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671
천자문259
동봉
0945해 년年Year
0946화살 시矢Arrow
0947매양 매每Every
0948재촉할 최催Urge
니엔시메이췌이年矢每催nianshimeicui
-시간화살 끊임없이 재촉하는데-
(해와달은 찬란하고 밝게비추며)
0945해 년年Year
해 년/아첨할 녕/年 자는 꼴소리 문자며
방패간干 부수에 획수는 총6획입니다
갑골문자에는 벼 화禾 아래 사람 인人자입니다
고대의 사람인人자는 위가 약간 굽어
사람 인人과 일천 천千 자가 구분이 안 됩니다
벼禾는 글자 그대로 곡식을 나타내고
소릿값으로 사람 인人 또는 일천 천千은
부피보다 수량이 많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따라서 해 년年 자는 가을을 나타내는데
이는 수확이 많은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많다, 익다의 뜻이 뒤에 벼가 자라는 기간에서
연월年月의 해란 뜻으로 쓰게 되었고
익다의 뜻은 여물 임稔 자로 대신했습니다
해 년 자에 담겨있는 뜻으로는
해, 나이, 때, 시대, 새해, 신년, 연령
잘 익은 오곡, 콧마루, 사격의 하나
사람 이름, 익다, 오곡이 잘 익다
아첨하다 따위입니다
해 년年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秊 : 해 년/아첨할 녕의 본자
䄵 : 해 년
䄹 : 해 년/해 천
䄭 : 해 년
歲 : 해 세/岁/亗/㞸
祀 : 해 사/제사 사
載 : 해 재/실을 재
日 : 날 일/태양 일
囸 : 날 일
旰 : 해질 간/해질 한
齡 : 나이 령 자 등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서字書에
소위《알야尔雅Erya》라는 책이 있습니다
자서란 자전字典에 해당하는 문헌입니다
이《알야》에 따르면 '해年'의 의미를
"夏曰歲 商曰祀 周曰年 唐虞曰載"라 하여
씨아夏Xia나라에서는 쉐이岁Sui라 했고
샹商Shang나라 때는 쓰祀Si라 했으며
저우周Zhou나라 때는 니앤年Nian이라 했고
탕唐Tang나라와 위虞Yu나라 때는
짜이载Zai라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고문헌을 읽을 때
해를 뜻하는 글자가 어떻게 놓였느냐에 따라
시대 구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가령 '천재일우千載一遇'라 했을 때
우리는 '천 년에 한 번 만나는'으로 풀이합니다
이처럼 보통 '년年'으로 풀어 읽습니다만
원어에는 '년'이 아니라 '재載'로 쓰여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글은 언제 쓰여진 글일까요?
'연년세세年年歲歲'나
'세세연년歲歲年年'처럼
나중에는 같은 뜻을 지닌 글자를 섞어
하나의 숙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세歲'가 기원전22세기 씨아夏 때 언어이고
'연年'은 기원전10~2세기 저우周 때 언어지요
이들 2가지 언어를 우리는 동시에 씁니다
여기에 잘못된 것은 하나 없습니다
다만 우리가 고문헌을 열람할 때
그들 고문헌에 쓰인 언어만으로도
시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이지요
새벽 편지 '해 년年' 자 하나의 글자에서라도
만일 얻을 수 있고 건질 게 있다면
이것이 학문의 재미 중 하나일 것입니다
0946화살 시矢Arrow
화살 시矢 자는 그림 문자입니다
이는 화살 시笶 자의 본자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본디 화살 시矢 자에는
이처럼 위에 대 죽竹이 얹혀있지 않았는데
나중에 대나무 화살을 대량생산하다가
화살矢 위에 대竹를 얹어 시笶로 표현했습니다
아무튼 화살 시矢 자는 그림문자로서
화살촉과 깃의 모양을 본뜬 글자입니다
화살 시矢에 담긴 뜻은
화살, 산가지, 정직하다, 곧다, 똑바르다
수효를 셈하는 데에 쓰던 막대기, 똥, 대변
시행하다, 베풀다, 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 혜택을 받게 하다, 늘어놓다
맹세하다, 서약하다, 무너뜨리다, 훼손하다
어그러지다 따위입니다
화살 시矢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笶 : 화살 시
箭 : 화살 전
虄 : 화살 살
矪 : 화살 주
鍭 : 화살 후
弋 : 주살 익
矰 : 주살 증 자 등이 있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로는
弓 : 활 궁
弧 : 활 호
弤 : 활 저
弴 : 활 돈
㢺 : 활 현
弩 : 쇠뇌 노
弝 : 줌통 파
櫜 : 활집 고
弢 : 활집 도
韘 : 깍지 섭
鞬 : 동개 건
棐 : 도지개 비 자 등 200여 자가 있습니다
0947매양 매每Every
매양 매每 자는 뜻모음 문자며
말무毋 부수에 획수는 총7획입니다
이 매每 자는 매양 매毎 자의 본자입니다
어린 아기人가 엄마母 품에 안겨
늘每 젖을 먹는다 하여 '매양'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담긴 뜻으로는
1. 매양, 늘
2. 마다
3. 비록
4. 탐내다
5. 풀이 우거지다 따위입니다
매양 매每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毎 : 매양 매 자와 통하는 자
恒 : 항상 항/반달 긍
㦂 : 항상 상/떳떳할 상
時 : 때 시
刻 : 때(15분) 각/새길 각
个 : 낱 개
这 : 이 저
总 : 다 총
夶 : 견줄 비 자 따위가 있습니다
그냥 넘기지 말고 살펴 볼 글자가 있지요
매양 매每 자와 매양 매毎 자의 다름입니다
앞의 매양 매每 자는 어미 모母 자이고
뒤의 매양 매毎 자는 말 무毋 자입니다
어미 모母 자를 자세히 보면
계집 녀女 자를 살짝 비틀어 놓고
아래 위로 젖무덤 2개를 표시해 놓았습니다
여자女라는 통칭에는 젖이 없지만
엄마母가 되었을 때 비로소 젖이 표현됩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는 젖이 필요하지요
그런데 부정사 말 무毋 자에는
여성女까지 그대로 둔 채 살짝 비틀기는 했으나
곁들여 젖무덤을 표현하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말 무/없을 무毋로 새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엄마母는 젖이 있는데
여자女는 젖이 없다는 그런 뜻일까요
앞서 언급했듯 계집녀女 자는 통칭입니다
생명의 세계에서는 크게 2가지가 있지요
하나는 남자고 하나는 여자입니다
하나는 수컷이고 하나는 암컷입니다
물론 어떤 생명체는 자웅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특수한 예일뿐이고
일반적인 경우는 암컷과 수컷입니다
계집 녀女 자에는 성의 구별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여女를 딸 녀女로도 새기고
손녀딸 녀女로도 할머니 녀女로도 새깁니다
어미 모母 자가 계집 녀女 자에서 나와
하나의 특수 명사로 독립했습니다만
어머니, 엄마 모母 자를 제외한 어떤 자에서도
성의 토탈을 뜻하는 계집 녀女를 붙였습니다
이를테면 '할미 파婆' 자에도
'아가씨 저'/'그녀 타她' 자에도
'아리따울 교㚣' 자에도
여자 어린이의 '새앙머리 파妑' 자에도
'처음 화장할 균㚬' 자에도
'시어머니 고姑 자에도 여女 자를 붙였습니다
그러나 유모 모/유모 무姆 자에는
젖을 먹여야 하는 여인이기에 모母입니다
어미 저毑 자와 어미 나乸 자도
유모처럼 젖을 먹여 기르는 엄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미 마媽/妈
어미 황媓
어미 미㜷
어미 미㜆 자 등은 어미 모母 자가 아니지요
이 또한 일반적인 예일뿐입니다
0948재촉할 최催Urge
재촉할 최催 자는 꼴소리 문자며
사람인변亻에 획수는 총13획입니다
사람의 뜻이 들어있는 사람인변亻부와
소릿값으로 서두르다의 뜻을 지닌
성씨 최/높을 최崔 자로 이루어졌습니다
일을 놓고 '사람人을 독촉崔하다'의 뜻이며
'징조徵兆가 보이다'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통 이렇게 묻고 이렇게 답합니다
"실례지만 성씨가 어찌 되시는지요?"
"최가요, 채가 아니라 높을 최자 최갑니다."
우리나라 한자는 새김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중국어에는 없는 새김이 우리는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면
마땅한 단어를 빌려 어떤 자인지 알려주지요
실례지만
칭원请問qingwen
성씨가 어찌 되시는 지요?
닌꿰이씽您贵姓Nin guixing?
내 성은 최씨입니다
삐씽 쮀이鄙姓崔Bixing Zui
최고라고 할 때의 그 최씨입니다
쮀이까오더 쮀이崔高的崔Zuigaode Zui
그런데 여기서 정작 내가 하고픈 말은
'높을 최崔'자로 새기기보다는
"네, 나는 '성 최崔' 자를 씁니다."면 충분합니다
김金씨 이李씨 박朴씨 최崔씨 등 모든 성이
성 김金, 성 리李, 성 박朴이라는 새김이 있듯이
'성 최崔'라는 새김이 있는 까닭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새김에 익숙하지 않은 까닭에
버들 류柳 자 류씨라든가
묘금도 유卯金刂=劉 자 유씨라 하고
주초 조走肖=趙 자 조씨라든가
주초 조趙가 아닌 조조 조曺 자를 쓴다면서
"조조 조曺 자를 쓰는 조씨요" 라고 합니다
하기는 여기서 이 말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높을 최崔 자는 산山에 사는 새隹입니다
들에 사는 새가 아니니 높을 수밖에요
산에 사는 새 가운데 독촉새가 있습니다
혹자는 소쩍새라고도 하고
또 일설에서는 접동새라고도 하는
귀촉도歸蜀途라는 구슬픈 새가 있습니다
이 새는 원혼이 실린 넋의 새지요
생전에 못다 푼 원한을 풀어달라는 귀촉도
새소리가 '소쩍 소쩍'으로도 들리고
따로는 '접동 접동'으로도 들리며
또 때로는 '귀촉도 귀촉도'로도 들리기에
의성어로 이름이 붙여진 새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새는 재촉하는 새고 독촉하는 새입니다
이 새 이름에서 따온 게 재촉할 최입니다
산새는 산새崔인데 사람亻혼이 실려있으면서
시간을 재촉하기에 재촉할 催가 된 것이지요
저승사자가 재촉새의 몸을 받은 뒤
높은 산 깊은 골짜기에 깃들어 울부짖습니다
재촉할 최催 자에 담긴 뜻은
1. 재촉하다, 독촉하다
2. 쳐오다
3. 일어나다
4. 방해하다, 저지하다
5. 학대하다
6. 열다, 베풀다, 일을 차리어 벌이다
7.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8. 성씨의 하나 따위입니다
재촉할 최催 자와 관련된 한자로는
促 : 재촉할 촉/악착스러울 착
䟟 : 재촉할 촉
哸 : 재촉할 최/마실 쇠
趍 : 재촉할 촉/달아날 추/느릴 치
趣 : 재촉할 촉/뜻 취/벼슬 이름 추
戚 : 재촉할 촉/근심할 척/겨레 척
嗺 : 재촉할 최 자 따위가 있습니다
'시간의 화살Arrow of Time'이 있습니다
이《천자문》에서는 '해의 화살年矢'입니다
아이작 뉴턴Sirius Isaac Newton보다
대략 1,200년 가까이 앞서 살았던 저우씽스가
그의 저서《천자문》에서 쓴 용어가
다름아닌 바로 '해年의 화살矢'입니다
이 얼마나 엄청난 철학이며 생각입니까
열역학의 법칙에서나 가능한 '시간의 화살'이
물리학자도 아닌 문학가 저우씽스에게서
서기 520년 경에 이미 이렇게 언급되었습니다
520년 경이면 달마가 중국에 건너와
양우띠梁武帝를 만나던 바로 그 때입니다
어즈버! 적어도《천자문》을 접하는 우리는
동양의 문학 속에 깃든 물리학의 세계에
다시 눈 뜰 수 있다는 데서 감격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의 화살은 순행일까요
과거에서 현재 미래로만 이어질까요
미래에서 현재 과거로 역행하지는 않을까요
열역학의 입장에서는 분명 순행입니다
여기에 역행이란 결코 상상이 안 됩니다
앤트로피 증가의 법칙에서도 당연한 논리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얘기합니다
시간의 화살은 시위를 떠나 계속 날아가지만
날아가는 방향으로만 계속 날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알기로 존재는 순환합니다
공간도 순환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간도 순환합니다
시위를 떠난 화살이 뒷걸음치는 일은 없으나
시위가 처해있던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고요?
벤자민 버튼의 시계만이 아닙니다
나의 시계 당신의 시계 그의 시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시계는 거꾸로도 갑니다
이말은 시계에, 시간의 개념에 있어서
순順과 역逆이라는 방향이 고정된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순으로도 역으로도
또는 순과 역의 혼재로도 흐를 수 있습니다
나는 그래서 양자역학을 좋아합니다
시간의 흐름에 자유롭고
존재의 크기에 자유롭고
공간의 짜임새에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이《천자문》에 양자역학이 들어 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이 글을 쓰는 까닭입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이 시대 이처럼 멋진《천자문》을 접한
우리 모두는 당당하고 행복한 이들입니다
11/09/2016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첫댓글 스님!
시간의 화살은 연말을 향해 어김없이 날아가고 있습니다.
연말성과분석, 망년회, 송구영신...올해는 분위기가 영 아닌 것 같습니다!
네, 그렇네요 이갑수 거사님, 오늘 하루도 힘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