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대림절에... +
이해인
때가 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밝고 둥근 해님처럼
당신은 그렇게 오시렵니까
기다림밖엔 가진 것이 없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당신은 조용히 사랑의 태양으로 뜨시렵니까
기다릴 줄 몰라 기쁨을 잃어버렸던
우리의 어리석음을 뉘우치며
이제 우리는 기다림의 은혜를 새롭게 고마워합니다
기다림은 곧 기도의 시작임을 다시 배웁니다
마음이 답답한 이들에겐 문이 되어 주시고
목마른 이들에겐 구원의 샘이 되시는 주님
절망하는 이들에겐 희망으로
슬퍼하는 이들에겐 기쁨으로 오십시오
앓는 이들에겐 치유자로
갇힌 이들에겐 해방자로 오십시오
이제 우리의 기다림은
잘 익은 포도주의 향기를 내고
목관악기의 소리를 냅니다
어서 오십시오, 주님
우리는 아직 온전히 마음을 비우지는 못했으나
겸허한 갈망의 기다림 끝에 꼭 당신을 뵙게 해주십시오
우리의 첫 기다림이며
마지막 기다림이신 주님
어서 오십시오
촛불을 켜는 설레임으로
당신을 부르는 우리 마음엔
당신을 사랑하는 데서 비롯된
환한 기쁨이 피어오릅니다
------------------------------------
기다림의 계절이 다가왔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 아니던가.
기다리며 설레기도 하고 애태우기도 하고
여러 감정들이 갈마드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
인간은 성숙해간다.
기다림은 인내의 시간이고, 믿음의 시간이다.
인내하는 자에게, 끝까지 믿음을 잃지 않는 자에게
사랑과 구원과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말은 거꾸로
그가 나를 기다린다는 의미이기 하다.
하늘 사랑이 여리디 여린 육신의 몸을 입고 내려오신 사랑의 극치,
약한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역설의 은총을 가르쳐주는
성육신의 신비
우린 고요히 그 기다림의 시간으로 들어간다.
요란하지 않게..
고요히..
묵묵히..
그러나 무한한 기쁨으로...
깨어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