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은 앞으로 NLL(북방한계선)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다. 지난 2007년 10월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남북정상은 단독회담을 가졌다. 당시 회담내용은 녹음됐고 북한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합의 사항이라며 우리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2012년 10월 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 발언입니다. '노무현이 NLL를 포기해 김정일에게 갖다 바쳤다' 서막은 이렇게 올랐습니다.
정문헌 "노무현, NLL은 땅 먹기 아니면 정치생명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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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문헌 의원이 지난 해 10월 11일 과 인터뷰에서 "노무현,NLL 미국 땅따먹기 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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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같은 달 11일 언론과 인터뷰에서도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위해 그어놓은 선이고 남측이 앞으로 이를 주장하지 않을 테니 여기서 공동어로 작업하면 이 문제 다 해결될 것이다고 발언"했다고 주장했습니다.-2012.10.11<MBN> 정문헌 "노무현, 내가 북한 대변인 잘하고 있다."
그는 다음 날인 12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확신에 "NLL을 지키기 위해 목숨바친 호국영령 앞에 사실"이라며 자신의 발언이 사실이 아니면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기자들이 '정치생명에 국회의원직도 포함되는 것이냐'고 질문하자 "다 포함된다"며 자신의 발언이 진실임을 강조햇습니다.
"NLL 땅먹기" 없는 데 오히려 "문재인 사퇴하라"
하지만 "NLL포기"와 "땅따먹기" 그리고 비밀녹취록과 노무현-김정일 두 정상간 단독회담은 없었습니다. 그 동안 노무현 재단과 문재인 의원과 당시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참여정부 인사들 증언만 아니라 국정원이 공개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통해서도 밝혀졌습니다.
그럼 당장 사퇴하는 것이 맞지만 정문헌 의원은 사퇴는커녕 문재인 의원에게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27일 노무현재단이 사퇴를 촉구하자 "NLL을 상납하는 내용을 담고 있음에도 '포기'라는 단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 문재인 의원은 사퇴하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합니다. 서거한 노무현 대통령 '부관참시' 서막을 올린 사람으로서 최소한 인간적인 예의조차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한구 "국기문란, 영토포기 발언"...이철우 "폭로하려고 했는데 노무현 서거"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0월 10일 노 전 대통령 NLL 관련 발언을 "국기를 문란케 하는 실로 엄청난 사건"이라며 "민주당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영토주권포기 발언, 2007년 남북정상회담 및 10.4공동선언과 관련한 문제에 대한 국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철우 새누리 NLL 진상조사위원은 16일 <JTBC>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 불거진 건 10.4선언 1주년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MB가 잘못됐다' 비판했습니다. MB가 10.4선언이 뭐냐. 가져와봐라. 그래서 보니까 미국이 땅따먹기했다, NLL 주장 안하겠다 등 나와있다고 정 의원이 들은 거같아요. 보고 과정에서. 자세히 말하면 폭로하려고 그걸 준비하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거에요."라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가 NLL과 관련됐다는 늬앙스를 풍겼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18일 연평도를 방문해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요즘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 군은 통일이 될 때까지는 NLL을 목숨 걸고 지켜야 한다. 여기 와서 보니 NLL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정부도 NLL을 확고히 지켜야 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NLL이 평화를 지키고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때문에 이 선을 확보하는 것은 남북에 다 도움이 된다. NLL을 잘 지키는 것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김무성 "노무현, 연산군"...진짜 연산군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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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30일 오전 부산 사상구 서부버스터미널 유세에서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과 함께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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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연평도를 갈 사건이 벌어진 것이 아니지만 갔습니다. 간 이유가 무엇일까요? 다음 날인 19일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중앙선대본부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록 폐기를 지시해 청와대 보관용이 파기됐다고 하는데 이는 조선시대 왕들도 하지 못한 국정기록 파기설"이라면서 "사실이라면 대통령으로서는 절대로 해선 안 되는 대역사의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을 역사에 죄를 저지른 자로 몰아갔습니다. '
특히 그는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록된 자랑스러운 조선왕조실록을 보유하고 있다. 사관들이 목숨을 걸고 왕명을 거역하면서 남기고 지킨 위대한 역사의 유산"이라며 "왕의 실록편찬 개입이 금지되어있음에도 폭군 연산군은 이에 개입해서 결국 사관 김일손을 능지처참하고 김종직을 부관 참시한 사건이 바로 무오사화"라고 말해 노 전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적절한 비유가 아니었습니다. 연산군은 실록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봤'습니다. 정작 연산군에 비유될 사람들은 대통령기록물인 2007년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본 자들입니다. 김무성 의원은 자기 입으로 '대화록'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파문이 확산되자 '대화록' 원본을 본 것이 아니라 정문헌 의원에게 들었다고 했습니다. 기자들이 지난해 12월 14일) 부산 유세 발언과 대화록 원본 내용이 비슷하다고 되 묻자 "그거는 나는 모르는 일"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발뺌을 했습니다.
<조선>도 한 몫 거들어 "노무현 목록폐기 지시"
노무현이라면 그토록 싫어했던 <조선일보>가 그냥 넘어갈리가 없었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해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문건목록 폐기를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19일 김무성 총괄본부장 발언과 맞물려 노무현은 한 순간에 '연산군'에 버금가는 역사를 배반한 자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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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는 2012년 10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5년간 대통령기록물의 차기 정부 인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문건의 내용과 함께 문건의 목록도 없애버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
ⓒ 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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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 5년간 대통령기록물의 차기 정부 인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민감한 문건의 내용과 함께 문건의 목록도 없애버릴 것을 지시한 것으로 22일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은 본인이 주재한 각종 주요 회의를 녹화시켰다. 2007년 5월 22일 수석비서관회의 영상물의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차기 정부에) 인계할 때 제목까지 없애버리고 넘겨줄 거냐, 그게 기술상 가능하냐는 문제도 있지요'라고 묻자 당시 A 비서관은 '가능하다'고 답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거듭 '가능하냐'고 묻자, A 비서관은 '그렇게 해야 됩니다. 목록을 없애 안 보이게 해야 됩니다'라고 했다."-2012.10.23 <조선일보> 盧 주재회의서 청와대 문건 목록 없애기로
특히 <조선일보>는 이어진 기사에서 "당시 수석비서관 회의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우리가 원서버를 두고 (비밀로) 지정할 것은 다 지정해서 이관(대통령기록관) 쪽으로 옮기고, 나머지 중에 인계하고 싶은 것도 뽑아가면 남는 것은 필요 없는 것'이라며 '그래서 남은 것을 오히려 복사본으로 개념을 전환해 버리면 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에 노무현재단은 "완전날조"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권 영토포기 및 역사폐기 진상조사 특위'를 구성했습니다. '죽은' 노무현을 그들은 이렇게 부관참시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끊임없이 NLL를 걸고 넘어졌습니다. <조선일보> 보도 다음 날인 24일 '선진화시민행동'(상임대표 서경석)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선진화 전진대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수많은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포기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정당한 질문에 무조건 비난만 하고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자녀 등하굣길조차 안심할 수 없고 NLL조차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안보가 튼튼하고 든든하게 믿을수 있는 나라로 바꿔보자고 이 자리에 오셨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말입니다.
폭군 연산군도 '조금'만 봤는 데....2013년 대한민국은 통째로 전세계에 알려
그리고 정문헌 의원 발언 후 여덟 달, 박근혜 후보 당선 후 여섯 달이 지난 지금 2007년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너무나 빨리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이 "국정원 명예를 위해" '당당하게' 공개했습니다.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으면 외국 언론이 국정원을 '누설자'로 표현했겠습니까?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대화록은 조선시대 사초(史草, 공식적 역사 편찬의 자료가 되는 기록)와 비슷합니다. 사초는 당대 왕은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본 왕이 있으니 연산군입니다. 연산군 4년(1498) 유자광·이극돈 등 훈구파가 김일손·권오복·이목 등 사림파를 제거한 '무오사화(戊午士禍)가 그것입니다. 사화는 이 외에도 1504년 갑자사화(甲子士禍), 1519년(중종 14) 기묘사화(己卯士禍), 1545년(명종 즉위) 을사사화(乙巳士禍)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무오사화만 '사화'(士禍)로만 쓰이지 않고, 김종직이 사초로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이 발단이 되어 숙청당한 선비가 사관과 언관이었던 까닭으로 사화(史禍)로 불립니다.
그래도 연산군은 사초를 '조금만 봤'을 뿐입니다. 그리고 온 나라 방방곳곳에 이를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폭군 연산군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3년 대한민국 국정원은 대통령기록물을 일반문서로 재분류에 공개했고, 온 나라 아니 전세계가 다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 외교사에 길이 남을 수치스러운 역사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노무현 '부관참시'....반드시 책임 물을 것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노무현이 대통령이었을 때 '탄핵'에 앞장 섰던 그들입니다. 그리고 죽자 부관참사를 해서라도 노무현에 대한 끝없는 미움과 증오를 거두기 싫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대선에서 이겼기 때문에 승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사는 정의롭고, 책임을 반드시 묻습니다. 죄가 너무나 크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만들어가는 이는 바로 행동하는 양심과 깨어있는 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