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는 시장이 한창이다.
말린 강냉이와 말린 떡살 튀겨주는 뻥튀기장사 앞에서는 어린 날을 떠올리며 구경하다가
구수한 냄새만 너 댓 줌 마신 후 지나치고,
갓난아이에서부터 남녀 어른 것까지 속옷만 한 가득 늘어놓고는 막상 팔 심산도 없이
멍하니 앉아있는 육덕 좋은 속옷장사 아줌마도 지나치고,
분칠 곱게 하고 하루 종일 먼지떨이를 휘둘러대며,
파는 옷 중에 기중 낫다 싶은 옷으로걸치고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으로 나선
옷 장사 아줌마도 지나치고,
어느 틈에 키워 내놓았는지 한 소쿠리씩 그득그득 담아놓아 언뜻 보기에
커다란 꽃다발 같은 노란 참외를 파는 과일장사에게서는 딸기를 조금 사고,
쉰 다 되어 보이는 나이에도 귀걸이를 하고 늘 종종 뛰어다니며 흥에 겨워하는
야채장사 아저씨네서는 살 게 많다.
시금치 한 바구니에 삼천 원,- 아이고! 덤을 바구니에 있는 것만큼이나 많이 주네.
데쳐서 나물로 조물조물 무쳐먹기도 하고 꼭 짜서 냉동실에 한 덩이씩 넣어두고 된장국을
끓이면 그만이겠지- 고구마 한 바구니에 삼천 원,- 삶아주거나 구워주면 좋은 간식거리겠지-
우엉 한 단에 삼천 원,- 애들이 우엉조림을 좋아하는데 아직 내가 만들어준 적이 없어서
아마도 힘들여 요리하고 나면 보람이 생기게 먹을 거야- 크지도 싱싱하지도 않은 배추는
한 포기에 삼천 원을 달라고 해서 사기를 작파하고 알타리무 한 단에 이천 원이라는데
총각김치로 대신하자고 궁리하며 한 단.
총각김치는 아직 담가보지 못했는데 할 수 있을지 몰라.
요리책 뒤적이거나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면 어떻게 되겠지 뭐.
안 되어도 그만이고,
쯧.
늘 무덤덤하고 투덜대는 듯한 말투의 아저씨에 비해 살갑고 바지런하게 구는 아줌마네가
누구 복으로 사는지를 저울에 달아보면 아줌마가 손해로 쳐도 엄청 손해겠다 싶은 어물전에서는
생물 삼치 세 마리- 그릴에서 삼삼하고 노릇노릇하게 한 쪽씩 구워 생선소스를 끼얹어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겠지-, 그리고 낙지 네 마리 짜리 한 접시,- 싼 맛에 오징어볶음만 해줬더니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 두 번이라고, 먹는 모양새가 시큰둥해지는 것 같으니 큰마음 먹고
이번에는 낙지볶음을 해보자- 바지락도 사다가 미역국에 넣으면 시원하기가 그만인데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면 낭비다 싶어 그만두고.
붕어빵장사를 지나오면서 천 원어치만 살까 말까 망설이다 든 짐이 너무 무거워
다음을 기약하며 지나치고.
첫댓글총각김치 담그는 법 : 알타리무를 물에 넣고 박박 문질러 씻는다. 물기 뺀다. 양념넣고 비빈다. (맛 없으면) 다시 비빈다. (싱거우면) 젓국넣고 다시 비빈다. (간간하면) 고추가루 넣고 다시 비빈다. (그래도 맛이 요상하면) 총각김치는 원래 이런거려니 하고 대충 넘어간다. 맛이 있으면 내가 먹고 맛 없으면 접대용으로 .
첫댓글 총각김치 담그는 법 : 알타리무를 물에 넣고 박박 문질러 씻는다. 물기 뺀다. 양념넣고 비빈다. (맛 없으면) 다시 비빈다. (싱거우면) 젓국넣고 다시 비빈다. (간간하면) 고추가루 넣고 다시 비빈다. (그래도 맛이 요상하면) 총각김치는 원래 이런거려니 하고 대충 넘어간다. 맛이 있으면 내가 먹고 맛 없으면 접대용으로 .
그런 다음 "사진"찍어서 자료실에 올려놓으면 "덴장"과 함께 절대품귀현상을 보이는 이상한 음식이 된다.
총각김치 이미 담갔다지요. 국물 자작한 게 보기만해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지요. 이렇게 맛있을줄 알았으면 두어 단 더 살걸 하며 후회된다지요. 먹고싶어 약으르지요? 메롱이지요!
야...동작도 빠르시네요. 9시에 글 올리고 언제 총각김치를 담갔지...신출귀몰...
이 글은 3월 11일 설악 장날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을 회상하며 쓰는 겁니다. 그래서 제목이 '하루 해'입니다.
괜한 짓을 시작했습니다. 부담스러워 잠을 설칩니다. 펭귄님의 계략에 놀아난 꼴입니다. 주제도 모르고 연재는 무신.....
하루에 하나만 올려요. 아까운데 한꺼번에 읽기가.
정신머리가 흐려서 얼른 붙잡아놓지 않으면 다 흩어져요. 하드 용량이 달리거든요. 세상은 참 공평하기도 하지요. 용량이 달리니까 집요로라도 살잖아요. 참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