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상처 입고도
사랑을 꿈꾸네‘
1.
이리와라
우리 가까이 앉아
무르팍 닳을만큼 마주 앉아
보기만해도 기쁘게
이야기 나누자
할말 없으면
손이라도 잡고 쓰다듬어보자
젊은 너는 할일 많고
갈곳 많고
외로울 일 없지만
나는 자꾸 허기가 진다
사랑을 품고 있어도
자꾸 사랑을 구하게 되네
2.
새벽이 아직 멀었는데
너무 일찍 잠에서 깼다
아니다
너무 늦도록 잠을 못자고 있다
낮에 스쳐간 사람
멀리 떨어져 못보는 사람
이것 저것 맘에 안든다
툴툴거리며 얼굴 피한 사람
내가 말이 너무 없었다
길게 못해도 한마디라도 해야 했다
잘지내지? 행복해라!
그 말 낮에는 못하고 밤에 여러번 한다
사랑이 떠나간다
바람 소리가 우는 소리 같다
사랑이 없는 사람아!
나무라면서
3.
치통으로 끙끙 앓던 날
옆 사람은 잠이 들고
혼자 밤을 새우며 고생한다
꼭 그때처럼 종종 우리는
너무 서운하게 무심히 산다
이번에는 네가 치통으로 밤을 세워도
나도 졸음을 못참고 잠든다
복수도 아니고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사랑이 거기까지 깊지는 못하다
뚝배기같이 쉽게 뜨겁지 못해도
오래 따뜻했으면 싶은데
바램과 성품은 따로 논다
대접 받고싶은대로 대접하랬는데
사랑을 받기 원하면서도
그만큼 사랑을 하지 못하네
4.
혼자 냉장고를 뒤적여
두어가지 반찬을 꺼내고
햇반하나 데워 밥을 먹는다
지금은 옆 사람이 탈이 나서
이렇게 홀로 먹지만
어느 날부터는
날마다 삼시세끼를 그러겠지?
혼자 주섬 차리고
혼자 몇번을 떠먹고
혼자 상을 치우고…
사랑이 아무리 위대해도
혼자서는 모양도 안나고
할 수가 없는 허전한 일이다
하다못해 네발 달린 냥이나 멍이라도
앞에 앉혀놓아야 가능한
둘 이상 주고받는 놀이다
사랑은 혼자 못한다
혼자는 사랑도 추워서 죽는다
5.
뭐가 필요하면 쪼르르 와서
손을 내밀면 그 손에 쥐어 보낸다
어디가 아프면 기대고 쓰러져
안아플 때까지 돌봄을 받는다
시도 없이 털어주고 빈손이 되어도
돌보다 고단해 온몸이 뻐근해도
능숙한 거짓말쟁이처럼 말한다
괜찮아! 또 있으니까!
이 정도쯤이야 튼튼하니 문제없어!
사랑은 허풍도 웃으며 치고
바닥나 궁핍해도 뿌듯하다 느낀다
내리 사랑은 그렇게 밑지는 사랑이다
받는 사랑은 필요한 게 없으면 잊고 지내고
건강하면 콧배기도 안보이기도 한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을까?
퍼주다 보면 내리사랑도 외롭고
바닥나고 약해져 사랑을 기다리는데
너무 큰소리치는 거 아니다
주는 사랑도 늙으면 자주 배고프다
6.
그래 그래, 그 맘 알지!
펑펑 울어대는 며느리 달래다
속으로 사랑은 참 고약타 싶다
시부모 살아 생전 치매로 죽을 고생할 때는
하루도 길고 일년은 못 넘긴다
하소연 한숨을 길게 해대더니
치매 어른 막상 세상을 이별하고 떠나니
서러움이 사랑쓰나미처럼 몰려오나보다
애틋한 마음은 찌들린 고생에 묻히고
사랑이 어디 들어올 틈새도 없어 보이더니
그 세월의 아래 깊은 강에는
사랑이 흐르고 있었나 보다
둘 다 서로 모르고
둘 다 서로 징글맞다더니
한쪽이 떠나니 숨도 못쉬겠단다
그런 게 사랑의 공기일까?
봄과 가을의 도랑을 두고
영원히 못만나는 겨울과 여름처럼
사랑은 그런 걸까?
있을 때는 태평해서 못하고
없으면 없어서 못하는 얄궂은 속성
카페 게시글
나눔………자작글나눔방
사랑에 상처입고도 사랑을 꿈꾸네
희망으로2
추천 0
조회 38
23.11.30 06:15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