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10일(목)에 집 사람하고 1박 2일 가을 여행한다고 차를 몰고 나섰습니다. 제가 2007년에 직장 은퇴하고 관광통역사 자격증을 딴 뒤에 별로 일도 없고 한 때에 국민대에서 "숲해설사" 자격 공부하면서 숲에 대해 새삼스럽게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고 쬐금씩 눈이 떠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숲 중에 "피톤치드"라는 화학적 물질을 내뿜는 편백나무나 침엽수에 대해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편백나무가 가장 효과가 크며 그걸 속칭 숲치유라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임상실험이 된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 치료는 물론 피부 기타 암환자들까지 들어오는 상황입니다.(환자들의 장기투숙으로 인해 이곳 민박이나 펜숀, 여관 등의 숙박비가 상당히 높음)
장성의 축령산 숲(경기도 축령산 아님) 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편백나무 숲을 이루고 있고(삼나무도 약 20-30%) 그 치유효과가 인정되고 있습니다. 이 숲은 임종국 선생이라는 분이 1956년부터 1976년 간 조성한 숲이고 2002에 삼림청에서 사유지를 매입한 것입니다.(임종국 선생이 돌아가신 후 山主가 관리할 의사가 없어서 산림청이 매입. 이런 분이 진짜 애국자입니다. 허구헌 날 툭하면 국민 팔아먹고 시민 팔아먹는 자들이 애국자들이 아닙니다. )
늦게 도착한 관계로 서둘러 나왔는데 홍길동 생가가 그렇게 가깝게 있는 줄 몰랐습니다. 이정표에 차로 한 5분 만 가면 되는 곳이었습니다. 해가 막 넘어가는 시간에 부랴부랴 가 보았습니다. 지자체에서 잘 해놓았더군요. 지금도 계속 공사 중인 곳도 있구요. 새삼스럽게 자료를 뒤지다 보니 10여년 전에 산 큰 지도에 '홍길동' 생가라고 적힌 곳이 있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최근의 발굴은 아니고 그 당시 별로 인정을 받지 못해 이름을 날리지 못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테마 공원이더군요. 여러가지 시설을 갖추고 종합적으로 개발한 곳이었습니다. 제일 전면에는 장성 출신으로 조선 중기 중종, 인종, 명종 시대의 학자이며 장,차관을 지낸 박수량 선생의 기념관이나 시설물이 보이고 그 뒤에 다른 고택을 복원하고 어린이 놀이 공원 등이 있고 뒤 쪽 에 홍길동 생가와 발굴지라고 주장하는 장소가 있었습니다. 홍길동 생가는 일자 형의 대갓집이라 보통의 대갓집과는 다른 형태여서 조금 기이한 느낌이었습니다. 하여간 그곳이 사실적으로 홍길동의 생가인지는 알 수 없는데 이몽룡의 생가도 그렇고 현실성이 더 떨어지는(홍길동 같은 의적의 활동이 비슷하게라도 조선왕조실록이나 다른 기록에도 나와야 하는데 소생은 알 수가 없음. 임꺽정 같이 확실하지는 못해도 뭔가는 .....) 느낌이었습니다. 너무 늦은 시간에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제대로 나왔는 지 확인 해봐야 여기에 올릴 수 있겠습니다.
늦어서 장성에서 자고(역시 전라도라 모텔 근처의 식당에서 회비빔밥을 먹었는데 맛이 따봉. 모텔도 새로 단장해서 끝내줬음.) 아침에 함양으로 향했습니다. 함양에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上林"이라는 숲이 있습니다. 큰 개천 따라 조성된 숲인데 이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최초 '인공造林地'로서 신라시대 진성여왕 대인 887년 - 897년 10년간 이 곳 군수로 와 있었던 최치원 선생이 하도 개천이 범람해서 상습피해지역이라 이를 막고자 뚝을 쌓고 나무를 심어 조성한 숲입니다. 정말 깔끔하고 긴 개천 옆의 숲은 짙은 참나무 향과 숲의 독특한 향으로 마음과 몸이 날아가는 듯 했고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물씬 솟아나는 듯 했습니다. 의외로(??1!) 깔끔한 함양의 상림에 매료되었고 그 옆에는 아주 큰 연 밭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기분 튿어지는 가을의 하루였습니다.
이곳에서 다시 해인사로 방향을 잡았는데 남부의 깊어가는 가을 정취는 북부와 또 다른 분위기와 냄새를 풍겨주었고 1965년 고등학교 2학년 때 우리가 수학여행 간 이후 46년 만에 찾아가는 해인사는 가을비가 추적거리며 내려도 즐거웠습니다. 그때는 해인사 바로 앞에까지 여관이나 식당이 있었다고 했는데 올라가면서 보니 전혀 기억이 안나더군요. 그런 시설은 지저분해서 다 아래로 쫒아낸지가 오래되었답니다. 가는 길에 보니 양구의 펀치볼 같이 온통 큰 산으로 둘러쌓인 마을도 보이고 이파리 하나없이 빨갛게 익은 감이나 사과를 보는 기분도 썩 괜찮았습니다. 관광통역사를 하면서 유난히 관심을 보였던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팔만대장경을 새삼스럽게 가까이 보고 싶었는데 금지된 곳이라 창살 틈으로 들여다 보는 것이 다였습니다. 그래도 자랑스러웠습니다. 서울 올라오는 길이 많이 막혀서 좀 고생스럽긴 했지만 숲과 해인사 또 덤으로 홍길동 생가를 보고오니 아주 아주 즐거운 수학여행이었습니다. 그 과정을 돌면서 보니 봄에도 상당히 예쁘고(벚꽃이 엄청날 것 같음) 화사해서 내년 봄에 우리 친구들의 출동을 한 번 고려해봄이 어떨지 생각하여 건의 하는 바입니다.
**** 사진은 필름 카메라여서 CD로 전환한 후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