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4. 나무날. 날씨: 하늘은 맑고 햇볕은 따갑고 공부하고 놀기 좋은 날이다.
아침열기-수학(셈, 스타돔)-점심-청소-설장구-스타돔 활대 연결하기-마침회-6학년 영어-교사회의-교육연구모임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옹달샘 2학년과 함께 사는 날이다. 덕적도 자연속학교 뒤 개학해서 함께 몸놀이를 한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또 오랜만이다. 날마다 만나지만 함께 공부를 하는 날은 늘 새롭다. 열아홉 어린이와 텃밭에 들려 늘 하던 대로 고추와 오이를 따고 텃밭 식물을 살펴본다. 숲 속 놀이터 앞 팥 밭에 들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 이야기를 하고, 대야논에서 다시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풀이를 했다. 2학년을 생각해서 아침걷기 할 때부터 3학년과 2학년 함께 서로 도우며 살자 했는데 줄곧 이야기를 하게 된다. 학교 부엌으로 올라와 사흘째 발효중인 누룩항아리를 관찰하며 설명을 자세히 한다. 이제 기포가 생기고 효모가 눈에 띄게 활동을 시작한다. 맛도 냄새도 날마다 발효되고 있다. 저마다 교실에서 피리를 들고 1층 강당에 둘러앉아 교실 아침열기를 이어간다. 손뼉 치기로 호흡을 맞춰보고,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부르며 손과 입을 푼 뒤 함께 부를 수 있는 곡으로 “고향의 봄”과 “에델바이스”를 골랐다. 2학년 아이들도 잘 따라 부른다. 자신 있는 곡으로 비행기를 부르니 다들 자신 있게 부른다. 2학년은 눈을 감고 3학년이 들려주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피리 연주를 감상하기로 했는데 듣기가 정말 중요하다는 선생 말대로 눈을 지그시 감고 듣는 자세가 멋지다. 하루 흐름으로 아침나절 수학은 3학년이 2학년을 가르치는 셈 공부, 대나무활대를 연결할 양말목 실을 연결하기로 했다.
20분을 쉬고 수학 공부하자 불렀더니 2학년 민혁이가 쉬는 시간이 짧단다. 2학년과 3학년이 섞여 다섯 모둠으로 나뉘어 10의 보수와 100의 보수 놀이를 하는데 3학년이 2학년을 가르쳐주는 시간으로 한다. 천의 보수와 만의 보수까지 셈하는 방법을 설명 들은 뒤 천과 만의 보수를 익숙하게 하는 3학년 아이들이 쉽다며 신이 난 표정이다. 책상마다 2학년에게 줄 문제를 3학년이 내고 2학년이 푸는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잘 모르는 아이들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모습을 보니 바로 셈 선생이다. 쉬운 문제를 천천히 푸는 동생에게 셈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3학년에게도, 형들에게 천천히 설명을 듣고 10문제를 마무리하는 2학년에게도 새로운 도전이고 즐거운 교육 현장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과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이 셈할 때 잘 드러난다. 빨리 마친 아이들은 먼저 나가 숲 속 놀이터에서 놀고, 천천히 마무리한 어린이들도 마치고 모두 숲 속 놀이터에 모였다. 활동 수학으로 먼저 별집(스타돔)을 만들 대나무활대를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양말목을 실로 만든다. 열 개를 하나의 실로 연결하며 분류를 하도록 하는데 손끝이 야무져서 금세 세 개씩을 저마다 만들어낸다. 이제 선생이 묻는다.
“양말목 열 개로 하나의 줄을 만들었어요. 그럼 저마다 세 개씩 만들었으니 양말목을 몇 개 쓴 거죠?”
“삼십 개요.”
“그럼 열아홉 어린이가 만든 줄은 모두 몇 개인가요. 저마다 세 개씩 만들었으니 셈이 필요할 거 같은데요. 한 사람이 세 개씩 만들었으니 열아홉 어린이가 만든 걸 모두 합치면 몇 개냐는 거죠?”
아이들이 한참을 걸려 셈을 해서 57개를 찾아냈다. 3학년은 19 곱하기 3으로 하면 되지만, 2학년은 3개씩 열아홉 번을 더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럼 57개 양말목 줄에 쓰인 양말목은 몇 개죠. 한 줄에 쓰인 양말목 개수는 열 개니까 57개 줄에 몇 개를 쓴 거죠?”
역시 한참이 걸려 570개 양말목이 쓰인 걸 찾아낸다. 구체물로 세고 분류하고 셈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다시 공책에 정리하는 과정이 이어지도록 해야 하는데, 공책을 미처 가져오지 못해 정리를 하지 못했다. 다음 수학 시간에 정리를 해야겠다. 11시 택견으로 몸놀이를 하니 점심 때다.
점심때 6학년 본준이가 선생들에게 놀이를 하자고 찾아왔다. 잡기놀이를 좋아해서 늘 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일이 있어 거절을 했는데 이번에는 숲 속 놀이터 텃밭 고르는 걸 도와달라니 그러겠다고 따라나온다. 둘이서 밭을 고르며 두런두런 잠깐 이야기를 하는 재미가 좋다. 대나무활대 손질하는 걸 도와달리니 그건 싫다며 올라간다. 졸업하기 전에 졸업작품 이야기도 할겸 본준이가 노래하던 박물관을 같이 가봐야겠는데 시간이 쉬 나지 않는다.
낮 공부로 2학년은 1학년과 난타를 하고, 3학년은 설장구를 친다. 3학년은 그동안 배운 일체, 칠채을 넣어 설장구 가락을 익혀보고, 새 장단으로 굿거리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이제 설장구는 정확하게 장구를 치도록 다시 열채와 궁채 치는 법부터 자세를 바로 하는 것까지 기초를 다지고, 호흡을 맞춰 강약을 조절하며 익히는 게 반복되겠다. 때마다 새로운 장단과 몸짓을 넣는 일이 남았다. 발림부터 시작해서 춤으로 발전시켜 가는 게 재미나겠다. 덩실덩실 장구를 치며 춤과 노래가 이어지는 한판 놀이는 신명을 부른다.
한참 쉰 뒤에 3학년은 학교 마당과 숲 속 놀이터에서 수학시간에 만들어놓은 양말목 줄로 대나무 활대를 연결해본다. 선생이 먼저 연결하는 방법을 보여준 뒤 네 모둠으로 나눠 한 개씩을 맡아 만들어본다. 둘이서 양쪽에서 잡아주고 한 사람이 줄을 돌려가며 튼튼하게 연결해야 한다. 위아래 지지대로 댄 작은 대나무로 긴 활대를 감싸고 그 위에 줄을 감아 고정시키는 것인데 협력해서 돕지 않으면 어렵다. 역시 다 했다고 선생을 부르는데 가보서 흔들어보니 쉽게 빠져버린다. 다시 해야 한다. 다시 이번에는 천천히 손을 놀리며 힘을 합쳐 한다. 선생과 준우가 한 모둠으로 세 개를 만드는 동안 아이들은 여전히 한 개를 씨름하고 있다. 드디어 다했다며 부르기에 가보니 이번에는 튼튼하게 잘 마무리되어 긴 활대가 되어있다. 손끝이 야무진 아이들답다. 대나무활대 17개가 준비되었으니 이제 별집(스타돔)을 만드는 일만 남았다. 교실에서 종이활대로 몇 번을 연습하며 만들어본 지라 긴 대나무활대로도 충분하게 완성할 아이들이다.
2, 3학년이 함께 모여 마침회를 하는데 함께 살아 고마운 점과 서로 부탁할 이야기를 하는데 3학년은 셈하는데 동생을 가르쳐줘서 뿌듯했다는데 2학년은 특별한 게 없다. 앞으로 자주 함께 하는 공부를 하자니 반응이 반반이다. 덕적도 낮은 학년 자연속학교처럼 더 재미난 활동과 맛있는 공부를 하며 낮은샘 가을 자연속학교를 준비해야겠다. 벌써 낮은샘 자연속학교 채비를 시작하는구나.
저녁에는 교육연구모임이 있었다. 교사들만 참여했는데 주제는 청소년교육과정이다. 우리 교육을 살찌우기 위해 청소년에 가까운 6학년을 중심으로 맑은샘 교육과정과 청소년기 특징을 이야기했다. 모두 6학년 모둠 선생 경험이 있는지라 그동안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 줄곧 이야기를 이어가 교육에 반영될 게 많겠다. 둘째로는 맑은샘학교 중등과정을 꿈꾸는 것에 대해 저마다 든 생각을 나누었다. 대안교육 안팎의 어려운 현실, 중등을 꿈꾸는 사람들이 크게 없는 주체 역량, 절실함이 있는지, 우리 처지에서 생각할 것들이 많이 쏟아져 나왔다. 길게 꾸준히 공부하고 하나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그대로 앞으로 연구 계획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