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학원에 가거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예전처럼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극히 드물다.
하인이가 그네를 타다가 멈춰 주머니 속을 뒤져본다.
몇 번을 뒤져보아도 100원짜리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아침에 중학생 형들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하인이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집에 가봤자 반겨 주는 건 오직 TV 뿐이기 때문이다.
이제 몇 분 있으면 하인이가 태권도 학원에 갈 시간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10층을 향한다.
하인이는 엘리베이터 안의 거울을 빤히 쳐다본다.
거울 속의 하인이가 마치 친구인 듯 위로가 되는 것일까?
하인이는 목에 차고 있는 열쇠를 꺼내들어 현관문을 연다.
문이 열리자마자 느껴지는 허탈감 공간감 모두 하인이에게 있어서 이제는 공포감이 되어버렸다.
태권도복으로 차려 입은 후 나가려는 하인이를 붙잡은 건 전화기였다.
이제는 전화 벨소리만 울려도 하인이는 가슴이 설렌다.
-“ 여보세요? 엄마지? 아빠야? ”
-“ 하인아 학교 잘 다녀왔지? ”
-“ 응, 엄마 오늘 학교에서.. ”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말을 끊는 전화 속 엄마의 목소리였다.
-“ 하인아 엄마가 지금 바쁜데 그 얘긴 나중에 하고, 하인아 혹시 엄마 찾는 전화 오면 바로 엄마한테 연락해! ”
-“ 응 ”
그리고 엄마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화를 냉정하게 끊는다.
이런 어이없는 통화에 당황해 전화기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하인이는 다시 수화기를 들고 버튼을 누른다.
하인이가 전화를 건 곳은 다름 아닌 하나 밖에 없는 누나의 핸드폰이었다.
아무리 기다려봐도 전화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컬러링이었다.
입시 준비에 바쁜 고3누나가 전화를 받지 못한다는 건 초등학생 하인이도 잘 알고 있긴 했다.
기분 따라 왠지 하인이는 학원가는게 썩 내키지 않았다.
엄마가 저녁으로 김밥 사먹으라고 둔돈 천원을 가지고 PC방에 가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하인이가 PC방에 도착하는 데는 꾀나 오랜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10분인 거리를 1시간 안에 갈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는 바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오늘따라 하인이의 병적 증세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하인이는 얼마 못가 거리에서 쓰러진다.
- 새벽 1시
학원에서 수업을 받던 하인이 누나인 수지도, 맞벌이로 동대문에서 상업에 종사하던 엄마와 아빠도 모두 슬슬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수지가 먼저 도착하고 열쇠로 현관문을 열어 보지만, 문은 이미 열려있는 상태였다.
“ 하인이 이자식이 또 문을... ”
피곤한 수지는 들어서자마자 욕실로 향해 몸을 닦은 뒤, 침대에 살며시 눕는다.
수지가 잠자리에 취함과 동시에 엄마와 아빠가 도착한다.
누워있지만 아직 잠이 들지 않은 수지의 귀 속에서 이제 막 도착해 춥다며 거실에서 몸을 녹이며 소리 내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나 수지는 전혀 나갈 생각이 없다. 귀찮고 피곤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수지는 어제 밤에 학교 수행평가 숙제로 밤을 세서 오늘은 극도로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엄마와 아빠도 의도적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하인이와 수지의 방문에 접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이는 태도였다.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 새벽 2시
티비를 시청하던 엄마와 아빠가 하인이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음을 알아챘다.
“ 여보 어디갔지? ”
“ 글쎄 오늘 태권도 가는 날도 아니잖아 ”
“ 오늘 태권도 가는 날 맞아, 그런데 이렇게 늦게 끝날 리가 없는데 ”
엄마와 아빠가 급히 외투를 걸치고 하인이를 찾아 나선다. 아무리 돌아다녀도 하인이를 찾을 수 없어 최후의 방책으로 경찰서에 간다.
엄마는 급한 목소리로 울부짖으며 경찰에게 말한다.
“ 우리애가 없어졌어요 ”
“ 진정하시구요. 나이랑 성별이 어떻게 되죠? 간단한 설명 좀 해주셨으면 합니다. ”
“ 여보 하인이 나이가 몇이더라. 아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에요..아니 2학년인가? ”
구석에서 다른 경찰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 아니 부모가 자식 나이를 모른다니 세상 참 ”
- 새벽 3시
경찰과 합심한 결과 공원 바닥에서 쓰러져있는 하인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인이가 발견 된 곳은 엄마와 아빠의 직장과 매우 근접한 곳이었다.
아마 PC방으로 가던 도중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알릴 수 있는 곳이 하인에게는 오직 엄마 아빠 밖에 없다고 느껴 그랬으리라.
엄마와 아빠는 바닥에서 노숙자처럼 쓰러져있는 하인이의 몸을 흔들며 울부짖지만, 하인이는 잠에서 깨지 않는다.
아무리 뺨을 때려보아도 의식이 없었다.
숨은 쉬지만 그 숨소리 조차 단조롭지 못했다.
- 병원
병원에서 엄마와 아빠는 의사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병실에 누워 의식 없는 하인이를 엄마 아빠와 그리고 의사가 주시하며 서로 논의한다.
“ 애가 이 지경이 되도록 부모는 뭐한 겁니까 도대체! ”
의사의 말은 들리지 않고 하인이만 걱정되는 엄마가 정신 없이 묻는다.
“ 우리애가 어떻게 된거죠 의사선생님 죽는 건가요? ”
“ 소아암 말기입니다. 최선을 다해보도록 노력해보겠지만, 어떻게 될 런지는 모르겠군요. ”
의사의 말이 끝나자 엄마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마음을 달래는 것은 오직 울음뿐이었다. 엄마는 아빠의 품에 안겨 울면서 마음을 달랜다.
- 3일 후
아빠만 가게에 보낸 채 하인이를 돌보고 있는 엄마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 여보세요? 엄마? ”
“ 응, 수지니? 너 이번 모의고사 성적 어떻게 나왔니 ”
“ 엄마 나 지금 방학이잖아 ”
“ 아... 참 그렇지 ”
“ 엄마! ”
" 응? ”
“ 하인이 어딨어? 이 내 책상에 있는 천원을 가져간 것 같아! ”
- 학교에서
엄마는 아이의 결석을 선생님께 알리기 위해 학교에 갔다.
복도에는 아이들의 미술작품이 걸려있었다.
그 많은 작품들 중 하인이의 작품이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교무실에 도달하기 까지 하인이의 그림은 없었다.
교무실에 지나가는 선생님을 붙잡아 묻는다.
“ 여기 김희완 선생님 어디계시죠? ”
“ 아 저기 앉아 계시네요 ”
“ 네 감사합니다. ”
자리를 안내해준 선생님께 경의를 표시하고 하인이 담임선생님께 다가간다.
“ 안녕하세요. 선생님 ”
“ 아예 안녕하세요... 근데 누구신지 ”
“ 하인이 엄마되는 사람입니다 ”
“ 아예 그런데 어쩐 일로 ”
담임선생님의 발언에 엄마는 놀란 듯이 말한다.
“ 어쩐일이라니요... 3일째 우리 아이가 학교에 안나왔는데 ”
그러자 담임선생님은 출석부를 확인한다.
“ 아참! 하인이가 3일동안 결석을 했었군요. ”
첫댓글 얼렐레??ㅇㅅㅇ;;;이...이거 끄...끝이왜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