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 "어떤 걸 고르겠느냐?"... 촌장 "예, 개두릅이옵니다" |
[산나물을 찾아서 5] 땅두릅, 참두릅, 개두릅 3미 3향 3감 대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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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kgh17)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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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 빠질세라 다듬지 않고 바로 데쳤습니다. 왼쪽이 보통 두릅이라 하는 참두릅이고 오른쪽은 개두릅-엄나무싹입니다. 마침 비도 오고 하니 잘 자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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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연초록 물감으로 뒤덮인 산하가 부른다
만화방석(滿花方席)이던 화려한 꽃 거개가 지고 푸른 녹음이 천지를 기분 좋게 가리고 있다. 신록이 우거지니 이제 달포 녹음방초(綠陰芳草), 만화방창(萬化方暢) 시절이라 지화자 좋다.
높은 데서 숲을 내려보니, 조물주가 아무도 모르게 '사알 살' 날마다 수채화 물감을 옅게 풀어 욕심 부리지 않고 덧칠을 하니 볼 때마다 새롭다. 물먹은 가지는 낭창낭창 휘어지며 제 몸을 불린다. 도시에 갇힌 사람들 마음만 벌써 천방지방 지방천방 들뜨니 부화뇌동(附和雷同) 끝과 시작은 어드메요?
실바람에도 샛노란 소나무꽃가루 천지를 뒤흔들어 흩뿌려놓으니 우리 몸은 날아갈 듯 가볍다. 울긋불긋 옷 차려입고 산들바람에 콧노래를 부르며 산모롱이 비집고 들어가면 제비초리만한 자잘한 나뭇잎이 반가이 맞이한다. 상춘곡(賞春曲) 골짜기마다 울려 퍼지매 '흠흠흠' 봄을 들이키고 향을 마시는구나.
오늘은 결코 다래순, 홑잎, 고춧잎, 뽕잎, 오갈피싹, 옻순엔 한눈을 팔지 말자. 어젯밤 꿈자리가 좋았더라도 밑바닥 산삼뿌리 만나기 쉽지 않으니 거창한 몽상일랑 버리고 애오라지 한가지에만 매진하자.
진달래보다 며칠 이른 땅두릅 땅 속에서 고개 내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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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활이라고 하는 땅두릅이 열흘 전 추위를 뚫고 예쁘게 올라오고 있던 모습입니다. 올해 개수를 많이 늘려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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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오매, 바야흐로 시방 갈대처럼 크고 두꺼워 자지러지게 말라비틀어진 줄기 아래엔 흰솜털을 덧칠하고는 발갛고 연한 싹이 손짓을 한다. 빨간 점박이는 이름하여 독활(獨活)이다. 진달래꽃보다 며칠 이르게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이 싹을 우린 '땅두릅'이라고도 한다.
한 자리에서 예닐곱 개가 넘는 나무도 아닌 두릅이 지표면보다 약간 위에 서서 칼로 도려내 주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어떤 맛일까? 오살나게 두꺼워 그냥 먹기가 꺼림칙하다. 두 쪽으로 나눠볼까.
부글부글 끓는 물에 굵은 소금 던져놓고, 한 번 더 바글바글 끓으면 후딱 건져 겉과 속이 매한가지로 설컹설컹한 느낌에서 멈추도록 찬물에 헹궈버리는 거야. 흠흠 코를 벌름거리지 않아도 조건반사인가. 제 알아서 향기를 빨아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우린 벌써 후각으로 한번 먹었다. "초고추장 어딨어?" 괜스레 정갈한 향기에 초를 칠지 모르니 그냥 시골집에서 담근 맨 찰고추장에 찍어볼까? 자 그럼, 한 입 "쏙∼" '뭐야 왜 이리 부드러워. 씹을 일도 없잖아.'
'안 되겠어. 볼품없이 이 좋은 걸 그냥 먹는다는 건 봄나물 산나물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 집으로 가져와 제대로 된 나물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막걸리도 어떤 향도 첨가하지 않은 누룩 맛이 약간 도는 누리끼리한 것 한 되 받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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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두릅 이렇게 맛나게 만들 수 있답니다. 데쳐서 양념하면 되는데 왼쪽은 평상시 먹는 모양이고 오른쪽은 장수 처가에서 제사 때 먹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소개된 다른 두릅도 양이 남거든 이렇게 무쳐서 드시면 그 맛이 대단한데 양념을 최소로 줄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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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아내는 서방님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풋풋한 정을 밥상에 올릴 만반의 준비를 마쳤겠지. 아, 잠깐. 만반의 준비랬자 물만 올려놓고 마늘 두 쪽 꺼내놓는 거다. 담배 한대 참은 상대가 장만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마음 준비하기 위한 시간이다. 더 시간이 길어지면 혼자서 잔칫상 차리듯 괜한 궁상을 떨며 차린 것 없이 명절증후군증상을 보일지도 모르잖은가.
5분 후 도착한 집엔 물이 끓고 있었다. 한 뼘 가까이 되는 땅두릅 예닐곱 개를 칼로 반쪽으로 나눴다. 티끌만 털어내고 물에 잠기게 불을 다시 높여 팔팔 끓였다. 3분 여 지나 건져 물기가 쪽 빠지며 김이 날아가도록 엉기지 않게 한다.
그 사이 마늘을 찧고 깨소금 꺼내놓고 고춧가루와 참기름 대령이다. 옆지기도 이젠 내 눈빛만 봐도 간장을 내야 할지 그릇을 줘야 할지 어림짐작은 할 줄 아니 세월이란 참으로 명약이다.
너른 그릇에 오복이 놓고 조물조물 무친 다음 고소한 참기름 끼얹어 뒤적이니 정말이지 훌륭한 반찬이다. 사발에 막걸리 따르고 김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술에 한 가닥 집어먹으니 거북하지 않게 향취가 고루 퍼졌다.
커갈수록 거들떠보지도 않던 아이들도 거리낌 없이 먹어댄다. 막걸리 한잔 마시니 나른한 봄날 저녁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기분이다. 하룻밤을 그렇게 보내니 땅을 걷고 얻은 수확과 먹어주니 몸이 알아차리고 깨어나 다음 날 아침 가뿐하였다.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으뜸으로 치는 개두릅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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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두릅, 엄나무, 음나무 싹을 이만큼 따와 맛나게 먹었습니다. 강원도에선 이걸 최고로 칩니다. 먹어보니 그 명성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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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진달래 꽃봉오리 뽈그족족 하다가 연분홍으로 차차 엷어지면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며 긴 창 든 호위병이 시위하듯 무지막지한 가시투성이 엄나무 싹이 핀다. 귀신도 무서워하니 문지방 위에 집집마다 걸어두던 바로 그 나무다. 삼남지방에서는 흔치도 않거니와 먹어본 역사가 그리 많지 않으니 오늘은 강원도 두메로 들어가 보자.
"엄나무싹 좀 먹으려는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따라 오시래요."
그냥 밭에서 키운 것이나 집에 미리 따다놓은 것을 몇 개 주는 걸로 착각했다. 촌로가 나그네를 데리고 간 곳은 골짜기 초입이다. 손짓을 하며 "저 골짜기로 들어가면 있을 거래요"라고 한다. 불친절한 사람이었다면 아는 체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골짜기까지 알려주는 심성이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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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두릅이 가시를 잔뜩 매달고 있지만 싹만 나왔군요. 따기 참 불편하지만 며칠 전 산에 올라 뒷풀이로 홍어찜을 먹는데 함께 쪘더니 홍어 맛에 묻혀 전혀 쓴 맛이 나지 않았답니다. 둘 다 기름기 제거에는 탁월한 효과가 있으니 변비와 비만 치료에도 역시 좋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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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마을 자체가 산골이니 뒷동산 오른다는 생각으로 입은 채로 올랐다. 20여분 올랐을까, 두릅도 아닌 '엄나무' 또는 '음나무'라고 부르는 개두릅 나무가 10여평 되는 오목한 지형에 촘촘히 박혀 있었다. 가관인 것은 덤불 속이라는 점이다.
접근하는 길에 옷을 금방이라도 찢어버릴 듯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다. 간신히 사정사정해서 내 옷자락을 되찾았다. "가시가 있는 것은 모두 약이여"라는 어른 말씀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허나, 어쩌랴. 눈앞에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나뭇가지에 싹눈이 날 자리마다 강원도 사람들이 참두릅이나 오가피싹보다 더 쳐주는 개두릅이 우릴 조롱하고 있으니 예서 물러설 수는 없다.
마음을 단단히 챙기고 가시와 전쟁을 벌일 각오를 다졌다. 다만 첫 느낌만 쓸 뿐 먹을수록 첫 입맞춤처럼 달콤하지는 않지만 시원하고 깔끔한 원시의 순수함을 맛볼 생각을 하니 염장에 몇 마력 발동기를 단 듯 용솟음친다. 나무줄기를 가까스로 붙잡아 조심조심 내 옆으로 당기고는 측아(側芽)를 하나둘 따서 윗주머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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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내리면 유난히 부침개와 막걸리가 생각나는데 두릅에 한 잔 하면 어떨까요? 시장에라도 나가봐야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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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자잘한 옆에 달린 작은 싹을 대여섯 개 따고 나자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느라 힘이 빠져 맨 꼭대기에 있는 정아(頂芽)가 되돌아가 버릴 태세다. 온 힘을 다하여 붙들려는 찰나! "아구구, 아이 찔렸잖아. 아이 아파라…" 시뻘건 피가 나오고 속이 아리기 시작한다.
'저 놈을 따야 그래도 먹은 기분이 나잖아.' 늘 이렇듯 나도 인간인지라 먹는 탐욕을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마음을 다독이고는 재차 도전에 들어갔다. 갈고리나 낫이라도 있었으면 가시덩이를 확 채서 당기면 그만이지만 앞선 마음에 달리 도리가 없지 않는가.
기어이 제법 큼지막한 걸 땄다. "휴∼" 기운이 좀 빠졌지만 벌써 요령이 생겼는지라 두려울 것도 없다. 나무가 끄는 인력을 파악하였다. 몇 군데 찔리고 찢겼지만 처음보다는 한결 수월해 30여 분 매달리니 쓰고 간 모자로 가득하다.
이 정도면 내 장에 낀 묵은 때 고기기름을 덜어내는 데는 충분한 양이다. 더 헤맬 일도 없다. 집으로 달려와 끓는 물에 넣었다가 곧바로 건져 고추장에 찍으니 살맛이 났다. 새로 돋는 가시마저 잇몸을 살살 건드리는 품새가 좋은 건 천천히 먹으라는 가르침까지 주는 거다. 먹을수록 당기며 잠자던 영혼이 깨는 듯한 착각은 비단 나에게만 해당되는 건가.
하산 길에 두릅 데쳐 막걸리 한잔에 두릅 먹는 신선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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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은 약간 센듯 가시가 덕지덕지 붙은 야생이고 오른쪽은 모양은 좋지만 향기는 온 데 간 데 없는 중국산 대목을 잘라 파는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릅입니다. 백화점에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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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고급백화점 식품코너엘 가나 한 겨울 뷔페식당에 가면 어김없이 두릅이 차려진다. 백화점에 진열된 가지 끝을 잘라 고객을 유혹하는 그 두릅 대목(臺木)은 대부분이 중국산이다.
식당에 나오는 참두릅은 삶을 때 향기를 일부러 죄다 빼서 버렸는지 원래 그 맛이 없어 한번 먹어볼까 망설이다가도 결국 먼 산 바라보듯 하고 만다. 알고 보니 바쁜 아주머니가 푹 삶은 게 한 가지 요인이고 그 다음은 하우스에서 물 비료를 듬뿍 줘가며 길러서 그렇단다.
민 두릅은 가시가 없어 따기는 편하지만 그다지 맛을 당기지 않으니 오늘은 우리 산야 물기가 가득한 잘록한 골짜기 패인 곳으로 진달래 꽃 쏙 빠지고 철쭉 부풀어오르던 날 여행을 떠난다.
절대 '잣나무 밭에는 들어가지 말라'는 1급 비밀을 누설한다. 피톤치드가 많은 침엽수인 소나무와 낙엽송, 전나무, 구상나무 따위 수목 아래에서는 적당히 하늘이 열림은 물론 송진이랬자 여타 아래층에 있는 관목이나 그 아래 있는 나물이 자랄 수 있는 터전을 터주기도 하며 결코 죽이기까지는 않는다.
이에 반해 요놈의 잣나무 숲 아래는 해가 거의 들지 않고 가지도 비바람과 눈에 쉬 찢어지는데 진을 어찌나 질질 흘려대는지 그 아래에 있는 대부분 생물은 한마디로 초토화되기 때문에 눈을 씻고 찾아야 가물에 콩 나듯 하기보다 나물을 만나기 힘들다.
밭가에도 더러 있지만 이건 필시 누군가 심어놓았을 테니 건드리지 말고 골짜기 깊숙이 운동 삼아 오른다. 줄기가 다소 하얗기에 멀리서도 금세 눈에 띈다. 등성이까지 오를 일도 없다. 비탈진 산자락에 한 개를 발견하면 줄줄이 늘어서 있다. 한 가지에 몇 개 달리지 않아 아쉽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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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추장에 찍고 겨울엔 쇤듯한 걸 묵나물로 무쳐 먹으면 그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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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가시는 엄나무에 비해 새 발의 피다.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만큼 억세지는 않다. 두릅은 끊는 재미가 있다. 당겨서 똑 따면 어김없이 "툭" 소리를 내준다. 나중에 싹이 끊어지며 내는 소리 횟수만 기억하면 몇 개 딴 건지 알 수 있기도 하다.
따자마자 진액을 밖으로 밀어내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력 앞에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매사 동식물이 학대당하는 것만 생각하고는 세상만사 굶어죽으라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다만 줄기째 자르거나 옆에 달린 작은 것을 모조리 따지 않은 걸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바삐 따다보니 허기가 밀려온다. 차츰 봉지가 처지더니 도톰한 것이 쏠쏠하다. 사람을 불러 내려가기로 했다. 산자락 하나는 훑었으니 무얼 먹은들 맛나지 않을손가. 바짝 침도 마를 때 석간수 한 모금 축이고 내려오니 저 멀리 외딴 식당이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옳지! 저기 가서 목이나 축이고 가야겠다.'
"우리 저 식당에 가서 한잔하고 갑시다. 안주도 좋은데…." "그러죠. 아주머니께 몇 개 삶아 달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꼭 어느 지역은 그런 걸 안 한단 말입니다. 지난번 철새 구경 갔을 때 쑥국 끓여 달랬더니 그냥 쑥 가져 가라잖아요." "그랬지요. 그런 집은 두 번 다시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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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래, 잔대, 씀바귀와 참두릅을 넣고 밥과 함께 싸서 먹었던 작년 봄이 그립습니다. 자, 이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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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막걸리 한 통 시키니 파김치가 나온다. 이것으로도 족하지만 오늘 우리가 힘들여 거둔 두릅을 빼놓을 수 없다.
"아주머니, 이거 살짝 데쳐주세요."
흔쾌히 응하니 단골로 삼아도 되겠다. 물이 끓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풋풋한 향기를 머금은 두릅이 접시에 예쁘게 담겨져 있고 초고추장까지 뒤따라 나왔다.
술술 넘어가는 막걸리 한잔을 꼴깍꼴깍 들이켜고 한 점 빠알간 양념에 찍어 씹었다. 같이 간 맛 객은 손톱으로 깐 더덕을 네 쪽으로 나눠 접시에 올려놓는다. 이 또한 신선의 경지가 아니면 느끼지 못할 매력이요,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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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활, 땅두릅입니다. 시장에서 살 때 약간 너울진듯하면 이겁니다. 알아두시고 오른쪽은 가을 배추가 속이 찰 때 씨앗을 머금기 위해 꽃이 피는 모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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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아이고향 |
| 부각도 좋고 장아찌도 맛있겠다. 더 피어 센 것은 삶아서 말렸다가 묵나물 만들어 먹으면 이 또한 입을 즐겁게 한다.
자연산을 기준으로 개두릅은 첫 느낌만 쓸 뿐 먹을수록 시원하고 순수한 맛이다. 씹는 맛도 일품이다. 참두릅은 땅두릅과 개두릅의 중간으로 무난하다. 가장 늦게 나서 오래 간다. 땅두릅은 다소 무르며 텁텁하고 떫은맛이 강한데 무치면 해결할 수 있다. 제일 먼저 나와 일찍 사라지고 마니 서둘러야 한다. 부드러워 이가 성하지 않은 사람도 먹는데 문제가 없다.
각기 맛이 차이가 있지만 산신령이 굳이 한 가지만 고르라면 나는 개두릅(엄나무)을 먹겠다. 역시 개살구, 개똥참외, 개복숭아가 내겐 맞는가 보다. 마침 며칠 추웠다가 비가 내리니 한꺼번에 먹을 생각에 마음은 벌써 산골로 향해 있다. | | |
첫댓글 아~하............참으로 고마운 자료군요 지는 땅드룹은 또첨이올시다...........찾아봐야징 조고시 강원도에도 날까모르겠네
땅두릅이 있었군요....사진만 보고는 잘 모르겠지만....잘 읽었습니다.
음....원래 땅두릅은 별로 안쳐줬는디.....^^
냄새 나지 안나요?
완전 두릅에 관한 짧은 수필입니다.^^ 잘 봤습니다.