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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조성민]
“기차 여행하며 추억을 갖는 것이 사치일까요. 기차표 구매부터 착석까지 불편의 연속입니다. 휠체어나 전동휠체어 좌석이 별도로 있는 것 같지만, 비장애인들도 해당 공간을 점유하는 경우가 있어 난감해요”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네트워크 대표가 최근 ‘제도개선솔루션’ 회의에서 KTX를 이용하며 불편했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한 말이다.
엔데믹과 함께 장애인의 이동이나 활동 반경이 넓어지는 추세다. 그런 만큼 코로나 시절 수면 아래 있던 사각지대들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모양새다. 이달만 해도 버스정류장, 음식점, 헬스클럽 등 곳곳에서 차별을 경험하거나 업주의 눈치를 봐야 했던 후일담이 쏟아졌다.
대중교통수단의 하나인 열차도 마찬가지. 무궁화호 전동휠체어석 열차표를 예매하고 승차하려던 한 장애당사자가 승무원에 의해 탑승을 제지당했다. ‘주말이라 손님이 너무 많아 객차 안이 복잡해 휠체어는 승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고속철도(KTX, SRT)에는 편당 수동휠체어석 3석 이상과 전동휠체어석 2석 이상을, ▲일반철도(무궁화호 등)는 휠체어석 4석 이상 설치해야 한다. 전용 좌석 가까이에는 휠체어 보관 장치와 장애인전용화장실 등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편의가 제공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에 따라서는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기차표 예매 시 일정 비율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처럼 전동휠체어 전용 좌석표를 끊고도 거부당한 셈이다. 전윤선 대표도 고속철도(KTX)에서의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전동휠체어 좌석표를 끊고 탑승했더라도 ‘시인성’이 높지 않아 다른 용도로 쓰인다는 것.
전동휠체어 좌석은 의자 따로 없이 전동휠체어를 고정하는 설비만 갖추고 있다. 얼핏 보면 ‘모두의 공간’으로 오해하기 쉽다. 좌석 안내표지마저 조그맣게 붙어있어 전동휠체어 좌석임을 인지하지 못하기도 한다. ‘입석’이나 ‘짐을 두는 공간’으로 활용하면서 장애인과 잦은 다툼이 벌어질 때가 있다. 주말 연휴나 명절 때면 설렘과 추억의 기대보단 긴장이 앞서게 된다.
열차 이용에서의 불편함은 이것만은 아니다.
수동휠체어석은 출발 30분 전에 예매하지 않으면 자리 확보가 어렵다. 이후부터는 일반좌석으로 전환돼 비장애인도 수동휠체어석 구매가 가능하다. 예컨대 30분 전까지 예약이 없으면 서울부터 부산까지 비장애인이 표를 끊어 해당 좌석에 앉게 될 경우, 중간역인 대전, 대구 등에 거주하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이용할 수가 없게 된다.
또한 표 대리구매도 쉽지 않다. 휴대전화 앱으로 실시간 구매가 어려운 장애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KTX는 함께 거주하지 않는 보호자나 지인이 휠체어석 표를 구매하고 선물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SRT는 그 기능을 쓸 수 없는 문제도 있다.
전윤선 대표는 “휠체어 사용 장애인의 장거리 여행은 그나마 ‘기차’밖에 없다”면서, “기차에서의 모든 여정이 기대와 추억이 될 수 있게 불편한 점이 꼭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20여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하는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한국철도공사에 “‘전동휠체어 좌석 표시 시인성’을 강화하고, ‘장애인 탑승 거부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수동휠체어 좌석의 일반좌석 전환 문제’ 역시 해결방안을 요청”한 데 이어, ㈜에스알에는 “휠체어 좌석 ‘선물하기’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고 28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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