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여기에 온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일 것입니다. 흔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노래도 하지만 사람의 생명이란 것이 그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우리 모두 믿고 있습니다. 설령 그렇게 생각하기 힘들어도 그렇게 믿고 살려고 합니다. 특히 종교를 가지고 있다면 결코 허튼 생명일 수 없다고 확신합니다. 물론 사람은 다른 일반 동물들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그래서 일반 짐승이 죽는 것과 사람이 죽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죽은 사람조차 우리는 소홀히 다루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초라할지언정 최대한의 예의를 지키며 보내려고 합니다. 혹시 사고로 생명을 다치게 해도 다른 동물과 사람은 그 보상에 있어서 다릅니다.
한가한 농촌 들판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이, 그런데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놀랍니다. 나이든 부부가 아들로 키웁니다. 네가 이 땅에 온 이유가 있을 거야, 그렇게 믿고 키웠습니다. 그래서 때가 되어 집을 떠나 도시로 나가려는 것을 막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런 날이 오리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서운함을 피할 수는 없지요.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남모르게 사람들을 도우려 합니다. 세상에는 하루에도 사고들이 터지니 말입니다. 신입기자로 취업을 하였지만 그다지 관심을 두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기야 모두들 자기 일에 바쁜데 신경 쓸 시간도 없습니다. 그래도 서로 부대끼며 살아야 합니다.
동료이며 선배인 기자와 가까이 하며 일을 배우려 하는데 워낙 바빠서 쫓아다니기 힘듭니다. 어느 날 위기에 처합니다. 고층빌딩 옥상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이동하려는데 사고가 터집니다. 결국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바로 그 기자 ‘로이스’가 그리고 헬리콥터까지. 바로 그 상황을 ‘클라크’가 발견하고 드디어 슈퍼맨으로 등장하여 구출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놀라고 기뻐하지요. 커다란 뉴스가 되어 보도됩니다. 도대체 누구인가? 정체가 무엇인가? 궁금한 것이 많습니다. 또한 그야말로 톱기사 감입니다. 뭐라 이름을 붙일까? 누가 이 사건을 담당해야 하나? 클라크와 로이스는 사무실 동료이지만 이렇게 사고를 당하며 더욱 가깝게 느껴집니다. 물론 로이스는 슈퍼맨을 마음에 담고 있지만 말입니다.
클라크는 세상에 나오기 전 자신의 근본을 알게 됩니다. 어디서 어떻게 왜 왔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초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그 사실은 세상을 뒤집어서라도 자기 배를 채우려는 악당에게도 노출됩니다. ‘렉스’는 자기 사업(?)에 이 슈퍼맨이 방해가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일단 이 슈퍼맨을 제거해야 합니다. 사건을 만들어 자기 소굴로 끌어들인 후 그의 약점을 이용하여 붙잡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핵폭탄 실험을 훼방하여 자기 목적에 사용하려는 작전을 수행하러 나갑니다. 그러나 그 폭탄이 폭발하는 곳이 바로 옆에서 돕는 ‘이브’의 어머니 거주지입니다. 이브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도 무시하고 나가버리자 이브의 마음도 바뀝니다. 슈퍼맨을 돕게 되지요.
지구라는 땅덩이는 제한되어 있는데 인구는 늘어간다면 거주지 쟁탈전이 일어날 것입니다. 자연 땅값이 뛰겠지요. 갈수록 땅장사가 이득을 볼지도 모릅니다. 렉스는 그것을 노렸습니다. 아주 값싸게 구입한 땅을 아주 비싸게 되팔면 그 이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싸구려 땅을 어떻게 값비싼 땅으로 바꾸느냐가 숙제입니다. 그래서 착안 것이 기발합니다. 캘리포니아 서해안 지구를 바다에 묻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뒤에 싸구려 사막이 아주 비싼 땅으로 둔갑하게 됩니다. 이 일을 위해 핵실험하는 그 핵탄두의 방향을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자기가 목적하는 곳에 투하되어 지층의 변화를 일으킵니다. 기존의 서해안 땅을 바다에 묻어버리는 것입니다. 이 미친 사람 자기 하나 배 채우려 몇 백만의 생명은 눈에도 없습니다.
이제 문제가 생깁니다. 폭탄 하나는 막았지만 다른 하나는 막지 못합니다. 결국 폭발하여 대지진이 발생합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됩니다. 그런데 출장 중인 로이스가 광야 길을 달리다 이 지진을 당합니다. 슈퍼맨이 달려왔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죽은 로이스를 껴안고 부르짖습니다. 왜? 그리고 한 일이 무엇인가요? 우리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글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역사 속에 일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시간은 우리 능력 밖의 대상이 아닌가요? 이전에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도 나오고 그래서 ‘백 투 더 퓨처’라는 영화도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공상과학영화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합니다. 로이스가 살아있던 시간으로 돌리는 일이 가능합니까?
클라크를 저 먼 ‘크립톤’ 행성에서 떠나보내며 그 아버지는 유언처럼 남긴 말이 있습니다. 인간을 도와주되 그 역사에는 간섭하지 마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사는 시간이 만듭니다. 역사를 관여한다는 것은 곧 시간을 지배하려는 것입니다. 어쩌면 모든 생명체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주질서가 망가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려 그 질서까지 건드리는 일을 감행하다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에 보았는데 다시 보니 새롭습니다. 영화 ‘슈퍼맨’(Superman)을 보았습니다. 1978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