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설불대승대경(佛說佛大僧大經)
송(宋) 저거경성(沮渠京聲) 한역
권영대 번역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에 계셨다.
나라에 한 부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여(厲)로서 금ㆍ은과 온갖 보배와 밭과 집과 소와 말과 노비가 헤아릴 수 없었으나 늙도록 대를 이을 자식이 없었다. 그 나라의 법에 자식이 없으면 죽은 뒤에 재물은 모두 관(官)에 들어가게 되어 있으므로 여는 해ㆍ달ㆍ하늘ㆍ귀신ㆍ구자모(九子母:鬼子母神으로 자식을 만 명이나 갖고 있다 함)ㆍ산신ㆍ나무신에게 빌어 아들을 청하였으나 끝내 이루지 못하였다. 여는 생각하였다.
‘사람이 절박하면 산신과 나무신을 찾아 안 가는 곳이 없다. 그리하여 재보는 탕진[消索]되고 산업은 닦여지지 않고, 질병은 잇따르고 재앙은 꼬리를 물며, 노비(奴婢)는 죽고 가축들[六畜]은 번식하지 못하며, 모두 기형[妖孽]이 되고 귀신의 길잡이가 미혹하여 춤추어 난군(亂君)이 안에 거하니, 복이 있다더니 화만 거듭 닥치는가. 마치 장님이 독을 삼키고는 좋은 약이었다고 말하면서 병 낫기를 바라지만 독이 나타나 몸을 상하듯이, 나는 지금 살생을 하여 귀신에게 제사하였으니 지옥에 들어가야 마땅하거늘 하늘의 복[天祚]을 바라니 어찌 미혹된 일이 아니겠는가. 세상에는 부처님께서 계시어 지조가 높은 성인으로 신선의 이름을 얻었으며 이름은 아라한[應眞人]이라고 하는데, 그 진인은 맑고 깨끗하기가 유리구슬과 같다고 한다. 정진해서 생각에 두다가 그 분을 보고 그의 도를 받들면 오직 침묵을 지키어 욕심도 구함도 없는, 그것으로 낙을 삼으면 현세에서는 편안함을 얻다가 마침내는 천상에 난다고 한다.’
여는 ‘늘 해온 공양을 두고 부처님ㆍ삼보를 받들리라’ 생각하였다.
부처님을 받든 지 1년 만에 부인이 아들을 낳았다. 여는 부처님을 받들어서 원을 이루었다고 이름을 불대(佛大)라 하였다. 다시 부처님의 모든 제자와 비구승을 섬기기 시작한 지 해가 차지 않아서 또 어진 사내를 낳았는데, 이름을 승대(僧大)라 하였다.
여는 두 아들을 훈계하여 성도(聖道)로써 보여 주었다. 승대는 천성이 어질고 사랑스러운 인물로서 효심은 지극하고 부처님의 법과 계율을 외웠으며, 사문을 가까이하고 맑고 깨끗함으로 만족할 줄 알았으므로 어버이는 그의 뜻을 보고 유난히 사랑하였다.
아버지는 병이 들어서 병상에서 맏아들을 불러서 눈물을 흘리면서 경계하였다.
“생(生)에는 죽음이 있고 만물은 무상하다. 계를 지니면 편안하고 계를 범하면 위태로우니, 부처님의 계율을 지녀서 끝내 근심이 없어라.”
승대는 아직 어렸으나 어질고 효도하고 청백하였으므로 여는 그에게도 당부하였는데, 말을 마치자 갑자기 죽었다.
아우 승대는 아버지를 잃었으므로 돌아가 고할 데 없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는 여러 번 형에게 사문이 되겠다고 하였는데, 그 나라의 풍습에 아이들이 장가를 들고 싶으면 거짓말로 ‘사문이 되겠다’고 하면 그의 부모가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서 장가를 보냈다. 불대는 아우가 그러한 줄 알고 신부감을 찾았다.
나라에서 가장 어진 이의 집에 쾌견(快見)이라는 딸이 있었다. 얼굴빛이 환하고 단정하기가 짝이 드물며, 키와 몸집이 딱 알맞고 정결하고 효성스러워 마치 별들 가운데 달과 같았으므로 나라의 부인들이 모두 찬탄하였다.
신부가 당(堂)에 오르자 형은 손님들을 모았으며 구족(九族)이 기뻐하고 화락하지 않음이 없었다.
형이 여러 손님들 가운데서 아우에게 말했다.
“오늘 사문이 될 수 있느냐?”
승대가 대답하였다.
“형님은 나를 놓아주어 사문이 되게 하시오. 실로 나의 숙원입니다.”
형은 진실로 원하는 것을 살피지 못하고 농담으로 말하였다.
“네 뜻대로 해라.”
아우는 기뻐하면서 형에게 절하고 그날로 산에 들어갔는데, 나이 젊고 단정한 한 사문이 홀로 나무 밑에 있었다. 승대는 앞에 나아가서 합장하고 머리 조아려 절한 뒤에 물러서서 물었다.
“당신은 무슨 인연으로 사문이 되었습니까?”
그는 이미 아라한도를 얻어서 과거와 미래의 수없는 겁을 미리 알고서 승대에게 말했다.
“부처님의 경에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음탕함을 좋아함은 불로 몸은 태움 같으며,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서 가면 그 불꽃이 차차 물러나서 횃불을 놓지 않으면 불이 그의 손을 태우는 것 같으며, 까마귀가 고기를 물고 있으면 매와 새매가 다투어 쫓아서 까마귀가 고기를 놓지 않으면 해가 몸에 미치는 것과 같다. 음탕함이 이와 같아서 위태롭지 않음이 없다’고 하셨다. 이 때문에 나는 사문이 되었다.
또한 꿀이 묻은 날카로운 칼이 있는데 어린아이가 단 것을 탐하여 혀로써 핥다가 혀가 잘리는 환을 당한다. 음탕한 사람이 어리석은 마음을 쾌하다 하여 나중은 생각지 않다가 몸을 태우는 해가 있는 것이 마치 주린 개가 길가에서 마른 뼈다귀를 주워서 씹고 뜯고 하다가 입을 상하고 이를 망가뜨림과 같아서 스스로 상할 뿐 몸엔 무슨 이익이 있겠는가. 음탕한 사람은 이와 같아서 백천억 겁 동안 실오라기만한 복도 없으면서 3악도의 죄만 있다. 나는 이를 생각하여 사문이 되었다.
비유하면 나무에 꽃이나 과일이 무성하면 길가는 사람이 탐내어서 몽둥이와 돌을 던져 따므로 잠깐 사이에 꽃은 지고 과일은 떨어지며 가지와 잎은 꺾이고 손상되는 것과 같으니, 나무는 꽃과 과일 때문에 스스로 시듦과 상함을 부른다.
나비가 불빛을 탐하여 등(燈)에 날아들다가 타고 굽힘을 당하니, 어떻게 음탕할 수 있겠느냐. 미혹된 이는 선과 악을 분별하지 못하여 어진 이를 멀리하고 어리석은 이를 친하며 날로 어둠에 흘러 나아가서 나라를 망치고 무리를 멸하며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가나니, 악이 나타나 죄를 이루면 뉘우친들 어찌 미치겠는가. 부처님께서 그 요체를 보시고 거룩한 길을 열어 보이셨으니 나는 부처님의 은혜를 바라고 경과 계율을 보며 마음에 맑고 깨끗함을 지키니 홀로 근심이 없으며 세속을 돌아보고 곧 그름을 알았다. 나는 이 때문에 사문이 되었다.”
승대는 이것을 듣고 발밑에 절하고 꿇어앉아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참으로 높으신 성인이며, 모든 하늘 가운데서 높으십니다. 경으로 어리석음 멸하옵고 제 마음에 드시었으니, 세상의 흐림을 버리고 맑고 깨끗한 길을 밟으며 사문의 계를 받듦으로써 영화와 복으로 삼겠습니다.”
스승은 곧 허락하고 사문 중계를 주었다.
스승을 모신 지 두어 달이 되어 곧 스승께 여쭈었다.
“어떻게 하면 산간에서 고요히 참선하며 아라한도를 구하고 곧 환난을 멸할 수 있습니까?”
스승이 대답하였다.
“혼자 산중에 사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산택에 사는 이는 마땅히 별자리를 알아야 하고 절후를 분명히 알아야 하며, 항상 물과 불과 찐보리가루와 꿀을 준비해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도적이 물ㆍ불ㆍ찐보리가루ㆍ꿀을 구하여 밤중이나 어스름 새벽에 물으면 대답해야 하고, 도적이 요구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그의 뜻을 어기면 도적은 사람을 죽인다.”
승대가 대답하였다.
“예, 공경히 자비하신 가르침 받들겠습니다.”
명한 것을 갖추고 배우고는 산으로 들어갔다.
한편 그의 형은 생각하기를, ‘아우는 사문이 되었으니 끝내 아내를 두지 않으리라. 그의 아내 쾌견은 단정하기 짝이 없다’ 하고는 기뻐서 일어나 거문고를 잡고 쾌견을 향하여 음탕한 곡으로 자탄지가(姿彈之歌)를 탔다.
아름다운 울금(鬱金)
들밭에 났구나.
때 지나도 안 캐다가
아뿔사 버릴라
넝쿨 우거지니
빛깔 더욱 곱다.
나와 함께 즐기며
진실로 친해보세.
나이 한번 늙어지면
뉘라서 곱다 하리.
쾌견은 곧 형이 난행코자 함을 깨닫고 노래로써 대답했다.
높디높으신 우리 스승님
하늘과 사람 중에 높으신 이
문도들은 맑고 깨끗해
사문이라 이름하네.
진리를 찬탄하면 성인 되고
음탕하면 짐승의 무리
나 엄한 계율 받았으니
두 남편 섬기지 않으리.
끝내 음란함 내지 않는데
어찌 촌푼[寸分]인들 나아가랴.
불대는 애상[情悲]한 곡에 퇴폐적[委靡]인 가사를 불렀다.
마음먹었던 것 당신이기에
중매아비 들었지.
스승에게서 이름 묻고
좋은 때 점칠 때에
당신 아니 오면 어쩌나
가슴 졸였지.
이제 환한 얼굴 대하니
내 마음 즐거워
지금 서로 못 즐기고
어찌 그냥 허비하랴.
이 맹세 분명커늘
숙녀는 뭘 의심하오.
쾌견은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고 노래로 답하였다.
부처님 예의 베푸시어
위ㆍ아래 차례 있네.
제수란 곧 자식이요,
맏시숙은 아버지뻘.
부처님 계율 친히 받들어
날로 높이려오.
참다움은 성인의 무리요
음란은 바로 벌레[蟲鼠]인데
오, 시숙이여
어찌 그런 말씀을.
형의 마음은 미혹하여 쾌견을 탐내었고 그의 뜻은 더욱 심하여 변할 줄 몰랐다. 쾌견은 또 노래하였다.
사람이 세상을 삶에
두 가지는 멀리해야 하나니
불효와 음란이라
부처님 계율에 어긋나게 행하면
하늘과 현자(賢者)가
그를 남다르게 기록하리.
불대는 노래하였다.
당신의 얼굴빛
활짝 피니
하늘의 미녀인들
어찌 네 얼굴이랴.
내 마음 기뻐서
큰 산 넘어왔네.
쾌견은 생각하였다.
‘이 자가 나에게 패역하고 미친 마음으로 큰 어려움을 일으키려고 하니, 몸에 있는 더러운 분비물을 이야기하면 곧 물러서겠지.’
쾌견이 다시 말했다.
“그대가 내 몸을 탐하는데 몸에 무슨 좋은 것이 있습니까? 머리에 아홉 뼈가 합쳐서 머리뼈가 되었고, 그 속엔 뇌(腦)가 있으며 얼굴엔 일곱 구멍이 있어서 눈물ㆍ콧물을 내거늘, 가죽 속에 뼈 때문에 머리통을 탐합니까? 가죽과 살이 서로 싸고 몸뚱이엔 털ㆍ손톱ㆍ가죽ㆍ살ㆍ피ㆍ골수가 있고, 뱃속에는 심장ㆍ비장ㆍ신장ㆍ위장ㆍ기름ㆍ폐ㆍ똥ㆍ오줌ㆍ고름ㆍ피ㆍ한기ㆍ열기가 있으며, 발은 경골에, 경골은 비골에, 비골은 꽁무니에, 꽁무니는 허리에, 허리는 척추에, 척추는 갈비뼈에, 갈비뼈는 목뼈에, 목뼈는 머리뼈에, 팔은 팔꿈치에, 팔꿈치는 어깨에 잇달아서 있습니다. 나는 마치 꽃병 속에 오줌ㆍ똥을 채운 것과 같아서 밉기가 이와 같거늘 무엇이 탐스럽습니까? 대개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그 나쁜 점을 설명하면 마음에 곧 미워집니다.”
불대는 혼자 생각에 ‘이 여자가 남편을 생각하니 어찌 나를 허락하겠는가. 내가 아우를 죽이면 그녀는 곧 따를 것이다’ 하고 불대는 곧 발끈하여 다니면서 도적이 될 사람을 구하였는데, 한 경박한 사람들이 술집에 있는 것을 보고 나아가서 말했다.
“내 집에서 기른 종놈[六籍好子]이 도망쳐서 사문이 되어 지금 산속에 있는 것을 아느냐?”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압니다.”
불대는 곧 금ㆍ은을 내어 주었다.
“종놈을 죽여서 빨리 그의 머리와 저고리 및 가졌던 지팡이와 신었던 신을 갖고 오면 내가 다시 그대들에게 금ㆍ은을 후히 주겠다.”
도적들은 크게 기뻐하며 “내 발을 따르라”고 말하고는 곧 걸어서 산에 들어가 그의 아우의 처소에 이르러서 외쳤다.
“사문이여, 빨리 나오라.”
아우는 나와서 말했다.
“그대들은 무엇을 구하는가? 내게 물과 불과 먹을 찐보리가루와 꿀이 있으며 때는 이미 밤중이다.”
도적들은 말했다.
“물ㆍ불이나 찐보리가루나 꿀을 구하는 것이 아니며, 너에게 시간을 묻는 것도 아니다. 너의 머리를 얻어서 갖고 가려고 할 뿐이다.”
아우는 듣고 크게 겁내어 떨며 울면서 말했다.
“나는 장자도 제후의 아들도 아니다. 세속을 버리고 도를 위하며 세상과 더불어 다투지 않았다. 도를 배운 지가 얕아서 수다원[溝港]ㆍ사다함[頻來]ㆍ아나함[不還]ㆍ아라한[應眞]ㆍ6신통도 얻지 못하였거늘 나를 죽여서 무엇이 덕 되겠느냐?”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너의 머리를 위해 왔기 때문에 공연히 이러니저러니 하여 애걸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아우는 생각하였다.
‘이 도적들은 내가 부자였다고 듣고 내가 보물을 갖고 여기에 와 있는 줄로 여기는구나.’
도적들에게 말했다.
“보물을 얻고 싶은가? 나의 형이 집에 있으니 이름이 불대(佛大)다. 내가 글을 써서 보물을 그대들에게 주게 하리니 얻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얻으리라.”
도적들이 말했다.
“당신의 형이 우리를 시켜 당신을 죽여서 갖고 오라고 하였다.”
아우는 곧 ‘내가 오늘 죽는 것은 부인 때문이구나. 전에 스승이 나를 가르치시기를, 사람이 음행함은 횃불을 들고서 바람을 안고 가는 것과 같아서 일직 버리지 않으면 손을 태우는 것과 같으며, 또한 꿀을 바른 칼과 같으며, 매에게 쫓기는 까마귀와 같으며, 마른 뼈다귀를 가진 개와 같으며, 꽃과 과일이 무성한 나무와 같아서 색이란 몸에 해롭다고 하시더니 과연 스승의 가르침대로다’ 하고 도적들에게 애걸하였다.
“한 해만 더 살려주어 나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해다오. 나는 늘 여기에 있으니 그때 죽여도 늦지 않으리다.”
도적들은 말했다.
“지금 당신의 머리를 얻고자 하는데 한 해라니. 산에 사는 도인은 도를 많이 얻었을 터인데, 당신이 신족통을 행하여 훌쩍 떠날까 두렵소. 다시 여러 말 마시오. 머리를 갖고 가겠소.”
아우는 거듭 말했다.
“제발 죽이진 말고 먼저 내 넓적다리를 끊어 내 앞에 놓아주시오.”
도적들은 앞의 말대로 먼저 한쪽 넓적다리를 끊어서 그의 앞에 놓았다.
아우는 이런 아픔을 당하니 아프기가 말할 수 없었다. 하늘이 그곳에 내려와서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을 굳게 가져라. 너는 전생에 축생의 무리로서 사람들이 너를 도살하고 베어서 너의 고기를 판 것이 한 대[世]가 아니었으며, 지옥ㆍ아귀를 네가 다 겪었으니 고통 받은 것이 지금의 유가 아니었다.”
승대는 하늘에게 말했다.
“이 슬픈 말을 나의 스승께서 아시게 해주시오. 나는 스승에게서 나의 도를 보겠습니다. 죽고 삶이 어디에 있는지를.”
하늘은 곧 가서 스승에게 말했다.
“그대의 어진 제자를 어떤 사람이 죽이려 함에 울면서 애걸하여 스승을 보고자 하오.”
스승은 곧 날아서 제자의 처소에 이르러 경을 설하였다.
“하늘ㆍ땅ㆍ수미산도 오히려 무너지며 바다도 마르고 일곱 해도 부서진다. 천하에 바람이 있으니 이름이 유람(惟嵐)인데, 유람이 한번 불면 산이 서로 부딪치지만 이 바람도 없어지거늘, 하물며 너의 작은 몸뚱이야 어찌 수에나 들겠느냐. 다만 부처님을 생각하라. 부처님께서는 항상 무상을 말씀하시되 성하면 반드시 쇠하고 만남엔 이별이 있으며 영화로운 자리는 보전키 어렵다고 하셨는데 몸 또한 이와 같으니라.”
승대는 곧 수다원도[溝港道]를 얻었고, 다시 넓적다리를 끊음에 거듭 스승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사다함도[頻來道]를 얻었으며, 도적이 왼쪽 손을 끊자 다시 스승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아나함도[頻來道]를 얻었으며, 도적이 오른손을 끊자 다시 스승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아라한도[應眞道]를 얻어서 곧 세 가지 나쁜 갈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나고 죽음을 자재하여 다시는 겁낼 것이 없었다.
승대는 말하였다.
“나무껍질을 가져 오라.”
도적은 곧 나무껍질을 가져다가 승대에게 주니, 곧 가지로 붓을 만들고 스스로 몸을 찔러 피를 내어서 나무껍질에 글을 썼다.
“형님은 기거하심이 언제나 편안하고 좋으십니까? 부모님이 계실 적에 나를 형에게 부탁[累兄]하셨는데 형은 그대로 받들지 않아서 어버이의 가르침을 어기어 폐하였으니 여자 때문에 형제[骨肉]를 해쳤습니다. 어버이의 자랑스런 가르침을 어기어 불효가 되었고, 사람의 목숨을 죽여서 어질지 못함[不仁]이 되었습니다. 한 마리 짐승을 죽여도 그 죄가 적지 않는데 더구나 아라한을 죽임이겠습니까. 내가 중지(中止)한 것이 아니라 형이 스스로 부른 것입니다. 이제 나는 형체가 있어 죽일 수 있지만 선서(善逝)는 적막하여 해치려 해도 노력만 허비할 것입니다. 원컨대 참된 도를 숭상하소서.”
그리고는 목을 두 자나 늘이고 도적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내 머리를 끊어라. 진흙덩이처럼 생각되고 두려운 생각이 없노라. 나는 다만 너희들이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 두렵다.”
도적들은 머리를 끊고는 웃옷과 지팡이와 신과 발우를 가지고 형의 처소에 이르러서 옷ㆍ지팡이ㆍ신발ㆍ발우를 형에게 주었으며, 형은 금ㆍ은으로써 도적들에게 후하게 사례하였다.
형은 아우의 머리를 취하여 사람 모양을 만들었다. 머리는 위에 놓고 옷을 입혔으며, 신이랑 지팡이는 그 옆에 놓았다. 그리고는 쾌견에게 말했다.
“당신의 남편이 돌아왔으니 문안하시오.”
쾌견은 크게 기뻐하여 그의 집으로 달려가서 보니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도(道)를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하고 감히 부르지 못하였다. 좋은 음식을 갖추어 장만하고는 도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려서 밥을 올리리라 생각하였는데, 한낮이 되어도 깨지 않자 아내는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해가 벌써 한낮이온데 때가 지날까 걱정입니다.”
대답이 없자 이상히 여겨 옷을 붙들고 일으키자 머리는 땅에 떨어지고 몸뚱이는 다 뿔뿔이 흩어졌다. 아내는 몹시 두려워하며 몸부림치며 부르짖었다.
“그대는 필경 나 때문에 해를 입었구려.”
섧고 분하여 하늘을 부르짖다가 심장과 간이 찢어져서 쓰러져 피를 토하고 갑자기 죽었다. 계행은 맑고 깨끗해 더럽히기 어렵기가 허공 같았으며, 마음에 거룩한 법 심어 움직이기 어렵기가 땅덩어리 같았으며, 행은 곧고 깨끗하고 높아서 헤아리기 어렵기가 하늘같았다.
임종할 때에 모든 하늘이 한탄하였다.
사는 바를 편안히 하여서
그 영혼을 맞아 도리천에 두니
잠깐 동안의 음란을 참아
천상의 다함없는 복 얻었네.
형은 부인이 어찌 되었나를 보려고 신 모신 방[神室]에 들어갔다. 동생의 머리와 몸뚱이는 어지럽게 흩어졌는데 그의 부인은 피를 토하고 한 쪽에 죽어 있었다. 형은 동생 부부의 시체가 이러함을 보고 부르짖었다.
“아아, 나는 하늘을 거슬렀구나. 행동이 혹독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도다.”
형은 곧 도적들에게 가서 물었다.
“내 동생이 죽을 때에 남긴 말이 있더냐?”
도적들이 대답하였다.
“편지가 있소.”
그리고는 글을 보여주었다.
말씨가 간절하고 측은하여 다 읽자 다섯 감관[五內]이 막히고 눈물이 교차하였다.
“나는 어버이가 임종하실 때의 자비하신 가르침을 어기고 형제를 해치고 또 아라한을 죽였구나.”
감정이 북받쳐 죽었으며,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갔다.
왕과 신하 및 백성들이 그 일을 듣고 눈물을 뿌리고 목메어 하였으며, 그의 맑은 덕을 찬탄하여 그 동생을 장사지냈고 4배(輩)들은 탑을 세웠으며, 하늘과 용과 귀신들은 슬퍼하며 공중을 막고 꽃을 흩고 향을 태우며 마음 아파하였다.
그의 아내 쾌견도 사람들이 장사해 주고 온 슬픔이 나라에 떠들썩하였으며, 모든 하늘은 찬탄하였다.
정진해서 도를 얻고
5계를 헐지 않아
곧 천상에 났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어
불효하고 성인을 해치다가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서
타고 삶기는 괴로움
그 횟수 헤아리기 어렵네.
부처님께서 큰 모든 제자들에게 말씀하시니 그 후로는 서로 격려하여 애욕 없애기를 숭상하였다.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제자들은 기뻐서 절하고 물러갔다.
『불설불대승대경』 1권(ABC, K0843 v20, p.1185a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