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집 앞에 아름드리 호두나무 두 그루
적당히 간격을 두고 형제처럼 산다.
여섯 해 동안 호두 한 알 구경도 못하다
올해 처음으로 왕창 열렸다.
다람쥐 청솔모들 신이 나셨다.
그놈들 재간 덕분에 나도 좀 얻어 먹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호두알이 대추알 정도밖에 안되고
그나마 대부분 속이 비어 있다.
양지바른 곳에서 잘 자란 호두나무인데
열매는 왜 이리 부실할까?
또 이상한 것은
두 형제 나무가 약속이나 한듯이
해마다 똑같은 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열매가 아주 없기도 하고
제법 열리기는 하나 일찍 떨어져 버리고
어쩌다 한두 개 맺혔다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또 죽을 듯이 몸살을 같이 앓기도 한다.
두 노인네를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늙은이의 삶의 양식을
젊은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더 나이가 들어야 하는 것일까?
싸리버섯
산속에서 살려면
밭을 몇 개쯤 갖고 있어야 한다.
텃밭 말고도 산밭은 필수다.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무리지어 나는 것들이 있어 밭이라 하는데
무엇을 언제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
손바닥 보듯 알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는 싸리버섯이 대박 수준이다.
종류도 여러 가지고 상태도 좋다.
그만큼 값이 좋아 용돈도 좀 벌었다.
모든 버섯은 한달살이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독성이 있고
독성의 정도에 따라
식용버섯, 약용버섯, 독버섯으로 분류한다.
싸리버섯은 식용버섯 중에서도 고급으로 치지만
독성이 강하다.
데쳐 며칠 동안 물을 갈아주면서 독을 빼야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
향기도 식감도 영양가도 다 좋은 이 버섯을
동물들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는다.
한 달을 살려고 독으로 무장을 하다니?
기생식물의 삶의 잔략인가?
해마다 나던 자리에 다시 나는 버섯은
그러면 영원한 생명을 사는 것일까?
명상이 아니라 잡생각을 했구나, 허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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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작은 이야기 - 호두나무. 싸리버섯
춤추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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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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