지 약 1시간이 여유가 있어 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Masterpieces from National Gallery, London)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를 관람했다. 특별전은 오는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므로,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볼만한 전시다.
<인물로 보는 한국미술 100년> 11강은 ‘여성(주의) 미술가들’에 관한 강의를 정하윤 박사(이화여대)가 2시간 동안 다양한 작품들을 설명해 주었다. 한국 미술에서의 20세기 초에 활약한 여성미술가는 나혜석, 백남순, 정찬영 등이 있으며, 전후에는 박래현, 천경자, 이성자 등이 활약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전후 여성주의 미술이 대두했다. 1990년대에 여성주의 의식을 갖고 활동한 미술가가 다수 등장했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는 ‘여성주의’에 국한 되지 않는 여성 미술가들의 활발한 활동이 증가했다.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代母)로 윤석남(1939년 만주 출생)을 꼽는다.
여성주의 미술(女性主義美術)은 미술사적으로는 여성주의 및 여성주의 미학(美學)을 바탕으로 1970년대 초부터 전개된 일련의 미술운동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여성주의 미술은 여성주의적 시선으로 창작된 모든 미술 형태를 말하며, 페미니즘 미술(Feminist Art)이라고도 한다.
여성주의 미학과 미술은 1960년대 후반 반전운동(反戰運動)을 중심으로 진행된 여러 인권운동과 함께 발전하였다. 이 시기 여성주의 미학에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것은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사상가였던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1908-1986)였다. 그의 ‘제2의 성(性)’은 생물학적 성(sexuality)과 사회적으로 구성된 젠더(gender, 사회적인 성)를 구분하여 이념적 토대를 마련하였다.
우리나라에 여성주의 개념이 도입된 것은 1980년대로, 중후반에 들어서 여성의 현실을 직시하고 사회 속 젠더 불평 등 문제들을 드러내는 시도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1980년대에는 민중미술과 함께 여권해방 운동 차원으로 전개되었으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최초의 의미 있는 사례는 1986년 그림마당 ‘민’에서 개최된 시월모임전 ‘반(半)에서 하나로’ 전시이다.
우리나라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라 불리는 윤석남(尹錫男, Yun Suknam) 작가는 1937년 가족이 함께 만주로 이주하면서 해방되기 전까지 만주에서 생활했다.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7세에 한국으로 왔다. 1967년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결혼과 동시에 살림의 연속이었던 40세의 나이에 그는 어느 미술 교육도 받지 않은 늦깎이 나이에 미술작가를 결심하고 그림을 시작했다.
윤석남은 1980년대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프랫 인스티튜트 그래픽센터와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공부했다. 1982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시립미술관, OCI미술관 개인전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 및 갤러리 단체전에도 활발하게 참여했으며,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특별전에 참가했다. 제29회 김세중조각상, 제8회 이중섭미술상(1996), 제23회 이신성미술상(2022)을 수상했다.
1세대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그의 작품에는 어머니, 모성애(母性愛), 여성 독립운동가 등을 등장시켜 본인이 보아왔던 여성의 강인함과 존재감을 표출하는 동시에 모성애로서 세상의 여성을 어루만진다. 그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여성의 삶을 대변한 ‘어머니의 눈’ 전시를 시작으로 1천25마리의 유기견을 키우는 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모티브한 ‘개 형상’ 및 999개의 ‘여성 목상’ 등을 꾸준히 보여줬다.
<사진> (1) 국군의 날 행사, (2) 윤석남 작가와 작품, (3)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26 September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