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른 바 '코로나 취약계층'이다. ’65세 이상은 코로나 백신 빨리빨리 맞으라‘는 당국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1차부터 3차까지 꼬박꼬박 다 맞았고, 지난 11월말에 마지막 4차 백신까지도 착실하게 접종받은 60대 후반의 순진한 할저씨다. 아주 건강한 체질은 아니지만, 평소 다른 지병도 없었고 산도 열심히 타고 해 그런대로 잘 지냈다.
가끔 운전도 하고 지하철로 출퇴근도 하고 동창회나 산행동호회 모임에도 참석했지만, 지난 3년간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으니 꽤 건강한 어르신이다. 물론 마스크도 빠짐없이 꼬박 고박 잘 쓰고, 마트나 음식점 출입 시에는 손 소독제를 꼭 바르고 다녔다. '3차 백신 접종자'지만, 식당에서도 가능하면 공기가 잘 통하는 출입구 창가 쪽으로 앉곤 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몸이 어째 좀 이상했다. 찬바람 쐬며 강아지 산책시켜주러 나갔다 왔는데, 목도 아프고 기침도 나오고 좀 뻐근한 게 감기에 걸린듯해 해열제를 먹고 며칠 그냥 지냈다. ’설마 코로나는 아니겠지?‘ 반신반의하며 버티고 있던 차에, 어젯밤 거실에 향수를 뿌렸는데, 코를 벌렁거려도 전혀 냄새가 나질 않는 것 아닌가? "이룬~~이룬~~"..
순간 머리를 스쳐가는 거시기~~ ’우잉~!! 이거 혹시 코로나 아녀?‘하는 생각에, 밤새 잠을 설치다가 걱정이 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국으로 '휘잉~~" 달려갔다. 자가 코로나 검진 키트를 하나 달라했는데, 무려 8천 냥이란다. ’아니, 언젠가 보니 5천 냥이던데, 올랐나요?‘ 암튼 울며겨자먹기로 거금을 투자해 한 세트(2개 짜리)를 사들고 약국을 나섰다.
컨디션도 별로 안 좋건만 찬바람 쌩생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가 키트에서 면봉을 꺼내 코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어서 그 면봉에 시액을 한 방울 떨어트려 체크해보니, "에구 에구ㅠㅠ.." C 와 T라고 써진 두 줄에 모두 선명한 빨간 색 파란색이 보인다. 코로나 확진이다. 에휴~~코로나 걸린게 맞았다ㅠ 사실 4차 백신은 맞을까 말까 고민도 했는데..ㅠ.
창가에 앉아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니 지난주에 부부 동반 모임에 나가 밀폐된 공간에서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한 게 문제인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댄스동호회에 나가 무대에서 조명발 받으며 이쁜 할줌마 빙빙 좀 돌려주고 장단에 맞춰 노래 몇마디 부른 것 뿐인데..그게 문제였나? "우이씨~~!! 이 할줌씨..만나면 가만 안둘겨..잉잉..ㅠ"
"내가 코로나 확진자?"라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하얘지며 천장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니, 3차도 아니고 4차 백신까지 맞았는데..우째 이런 일이.ㅠㅠ 코로나 막판에 이게 몬일이람?? 어질어질한 정신 줄을 다잡고 바로 보건소에 전화를 했더니, 와서 PCR 검사를 해보란다. 최종 확진 판정이 되어 대상자로 인정되면 지원금으로 '거금 10만 냥'을 준단다.
전화를 끊고 침대에 걸터앉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보건소에 가서 또 콧속을 쑤시고 확진 판정받고, 또 구비서류 갖춰 제출할 생각을 하니 머리가 핑~~핑~~돈다. 만의 하나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다면, 이 추운 날 왔다리 갔다리하며 괜히 '개고생'하는 것 아닌가? '양성'으로 나온다해도 여기저기 신고하고 서류 신청하고..급~~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아니, 이런 '열여덟'같은 일이 있나?' 정부 방침에 따라 꼬박꼬박 위험을 무릅쓰고 1차에 2차, 3차에 4차 백신까지 접종했는데, 뒤늦게 '코로나 확진'이 대체 웬말이란 말이고?? 문득 홀로 즐겁게 사는 친구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백신 맞을 때마다 불안과 초조에 떨었는데, 그 친구는 백신도 한번 안 맞았는데, 코로나도 안걸리고 술도 잘 마시며 건강하게 잘만 지내고 있다.
"우이씨..이 넘의 4차 백신 괜히 맞았네.ㅠㅠ." 이번 주말에 카페 송년회도 있고 동호회 송년 모임도 있는데, 가기는 틀렸네.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여인네들이 실망할 텐데..이를 어찌할꼬..어찌할꼬..회비도 이미 다 냈는데..우이씨~~돌리도~ 돌리도~ 내 건강~~내 돈..피같은 내돈..ㅠㅠ 이넘의 망할 코씨야~~!! (*)
PS. 이 글은 코로나 4차백신까지 맞고, '코로나 확진'된 친구 이야기를 소재로 쓴 <가상꽁트>임을 밝힙니다.
첫댓글 구라였군요.ㅎㅎ 재미 있었어요.
백신 4차! 코로나 확진은 실화~~!!
스토리는 '슈가 코팅'이랍니다ㅎㅎ
거짓말이어서 다행입니당 우하하하하하
실화라니까요~ㅎ
조금 각색한 것뿐!
우하하~~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