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山
이학성
이득이 무엇인가. 보상이 궁금하다. 왜 기를 쓰며 오르는가. 따진들 무엇이 득이고 실인지 모른다. 단지 두고 와야 하는 것이 있다. 놔두고 돌아서는 것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하노라 답한다. 대관절 놔둬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혹 고요의 실체 같은 것인가. 깊고 컴컴한 길을 헤쳐야 할 정도로 대단한가 묻는다. 어둡다가도 길은 또렷하게 드러나거니와 뭇 생명을 깨우지 않으려 헤드랜턴조차 끄곤 하지만, 그곳에 들어서야 놔둬야 할 것이 나타나며, 고요건 적막이건 고스란히 두고 돌아서기에 실상이 무어라 말하긴 이르다. 거기서는 길을 잃을 우려가 없는가. 야차처럼 큰 두려움이 와락 덤벼들지는 않는가. 어떻게든 길을 잃으리라 작정했기에 괜찮다고 답할 수 없다. 정작 잃더라도 되찾을 수 있노라고 과신도 장담도 하긴 어렵다. 단지 놔둬야 할 것을 놔두고서 숲이 깨기 전에 돌아와야 하는데, 극히 드문 사례이긴 해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 말고는 그곳에서 두려운 건 없노라 단언할 수 있다. 어느 땐가 외길에서 마주쳤던 이, 그도 이 이야기를 지면에서 접하면 수긍하고 남으리라 여기거니와 놔둬야 할 무언가가 있어 그 역시 밤山의 능선을 헤맸으리라 믿는다.
이학성
1990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여우를 살리기 위해』 『늙은 낙타의 일과』 『저녁의 신』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