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적 공간이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공간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시장에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빈 벽에 야구선수를 그리고, 빈 상점의 셔터에 역도선수 장미란을 그려 넣었다. 돼지머릿고기를 팔던 가게 문에는 귀여운 돼지인형을 입혀주었다. 시장을 돌며 리어카 행상을 하는 하문순 씨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벽화 덕분에 유명인사가 되었다.
"5·18 때 대인시장 사람들이 버스터미널에 있던 시민군한테 주먹밥을 싸서 날랐거든. 나도 그때 주먹밥 많이 쌌지라."
질 좋은 제철 과일과 채소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아주머니의 리어카에는 '진희상회'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작가들이 만들어준 것이다. 스스로 변화하는 상인들도 나타났다. 그림을 그리는 상인도 생기고, 골동품점을 연 상인도 있다. 건어물을 팔던 사장님은 자신의 가게 옆에 공간을 마련해 골동품 가게를 열었다. 기증받은 물건을 팔아 불우이웃을 돕는 '장깡'이다. 도움을 준 내역을 꼼꼼하게 기록해 누구라도 볼 수 있게 걸어두었다. 작은 도자기부터 생활소품까지, 값나가는 물건은 아니지만 좋은 일에 쓰일 날을 기다리며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