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____
꽁치통조림
홍연희
푸른 바다가 성난 표범처럼 표호하다
깡통에 갇혀 누워있다
수평선을 가로지르듯
유영하던 바다 속 추억을 그리며
스치는 인연들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꽁치통조림
요양원 그 어디서 보았음직한 풍경이 자꾸 생각난다
대가리가 잘린
꼬리가잘린
허리 잘린 친구의 등을 서로 쓰다듬는다
새벽별 초롱초롱하던 그때
망망대해 깊은 수면
던져진 어부의 그물망에 걸려
해무로 물든 회색바다를 뒤로하고
통조림 공장으로 보내지던 날,
어머니의 그 새벽도
반신불구의 슬픔을 온전히 받아들여야했던
눙친 두 사건과 공통된 시간의 약속
냉장고를 열다가
눈 뜨고 귀 열어
깡통 속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다
바다가 출렁이듯
어머니의 젊은 날이 요동을 친다.
홍연희 / 강원여류 <시 산 까치> 동인, 원주 여성 문학인회 회장.
∥추천이유____
꽁치통조림과 어머니
심동석
이제 노인들이 아프거나 거동하기 불편하면 요양원으로 가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농경문화 속의 대가족제에나 가능했던 온 가족의 염려와 보살핌을 받던 시절은 옛 말이 되었다. 자식들은 다 일터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 마을에는 어린아이 울음조차 들을 수 없게 되였다. 농사일로 크렁크렁 가래기침 쏟아내던 할아버지들, 허리와 다리까지 휘어져 관절염으로 걸을 수없는 할머니들도 이제는 요양원으로 가야만 한다.
시인은 냉장고를 열다가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꽁치통조림을 보고 깡통 속에서 들리는 성난 표범처럼 표호 하는 바다의 외침과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눈을 뜨고 귀를 연다. 어느 한 곳 성한 곳 없는 노인들끼리 서로를 위로하며 등을 토닥여주는 요양원의 풍경들을 본다.
등 푸른 꽁치들이 대양을 유영하던 수평선을 뒤로하고 어부의 그물에 걸려 통조림 공장으로 보내지듯 어머니의 반신 불구의 슬픔을 받아들여야 했던 공통된 사건 속에서 시인은 꽁치 통조림의 깡통 속에서 눈물을 보며 돌아올 수 없는 어머니의 젊은 시간을 안타가워 한다.
이 시 「꽁치통조림」의 어머니는 시인의 어머니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어머니다. 자식들 위해 젊은 날을 다보내고 요양원에 의지 하거나 아무 연고 없어 병마와 싸우는 독거노인들의 이야기다. 시인은 어머니의 출렁이는 젊은 날이 요동친다고 했지만 이미 가슴에 눈물이 고였을 것이다. 깡통 속의 어머니의 목소리는 부재의 울림이라 할지라도 그 울림을 깊이 간직하고 있는 시인의 눈이 참 따뜻하고 밝다.
현대사회는 핵가족 단위의 삶이 가속화 되고 있다. 문명화된 바쁘고 고단한 삶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회복하고 이시대의 삶의 한 단면을 통조림에 은유하여 형상화 한 것이다.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늙음 앞에 우리 모두는 노인들의 아픔을 따뜻하게 받아드려야 한다. 꽁치통조림을 보고 요양원의 어머니들을 생각해 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시인의 그리운 사람에 대한 부재의 아픔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심동석 / 2013년 『문학시대』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