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데 화장실에 갇혔다… 나홀로 탈출법은?
화장실에 갇혔다면 살 수 있다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 5일 30대 남성 A씨가 원룸 화장실에 갇혀 5시간 이상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다 극적으로 생환한 사건이 있었다. A씨는 저녁에 씻기 위해 들어간 화장실에서 문고리의 이상으로 갑자기 문이 잠겨 갇혔다. 출입문이 워낙 튼튼해 키 170cm, 몸무게 102kg의 건장한 체구인 A씨가 아무리 힘을 써도 열 수 없었다. 5시간 가까이 소리치고, 세면대 옆 쇠파이프로 손잡이 옆을 긁어대고, 천장을 뚫는 등 발버둥을 치다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을 즈음, 문밖 6m 거리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의 인공지능 ‘하이 빅스비’의 도움을 받아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탈출했다고 알려졌다. 이 사건을 접한 누리꾼들은 “나도 혼자 사는데 화장실에 갇혀서 죽을 뻔한 적 있다” “나도 화장실 문고리 다 부수고 탈출했었다”, “갇혀봐서 아는데 폐소공포증, 공황장애가 온다”며 공감했다.
이처럼 집 화장실에 갇히는 사고는 흔하지는 않지만 종종 발생한다. 서울특별시 종로소방서 현장대응단 이도선 구조대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여러 종류의 ‘문 개방 신고’가 들어오는 건 1만 건 이상이지만, 그중 종로구에서 화장실에 고립됐다고 들어온 신고는 1년 기준 5~10건이다. 화장실 고립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심지어 혼자 산다면, 휴대폰도 창문도 없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물론, A씨의 사례처럼 AI가 구해줄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됐지만, 이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 화장실에 갇혔을 때 탈출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아본다.
‘살 수 있다’는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우선
화장실 안에 창문이 있다면 창문에 열어 구조 요청을 하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창문이 없는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이때는 마인드컨트롤이 가장 중요하다. 밀폐된 장소에 홀로 갇히게 되면 공포감 때문에 패닉(공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도선 대장은 “당황하다 보면 건장한 사람이라도 심장이 빨리 뛰고 과호흡이 오는 등 더 큰 2차적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나는 살 수 있다, 나갈 수 있다, 주변 지인들이 도움을 줄 것이다’는 마인드컨트롤만 해주면 2차 피해를 면하고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그나마 화장실에는 물이 있기 때문에 ‘설령 바로 구조되지 않더라도 물을 먹고 며칠을 버틸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샤워기 헤드로 치거나, 벽·환풍기·배수구 향해 구조 요청해야
굳게 마음을 먹었다면 이제 탈출 시도를 해야 한다. 문고리가 이미 고장 났다고 판단됐을 때는 도구를 이용해 문고리를 흔들어봐야 한다. 이도선 대장은 “화장실 내 이용할 수 있는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물건은 샤워기 헤드가 있다”며 “계속 치다 보면 여성분들도 10번 중 1번 정도의 확률로 과격하게 반동·스냅을 줘서 문고리를 딱 쳤을 때, 안에 있던 고리가 정상 작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문고리가 탈착됐다면 분리해서 문을 열어야 한다. 문 손잡이 부분에 일자로 사각형 모양의 고리가 연결돼 있는데, 손가락이나 손톱을 이용해 그 고리를 돌리면 된다. 이 방법들도 실패한다면 화장실 벽에 어떤 방법으로든 쿵쿵 두드리거나, 환풍기·배수구 쪽을 향해 계속해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도선 대장은 “화장실은 90퍼센트 이상이 환풍기가 설치돼 있다”며 “환풍기는 적은 힘으로도 쉽게 탈착이 되며 그 안의 공간이 넓어 울림이 있기 때문에 환풍기나 배수구에 이웃 주민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치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화장실에 갇혔던 사례들을 보면 벽이나 환풍기에 대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러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탈출한 사례들이 꽤 있다.
공구 비치해두고 정기 점검해야
화장실 갇힘 사고를 막는 최선의 방법은 예방이다. 가장 쉬운 예방법은 불편하더라도 휴대폰을 가지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다. 혼자 산다면 화장실 문을 완전히 닫지 않거나, 잠그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노인이 혼자 사는 경우라면 미리 비상벨을 설치해 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이도선 대장은 “불안하다면 비상 상황을 대비해 화장실에 십자드라이버 혹은 5~10cm 정도의 작은 칼 등 공구를 비치해두면 문고리를 쉽게 분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기 점검도 필수다. 이도선 대장은 “욕실 특성상 수분과 습기가 많이 차 경첩 등에 녹이 슬기 쉽다”며 “정기적으로 문고리에 ‘WD-40’ 같은 녹 제거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 정기검진을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고 했다. 특히 화장실 갇힘 사고는 잠금장치 자체가 고장 나는 원인 외에도, 비틀어진 문고리의 아귀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평소 문고리를 만질 때 ▲노후됐거나 ▲딱 고정이 되어 있지 않거나 ▲밑으로 쳐졌거나 ▲헐렁헐렁한 느낌은 없는지 주의 깊게 보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다면 교체하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