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izetti / Lucia di Lammermoor 중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Il dolce suono)" - Natalie DASSAY
19세기 벨칸토 시절 유행했던 매드씬 중에서도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루치아의 아리아,
Il dolce suono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입니다.
루치아는 원수 가문의 에드가르도와 사랑에 빠집니다.
그러나 오빠 엔리코는 루치아를 유력한 가문의 아르투로와 결혼시키려고
가짜 편지를 동원해서 에드가르도가 너를 배신했다,
그런데 네가 아르투로와 결혼하지 않으면 나는 세력을 잃고 죽을 수도 있다,
그런식으로 속임수와 협박을 동원해서 결혼승락을 받습니다.
그런데, 혼례 당일 막 신랑신부가 서약서를 썼는데 에드가르도가 나타나,
자기를 배반한 여자에게 저주를 퍼붓고 반지를 던지고 갑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떠밀려 신방에 들어간 루치아는
신랑을 칼로 찔러 죽여버리고, 피로연장에 나타나 광란의 아리아를 부르고 실신합니다.
그후 루치아는 죽고, 에드가르도는 뒤늦게 루치아의 죽음을 알고 후회하며 자결을 합니다.
정말 오페라들 너무하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오페라는 스코틀랜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토대로 한
월터 스콧의 소설 <래머무어의 신부>The Bride of Lammermoor를 각색한 것입니다.
원래는 여주인공에게 결혼을 강요한 사람이 어머니였는데,
극에서는 오빠로 바뀌었습니다.
그 시절의 여성들에게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
즉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살 권리도 없었던 거죠.
게다가, 완전히 강요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된거라면 ‘난 잘못이 없다!’고 변명이라도 할텐데,
애인을 믿지 못하고 얄팍한 속임수에 넘어갔다는 것,
버림받고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으로 오빠에게 떠밀려서지만 결혼을 승낙했다는 것에서
자신의 잘못이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더 스스로 죽어버리고 싶은 환멸과 분노가
그 여자를 미치게 만들어버렸을 것 같습니다. 자기를 속인 놈들에 대한 분노는 물론이지만.
(양심이 없는 사람들은 99% 자기 책임이어도 엉뚱한 남의 탓을 하며 뻔뻔하게 잘만 사는데,
양심이 너무 발달한 사람들은 1%의 책임에 괴로와하다가 죽기도 하고 미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현실을 잊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사랑하는 에드가르도와 결혼식을 올린다고 착각하고,
환상과 현실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환상에서 빠져나오고 않으려고 버티다가 미쳐버리고 마는거죠.
그 시절 오페라에는 여주가 미쳐서 광란의 장면을 연출하는게 유행이었는데요,
네, 여자만 미치는게 이유가 있지요.
남자는 보통 미치지 않고 그냥 칼로 찔러죽이거나,
혹은 남을 미치게 만드는 쪽이지요.
여자는 자기의 의사대로 자기 삶을 사는 것 같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심각한 제약을 받고 용납할 수 없는 침해를 받기 때문에,
너무나 상반된 많은 요구를 받으면서도 자기 자신을 위해 결정하는 것은 언제나 비난받고,
따라서 자신을 위한 결정을 할 힘이 남아나질 않고 소진되어버리기 때문에,
붕괴되고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특히나 심각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그래도 옛날보다는 나아졌습니다.
예전보다는 자유가 많이 확보되었기도 하고,
또 미리 우울증 약을 먹습니다.
저는 처음에 광란의 장면을 봤을 때는 여자가 그토록 두려워하는게 뭔지를 알 수 없어서-
군중과 남성 조연들의 반응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없어서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들은 모두 여주를 동정하고 가엾어하더군요.
그러나 여주는 그 속에서 아주 외롭습니다. 자기 소망만을 동무 삼아 다리를 건넙니다.
아무도 여주를 나무라지 않고, 비웃지도 않고, 해치려고도 않는데도.
백년 전 여성의 것인데, 그 고통과 고독을 알 것 같다는게, 참 슬프네요.
지극히 아름다운 멜로디와 지극히 혼란스럽고 짓눌리는 상황이
극과 극으로 치달으며 기묘한 감동을 주는 장면입니다.
나탈리 드세의 연주는 정말이지 신들린듯도 아니고,
신 자체인 전율이 넘치는 명면입니다. 원래 연극을 하다가 성악을 전공하게 되었다는데요,
최고 높은 G6까지 막 올라가는 고음역에 막강한 테크닉만 해도 넘사벽인데
아무도 못 따라가는 연기까지.. 정말 오페라 가수 그 자체!이신 분입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은퇴를 하셨죠.
목소리가 가볍고 얇은 소프라노들은 목이 일찍 쇠퇴한다고들 하지만,
나탈리 드세는 그 중에서도 너무 빨랐습니다.
수많은 공연으로 너무 성대를 혹사시켜서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성악 공연은 안 하고 샹송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연주하고 계신걸로 아는데요,
참 너무 아쉽습니다.[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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