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 군대가 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를 포위하고 있어서 사마리아 성의 백성은 굶주림으로 인하여 참혹한 생활로 인해 피폐(疲弊)해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마리아 성 밖에는 성문 어귀에서 나병환자 네 명이 서성이고 있었습니다(4절). 율법에 의하면 나병에 걸린 환자는 격리하여 성 밖에 따로 지내게 하였고, 그 가족 등이 때에 따라 먹을 것을 가져다 주어 생활하였는데, 아람 군대가 사마리아 성을 포위하였고, 성 안에 있는 백성도 굶주린 상태였기에 나병환자까지 돌볼 여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나병환자들은 먹을 것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하여 성문 어귀에 서성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나병환자들은 금세 모든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차피 성 안에 있는 사람들도 굶어서 죽어가는 마당에 성 안으로 들어가봤자 아무런 소득이 없을 테니, 차라리 아람 군대의 진영(陣營)으로 가면 그곳엔 먹을 것이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굶주려서 죽을 지경이기에 아람 군대의 진영에 갔다가 그들이 죽이면 그냥 죽으면 될 것이라는 마음을 가진 것입니다(3절, 4절). 그래서 이 나병환자 네 명은 해 질 무렵에 아람 군대의 진영으로 갑니다(5절).
그런데 나병환자들이 아람 군대의 진영에 가 보니 병사들은 아무도 없고, 병사들의 장막과 먹을거리들과 은과 금과 의복과 말과 나귀 등은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병환자들은 실컷 먹고, 마시고, 은과 금, 의복 등을 취하여 감춥니다. 아람 군대의 진영이 이런 상태가 된 것은 하나님께서 아람 군대의 병사들에게 병거 소리와 말 소리와 큰 군대의 소리를 듣게 하셨기에 이스라엘이 헷 사람의 왕들과 애굽 왕들에게 값을 주고 도움을 요청하여 연합군이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입니다(6절). 헷(Heth, Hittite)은 현재의 튀르키예 지역에 있던 왕국으로 히타이트 제국을 일컫는 말입니다. 헷 제국과 애굽 제국이 이스라엘과 동맹을 맺었다면 전세(戰勢)가 매우 불리해 짐을 알고 있었기에, 아람 군대의 병사들은 집단적으로 환청(幻聽)을 듣고 부리나케 줄행랑을 친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물건들도 챙기지 못한 채 황급히 도망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엘리사를 통해서 말씀하신 것처럼 아람 군대를 물러가게 하시고, 사마리아 성의 백성에게 다시 생활의 안정을 찾게 하시기 위해서 역사(役事)하신 것입니다.
아람 군대의 진영에 들어가서 실컷 먹고 마시고, 정신없이 귀한 물건들을 감추던 나병환자들은 문득 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 아람 군대가 물러간 이 놀랍고 좋은 소식을 사마리아 성에 있는 이스라엘 왕과 백성이 나중에 알게 된다면, 이 사실을 알고도 자기들의 몫만 챙기고 사마리아 성에 알리지 않은 자신들은 곤욕(困辱)을 치르게 될 것임을 깨달은 것입니다(9절). 그래서 왕궁에 가서 알리자고 이야기하고는 사마리아 성 문에 가서 문지기에게 이러한 상황을 알립니다(10절). 그리고 밤중이었지만, 이 소식을 이스라엘 왕에게 알렸지만, 왕은 이러한 상황도 아람 군대가 물러간 척하면서 매복하고 있다가 이스라엘 병사들이 나오면 치려는 아람 군대의 전략일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워합니다(11절, 12절). 그러나 한 신하가 성에 남아있는 말 다섯 마리를 취하여 사람을 보내어 정탐하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성중에 남아있는 말 다섯 마리는 이스라엘 군대가 얼마나 열악한 처지인지를 가늠하게 합니다. 이 말 다섯 마리는 마치 이스라엘의 온 무리와 같다는 신하의 말은(13절) 이스라엘이 직면한 상황이 매우 처참함을 보여 주는 말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스라엘 왕은 이 신하의 말에 따라 정탐을 보내었고, 나병환자들이 전해준 소식이 모두 정확한 사실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람 군대가 놓고 간 먹을거리들과 은과 금, 의복, 말과 나귀 등을 취할 수 있었고, 사마리아 성은 다시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엘리사를 통해 이미 예언한 대로 고운 밀가루 한 스아에 한 세겔이 되고 보리 두 스아가 한 세겔이 되어 사마리아 성의 사람들은 식량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왕은 자기의 시종무관(侍從武官)을 성문을 지키게 하였고, 백성이 그를 성문에서 밟아 죽게 되고 맙니다(17절, 20절). 백성이 일부러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으로 보기보다는 식량이 사마리아 성으로 들어오는 상황에서 서로 식량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상황에서 밟혀 죽은 것이라 여겨집니다. 결국 엘리사가 이 시종무관에게 했던 말대로 그는 죽게 된 것입니다(18절~20절). 엘리사가 하나님께서 행하실 역사(役事)를 예언했음에도, 그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믿지 않았던 이 시종무관은 그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고 죽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그대로 지적하며 기록하였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불신(不信)하였을 때 일어날 결과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복음도 그러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놀라운 구원의 은혜를 선포하셨는데, 그 복음의 메시지를 무시하고 믿지 않으면 결국 영원한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병환자가 먼저 아람 군대가 물러가고 그 아람 군대의 진영에서 풍족함을 얻어 누렸습니다. 그러나 나병환자들이 사마리아 성 안의 백성을 떠올리며 그 기쁜 소식을 사마리아 성에 알렸듯이, 우리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먼저 누리고, 그 은혜를 경험했다면, 이 기쁜 소식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의 놀라운 은혜를 그들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주님, 복음을 맘껏 누릴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하는 하나님의 일꾼이 되게 하옵소서!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