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해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회개한 사람 주위엔 잔치가 벌어진다>
복음: 루카 5,27ㄴ-32
영화 ‘패터슨’(2016)은 미국 뉴저지의 패터슨 시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이름의 버스 운전수의 일주일 간의 일상을 그린 영화입니다. 패터슨은 버스 운전을 하며 일상의 작은 것들로 자기만의 비밀 노트에 시를 쓰는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일어나서 시리얼로 아침을 대신하고 출근합니다. 버스에서 수다를 떠는 사람들의 말들과 일상의 작은 변화들로 미소를 짓습니다. 돌아와서는 강아지와 산책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 바에서 한 잔 마시기도 합니다. 이때 패터슨은 바 주인이 물어보는 말에 대답도 하고 실연 당한 남자와 옆자리에서 술을 마셔주기도 합니다. 아내가 비싼 기타를 사겠다고 하는 것도 잘 참아냅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지만 슬프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가 패터슨이 쓴 시를 출판해보자가 제안합니다.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그러자고 합니다. 둘이 함께 영화를 보고 돌아왔을 때 그들은 강아지에 의해 시가 담긴 노트가 산산조각 난 것을 발견합니다. 패터슨은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강아지가 밉습니다. 실연남을 길거리에서 다시 만났는데 위로해 줄 힘이 없습니다. 강아지 없이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 혼자 신세 한탄을 합니다. 이때 어떤 동양인이 와서 노트 한 권을 줍니다. 새로운 노트에 시를 써 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상이 다시 시작됩니다.
패터슨에게 시를 쓰는 노트는 모든 일상을 감사로운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께 이것 저것을 말씀드리면 모든 것이 감사한 일이 됩니다. 그러면 일상에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자신도 행복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되듯이 패터슨은 시를 쓰는 것을 돈벌이로 여기려 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일상을 감사가 아닌 돈을 버는 목적이 되게 합니다. 시선이 바뀌고 모든 것이 불만스럽게 여겨집니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도 위로할 수 없고 짜증만 납니다. 다시 자기만의 시를 쓸 수 있는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을 회개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레위라는 세리는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라는 소리를 듣고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릅니다. 레위는 이것이 고마워 예수님께 큰 잔치를 베풉니다. 그러자 많은 세리와 죄인들이 그 잔치에 참석하였습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이것에 분개합니다. 그리고 따집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불러 회개시키러 왔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죄를 짓지 않으려 갖은 노력을 하는 이들입니다. 그러나 레위와 같은 세리와 죄인들은 그리스도를 통해 죄를 용서 받았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께 고마워 잔치를 베풉니다. 내어 놓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께 내어 놓을 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덕분에 다른 이들도 그 잔치에 참여합니다.
한 죄인이 회개하면 이렇듯 가진 것을 내어 놓기 때문에 잔치가 벌어집니다. 회개한 죄인 주위에는 그래서 즐거움이 넘치고 하느님 나라가 형성됩니다. 회개는 다시 일상의 고마움을 찾게 합니다. 그리스도는 우리 구원자로서 모든 일이 감사한 것이 되게 하십니다. 그럼으로써 회개한 사람은 자신도 행복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잔치가 됩니다.
큰 가시 물고기의 사랑은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빠 물고기가 새끼들이 부화할 때까지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지키고 산소를 공급하다가 결국엔 그 자리에서 죽습니다.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은 아빠의 살로 잔치를 벌입니다.
회개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빠, 엄마들은 자신들이 아빠 엄마가 되면서 자신들의 아버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에 감사하여 자신들도 자녀들에게 그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합니다. 자녀들은 아버지, 어머니의 살과 피를 통해 잔치를 벌입니다. 즐겁게 웃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즐거우라고 그리스도께서도 회개하시어 당신 살과 피를 내어 놓으십니다. 당신 뜻이 아니라 아버지 뜻에 따라 죽으시는 것입니다. 이 잔치가 말씀과 성체의 미사입니다. 우리 모두는 이렇게 회개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우리 주위에는 잔치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내 주위 사람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다면 나는 회개한 사람입니다.
- 전삼용 요셉신부님 -
https://youtu.be/VzXAy6t1SE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