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학교/중국고대철학/철학과/2017101236/김지수
나는 사람이 생각보다 쉽게 맹목적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사실 맹목적이지 않는 경우가 더 찾기 어렵고 힘들지 않을까. 우리가 세상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는 부분에 대한 것이고, 무언가를 옳다고 생각할 때에도 진정으로 옳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기 보다는 우리가 옳다고 믿고 있는 것에 대한 생각이 된다.
사실 세상의 진짜 모습이 그대로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는 한, 옳은 것이 그 자체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한 우리는 어느정도 맹목적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종종 맹목적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 때가 있는 것 같다.
동양철학에도 그런 면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동양철학은 그동안 계속 '무엇이 옳은가'를 가장 중요하게 고민하는 것 같았고, 그걸 어떻게 설명하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낼 수 있을까 하는 것 처럼 보였다.
이것에 대한 설명으로 어떨 땐 '내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고 어떤 경우엔 '자연에서 배울 수 있음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천명'이 탄생했는데, 이 천명이 비효율을 만들거나, 어쩌면 조금 불합리한 상황과 강제성을 만드는 순간에서도 '그게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이니까' 천명을 따라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내겐 맹목적으로 보였다. 어떤 경우엔 천명이 옳고 그름을 설명하고 있기 보다는 오히려 정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천명의 기준이 아니라면 옳을수도 있는 일, 그렇지 않을수도 있는 일이 천명에 의해 옳고 그른 일이 된 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기존의 옳고 그른 것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게 아니라 정의하기 위한 개념 처럼 쓰였던 것 같아서 나는 천명에 대한 생각이 조금 맹목적으로 보였다.
이런 맹목성은 요즘에도 유효한 것 같다.
지금은 그 때의 철학과 시기적으로 멀리 떨어져서 그 철학을들 보기 때문에 그 철학이 어디로 가는지, 그 뒤로 어떤 이야기가 생기고 비판이 오고 가는 지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때 해왔던 실수들을 지금에 와서는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때 거쳐왔던 실수들이 약간 내용만 바뀐채로 오늘날에도 다시 반복되고 있는 것 같다.
철학사조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 대중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 같다.
예전엔 옳고 그름을 설명하기 위해 '천명'을 사용했고, 결국 '천명'이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모양세가 되었다면 요즘날에는 개념이나 단어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내가 옳다고 믿는 단어, 개념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내가 옳지 않다고 믿는 단어, 개념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 도덕적 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합법성을 따르면 나는 더 옳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정의로움을 따르면 나는 더 옳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공평을 역설하면 나는 옳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식이다.
예전엔 '천명'이 옳고 싶은 우리의 욕망이 쫓아가고 있는 대상이었다면 요즘엔 '개념'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특히 '도덕적으로 옳아보이는 개념'이 '천명'의 자리에 있는 것 같다.
무언가가 옳은가 그른가 판단할 때 그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기보다 내가 알고 있는 개념 위에 올리고, 단어 위에 올리고 판단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것이 판단 기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심지어는 이것이 옳고 그름을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이 된 것 같다.
이게 이 단어에 부합하다면 잘못이 맞을텐데... 하는 식이다.
첫댓글 동양철학은 천명에서 보이는 맹목적인 면이 있고, 서양철학은 그에 해당하는 개념을 중요시한다고 하는 생각은 철학이 모두 맹목적이거나, 개념적이어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처럼 들립니다. 천명이 곧 우리의 본성이고,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는 대상사물에 적용된다고 하는 것은 인간학적 순환이라고 할 수는 있지만, 맹목적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맹목적이라고 하는 것은 눈을 감고서 뒤따르는 것을 말합니다.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하지 않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요. 천명은 하늘이 내신 명령이자 법칙이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가지고 있는지는 선대의 경험과 오늘날의 비판을 통해서 확정되고, 수정되는 것이므로 맹목적이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개념이라고 하는 것은 인간이 자기 인식을 대상 사물에 반영한 것입니다만, 그것이 자의적이지는 않고 보편적으로 검증되어야 하는 만큼 맹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철학적 개념에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