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어도 좋을, 종로 어느 골목 여행
인사동3길 맛집 골목의 주전부리 세 가지
타고난 길치에게 도심의 골목과 골목 사이는 방황의 미로(迷路)일까, 아니면 행복의 미로(美路)일까. 수차례 갔어도 새 길을 만난 듯 반갑고, 목적지나 방향보다 감성에 젖어 나만의 골목을 찾아가는 시간은 매혹적이다. 종로에서 인사동으로 넘어가는 지름길은 길치에게도 공평하다. 누군가의 발자취를 따라 걸어도 좋고 혼자 슬렁슬렁 걸어도 상관없다. 목적 없이도 호젓한 골목의 추억을 갖기에 적당한 곳, 그 길에서 만나는 다양한 주전부리는 골목 여행의 보너스다.
[왼쪽/오른쪽]‘북촌손만두’의 모듬만두와 피냉면 / ‘떡싸롱’의 달콤한 국물떡볶이
종각 YMCA 건물 오른쪽 골목에서 장터국밥으로 유명한 ‘시골집’을 지나면 오른편으로 좁고 남루한 골목이 나타난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종로 한복판에 이렇게 호젓하고 오래된 골목이 있었다니. 타박타박 따라 걷다 보면 마주 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칠 만큼 좁다란 골목이 구불구불 이어진다. 낡은 한옥과 허름한 담벼락을 지나 인사동 골목으로 돌아서면, 빨간 ‘떡싸롱’간판이 보인다. 오른편으로는 120년 역사를 간직한 승동교회가 서 있다. 3.1운동 유적지이자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0호로 지정된 역사적인 건물이다. 빛바랜 붉은 벽돌담이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운치 있게 이어지는 골목에서 저 아래 인사동으로 내려가는 길목이 보인다. 한적한 골목에 떡볶이집, 밥집, 생맥주집, 카페와 주점이 옹기종기 사이좋게 모여 있다. 여기가 아는 사람만 온다는 인사동3길 맛집 골목이다.
[왼쪽/오른쪽]인사동3길로 이어지는 호젓한 골목길 / 붉은 벽돌담이 정겨운 승동교회
호두파이와 드립 커피의 만남, 호두나무카페
인사동으로 빠져나가는 골목 끄트머리에서 오른편으로 정갈한 한옥 대문이 보인다. 호두나무카페로 들어가는 문이다. 깔끔하게 리모델링했지만 한옥의 운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마당과 실내에 300년 된 호두나무로 고풍스러운 테이블을 만들어놓고 호두나무카페라 이름 지었다. 물론 그 이름에서 짐작했겠듯이, 직접 만드는 호두파이와 호두과자로도 유명한 곳이다. 하루에 서너 번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따끈하게 호두파이를 구워낸다. 신선하고 고소한 맛이 특별해서 테이크아웃으로 나가는 주문이 더 많을 정도다.
[왼쪽/오른쪽]호두나무카페의 테라스 / 매일 로스팅한 원두로 내리는 핸드 드립 커피
매일 수시로 원두를 로스팅해서 향과 맛을 살려내는 핸드 드립 커피는 바디가 풍부하게 느껴지는 맛이다. 묵직한 커피 향과 진한 밀도감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커피 전문점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따끈한 커피 한 잔에 달콤하고 고소한 호두파이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하남 매장에서 6년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사동 골목에 자리 잡은 지 1년이 되어간다. 골목의 특성상 아직은 한갓진 느낌이지만 한옥의 차분한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한옥 마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분위기 있게 변신한 테라스에서 도심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박한 여유를 즐길 수 있다. 7월부터 내놓기 시작한 시원한 수제 맥주를 마시기에도 여름밤의 테라스가 적격이다. 영업시간 10:00~24:00, 일요일 휴무. 드립 커피 6,000~7,000원, 호두파이 미니 2,500원, 대 1만 4,000원
[왼쪽/오른쪽]호두나무카페에서 직접 만드는 호두파이 / 한옥을 리모델링해서 인사동에 잘 어울리는 호두나무카페
떡볶이와 생맥주의 콜라보레이션, 떡싸롱
인사동3길 맛집 골목에는 역사와 맛을 자랑하는 떡볶이집이 있다. 골목에서 가장 오래된 가게 중 하나인 ‘맛보래 즉석떡볶이’는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거기에 또 하나의 떡볶이집이 떠오르고 있다. 이름도 독특하게 떡싸롱이다. 20~30대 직장인들의 사랑을 받는 떡싸롱은 ‘훈남’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로 가게 분위기도 훈훈하다. 요즘 젊음의 거리마다 유행처럼 분식과 펍을 함께하는 식당이 늘어나는 것처럼, 떡싸롱에도 생맥주와 다양한 주류가 준비되어 있다. 메뉴는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맥주 안주로 먹어도 좋을 것들이다.
[왼쪽/오른쪽]종로에서 인사동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떡싸롱 / 종로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다.
가마솥에 멸치, 다시마, 디포리, 황태, 양파, 무, 마늘, 파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고 4시간 이상 끓여낸 육수로 만드는 떡볶이는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이 압권이다. 세트 메뉴에 함께 나오는 수제튀김은 순수한 튀김가루 이외에 아무 첨가물 없이 튀겨내 고소하고 담백하다. 김말이, 오징어, 고추, 고구마, 깻잎, 새우 등 튀김이 골고루 바삭하게 맛있다. 국물떡볶이는 맵지 않고 지나치게 달지 않아서 자극적인 맛을 원하는 사람에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국물과 함께 떠먹어야 제맛이다. 떡볶이를 먹고 남은 국물은 맛있게 변신한다. 세트 메뉴에 나오는 비빔밥이 남은 국물을 깔끔하게 해치운다. 국물 한 국자를 부어 쓱쓱 비비면 고소한 참치와 짭조름한 장아찌 그리고 김가루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무엇보다 그릇들이 말끔하게 비워져서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기분 좋은 밥상이다. 영업시간 11:30~23:00, 일요일 휴무. 싸롱 세트 메뉴(가마솥 국물떡볶이+국물비빔밥+세트 튀김+쿨피스) 9,900원
[왼쪽/오른쪽]떡싸롱의 세트 메뉴는 2인분으로 충분하다. / 국물비빔밥은 떡볶이 국물로 비벼야 제맛이다.
튀김만두와 피냉면의 조화, 북촌손만두
호두나무카페와 마주 보는 자리에 대나무 찜솥 사이로 하얀 김을 폴폴 내며 온종일 만두를 쪄내는 북촌손만두가 있다. 아이 주먹만 한 찐만두에 두부와 숙주, 부추, 돼지고기가 넉넉하게 들어가 구수한 육즙과 함께 촉촉한 맛이 일품이다. 노릇노릇하게 튀겨내는 군만두는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만큼 크기와 속이 푸짐해서 인기다. 만두 종류만 여섯 가지이니 만두 전문점이라 할 만하다. 또 온종일 만들기 때문에 언제 가도 신선하고 맛있는 만두를 먹을 수 있다. 그날 만들고 그날 모두 소비하는 북촌손만두는 저녁 8시면 가게를 정리하기 시작하니 만두를 먹으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온종일 만두를 쪄내는 북촌손만두 입구
또 다른 인기 메뉴는 북촌피냉면이다. 피처럼 붉다고 해서 피냉면인데, 이름이야 어찌되었건 소고기 육수에 동치미 국물을 섞어 새콤하고 개운한 맛을 살렸다. 냉면 위에 올린 양념이 새빨갛게 풀어지면서 알싸하고 매콤해지는 육수는 좋은 고춧가루 덕분에 더욱 붉다. 북촌피냉면은 순한맛, 매운맛, 인간적으로 너무 매운맛 세 가지 중에 고를 수 있다. 만두 말고도 메뉴는 다양하다. 칼국수, 냉만둣국, 만두왕전골, 북촌국시, 비빔국시 등 만두로 주전부리를 하려다가 식사를 하게 되는 식당이다. 수도권에만 32곳의 분점을 가진 북촌손만두는 본점 외에 인사동에 신관과 별관이 따로 있다. 영업시간 11:00~20:30. 모듬만두 8,000원, 튀김만두 3,500원, 북촌피냉면 5,500원
[왼쪽/오른쪽]북촌손만두의 모듬만두 /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북촌피냉면
여행정보
호두나무카페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3길 5-2
문의 : 02-730-1217, korean.visitkorea.or.kr
떡싸롱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3길 16
문의 : 02-725-9449, korean.visitkorea.or.kr
북촌손만두
주소 : 서울 종로구 인사동3길 6
문의 : 02-735-1238, korean.visitkorea.or.kr
1.주변 여행지
창덕궁 : 종로구 율곡로 99 / 02-762-8261 / korean.visitkorea.or.kr
경복궁 : 종로구 삼청로 37 / 02-3700-3900 / korean.visitkorea.or.kr
덕수궁 : 중구 세종대로 99 / 02-771-9951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센터마크호텔 : 종로구 인사동5길 38 / 02-731-1000 / korean.visitkorea.or.kr
바나나백팩커스 : 종로구 돈화문로11나길 63 / 02-3672-1973 / 굿스테이 / korean.visitkorea.or.kr
한옥스테이 효선재 : 종로구 율곡로5길 18-12 / 02-725-7979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